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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나라의 슬픈 미로 | 서평단 서평 2022-08-0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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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름다운 나라의 슬픈 미로

양형일 저
밥북 | 2022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엘살바도르와 밸리즈 겸임대사로 생활한 3년간의 경험과 느낀점을 8개의 주제로 기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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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나라의 슬픈 미로

양형일

밥북/2022.7.25.

sanbaram

 

보통사람들은 대사의 생활이나 역할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약소국이나 잘 알려지지 않는 나라의 사정에 대해서는 더욱 어두울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나라의 슬픈 미로>는 엘살바도르와 밸리즈의 특임대사로 3년간 근무하면서 그 나라의 지리와 문화뿐만 아니라 대사관의 활동과 애로사항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대사직을 수행하면서 느낀 소회와 현재 우리나라의 관료조직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저자 양형일은 조선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대학에서 행정학 석사 및 휴스턴대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선대학교 교수와 총장을 거쳐 17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였고, 주엘살바도르/벨리즈 특명전권대사를 역임했다.

 

<아름다운 나라의 슬픈 미로>엘살바도르와 벨리즈 겸임대사직을 임명받고 걸었던 3년 동안의 길에서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에 대한 단상을 반추하는 글이라고 한다. 이 책을 쓴 이유는 엘살바도르 3년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으며, 엘살바도르 뇌성마비 고아 환우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되기 위함이라고 집필 의도를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전체 내용을 8장으로 나누어 기술하고 있다. 엘살바도르는 아름다운 나라다. 그곳이 아름다운 이유는 무엇보다 순박한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서양을 건너온 백인들의 피가 섞인 메스티소라고 불리는 혼혈인이다. 인디오 피도 물려받은 탓으로 백인을 주인으로 섬기면서 수백년을 살아왔다. 과거 우리의 서얼과 같은 신세다. 보이지 않는 계급사회, 인종 차별, 주류와 비주류, 지배와 피지배, 부정과 부패, 비민주의 골이 깊다. 권력과 부를 쥔 금수저인 토착백인인 크레올들의 눈에는 다수의 억눌린 서민 대중이 보이지 않는다. 민족주의도 애국주의도 그들에게서 찾아보기 어렵다. 나라나 국민보다 우선한 것이 그들의 기득권이다. 그렇기 때문에 엘살바도린이 어두운 미로를 계속 해매는 주원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주해 온 유럽의 백인과 아메리카 대륙에 살던 토착 인디오 사이에서 혼혈로 태어난 메소티소는 어학적으로 혼합이나 혼혈을 의미하고 크레올은 그 땅에서 자란 것을 의미한다.(p.18)” 서구에서 건너온 백인들과 현지에서 출생한 백인인 크레올들이 종주국 스페인에 대해 독립을 선언하고 국가를 탄생시켰다. 중남미 라틴 국가들의 탄생이다. 1841엘살바도르 공화국으로 독립국이 되었다. 독립국이 되고, 비록 법치와 민주화의 길을 걸었으나 다수의 혼혈은 노예에서 머슴으로 멍에의 이름표만 바뀌었을 뿐 그들의 삶에서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엘살바도르는 7백만 인구를 품고 있어도 땅덩어리는 매우 작은 나라다. 우리나라 5분의 1정도되는 경상도만한 면적이다. 작지만, 천연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땅이기도 하다. 그들의 주식은 쌀이나 옥수수가루로 만든 뿌뿌사다. 우리나라 호떡과 비슷하다. 쌀이나 옥수수로 만든 반죽 안에는 팥, 양념 돼지고기나 닭고기, 채소와 치즈 등을 한 가지만 넣거나 두어 가지를 섞어서 넣고 호떡처럼 불판에서 익힌 음식이다.

 

삶은 나눔이라고 했다. 인간이 홀로 살 수는 없다. 공동체를 유지해야만 하는 존재다. 그래서 나눔의 미학이 존재한다. 그런데도 나눔에 유독 인색한 사람들이 많은 곳이 엘살마도르다.(p.91)” 계급 간 나눔이 인색한 것은 엘살바도르만이 아니고 중남미의 공통적 현상이다. 공동체 의식이 희미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계층에 따른 상하관계나 차별의식이 존재하는 곳에서 공동체 의식이 강할 수 없다. 민족주의와 애국주의도 우리와는 다르다. 침략과 지배의 역사가 있고, 인종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피가 섞인 메스티소 가운데서도 섞인 정도가 서로 다르다. 그렇기에 동질성이 희박할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라틴아메리카에는 마치스모의 어두운 그림자가 지금도 가정과 사회 곳곳에 어른거리고 있다. ‘마치스모란 남성우월주의를 의미한다. 우리가 과거에 지녔던 남존여비여필종부의 정서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중남미 국가에서 민족주의가 성장할 수 없는 배경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인디오라는 뿌리가 사라지고 메스티소라는 혼혈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혼혈을 지배하는 크레올이 수백 년 동안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p.133)” 상류층과 서민층은 사는 지역도 다르고, 장을 보는 시장이나 식당도 다르다. 소수 부유한 지배층이나 다수의 가난한 피지배층 모두 그런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중남미에 유럽인들이 들어온 이후, 5백 년 이상을 그런 환경에서 살아온 그들이기에 DNA가 변형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멕시코에서부터 아르헨티나와 칠레에 이르기까지 라틴아메리카 33개 국가 가운데 정치권의 부정부패가 심각한 수준이 아닌 나라는 한 곳도 없다. 공금 횡령, 불법 자금, 마약과 무기 거래, 뇌물, 정부의 각종 계약에서의 부정행위 등 공공 부분에서 성한 구석을 찾아보기 어렵다. 침략이든 개척이든 식민의 역사가 남긴 썩은 잔재다. 민주, 인권, 정의, 법치 등은 법조문에서나 등장하는 형식적 개념일 뿐이라고 저자는 개탄한다. 부패한 정부 인사나 지방 관료들과의 검은 유착은 중미 국가에서 공공연하다. 그런 틈을 중국은 공산주의 속성 그대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중미권을 파고들고 있다. 중국의 검은 손을 잡을 수 있는 부패가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법과 행정이 지나치게 규제 중심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도 그래서다.(p.340)” 김영란법에는 과도한 규제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런 모든 것의 원인은 국회의원들의 권위의식과 반성할 줄 모르는 집단이기주의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행정조직에서도 관료주의가 만연하고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다. 엘살바도르에서 일본의 자이카 사무소는 우리의 코이카 보다 10배 규모나 되는 재정사업을 관리했다. 그런데도 코이카가 자이카와 비슷한 규모의 현지 사무소를 운영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우리 무상 지원사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사업의 원칙이나 방향성이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나라별로 지원하는 규모가 크지도 않다. 그러면서도 사업의 내용의 백화점식이다. 지원 규모가 크지 않으면 선택과 집중이라도 해야 한다고 저자는 대안을 제시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답답해한다. 받는 나라에서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들은 식량과 물, 보건의료, 교육, 생활환경의 기본적 어려움이다. 수백만 달러나 되는 국민의 세금을 올바로 사용하는 일은 공직자의 의무이자 윤리이다. 코이카가 저개발국에서 벌이는 사업 가운데 국민의 세금이 줄줄이 새는 사업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 원인은 현지 사정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이해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 탁상공론식의 서류심사로 사업이 결정되는 것이라고 한다.

 

코이카 본부의 신규사업 심사과정도 큰 문제다. 심사위원들이 현지 사정에 밝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지 대사관의 의견도 참고용일 뿐이다. 탁상공론식 삼사에서 코이카가 정한 기준에 맞지 않으면, 채택되지 않는 것이 지금까지의 통례다. 내가 대사로서 직접 경험한 바다. (p.357)” 이와 같이 경직된 탁상행정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하고 자식만 빼고 모두 다 바꿔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1995년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정치는 사류, 관료와 행정은 삼류, 기업은 이류라고 했다. 정부의 각 부처에는 혁신행정관이 있다. 무엇을 혁신하고 있는지 모른다. 대사로 있으면서 혁신행정관실에서 내려오는 것은 성희롱 예방이나 갑질 근절 등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수출입은행 조사단이 차관 공여를 위해 엘살바도르 현지 조사를 왔었다. 그들은 대사관에 한 마디 통보나 상의 없이 출장을 마치고 귀국했다. 너무 어이가 없다. 그런 중요한 문제를 가지고 주재국 정부 인사들과 협의하고 가면서 대사관에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고 갔다는 것은 팀 코리아정신이 실종된 것이다. 출장 나온 사람들의 공직관이나 국가관이 심히 의심스러웠다. 알고 보니 책임자가 청와대 경호실 출신이었다. 돈과 차관을 다루는 수출입은행에 경호실 출신이 상임감사로 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뒤죽박죽 현상이 저자를 슬프게 했다고 한다.

 

성당 건축에 이용된 석물들은 모두 마야 유적을 허물어 분해한 것들이다. 유사한 성당들이 중남미에 매우 많다. 마야문명과 잉카문명이 제대로 보존되지 못하고 파괴된 배경에는 가톨릭이 있다.(p.171)” 이처럼 유럽인들은 마야문명과 잉카문명을 지우고 그 위에 가톨릭 성당을 세워 원주민의 문명을 말살시켰다. 혼혈을 이용해 원주민의 피를 가진 사람들을 그들의 노예나 하인으로 만들어 계급사회를 이룩했다. 그렇기에 중남미 지도자들은 교육을 통해 대중이 깨어나는 것을 바라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대다수 국민들은 슬픈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중남미의 현실을 좀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된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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