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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의 작은 식물은 언제나 나보다 큽니다 | 일반 서평 2020-10-1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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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 방의 작은 식물은 언제나 나보다 큽니다

김파카 저
카멜북스 | 2020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식물의 초보자도 쉽게 식물을 기를 수 있도록 경험을 위주로 알려준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내 방의 작은 식물은 언제나 나보다 큽니다

김파카

카멜북스/2020.6.22.

sanbaram

 

경제발전으로 생활의 여유가 생기자 반려동식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움직이는 동물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많고 반려식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적은 것이 현실이다. 말 못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식물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하지만, 초보자를 위한 마땅한 책은 많지 않다. 전문가들이 쓴 책은 너무 이론적이고 과학적인 내용이 주가 되어 재미없고, 경험을 강조하는 책은 지은이의 개성이나 선호도가 강해 참고할 점이 적었다. 그런데 <내 방의 작은 식물은 언제나 나보다 큽니다>는 식물 전문가라기보다는 초보를 면한 사람으로 식물에 대한 열정과 경험을 고스란히 책에 녹여냄으로써 처음 식물에 관심을 갖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 생각 된다. 저자 김파카는 본명이 김유은으로 식물과 잘 지낸 지 5년차다. 식물과 함께 자라는 중이며,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식물을 키우며 잼프로젝트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운영한다.

 

<내 방의 작은 식물은 언제나 나보다 큽니다>는 식물을 처음 키우는 사람이나 잘 모르는 사람에게 좀 더 친근하게 말을 걸고 싶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식물과 친해지고 그들이 뭐라고 말하는지 들을 수 있는 사이가 되면 이보다 더 좋은 인생의 친구이자 조언자가 또 있을까 싶다.(p.6)”는 생각을 하게 되기까지 식물 초보에서부터 책을 쓰게 되기까지의 5년간의 경험을 5가지 주제로 엮었다. “1. 키우기 쉽다는데 난 왜 어렵지? 2. 말 없는 사람과 친구가 되는 기분 3, 집 안에서 멋지게 식물 키우는 법 4. 이번 생은 화분에 담긴 인생이라 5. 모든 것은 식물 덕분입니다.”가 그것이다. 각 주제마다 식물과 함께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지식이 무엇인지 설명을 하면서 집에서 키우기에 적합한 식물을 소개하면서 그 식물의 특성이나 주의할 점 등을 이야기로 전개하여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성격도 키우는 식물들을 닮은 것 같고, 그들의 일하는 모습도 키우는 식물의 리듬과도 많이 닮아 있었는데, 자주 가는 다육식물 농장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알게 되었다.(p.34)” 번식한 식물을 새로운 포토에 옮겨 심는 일, 분리된 아기 다육 식물이 뿌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는 일, 더 풍성하게 자라도록 줄기를 다듬는 일, 잘라 낸 줄기에 새잎이 나오길 기다리는 일, 적절한 흙으로 배합하는 일까지, 모든 스케줄은 식물의 리듬에 따라간다. 식물이 자라는 속도와 순서에 맞춰 업무가 정해지는 것이다. 식물 파는 일은 어렵지만 웃음이 나는 일 같다. 작은 존재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커다란 매력이 있다고 한다.

 

햇빛이 부족하면 커다란 잎이 소용없다. 큼직한 잎을 가지고 있던 식물한테서 어느 날부터 조그만 잎만 나온다면 햇빛이 부족하다는 의미다.(p.61)” 스파티 필름이 햇빛이 부족한 우리 집에서 살게 된 날, 딱 그랬다. 잎이 엄청 큼직하고 풍성했는데 계절이 두세 번 바뀌고 나서는 새로 나는 잎들이 완전히 다른 사이즈로 자랐다. 광합성을 충분히 하지 못해서 에너지가 반토막 난 만큼 잎의 크기도 반쪽으로 줄어들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어쩌다 혼자 사는 남자의 집에 가게 되었다. 방을 슬쩍 둘러보다가 베란다에서 빨간 방울토마토가 주렁주렁 달린 화분을 발견한다면 그 남자가 조금 달라 보이지 않을까?(p.82)” TV두라마 속 장면을 보면서, 글을 쓰는데 꽃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꽃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은 먹고 살만 하니까 꽃도 키우나 보다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저 사라지는 것에 돈을 쓰는 작은 사치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가에게 꽃은 사치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장식이 아니다. 최선의 하루를 보내기 위한 일상 속 루틴이다.

 

식물과 함께 지내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식물을 고른 것이 아니라 우리 집에 햇빛이 얼마큼 들어오는지 체크하는 것이다. 식물은 햇빛 없이 자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종종 잊어버린다.(p.119)” 우리 눈에는 똑같은 빛인데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빛은 한 번 걸러져서 들어온다. 식물이 원하는 일조량의 절반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특히 서쪽과 북쪽을 바라보는 창문에 식물을 두었다면, 유리창을 활짝 열어 놓는 것이 좋다. 환기도 되니까 식물에게도 좋고 나에게도 좋다. 햇빛이 부족해서 기분 상한 식물에게 바람을 쐬어 주는 것으로 후한 점수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식물 킬러들이 물을 많이 줘서 죽인다.(p.135)” 흙 속을 관찰해 보고 축축한지, 건조한지를 체크하자. 흙이 건조하게 말라 있으면 물을 주면 되지만, 물을 줬는데도 잎이 처진다는 건 뿌리가 상해 죽어 가는 중이라는 뜻이다. 아쉽지만 방법이 없다. 죽어가는 식물을 살리는 방법은 뿌리의 건강을 회복시키는 것뿐이다. 진짜 고수는 화분 위에 초록빛 존재가 없는데도 시간이 지나면 새잎이 나올 것을 알고 햇빛 아래에서 기다리는 사람이다.

 

실내에서 식물을 키우는 현실적인 방법은 일단, 처음 들인 식물은 무조건 가장 좋은 창가 자리로 안내하는 것이.(p.144)” 그곳에서 최소한 2-1개월 정도 우리 집에 적응하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결국 식물은 시간을 먹고 자란다. 우리와 다를 게 없다. 아주 조금씩 꾸준하게 적응하는 시간이 식물을 튼튼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사실 햇빛이 얼마나 잘 드는지 보다 매일 창문을 열고 얼마나 환기를 자주 시키는지가 더 중요하다. 새로 산 식물이 우리 집에 와서 조금씩 변하는 것처럼 나도 주변 사람들과 환경에 의해 조금씩 변한다. 언제나 그대로인 것 같은 선인장도 자세히 보면 몸집이 커진다든지 분명 조금씩 자라고 있다. 변화가 없는 건 죽어 가고 있다는 뜻이다.

 

당신의 일은 나무와 같다. 그 뿌리는 꿈과 욕망이라는 흙 속에서 살아간다. 모두의 꿈과 욕망이 아니라 당신이 섬기고자 하는 사람들의 꿈과 욕망 말이다.” -세스 고딘(p.171) 누군가의 나무가 멋져 보일 때, 그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해낸 것이라는 것을 안다. 쉽게 가고 싶은 마음이 들면 숲을 떠올린다. 똑같은 나무만 있는 숲보다는 다양한 나무가 자라는 숲이 더 멋지다. 각자 피는 시기가 달라서 늘 아름다운 이유다. 반려식물을 성공적으로 키우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 식물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이다. 관심을 갖다보면 열정이 생기고 그렇게 됐을 때 제대로 식물을 이해하고 키울 수 있는 것이 보이게 된다. 식물을 키우고 싶지만 초보자라서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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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익태 케이스 | 일반 서평 2020-09-2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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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안익태 케이스

이해영 저
삼인 | 201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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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부르고 있는 애국가의 작곡자 안익태에 대한 고찰을 통해 새로운 애국가 제정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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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익태 케이스

이해영

도서출판삼인/2019.6.15.

sanbaram

 

각종행사나 공식적인 모임에서 우리는 애국가를 부른다. 어려서부터 불러왔기 때문에 별다른 생각 없이 부르고 있지만 그 속에 담긴 뜻을 생각해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애국가의 작곡가에 대해 고찰해 보고 언제부터 어떻게 부르게 되었는지 알아보며, 어떤 문제가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안익태 케이스>. 저자 이해영은 현재 한신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및 대학원을 마친 뒤 독일 마부룩 대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독일은 통일되지 않았다 : 독일통합 10년의 정치경제학>, <낯선 식민지, 한미 FTA> 등을 저술했다.

 

<안익태 케이스>는 가장 중요한 국가 상징 가운데 하나인 <애국가>, 그 중에서도 안익태의 <애국가>에 대한 것이며, 안익태의 전기는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애국가라면 애국이라는 공동체의 합의된 가치를 담아내야 하고 또 애국이라는 기준에 부합할 것을 요구하게 된다. 그래서 애국가라는 것이 국가 상징의 주요일부 이므로 나는 무엇보다 정치학적 관심에서 접근하고자 했다. 그러므로 이 책 <안익태 케이스>는 정치학 연구의 한 사례이다.(p.16)”라고 책의 저술 방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애국가의 작곡자에 대한 고찰을 위해 그의 일생동안 행적을 추적하게 되고 아울러 친일행위와 그의 작곡인 <애국가>가 우리나라 애국가로 자리 잡게 되는 과정을 알아본다. 그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것과 현재 우리의 처지에서 애국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논쟁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독자들도 책을 읽어가며 우리의 애국가에 대한 생각을 나름대로 정립해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음악이란 것이 정치와 멀리 떨어져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애국가의 제창을 통해 주권자 시민은 자신들 주권의 구현체인 국가라는 최고 공동체와의 정서적 결속과 충성의 서약을 한다. 이는 성전도, 사제도, 제단도 없는 시민종교적 프로세스로서, 일종의 시민으로서의 순수 신앙 고백같은 것이다.(p.15)” 그런데 그 곡을 작곡한 사람이 나라를 배반한 친일행위나 반인륜적인 나치에 부역한 사람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이 책에서는 그 점에 대해 기록과 자료를 중심으로 자세히 지적하고 있다. 안익태가 성장기를 거쳐 미국 유학시절 애국가를 작곡할 때까지는 애국심이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애국가 작곡 후에 유럽으로 건너가 일본인 에하라 고이치의 도움을 받고, 이름 또한 아키타이 안으로 개명을 한다. 그리고는 일본의 건국절에 일본천황을 위한 음악회에서 지휘를 하고, 나치 독일에서 유일한 조선 출신 제국 음악원 회원이 되어 나치활동에 조력하기도 하였다.

 

일본의 기원절, 곧 건국 기념일인 1943211일 목요일 오후 7시 반, 유명한 빈의 무직페어라인(음악협회) 대공연장에서 빈 국립 오페라 합창단 그리고 시립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베토벤의 <레오노래> 서곡과 <교향곡 7> 그리고 자신이 작곡한 <만주국>이 무대에 올랐다.(p.107)”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독일의 패배가 확실시되던 이날 연주회에는 베를린 일본대사관 참사관과 그리고 만주 공사관에서는 에하라 고이치가 참석했다. <만주국>이란 곡은 <코리아 환상곡>을 재활용 한 것이다. 즉 스스로 만든 <애국가>를 자기 일신을 위해 가사를 바꿔 매국의 도구로 재활용한 것이다. 에키타이 안의 상황이 아주 특수한 사실이라 하지만 그가 이처럼 친일 협력의 경로를 밟는 것은 자발적인 행보였다.

 

“194999일 같은 날 북한에서는 북한 애국가가 정식 사용되기 시작하였고, 남한의 국회는 통일이 될 때까지 보류한다는 취지로 국가 제정안이 철회 동의 되었다. , 사실상 부결되었다.(p.154)” 하지만 이미 그 해 8월 대한민국 정부는 국가로서 성문 규정화하진 않았으나 영국 등과 같이 범국민적 (초법률적) 관행으로써 정식 국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것이 안익태의 애국가가 대한민국의 애국가로 자리 잡게 된 과정이다. 상해 임시정부 초창기부터 스코틀랜드 민요곡에 맞추어 부르던 애국가가 해방 전후에 안익태의 애국가로 조금씩 바꾸어 불리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1948년 정부수립 이후 보류시킨 애국가 자리를 슬그머니 안익태의 애국가로 채워지게 된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법률적인 애국가를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박영근이 대변한 조선 음악 동맹 측의 안익태 애국가에 대한 비판은 첫째, 해방 이전의 것이라 해방의 감격과 열정을 담지 못하고, 둘째, 음악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그 선율과 리듬이 야소 찬미가조 곧 기독교 찬송가 풍이며, 셋째, ‘봉건적, 종교적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작품이라는 것이다.(p.145)” 이런 문제점뿐만 아니라 안익태 <애국가>의 치명적 흠결은 그 선율이나 가사보다도 그것은 지은 사람에 있다. <애국가>를 통해 애국이라는 기본 가치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자신이 애국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불문율이다. 그러기에 비애국적애국가는 그 자체로 하나의 형용 모순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애국가를 다시 제정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다만 그 방법은 모른 체하기, 통일 될 때까지 그냥 사용하기, 2 애국가를 다시 만들기, 공모형 애국가를 만들기.’ 등 네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 애국가의 실상이 널리 알려지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우리의 애국가가 빠른 시일 내에 제정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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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원 기행 | 일반 서평 2020-09-0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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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국 정원 기행

김종길 저
미래의창 | 2020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정원의 개념 및 조성의 역사와 철학, 그리고 우리나라 대표정원의 소개와 관람방법까지 소상히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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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원 기행

김종길

미래의창/2020.6.1.

sanbaram

 

도시화가 진행되고 소득이 증가하면서 자연을 가까이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 결과 교외주택이나 별장, 팬션 등이 인기를 끌었고 그 중심에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조상들은 산지가 주를 이루는 우리의 땅에 살면서도 자연을 항상 가까이 하는 생활을 하려 여러 모로 노력해왔다. <한국 정원 기행>은 이러한 우리 선조들의 자연사랑을 엿볼 수 있는 정원에 대해 살펴보고 그 특징들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 김종길은 세상의 공간을 여행하고 기록하는 인문여행가로, 남도 민중들의 삶의 터전인 경전선의 <남도 여행법>, 수도자의 치열한 구도 공간인 지리산의 불국토 <지리산 암자 기행>, 조선 문인들의 은일과 합일의 세계인 옛 정원을 담은 <한국 정원 기행> 등의 저서가 있다.

 

<한국 정원 기행>에서 저자는 누군가 우리 옛 정원을 보는 법을 물으면 오감을 열어젖힐 것, 풍경 바깥을 살필 것, 그 속을 거닐 것, 나직이 읊조릴 것, 가만히 응시할 것, 깊이 침잠할 것.(p.4)” 등을 말했다고 한다. 서양의 실용정원과 달리 동아시아 정원은 자연을 보고 즐기는 열락이나 심미적인 정원에서 출발했다. 그러면서도 한, , 일 삼국은 각기 다른 특색을 갖는 정원을 꾸며 왔다. 중국 정원은 인공으로 자연을 만들고, 일본은 집 안으로 자연을 끌어들이고, 한국은 자연 속으로 들어간다.(p.5)”는 것이다. 우리 정원을 설명하는 이 책에서는 동선을 따라 정원을 관람하면서 그 특징과 공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정원을 만든 사람과 당시의 시대 상황이 어떻게 반영됐고, 정원가의 사상이 어떻게 구현됐으며, 후손들은 정원을 어떻게 유지했는지를 살펴본다. 또 우리 정원 보는 방법을 별도로 소개함으로써, 실제로 정원 현장을 답사할 때의 유용함뿐만 아니라 직접 가지 않더라도 사진과 글로 충분히 우리 정원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게 한다.

 

정원은 혼자의 정원이자 관계의 정원이요 교유의 정원이다. 이제 정원은 모두에게 이상향이면서도 즐거움을 누리고 마음을 두고 치유할 수 있는 현실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은 정원의 기능에 대해 말하면서 4개의 주제로 나누어 우리의 정원을 설명한다. ‘1부 조선의 3대 민간정원, 2부 별서 정원, 3부 주택, 별당 정원, 4부 한국의 정원이 그것이다. 정원(庭園)이라는 단어는 일본인들이 19세기 후반에 만들어낸 말로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에 도입되었으며, 원림(園林) 또한 중국에서 온 말이다. 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정원을 원림이라고 한다. 정원의 ()’은 집안에 있는 마당을 가리키고 ()’은 울타리로 둘러싸인 과실수를 심은 동산을 가리킨다. 한국의 경우에는 정원이 울타리로 한정된 공간이라기보다는 주변 경관까지 포함하고 있어 주남철 교수는 정원(庭園)’이 아닌 정원(庭苑)’으로 표현하자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조선시대에는 정원과 함께 원유(苑?)’라는 용어도 종종 사용했다.

 

별서의 대표적인 건물은 정자이다. 정자는 별서 정원의 중심이다. 정자는 최소한의 인공물로, 한국 정원의 중요한 특징이다. 수려한 자연 속에 최소의 시설인 정자를 지어 주변 자연을 정원으로 끌어들였다. 우리 옛 정원은 정자 마루나 대청에 걸터앉거나 드러누어 보라고 한다. 자연으로 동화되어가는 정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자에는 편액이 걸려 있고, 경관을 노래한 시문이 있고, 내력을 기록한 기문이 있다. 정자는 그 자체가 정원의 중요한 요소이다. 거기에 실린 글들은 정원의 공간과 경관을 이해하는 주요 자료이다. 별서는 대개 울타리로 둘러친 내원, 그 바깥의 외원, 주변을 둘러싼 자연까지 포함하는 세 개의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별서는 울타리 내부뿐만 아니라 정원 외부의 바라보이는 대상까지 포함했다. 이것이야말로 울타리 안만 정원으로 보지 않는 우리 정통 정원의 독보적인 시각이다. 별서 정원을 관람하다보면 처음에 보이던 영역들 간의 경계는 사라지고 전체로 통합된 하나의 공간만 남는다는 걸 깨닫게 된다.

 

지방의 별서는 살림집 기능은 거의 없고, 정자 중심의 시설로 간단히 휴식을 취하고 기거할 수 있었다. 영남 지역은 사림파가 많아서 별서가 주로 강학의 장소로 활용됐고, 서울과 호남의 경우에는 주로 교유와 풍류의 장이었다. 또한 호남의 별서는 주로 넒은 들판이나 멀리 산과 주변의 계곡을 같이 즐길 수 있는 곳에 있었다면, 영남과 서울, 충청의 별서는 주로 계곡이나 나무숲에 있었다. 한국 정원에는 (), 원경(遠景), 취경(聚景), 다경(多景), 읍경(?景), 환경(環境) 등의 다섯 가지 경관 처리 기법이 있다. 비어() 있는 누정에서 멀리 있는 경치를 조망하고(원경), 주변 경관을 누정에 모으고(취정), 먼 곳의 다양한 경관을 누정을 모으거나 누정에서 다양한 경관을 보거나(다경), 누정 속으로 자연 경관을 끌어들이고(읍경), 누정 주위에 자연 경관이 병풍처럼 둘러(환경) 있게 한다.

 

1에서는 조선의 3대 민간정원에 대해 설명한다. 첫째, ‘윤선도와 보길도 부용동 원림을 소개하면서 윤선도가 보길도에 그의 이상향을 실현하게 된 이유와 그곳에서의 삶에 대해 소개한다. 아울러 부용동의 원림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저자의 경험을 살려 이야기 한다. 둘째, ‘양산보의 담양 소쇄원 원림에 대한 설명이다. 보길도보다는 접근하기 쉽기에 제일 잘 알려진 정원이라 생각되는 이곳에 원림을 조성하게 된 동기부터 부여하고자 했던 그의 이상적인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지나쳐 버리기 쉬운 구석구석까지 그 의미를 소개하면서 정원의 관람방법에 대해 소상히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정영방의 영양 서석지에 대해 설명한다. 비교적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석지만의 독특한 특징을 비롯하여 옛 사람들의 사상이 어떻게 정원에 구현되었는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2 별서 정원에서는 안동 만휴정 원림을 시작으로 예천의 초간정 원림, 대전 남간정사, 서울 석파정, 서울 성낙원, 강진 백운동 별서, 강진 다산초당, 화순 임대정 원림 등을 소개한다. 누가 왜 그곳에 별서 정원을 조성하게 되었는지 하나하나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소개된 글을 읽고 별서 정원을 방문하게 되면 여러 가지 새로운 것들을 눈과 마음에 담을 수 있게 되리라 생각 되었다.

 


3 주택, 별당 정원은 경주 독락당을 비롯하여 아산 건재 고택, 함안 무기연당, 달성 삼가헌 하엽정, 봉화 청암정, 강릉 선교장 활래정 등에 대해 누가 언제 어떤 목적으로 그런 정원을 꾸미게 되었고 후손들은 정원의 유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소개 한다.

 

4부 한국의 정원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널리 알려지거나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양산 어곡리 우규동 별서 외 32개 정원을 간단간단하게 소개한다. 자세한 내용이야 직접 관람하고 연구하면서 보면 좀 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이 책을 통하여 우리의 정원문화가 형성된 시기와 기본 구조 및 철학뿐만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이상향이나 그들이 추구했던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 정원을 방문하여 관람하면서 즐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졌거나 가치가 있는 정원을 백과사전처럼 소개하고 있어 정원문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정원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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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 일반 서평 2020-08-25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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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예스리커버]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정재찬 저
인플루엔셜 | 2020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인생에 대한 7가지 주제를 14회에 걸쳐 강의한 내용을 정리하여 시와 소설, 영화 등을 경험으로 버무려 엮어낸 책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자기 삶의 언어를 찾는 열네 번의 시강의

정재찬

인플루엔셜/2020.5.25.

sanbaram

 

시인은 시에 자기의 세상과 철학을 담아 표현하고, 독자는 시를 통해 세상을 보게 된다. 그러나 시를 읽는 사람들은 제각각의 해석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은 시를 통해 인생이 무엇인가에 대해 탐구한다. 7개의 주제로 14회에 걸쳐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저자 정재찬은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및 동대학원 국어국문학과 국어교육과를 졸업했으며, <시를 잊은 그대에게>로 대중에게 시 읽는 기쁨을 가르쳐준 시 에세이스트. 지은 책으로 <그대를 듣는다>, <현대시의 이념과 논리> <문학교육의 사회학을 위하여> 등 여러 권이 있다.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의 서문에서 시는 유리창과도 같습니다. 닫힌 문으로는 볼 수 없던 바깥의 풍경들을 보게 해주기 때문입니다.(p.7)”라고 말한다 하지만 유리창은 소통의 통로이자 단절의 벽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자는 문을 열고 거리로 나서 바람의 숨결을 직접 느끼는 것은 독자의 몫이라고 말한다. 밥벌이, 돌봄, 건강, 배움, 사랑, 관계, 소유 등 모두 7개의 주제로, 주제 당 2회의 강의 내용을 정리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주제를 잘 표현한 시를 중심으로 소설과 영화의 내용 경험과 함께 소개하면서 우리의 인생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들려준다. 그래서 인생이란 무엇인가 조용히 되짚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우리는 먹을 밥을 벌기 위해 일한다. 그냥 밥만 버는 것이 아니라 그 일에 가치를 느끼게 되면 그만큼 행복하게 느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길일수록 힘이 들고 위험하며, 더럽다. 이른바 흙길이다. 하지만 모든 꽃길은 그 밑에 흙을 깔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흙길이 아니면 꽃을 피울 수 없다. 그래서 흙길이 곧 꽃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제 아무리 고상한 사람인들 지금 배고프면 먹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죽습니다.(p.34)” 먹는다는 일은 살기 위한 본능이기에 매우 치열한 일이지만 좀 서글프기도 하다. 인간이 이거밖에 안 되나 싶지만 개미나 벌과 다를 바가 없다. 죽음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밥과 밥벌이의 비애에 저항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다.

 

소금 시

윤성학

로마 병사들은 소금 월급을 받았다

소금을 얻기 위해 한 달을 싸웠고

소금으로 한 달을 살았다

 

나는 소금 병정

한 달 동안 몸 안의 소금기를 내주고

월급을 받는다

소금 방패를 들고

거친 소금밭에서

넘어지지 않으려 버틴다

소금기를 더 잘 씻어내기 위해

한 달을 절어 있었다

 

울지 마라

눈물이 너의 몸을 녹일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소금은 눈물의 맛이다. 그냥 눈물의 성분이 짜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고, 소금은 눈물 없인 얻을 수 없는 귀한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오늘날 우리가 직장인을 셀러리맨이라고 부를 때, (sal)’의 라틴어 어원이 바로 소금이다. 초기 로마 시대에는 소금이 화폐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관리나 병사의 급료도 소금으로 지급했는데 그 급료를 살라리움(salsrium)’ 이라고 불렀고, 소금이 화폐로 대체된 뒤에도 지금껏 그 명칭은 살아남아 봉급을 셀러리라 부르고 있다. 병사를 뜻하는 영어 단어 soldier소금을 주다라는 단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잘 변하지 않는 사람을 변하게 만들어야 하기에 교육은 힘들고 위대한 것이다. 자녀에 대한 사랑과 돌봄도 그러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내가 원하는 대로 자녀가 즉시 곧바로 변하길 기대한다면 차라리 로봇을 사라고 한다. 반려동물도 그러지 못한다. 변할 때까지 지치지 않고 잔소리하는 것은 애정이 아니라 집착의 징표라는 것이다. 허영만 화백은 <식객>에서 맛은 추억이다. 맛을 느끼는 것은 혀끝이 아니라 가슴이다. 그러므로 절대적으로 훌륭한 맛이란 없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p.125)”라고 썼다. 교육도 맛과 같아 부모의 욕심에 의한 집착이 아닌, 아이를 위한 사랑으로 감싸주어야 오랫동안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처럼, 영화의 카메라처럼, 우리 인생도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인 겁니다.(p.152)” 다른 사람들, 남의 집을 보면 다 잘 사는 것처럼, 다들 행복하게 사는 것처럼 보인다. 멀리서 보니까 그렇다. 하지만 나 자신, 우리 집을 보면 우울해진다.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비극적인 부분만 돋보인다. 가까이서 보니까 그런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기 인생도 지금 당장의 가까운 시점에서 보면 비극이다. 하지만 며칠, 몇 달, 몇 년이 지난 후 멀찌감치 돌이켜보면 별거 아니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행복하려면 자기 자신을 약간 떨어진 자리에서, 좀 더 객관적인 시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혼자 사는 건 외롭고 같이 사는 건 괴롭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토록 뜨겁게 사랑하고

아이나 의리를 핑계 삼아 오래도록 함께 살아가고 있지요.(P.203)

옛사랑이란가지 않은 길과도 같다. 가지 않았기에 빛나 보일 따름이다. 그 길을 간다고 해도 또 다른 구속에 지나지 않다. 이러려고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내 맘에 둔 것이 아니며, 꽃이 진 것을 이듬해 봄까지 그리워할 건 아니자 않느냐고 말한다. 이렇게 보면, 사랑은 자유와 구속 사이의 줄다리기 같다는 것이다.

 

<법구경>에 이런 말이 있다. 어리석은 자는 한 평생 다하도록 현명한 이를 가까이 섬겨도 참다운 법을 깨닫지 못한다. 국자가 국 맛을 모르듯이(p.241)” 혀는 국 맛을 알지만 국자는 국 맛을 알 수 없다. 우리가 국자 신세는 면해야 하지 않겠냐고 저자는 말한다. 얼음이 찬 것은 식은 게 아니라 바르게 된 것이고, 냉장창고 속에서 오래 있으면 추위를 잊게 되는 것은 추위가 변해서가 아니라 변치 않아서 익숙해진 것이고, 그 덕에 우리는 추운 겨울과 뜨거운 여름에 동상도, 화상도 입지 않고 평생을 동거하며 공존해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한다.

 

소설은 가상현실과도 같다. 소설 읽기란 그 가상현실 속의 캐릭터에 동화되어 그의 운명에 동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타고난 신분의 울타리에서 살아야 했던 중세와 달리 근대사회는 개인의 인생과 운명에 대해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p.253)”

 

티벳에서

이성선

사람들은 히말라야를 꿈꾼다

설산

갠지스강의 발원

 

저 높은 곳을 바라보고

생의 꽃봉우리로 오른다

 

그러나

그 산 위에는 아무것도 없다

 

생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무 것도 없는 곳으로 가기 위하여

 

많은 짐을 지고 이 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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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일반 서평 2020-08-2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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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냉정과 열정사이 Rosso

에쿠니 가오리 저/김난주 역
소담출판사 | 2015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밀나노에서 일본인의 가정에서 태어난 아오리가 미국인 남자친구와 동거하는데, 옛날 친구를 통해 도쿄에서 사랑했던 사람의 소식을 접하면서 마음의 갈등으로 생활이 변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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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에쿠니 가오리/김난주

소담출판사/2003.10.28.

sanbaram

 

아오이는 부모님의 근무지인 밀라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현지 초등학교를 다니다 고학년 때 일본인학교가 생겨 옮겼다. 대학교 4년 동안 일본으로 유학을 다녀와 밀나노 변두리의 작은 앙티크 보석가게에서 일을 한다. 가게를 자주 찾던 미국인 포도주 수입상 마빈과 고급 아파트에서 동거하게 되면서 파트타임으로 바꿨다. 마빈의 누나 안젤라는 여행을 하다 가끔 밀라노에 들러 한두 주일씩 묵어가기도 하였으며 아오이와 잘 어울렸다. 아오이는 일이 없는 오후에 느긋하게 목욕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오랜 시간 목욕탕에서 지내고, 책을 좋아하여 도서관을 자주 들른다. 점심시간에도 개구리정원에서 책을 읽곤 한다. 초등학교시절부터 친구인 다니엘라와 자주 만난다. 다니엘라는 루카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다.

 

마빈과 동거하고 2년여의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일본인 학교와 고등학교를 같이 다녔던 다카시가 찾아왔다. 다카시와는 일본의 대학에 유학할 때도 다시 만났던 오래된 친구다. 도쿄에서 있었던 대학생활을 회상하다가 아오이가 사랑했던 쥰세이에 대한 이야길 한다. 그동안 기억 속에 봉인되었던 쥰세이와의 추억이 그 후로 문득문득 생각나곤 한다. 다카시가 다녀간 후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쥰세이의 편지를 받게 되었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한 밤에 전화를 하지만 통화를 하지 못한다.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마빈의 청혼에도 응하지 않고 동거하던 아파트를 나와 생활한다. 결국 아오이는 30번째 생일날, 친구와 지인들과의 저녁 약속을 파기한 채,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에서 10년 후에 만나자고 한 쥰세이와의 약속을 떠올리며 급히 피렌체로 향하게 되는데…….

 

다카시한테서 도쿄 냄새가 났다. 딱히 어디가 어떻다고는 할 수 없지만 손과 발과 분위기와, 다카시의 동작 하나하나가 나로 하여금 도쿄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 세 명이 외국에서 온 특별한 학생이었을 때, 또는 일본이란 나라의 불온한 평화로움에 젖어 아이덴티티를 잃어 가고 있을 때.(p.96)”

외국에서 나고 자란 아오이와 같은 처지였던 다카시, 미국에서 나고 자란 쥰세이는 도쿄의 대학에서 만났지만 외국에서 나고 자란 같은 처지였기에 자주 어울렸다. 그러다 급기야 쥰세이와는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영원히 함께 할 것 같던 쥰세이와 다투고 헤어진 후 잊고 지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다시 만난 다카시에게서 도쿄의 냄새와 향수를 느끼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쥰세이를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한밤이 되어서야 편지를 읽었다. 마빈이 침실로 들어가기를 기다려, 부엌에서 읽었다. 파란 볼펜으로 쓰여진 낯익은 쥰세이의 글씨, 쥰세이는 섬세하고 아주 예쁘고 꼼꼼하게 글씨를 쓴다. 다 읽는 데 노력이 필요했다. 편지지를 쥔 손가락에 힘이 주어지지 않았다. 읽는 도중에 기억이 밀려오기도 하고 숨이 갑갑하기도 하여 몇 번이나 중단하였다. 그 때마다 벽과 바닥과 천장을 쳐다보았다. 벽과 바닥과 천장, 냉장고와 식기 수납장과 전자레인지를, 숨을 들이쉬고, 숨을 토하고, 그럭저럭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것은 긴 편지였다.(p.175)”

부족한 것 없이 여러 모로 완벽한 마빈과 함께 있어도 이루지 못한 사랑의 추억은 아오이를 놓아주지 않는다. 옛날 애인의 편지를 읽기 위해 마빈이 잠든 밤 부엌에서 추억을 하나씩 음미해가면서 편지를 읽는 모습에서 아오이의 마음 상태를 알 수 있다. 가슴 속에 고이 간직 되어 있던 추억을 상기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현실과의 괴리감에서 아오이의 마음 갈등이 행동으로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사람이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속밖에 없는 것이란다.”

페테리카는 내 얼굴도 보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거의 혼자 중얼거리듯.(p.210)

어렸을 때부터 귀여워해주고 보살펴 주던, 이제는 할머니가 된 페테리카가 아오이에게 행복한 가정을 꾸리라고 조언해 주는 장면이다. 그러나 아오이의 성격을 알기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혼자말처럼 중얼거리고 있는 것이다.

 

작가 에쿠니 가오리는 델라웨어대학교 메지로대학 단기대학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3회 나오키상을 비롯한 여러 문학상을 받았으며, 저서로 <별사탕 내리는 밤>, <도쿄타워>, <나비>, <개와 하모니카> 등 여러 권의 소설이 있고, 여러 편이 영화로 촬영되기도 했다.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작품을 쓰면서 느꼈던 것을 후기에서 어떤 사랑도, 한 사람의 몫은 2분의 1이란 것을, 어떤 사랑을 하는 것보다 절실하게 느끼면서, 2년 남짓을 일했습니다.(p.260)”라고 밝힌 것처럼 한 사람의 인생을 소설로 엮어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면서 인생이란 그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 성립되며, 마음이란 늘 그 사람이 있고 싶어 하는 장소에 있는 법이라는 것을 아오이의 마음을 통해 표현한 것이 이 소설 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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