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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 일반 서평 2021-05-28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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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저/조석현 역
이마고 | 2008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여러가지 다양한 신경증 환자의 사례 24가지를 엮어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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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조석현

이마고/2006.2.13.

sanbaram

 

올리버 색스의 대표작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1985년에 덕윅스 사에서 출판하자마자 대단한 호평을 받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뇌신경에 무언가 이상이 일어나면 기묘하고 이상한 증상이 나타나고, 그로 인해 일반적인 상상을 뛰어넘는 동작과 상태가 나타난다. 이 책에 실린 24편의 이야기는 모두 그러한 예다. 병마의 도전을 받아 정상적인 기능을 상실하고 일상생활을 단념해야 하는 환자들은 그 나름대로 병마와 싸우며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신경학 전문의이자 작가인 올리버 색스는 옥스퍼드 퀸즈 칼리지에서 의학 학위를 받고 미국으로 이주했다. 앨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 신경학 교수로 재직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1985년에 출간하여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그 외 <소생> 9권의 책을 출간하였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 실린 글은 여러 잡지와 책에 발표한 글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고 한다. ‘1부 상실, 2부 과잉, 3부 이행, 4부 단순함의 세계로 되어 있으며 모두 24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책 내용은 신경학과 의사인 저자가 경험한 환자들의 사례를 환자의 동의를 얻어 정리한 것이다. 그러니까 픽션보다는 논픽션에 가까운 글이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신경정신과 임상보고서를 읽는 느낌이 든다. 1상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극히 우수한 시각적 인식불능증의 예,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일 것이다. 나는 이것이 근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임상보고는 고전적인 신경학에서 공리처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고정관념에 대한 도전이다.(p.25)” 기존의 견해에 따르면 뇌의 손상은 그것이 어떠한 손상이든 추상적, 범주적인 태도를 마비, 상실시킨다. 이것이 마비 또는 상실된 인간에게 남는 것은 감정과 구체적, 즉흥적인 태도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몇 편의 이야기를 옮겨본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그는 검사가 디 끝났다고 여겼는지 모자를 찾기 시작했다. 그는 손을 뻗어 아내의 머리를 잡고서 자기 머리에 쓰려고 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것일까? 그런데도 그의 아내는 늘 있어온 일이라는 듯 태연한 모습이었다.(p.32)” 이 글의 주인공인 P선생은 사람의 얼굴을 보고 누구인지를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얼굴이라는 것을 상상하거나 기억할 수도 없었다. ‘본다혹은 이라는 관념을 잃어버린 환자처럼 P선생은 얼굴이라는 관념 그 자체를 잃어버린 것이라고 한다. 그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한 말은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얼굴은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소설에 나오는 인상적인 문장들을 말해줄 수 있느냐는 물음에 그것들을 거의 단어 하나 틀리지 않을 정도로 정확히 기억해서 인용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각적인 묘사에 대한 그의 인용은 공허했다. 그의 말에는 감각적이거나 상상적인 혹은 정서적인 현실감이 전혀 깃들어 있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내면적인 인식불능증에 걸렸다고 할 수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장갑을 보고 표면이 단절되지 않고 하나로 이어져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아이는 단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는 장갑을 보면, 그것이 손에 끼는 친숙한 물건 즉 장갑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그러나 P선생은 그렇지 않았다.(p.38)” 그는 어떤 물건 앞에서도 그것을 친숙한 물건으로 보지 않았다. 시각적인 면에서 볼 때, 그는 생기가 없는 추상의 세계에서 길을 잃고 있었다. 현실의 시각 세계는 그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현실의 시각적 자아가 없었다. 그는 사물에 대해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는 있었지만,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보지는 못했다. P선생은 아내를 모자로 착각하기도 하지만, 매크래의 환자는 자기 아내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가 아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시각적으로 눈에 잘 띄는 뭔가 특정적인 것이 필요했다. 그것도 눈에 확 띄는 뭔가가 있어야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길 잃은 뱃사람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기억을 머릿속에 새겨둘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기억을 새겨두는 기능이 약해서 기억이 금새 사라지고 마는 것이었다. 그의 기억럭은 고작 1분 정도에 머물렀다.(p.62)” 뭔가 강한 자극을 주어서 그의 주의를 흩뜨리는 경우에는 1분도 안 되어 기억에 새겨두었던 것이 사라지고 말았다. 반면에 지성이나 지각능력은 전혀 훼손되지 않고 보존되어 있었다. 더 바랄 나위 없이 뛰어나기까지 했다. 저자는 그때까지 그의 대답을 통해 그가 아직도 과거에 그대로 머물러 살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다. 그가 하는 말,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 천진난만하게 놀라는 모습, 눈에 보이는 것이 납득되지 않았을 때 안달하는 모습은 확실히 1940년대의 지성을 가진 젊은이의 모습 그대로였다. 지난 30년간의 사건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예측이나 예상도 하지 못하는 그런 인간의 모습이었다. 그의 기억이 1945년을 경계로 그 뒷부분이 싹뚝 잘라져 나간 것은 명백하다. 19살까지의 기억만 살아 있다.

 

여전히 그는 중증 코르사코프 증후군 환자다. 그는 바로 몇 초 전에 일어난 일도 기억하지 못하며, 1945년 이후의 일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인간적인 혹은 정신적인 면에서 보면, 그는 때때로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p.85)” 쉽게 흥분하고 지루해하거나 초조하고 불안해 어쩔 줄을 몰라하며 두서없이 사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아름다움과 영혼에 마음을 기울이는 인간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환자들은 과거 속에서 화석화되어 있으며 과거 속에서만 올바른 판단력을 느끼고 편안한 기분을 느낀다. 병원으로 돌아온 스티븐이 공포와 당혹감에 젖어 부르짖던 외침은 이제는 존재하지도 않는 과거를 요구하는 외침이었다.

 

몸이 없는 크리스티너

크리스티너의 경우에는 정상적인 자극 전달의 흐름 즉 말초신경에서 중추신경으로 향하는 흐름이 상실되었고 그로 인해 정상적인 고유 감각에 의해서 조정되는 목소리나 말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그 대신에 청각을 통한 피드백을 사용해야 했다.(p.105)” 그녀의 기술수준은 감각이 없어져서 모든 것을 시각에 의존해야 하는 사람치고는 경이적이었다. 그런데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게까지는 되었지만, 감정의 흐름은 어땠을까? 그녀는 어떻게 느꼈을까? 대체기능 덕분에 그녀가 처음 말했던 몸이 없어진 느낌은 사라졌을까? 고유 감각을 잃은 채였기 때문에 변함없이 몸이 죽어버렸다고 생각했다. 실제의 몸이 없다. 자신의 몸이 없다는 느낌이 계속되었다.

 

내 몸은 말하자면 눈과 귀가 없어진 것과 같아요. 내 몸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단 뜻이지요.(p.107)” 이렇게 그녀는 다른 감각을 빌려 자기의 상태를 적절하게 표현 했다. 그녀는 장애자이지만 그것이 겉으로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녀는 시각장애인도 아니고 신체가 마비되지도 않았다. 겉으로 나타나는 장애는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종종 거짓말쟁이나 얼간이로 취급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은 감각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같은 취급을 받는다. 그 누구의 동정과 도움도 받을 수 없다는 것. 이것 또한 가혹한 시련이다.

 

침대에서 떨어진 남자

밤에 잠에서 깰 때마다 침대 속에 털이 덥수룩하게 나 있는 사람의 다리가 하나 있는데, 그것도 죽어서 싸늘하게 식은 다리라는 겁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로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성한 팔과 다리로 그것을 침대 밖으로 밀쳐냈고, 그러면 자기 몸도 함께 침대 아래로 떨어졌다고 말했습니다.(p.119)” 이것은 편마비 증상이 있는 팔다리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환자의 아주 흥미로운 예다. ‘그렇다면 원래 다리는 침대 속에 그대로 있었냐고 묻자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기분 나쁘기 짝이 없는 그 낯선 다리에 신경이 온통 곤두서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편마비가 온 환자는 자기 몸의 일부가 자기 몸이 아닌 것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매들린의 손

기본적인 지각능력은 보통 생후 몇 개월 만에 형성되는 것이다. 그것을 전혀 가지고 있지 못했던 사람이 60세가 되어 처음으로 몸에 익혔다는 사실을 도대체 누가 상상할 수 있겠는가? 신체장애가 아무리 늦게 어떤 능력의 습득에 나선다 해도 그들에게 놀라운 가능성이 펼쳐진다는 것을 그녀의 사례가 웅변적으로 입증했다.(p.129)” 앞도 보지 못하고 마비 증상까지 있었던 여성. 세상과 단절된 채 무기력하게 일생을 과보호 속에서 지낸 이 여성의 내면에 놀라운 예술적 천성의 씨앗이 숨어 있었고, 그 씨앗이 60년 동안이나 동면상태로 시들어 있다가 보기 드물 정도로 아름답게 활짝 꽃피우리라고 무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메들린과 사이먼의 경우처럼 발육기부터 인식불능중에 빠지는 것은 아주 드문 사례이다. 그러나 후천적인 인식불능증은 흔히 있으며 이 경우에도 역시 기본적인 치료법은 사용하도록 만드는것이다.

 

투렛 증후군에 사로잡힌 여자

코르사코프 증후군 환자가 기억상실과 무기력에 시달리는 데 반해, 투렛 증후군 환자는 이상한 충동으로 내몰린다. 그 충동은 환자 자신이 일으킨 것이지만 동시에 그 자신도 그러한 충동의 희생자이다. 그는 충동을 거부하면서도 그것을 버리지 못한다. 따라서 코르사코프 증후군 환자와는 달리, 투렛 증후군 환자는 병과 친숙해 질 수밖에 없다.(p.239)” 슈퍼 투렛 증후군 환자가 극심한 이상 상태에 빠지는 것은 환자 자신의 책임이 아니다. 그것은 틀림없이 기질적인 변덕 탓이다. 그것은 중증의 슈퍼 코르사코프 증후군과 조금 비슷하지만 그러한 상태가 되는 원인이나 목적은 전혀 다르다. 슈퍼 투렛 증후군 환자나 슈퍼 코르사코프 증후군 환자는 지리멸렬한 상태로 내몰려 정체성의 혼란을 일으킨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러나 코르사코프 증후군의 경우는 다행스럽게도 환자 자신이 그 상태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투렛 증후군 환자는 자신의 비참한 상태를 비참하리만치 정확하게 자각한다. 아이러니하고도 냉혹한 일이지만 어쨌든 환자는 자신에 대해서 잘 안다. 그러나 환자 본인으로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어떻게 해보겠다는 기분이 사라졌는지도 모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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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1 | 일반 서평 2021-05-2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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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봄날 1

임철우 저
문학과지성사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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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5.18민주항쟁의 실상을 담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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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1

임철우

문학과지성사/2015.7.1.

sanbaram

 

해마다 5월이 되면 5.18관련 뉴스가 한동안 메인을 차지한다. 그로 인하여 정권이 바뀌기도 하고 국민들의 의식 또한 변해가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5.18민주항쟁 때 공수부대장을 맡았던 중령의 최초 사과모습이 매스컴의 일면을 장식하고 있다. 그러나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40여년이 지난 일을 자세히 알 수 없다. 당사자인 전두환은 뻔뻔하게도 자기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사실을 왜곡하는 책을 내는 등 잘못을 발뺌을 하기에 급급하다보니 아직까지 상처가 아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있는 5.1820대 젊은 나이로 몸소 겪어온 10일간의 사실을 소설화 해낸 것이 <봄날>이라고 한다. 저자는 전남대학 및 서강대학원 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전남대 대학원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신대 문화 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81<개도둑>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문단에 데뷔. 창작집 <아버지의 땅>, <붉은 방>, <그리운 남쪽> 등이 있으며 장편소설 <붉은 산, 흰 새>, <그 섬에 가고 싶다>, <등대 아래서 휘파람> 등이 있다.

 

<봄날>1980516일부터 27일까지의 한정된 시간을 통해 온전히 ‘5.18 광주 민중 항쟁전기간 동안을 다루고 있다. 또한 <봄날>은 작가 자신으로 보면 20대 젊은 날에 서원한 소명감을 20년 만에 실현하는 것으로 그의 이제까지의 문학적 작업을 가장 크게 성취하는 것이지만, 우리 문학사로 보자면 개화기 이후 끊임없이 점철된 비극적 현대사에 대한 또 하나의 대하소설적 형상화의 작업으로 가장 최근의 역사에 대한 가장 중요한 리얼리즘적 성과로 꼽힐 것이라고 한다. <봄날 1>은 소설의 배경과 시작을 나타내는 부분으로 되어 있다. 낙일도에서 6.25때 있었던 일을 회상하는 한원구와 그의 아들 무석으로부터 시작하여 공수부대에서 데모 진압 훈련을 하는 명치, 대학생이 된 명기, 그리고 낙일도 향우회원들과의 이야기 들이 주축이 되면서 광주의 서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면서 5.18전국 계엄발표와 더불어 광주에서 일어난 공수부대들의 무자비한 시민 탄압을 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소설에서 나는 실제 벌어진 당시의 모든 상황과 정황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실상 열흘 이라는 기간이 산술상으로는 짧은 시간이지만, 5.18의 경우는 단순한 시간 개념의 울타리를 훨씬 뛰어넘는다는 특수성을 가진다. 한 도시 전역에 걸쳐서 많게는 수십만 명이 동시에, 끊임없이, 격렬하게 요동치는 상황 안에는 그야말로 서로 다른 수백 수천 가지의 사건과 무대와 장면, 그리고 수만 수십만 가지의 서로 다른 체험과 반응과 해석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p.13)”라고 작가는 말한다. 또 실제 사건 발생 시각에서부터 당시의 시가지 풍경, 건물의 위치, 도로와 골목, 시민들의 분위기 등등에 이르기까지 가급적 사실 그대로 재현하고자 애썼다고 한다. 이 소설을 읽어가다 보면, 어떤 공간이나 상황에 대해 더러 지나치리만큼 세세하고 지루하게 묘사한 부분이 적지 않을 터인데, 그것은 당시의 시간적, 공간적 상황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의 욕심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로서는 이것이 단지 소설로서만이 아니라 비교적 사실에 충실한 하나의 기록물로서도 남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 작품을 써왔다고 말한다.

 

낙일도가 고향인 한원구는 6.25 때 머슴이었던 용술에 의해 조합장이었던 아버지가 회생된다. 순경이었던 집안의 식구들 또한 그들의 손에 희생되고, 출장에서 돌아온 순경은 용술 등을 공개처형한다. 그리고 용술의 처는 돌지난 아들을 데리고 사라진다. 그 후 광주로 이사한 한원구는 자식인 무석과 명치의 생모인 귀단이 미쳐서 집을 나가고 지금은 청산댁과 살면서 명기, 명옥을 두고 있다. 그러나 원구는 무석과 명치를 자기 자식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무석은 서른 살이 되었지만 집을 나가 혼자 산다. 6.25 때 순경의 아들인 최달식은 고기잡이 갔다 사라진 조양재 큰아들이 간첩이 되어 나타났다고 귀단의 아버지 조양재를 고정간첩단으로 엮어 재판에 넘기고 경찰 초급 간부가 되었다. 결국 조양재는 교도소에서 죽어 한줌의 재가 되었고, 막내딸 막단이와 그녀의 딸 수희가 낙일도 앞바다 해진포구에 유골을 뿌린다.

 

최달식은 한원구를 고향 향우회에서 만나 용술의 아들 만채와, 용술의 처를 만나게 만든다. 공수부대원이 된 명치와 그의 동료 오하사는 김포에 있는 부대에서 데모 진압훈련을 몇 달 동안 받고 5.18계엄이 발표되는 날 대학교에 투입하여 학생들을 잡아내고 대학교를 접수한다, 집을 나와 혼자 사는 무석은 술집에 나가는 은숙과, 과자공장에 다니는 미순을 서민 아파트에서 만나게 된다. 미순과 5.18일 일어나던 날 영화구경을 갔다가 군중들의 데모대와 공수부대들을 만나게 된다. 목공소 주인 서씨는 시장에 간 안식구와 딸을 찾아 나섰다가 군인에게 구타를 당하고, 일꾼 봉배는 바깥일이 궁금하여 골목길에 나썼다가 시민진압에 나선 군인들을 목격하게 된다,

 

등장인물들이 사는 곳이나 활동하는 곳은 광주 시내의 변두리와 중심지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주로 많이 나오는 곳은 산수동 오거리, 충장로, 금남로, 조선대학교 부근, 누문동 제일고등학교 앞, 대인동, 신안동, 계림동, 광천동, 전남대 부근 등이다. 전남대 신입생인 명기와 연극 연습을 같이하는 순임은 도서관에서 잡혀간 민태를 찾아 나섰다가 군인들에게 쫓기게 되고 택시운전사의 재치로 간신에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원구의 딸 명옥은 성당 수녀님의 선물을 사서 꽃집을 나오다 데모대와 마주친다. 명옥과 현주는 군인들에게 쫓기다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현주는 군인에게 맞아 실신하여 병원에 실려 가고, 명옥은 실신했다 깨어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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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과 쓸개 | 일반 서평 2021-04-2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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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간과 쓸개

김숨 저
문학과지성사 | 201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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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의 단편소설 9편을 실은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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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과 쓸개

김숨

문학과지성사/2017.11.23.

sanbaram

 

간과 쓸개

간암 치료를 받고 있는 나는 예순 일곱 살의 홀아비다. 얼마 전 30년 동안 갖고 있던 땅을 팔아 큰아들의 칼국수집 가게를 차려 주었다. 아흔 두 살 먹은 광주에 사는 큰 누나가 담도를 막고 있는 담석 때문에 쓸개즙이 다른 장기로 새서 입원했다는 연락을 받는다. 누나를 만나기 전에 정기 검진을 통해 간에서 암 덩어리가 있다는 진단을 받는다. 그래서 누나의 방문은 수술 뒤로 미루어 졌고, 그 사이 누나는 퇴원하여 셋째 아들네에서 둘째로, 또 딸네로 전전하다가 다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결국 간암 수술을 받고 체중이 빠져 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게 된다. 늦게 서야 누나가 입원한 병원을 찾게 된 나는 잠든 누나 옆에서 잠깐 잠에 빠져서 꿈을 꾸다가 옛날 누나와 함께 갔던 저수지 물을 떠올리게 되는데, 큰누나는 그것이 자기가 아니라 마흔 두 살에 죽은 작은 누나 였다고 말한다. 추억을 나누던 두 남매는 눈물을 흘리게 되는데……

 

모일, 저녁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나는 신탄진 빌라에 살고 있는 부모 집을 찾았다. 빌라는 신탄진 버스 차고지 옆에 있었다. 빌라를 사기 위해 은행에서 빌린 돈을 8년 전에야 다 갚았다. 그리고 엄마의 관절 수술, 복학한 동생 학비 때문에 다시 대출을 받았다가 이제 겨우 빚을 다 갚았다. 아버지는 요즘 장어 식당에서 장어를 잡고 손질하는 일을 한다. 한 마리 잡는데 400원이란다. 상우 삼촌은 7년 전에 막차를 타고 집으로 왔다. 그동안 고시원을 전전하며 공부만 하다가 내려와서는 식구들과 마주치지 않게 밤에만 잠깐씩 나와 밥을 먹고 볼일을 본다. 엄마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음식을 장만했다. 아버지는 좁은 베란다에서 연탄불에 전어를 굽고 있다. 아버지가 술과 담배를 사러 간 사이에 101호집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집으로 들어왔다. 엄마는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울고 있었다. 101호 할머니는 내 밥상머리에서 전어 대가리를 집어서 씹고 있었고, 밖에 나간 아버지는 30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사막여우 우리 앞으로

35년간 버스 정류장 간이 매표소에서 일한 엄마의 두 다리가 홍학의 모가지만큼 가늘어졌다. 엄마에게 껌 한 통을 사던 날 엄마는 죽었다. 엄마의 장례식이 끝나자 동생들은 반 강제로 나를 매표소에 집어넣었다. 어느 날 동생들과 동물원에 가자고 연락을 했다. 동생들은 사막여우 우리 앞에서 기다린다고 했는데 없었다. 폐장 시간이 될 때까지 이곳저곳을 다녔다. 길을 잃고 헤매기도 했다. 꼬박 하루 만에 매표소로 돌아왔다. 날이 밝으면 버스는 매표소를 떠나 멀리 가버릴 것이고. 나는 손 하나 겨우 드나들 만한 구멍으로 껌과 우유와 담배와 김밥을 팔 것이다.

 

북쪽 방

32년간 중학교 과학 선생이었던 곽노는 다세대주택 골목집의 북쪽방에 기거한다. 폐가 나빠져 가래가 끓어 많은 약을 먹어야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천주교 신자인 아내는 곽노의 지구와 우주에 대한 이야길 싫어한다. 정년퇴직 후 폐병으로 숨쉬기가 곤란해지자 늙은이 취급을 하더니 급기야 북쪽 방으로 내몰았다. 주택의 지하에서는 가발공장의 미싱 소리가 들리고 골목에서는 아이가 쇠공을 벽에 던지는 소리가 난다. 간신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쇠공을 던지지 말라고 소리를 치니 잠잠 해졌다가는 다시 들린다. 아내는 우족을 사러 시장에 간다고 나가고 돌아오지 않았는데 조카가 다녀갔다. 결혼 10년이 지났지만 아이가 없는 조카가 3개월된 아이를 심장이 뛰지 않아 잃었다는 말을 하고는 북쪽 방에서 나갔다. 밖에서는 쇠공에 머리가 부서졌다는 비명이 들렸고 아내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곽노가 북쪽 방에 들어앉게 되자 아내는 좋은 구경거리라도 났다는 듯이 처형들을 불렀다. 복인 중의 복인인 옥계동 처형도 그녀들 속에 있었다. 처형들은 폐의 회복에 눈곱만치의 도움도 안 되는 일제 약 세 통과 위로의 말을 몇 마디 건넨 뒤 서둘러 북쪽 방을 나갔다. 그녀들은 혹시라도 곽노가 그림자처럼 들러붙어 따라 나오기라도 할까 봐 문지방을 넘어서자마자 서둘러 방문을 닫았다. 방문을 지나치게 꼭 닫음으로써 단절을 알려왔다. 그러나 소리마저 단절할 수 없었고, 아내와 처형들이 한 땀 한 땀 수놓듯 나누는 이야기는 고스란히 곽노에게 들려왔다.

, 아직 죽을 때가 된 것 같지는 않다.”

그러게 얘, 하느님이 사람을 죽이실 때는 피와 살을 말려서 죽인다는 것을 네 형부 때도 보지 않았니.”

매제도 고생이지만 누구보다 네가 고생이구나.”

저 꼴로 천년만년 살면 어쩌우, 솔직한 심정으로 나는 저이보다 내가 더 불쌍하우. 말년에 병들어 누워 있는 남편 수발이나 들면서 살게 되었으니 말이우.” p.137

 

  작가 김숨은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느림에 대하여]. 1998문학동네 신인상[중세의 시간]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소설집으로 <투견>, <침대>, <국수>, <당신의 신> 등과 장편소걸 <백치들>, <>, <바느질하는 여자>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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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1 | 일반 서평 2021-04-2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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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1

조용헌 저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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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 고수들의 동양학 이야기를 찾아서 하나씩 소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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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1

조용헌

랜덤하우스코리아/2011.1.12.

sanbaram

 

저자는 동양학을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단 동양학과 전통적인 공부를 통해 터득한 사람들의 재야 동양학으로 나누고 있다.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1>은 재야에서 공부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생각을 단편적으로 한 꼭지씩 써서 매체에 실렸던 내용을 역어서 펴낸 책이다. 저자 조용헌은 원광대학교 대학원에서 불교민속학을 전공하여 불교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재야 고수들의 만남을 통해 천문, 지리, 인사에 관한 동양강호학의 3대 과목을 한국 고유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는데 주력하여 왔다. 저서로 <조용헌의 사찰기행>, <조용헌의 소설 1,2>,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조용헌의 고수기행> 등 다수가 있다.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1>에 실린 내용은 강호를 유람하면서 보고 듣고 몸으로 겪으면서 배운 내용들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가슴에 탁기를 걷어내고 기운생동의 에너지를 얻으려면 독만권서하고 행만리로를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저자는 전국의 방방곡곡에 있는 여러 방면의 고수들을 찾아가 들은 이야기나, 그로인해 알게 된 내용을 하나씩 간단간단하게 정리했다. 이렇게 정리한 내용을 인물, 사회, 문화, 문명등 네 가지 주제로 엮어 만든 책이다. 내용 중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도 있고 생소한 것도 있는데, 그 중에서 몇 가지 알아두면 좋을 것 같은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파락호

파락호라는 말이 있다. 양반집 자손으로서 집안의 재산을 몽땅 털어먹는 난봉꾼을 의미한다. 일제 강점기 때 양반 동네인 안동에서 당대의 파락호로 이름을 날리던 인물이 한 명 있었다. 유명한 학봉 종가의 13대 종손인 김용환이 바로 그 인물이었다. 그는 노름을 즐겼다. (p.12)

한번은 시집간 외동딸이 신행 때 친정집에 가서 농을 사오라고 시댁에서 받은 돈이 있었는데, 이 돈마저도 친정아버지인 김용환은 노름으로 탕진하였다. 딸은 빈손으로 시댁에 갈 수 없어서 친정 큰어머니가 쓰던 헌 농을 가지고 가면서 눈물바람을 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이 정도니 주변에서 얼마나 김용환을 욕했겠는가. 이러한 파락호가 만주에 독립자금을 댄 독립투사였음이 사후에 밝혀졌다.

독립자금을 모으기 위하여 철저하게 노름꾼으로 위장한 삶을 살았던 것이다. 1946년 임종 무렵에 동지가 머리맡에서 이제는 돈 보낸 사실을 이야기해도 되지 않겠나?”고 하자, “선비로서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이야기할 필요 없다.”고 하면서 눈을 감았다. (p.13)

 

최치원 유학길

최치원의 고향은 보통 경주로 알려져 있다. 경상도 경주에서 출발하여 일단 전라도 영암에 도착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영암에는 국제 무역항인 상대포라고 하는 포구가 있었다. 기암괴석의 월출산이 병풍처럼 보이는 상대포는 일본이나 당나라로 가는 상선들이 정박하던 곳이었다. 영암이 고향이었던 백제왕인 박사가 일본으로 갈 때 출발했던 항구도 바로 상대포로 여겨진다. (p.28)

 

사쟁해투

동물 중에서 뱀의 천적이 바로 돼지다. 예로부터 뱀이 많은 지역에서는 반드시 돼지를 키웠다. 돼지는 뱀을 국숫발처럼 쉽게 잡아먹는다. 뱀의 독은 돼지의 두꺼운 지방층을 뚫지 못한다. 뱀을 무서워하던 고대 사회에서는 집에서 반드시 돼지를 키웠다. 그래서 집 가()자에 돼지 ()’자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p.73)

 

광풍각

담양에 있는 소쇄원은 정원이라고만 하면 그 정체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소쇄원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소쇄원은 조선 선비들의 살롱이자 아카데미였다고 해야만 그 정체성이 드러난다. 음식을 먹으면서 휴식을 취하던 공간이기도 하였고, 아울러 여기에 모여 토론도 하고, 시를 지으면서 공부를 하던 곳이기도 하다. 송순, 김인후, 고경명, 정철, 백광훈, 송시열과 같은 명사들이 그 멤버였다.

소쇄원의 가장 중심에 있는 건물이 바로 광풍각이다. 건물에 전이나 각자가 붙으면 아주 격이 높은 건물임을 암시한다. 각자가 붙은 광풍각은 그 크기가 한 평밖에 되지 않는다. 세 명이 앉아 있으며 꽉 차는 넓이다. 그러나 광풍각에 앉아 있으면 소쇄원 전체가 눈에 들어온다. (p.114)

 

대보름 부럼과 파옥

<한국세시풍속>(임동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세시 행사가 1년 동안 총 192건인데, 그중에서 정월 한 달에 102건이 집중되어 있고 정월 중에서도 대보름을 전후하여 55건이 몰려 있다고 한다. 그만큼 정월 대보름이 한민족의 큰 명절이었던 것이다. p.116

우리말의 범어기원설에 의하면 대보름에 땅콩이나 호두의 껍질을 깨는 것은 파혹의 상징이 된다. 대보름날 부럼 먹고 미혹을 깨자! (p.117)

 

무술주

곡류가 아닌 육류를 주재료로 해서 만든 술이 있다. 그게 바로 무술주이다. 개고기를 고아서 만든 술이다. 쉽게 말하면 개소주와 비슷하다. 무술주는 우리의 전통 보신주 계보를 잇고 있는 술이다. 왜 무술주인가? 술은 개를 뜻한다. 무는 중앙 토로서, 그 색깔은 누런 황색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무술은 누렁개황구를 뜻한다. ..... 원래 무술주는 퇴계 선생이 양생서로 애독하던 <활인심방>에서 유래하였다.

무술주는 <동의보감>에도 수록되어 있는데, “원기를 보하고 노인이 먹으면 더 좋다고 나온다. 성질이 온순하고, 몸집이 크지 않은 황구를 구해다 내장과 가죽은 버린다. 뼈와 함께 솥에 넣고 24시간 장작불로 달인다. 그 국물을 찹쌀 고두밥, 누룩을 함께 넣고 항아리에서 15일 정도 발효시킨 뒤에 먹는다. 우리 조상들이 삼복더위에 먹었던 매우 독특한 술이 무술주. (p.119)

 

엿장수 가위

표주 과정에서 도사가 굶어죽지 않으려면 세 가지 술을 익히고 있어야 한다. 의술, 역술, 학술이 그 삼술이다. 인간 세상 어디를 가든 아픈 사람은 있기 마련이고, 앞일이 어떻게 될 것인가 궁금한 사람이 있고, 책과 문자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삼술을 지니고 있으면 수요는 항상 있기 마련이므로 절대 굶어 죽지 않는다. (p.124)

효봉스님의 출가 전 생계 수단이 바로 엿장수 가위였다고 한다. 효봉은 일제 강점기 때 판사를 하였다. 어느 날 사형 판결을 내리고 난 후 자기 직업에 회의를 느끼고 그날로 판사를 그만둔다. 1923년이었다. 입고 있던 판사복을 팔아서 엿판과 가위를 구입하였다. 전국을 방랑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효봉은 3년간 엿장수를 하였다. 효봉은 거처에다가 항상 엿장수 가위를 걸어 놓았었다.

내가 저승 갈 때 가지고 갈 것은 오직 저 가위뿐이다. 내가 밥을 먹을 수 있었던 것도 저 가위고, 인생을 알 수 있었던 것도 저 가위 덕택이다.” (p.125)

 

호남과 황등제

중국의 호남지역은 동정호 이남 지역을 가리킨다. 우리의 호남은 어던 호수를 기준으로 하는가. 우리의 동정호는 어디인가?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황등제자. 일제 강점기 때 없어진 이 황등제는 미륵산 일대로부터 내려오는 물길을 막아서 형성된 호수다.

호수의 둘레가 80리나 되었던 황등제의 둑은 황등면에 있었다. 익산시 원광대학교 뒤쪽의 도치산과 황등산 사이를 연결한 둑의 길이는 1.3킬로미터이다. 이 둑 안에 해당되는 호수 지역이 현재의 익산시 삼기면과 금마면 일대다. 이 호수를 기점으로 아래쪽 지역을 호남이라고 한다면 현재의 지역 범위와도 부합된다. (p.140)

 

신안 천일염

염전의 물은 하루에 시계 방향으로 19-21번 회전한다고 한다. 온도가 높으면 물이 빨리 돈다. 물이 돌아야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송홧가루를 포함해 미세한 발효균이 함유된다. 이 균이 인체에 유익한 작용을 하는 것이다. 그간 광물질로 분류되어 천대받았던 우리나라 천일염이 2008년부터 식품으로 분류되었다. 신안군 소금은 명품으로 알려진 프랑스 게랑드 소금보다 한 수 위라고 하니 앞날이 기대된다.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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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 일반 서평 2021-04-1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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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임승수 저
수오서재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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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 초보시절부터 경험한 것을 그대로 엮어내 초보자가 이해하기 쉬운 와인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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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임승수

수오서재/2021.3.22.

sanbaram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을 많이 마시는 경향이 있다. 몇 년 전부터 와인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펜데믹 상황으로 외출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어 집에서 술 마시는 인구가 크게 늘자 급격한 수요증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은 다양한 계층으로 분류되기도 하고 와인 자체가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것을 어떻게 즐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은 공학도였던 저자가 저술가로 변신한 후 와인을 처음 접하고 마니아가 되기까지의 경험을 통해 좀 더 와인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쓰여진 책이다. 저자 임승수는 서울대 전기공학부에 진학해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그 철학>,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외에 다수가 있다.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은 언론사에 연재한 글을 모아 엮어낸 책이라고 한다. 초보 와인 애호가로 시작해 마니아로 되어가는 과정을 3단계로 구분하여 엮어냈다. 1장 가산탕진형 와인 애호가의 삶이 시작됐다, 2장 맨정신에 어찌 살 수 있겠는가, 3장 이토록 무궁무진한 와인의 세계 등이다. 외인은 알려진 것처럼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랑받는 술이기도 하다. 각자 자기의 처지와 입맛에 맞는 술을 취사 선택하여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저자의 경험을 따라 와인의 나라로 여행을 떠나보자.

 

와인이 공기와 접촉해 변하는 과정을 브리딩이라고 한다. 와인이 공기와 만나 숨을 쉰다는 의미인데, 에어 레이션이라고도 한다. 브리딩을 하면 와인이 마시기 좋게 부드러워진다고 해서 마냥 방치하면 지나치게 산화가 진행되어 오히려 풍미가 꺾이고 심지어 식초가 되기도 한다.(p.30)”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브리딩은 대체로 어느 정도 하는 게 적절할까? 와인마다 특성이 다르니 특정 시간을 획일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번거롭더라도 일정 시간마다 조금씩 맛을 보며 변화를 확인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바로 따서 마시기 좋게 만든 저가 와인의 경우도 10분 내지 20분 정도 기다렸다 마시면 맛과 향이 더욱 좋아진다. 다만 저가 와인은 브리딩이 두 시간을 넘어가면 맛이 금세 꺾이기도 한다. 어느 순간 마시기 좋게 부드러워졌다 싶으면 그때부터 안주를 곁들여 천천히마시면 된다. ‘천천히를 강조하는 이유는 마시는 과정에서도 풍미가 다채롭게 변하기 때문이다. 특히 좋은 와인일수록 더욱 그러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와인은 오래 묵힌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간혹 1만 원대 와인을 몇 년씩 집에서 묵히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품질이 저하된다. 숙성 잠재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오래 방치하지 말고 적당한 날에 즐겁게 마시자.(p.32)” 심지어 숙성 잠재력이 뛰어난 고급 와인도 너무 오랜 기간(예컨대 30)이 지나면 와인이 갈색으로 변하고 맛과 향이 쇠락한다. 모든 와인에는 각자의 시음 적기가 있으니 오래된 와인이라고 무턱대고 비싼 가격에 구매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애호가를 위한 궁극의 아이템! 바로 와인서쳐(Wine Seacher)앱을 사용하면 된다. 이 앱에 라벨 사진, 혹은 와인 이름을 입력하면 해당 와인의 해외 매장 판매가격 및 평균 거래가격이 나온다. 예를 들어 와인서쳐에서 테루뇨 카베르네 소비뇽을 검색하면 해외 평균 거래가(세금 제외)44,085(2020126일기준)이다. 국내 마트 판매가가 5만원(세금포함)이면 상당히 준수한 가격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와인을 지역별로 구분하는 이유는 같은 품종의 와인이더라도 포도재배지에 따라 맛과 향이 확연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강원도 한우가 아니라 횡성 한우고, 경상북도 사과 말고 청송 사과라고 하지 않는가.(p.57)” 숙성 잠재력이 높은 고급 와인을 일찍 열어 마시면 떫고 쓴 이유는 타닌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오랜 병 숙성 과정에서 타닌은 부드러워지며 숙성된 와인 특유의 풍미가 형성되는데, 마시면 극락이다. 와인을 고를 때, 나는 와인 산지부터 정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 프랑스 보르도의 마고, 프랑스 부르고뉴의 본 로마네, 이탈리아의 피에몬테, 이런 식으로 포도 재배지를 특정하면 선택의 폭을 좁힐 수 있다. 와인을 산지별로 경험하면 취향에 맞는 와인을 찾는 데에도 수월하다. 위의 예에서는 보르도>메독>마고 순으로 지역이 좁아지는 데, 원산지 범위가 좁아지면 더욱 고급와인으로 인정받는다. 이 제도는 생산지 명칭 도용을 막고, 프랑스 와인 품질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도입되었다. 포도품종, 와인 제조법, 알코올 도수, 포도나무 심는 방법, 가지치기, 포도수확량, 숙성조건 등을 꼽꼼하게 규제한다. 그러니 AOC등급에 해당하는 와인은 프랑스 정부가 기본적인 품질을 공인한 셈인데, 프랑스 와인의 35%정도가 AOC 등급에 속한다. p.63

 

와인 역시 적정온도 범위를 벗어나면 풍미가 급격하게 꺾인다.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스파클링 와인에 따라 시음 적정온도가 다른 것도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대략 레드와인은 섭씨 15-20, 화이트 와인은 10-13, 스파클링 와인은 3-9도 정도다.(p.88)” 온도에 따라 변하는 와인의 풍미는 마치 꽃봉오리와도 같다. 온도가 너무 낮으면 꽃잎을 닫아서 꼭 움츠리고, 온도가 너무 높으면 꽃잎이 너무 벌어져 상쾌함과 생기가 떨어진다. 이런 건 백날 말로 설명해봐야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궁금하다면 실험해 보기를 권한다.

 

샴페인은 역시 플루트 잔에 마셔야지, 하면서 왼쪽의 길죽한 잔을 선택했는가? 201771일에 내가 그렇게 마셨다. 길죽한 형태가 기포를 관찰하기 좋고, 샴페인은 차갑게 마셔야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으니 공기와 접촉면이 좁은 플루트 잔의 형태는 저온 유지에도 유리할 테다. 역시 스파클링 와인 전용 잔으로 제작된 플루트 잔이 당연한 선택으로 보인다. (p.114)” 하지만 지금의 나라면 돔 페리뇽을 오른쪽 부르고뉴 잔으로 마시겠다. 기포 관찰이나 저온 유지의 측면에서 보면 부르고뉴 잔의 기능성이 확실히 플루트 잔보다 떨어진다. 하지만 부르고뉴 잔을 이용하면 돔 페리뇽의 뛰어난 맛과 향을 더욱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플루트 잔의 길고 좁은 형태를 보라. 돔 페리뇽 와인의 향을 한껏 품어 안을 공간이 없지 않은가. 반면 부르고뉴 잔은 뚱뚱한 배때기에 샴페인의 절륜한 향기를 한껏 품었다가 나의 콧구명에 덤프트럭이 흙 쏟아붓듯 퍼부어 준다. 실제 스파클링 와인을 플루트 잔과 뚱뚱한 잔에 따라 양쪽의 향을 비교해 본 적이 있다. 결과는? 뚱보의 압승!

 

일반적으로 스위트 와인은 애피타이저와 메인 요리를 즐긴 후 과일, 케이크, 초콜릿, 마카롱 등의 단맛 나는 디저트에 곁들여 입가심 용도로 마신다. 디저트 와인은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 차게 마셔야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p.148)” 스위트 와인은 여타 와인에 비해 잘 변질되지 않는 편이어서 남으면 코르크로 다시 막아 냉장고에 넣어두자. 며칠 이상 충분히 버틸 수 있다. 오히려 사나흘 후가 더 맛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꺼번에 다 비우지 말고 집에서 디저트를 곁들여 한 잔씩 가볍게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와인을 잔에 따랐으면 돌려라. 허리케인을 일으키듯 빙빙 돌려라. 그러면 와인이 산소와 활발하게 접촉해 향기를 한껏 뿜어내고 맛도 부드러워지기 때문이다.(p.162)” 와인은 술 중에서도 매혹적인 향기로 독보적이다. 담배, 가죽, 제비꽃, 삼나무, , 바닐라, 토스트, 낙엽, 흑연 등 고급 와인일수록 다채롭고 풍성한 향기가 난다. 전문가들은 와인의 향기를 객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엄청난 분량의 어휘를 외우고 향기를 맡으며 반복 학습할 정도이니, 와인은 가히 향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맛이라고 느끼는 것의 대부분은 후각에서 기인한다. 혀로 느낄 수 있는 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 정도이며 그 외에 느끼는 다채로운 풍미는 10만여 종의 냄새를 구분할 수 있다는 후각 덕분이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와인을 마시면서 향기를 맡는 데에 시간과 정성을 들이지 않는다면,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입으로 부어넣기 전에 심하다 싶을 정도로 향기를 탐내보자. 그게 와인을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다. p.164

 

와인의 장점은 다채로운 향이며 그것은 맛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와인을 입안에 머금고 몇 초 가량 입천장까지 구석구석 코팅한다는 느낌으로 굴려보기를 권한다.(p.165)” 의외로 미각을 느끼는 세포는 혀뿐만 아니라 구강 내부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며 구강과 비강은 연결되어 있다. 어떤 전문가들은 와인을 입에 머금은 상태에서 공기를 빨아들이며 마치 가글을 하듯 입안을 헹군다. 공기를 흡입하면 맛과 향이 한층 풍부해지기 때문이란다.

 

독일의 대표적 화이트 와인 리슬링이 한식과 꽤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 심지어 국물 있는 떡국과의 궁합도 괜찮다는데, 와인 해호가로서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 세계 리슬링의 60% 이상이 독일에서 재배될 정도로, 독일은 리슬링의 나라다.(p.169)” 리슬링이 여러 음식과 두루두루 어울리는 이유는, 은은하고 싱그러운 과실 향에 신맛과 단맛이 모나지 않게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풍미가 신맛이나 단맛 한쪽으로 쏠렸다면 간이 강한 한식과 조화를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와인 매장에서 뭘 살지 모르겠다면, 직원에게 재구매율 높은 와인으로 추천받아도 실패율이 줄어들 것이다.(p.203)” 와인 애호가들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돌고 돌아 도착하는 최종 목적지, 바로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의 피노 누아다. 영롱한 루비색에 얇은 투명 커튼처럼 섬세하면서도 육감적이고 세련된 이 액체를 접하면 와인 분류 기준이 달라진다. 부르고뉴 피노 누아와 기타 와인으로, 와인 초보더라도 단박에 구분할 수 있을 만큼 맛과 향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한껏 드러내니 그 존재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미국이나 뉴질랜드의피노 누아도 나름 인정받고 있으나 여전히 브르고뉴 피노 누아에 견주기에는 기량 차이가 크다. 부르고뉴 와인을 영접한다면 지역 단위 혹은 마을 단위부터 시작해서 경험을 쌓으며 차근차근 위 등급으로 올라가는 게 무난할 것이다. 시음 데이터가 쌓여야 프리미어 크뤼나 그랑 크뤼 등급 와인의 진가를 더욱 또렷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와인은 품종에 따라 맛과 향의 성격이 천양지차이, 설사 같은 품종이더라도 재배지가 프랑스 보르도냐 미국 캘리포니아냐에 따라 또 다르다.(p.249)” 그러하다 보니 예를 들어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의 피노 누아 와인과 미국 캘리포니아의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을 같은 범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100점짜리 피노 누아와 100점짜리 카베르네 소비뇽은 수학 100점과 국어 100점만큼이나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와인의 역사나 풍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를 하나씩 시음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정리해 놓았다. 와인을 처음 배우거나 가성비 좋은 와인을 찾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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