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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위안 | 일반 서평 2022-08-1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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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슬픔의 위안

론 마라스코,브라이언 셔프 공저/김설인 역
현암사 | 2019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누구나 겪는 슬픔을 극복하는 것에 대해 4장 29개 주제로 사례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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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위안

론 마라스코, 브라이언 셔프/김설인

현암사/2019.12.5.

sanbaram

 

사람이 살다보면 누구나 슬픔과 마주하는 때가 있게 된다. 부모형제나 가까운 사람들과 사별하게 되는 때가 반드시 온다. 그럴 때 사람들은 저마다 슬픔을 느끼게 되지만 그 강도나 이겨내는 방법은 제각각 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슬픔의 위안>은 슬픔을 이겨내는 것에 대해 강의한 내용과 많은 사례들을 애통의 과정인 네 개의 기본 궤적을 각 장으로 구성하여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책의 목적이 바로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슬픔의 위안>은 사랑하는 누군가의 죽음에서 시작되어 살아 있는 이의 삶으로 돌아오는 슬픔의 궤적을 찬찬히 묘사한다. 저자 론 마라스코는 연출가이자 작가로 활용하며 미국 로스앤젤레스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및 예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영화와 연극, 소설, 역사의 장면들을 슬픔이란 주제를 연구하는 한 방법으로 사용하여 강의를 해왔다. 저서로 <그곳에 있었던 개>, <배우에게 전하는 편지>가 있다. 공저자 브라이언 셔프는 미국 애리조나주 출신의 작가로 현재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다. 공동저자인 론 마라스코와 함께 영화와 드라마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 하였다.

 

<슬픔의 위안>에 담긴 모든 이야기와 정보의 존재 이유는 오직 한 가지다. 바로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전체가 네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애통의 기본 궤적이라고 생각한 순서다. 첫째, 슬픔의 무게에서는 슬픔을 깨닫는 것에서 시작된다. 둘째, 정직한 대면에서 슬픔은 감정이 격화된 상태다. 셋째, 아홉 가지 위안에서는 슬픔에 빠진 사람이 위안을 찾으려 하는 아홉 가지를 생각해본다. 넷째, 슬픔의 흔적에선 슬픔이란 감정은 그 나름의 의지가 있어서 독자들 내면의 깊이 모를 곳에서 솟아나오는 것에 대해 알아본다. <슬픔의 위안>은 스물아홉 가지 의미의 틀에 두 저자의 통찰을 담아 사별의 슬픔을 입체적으로 형상하화고 인문적 사색과 성찰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저자들은 이를 통해 슬픔에 대한 이해를 독자와 나누고자 했다. 이렇게 살펴보는 모든 것이 독자들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중 하나 자기와 비슷한 상황을 찾아내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이 책의 존재 이유라고 한다. 사랑하는 이가 죽은 뒤 잃게 되면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떠올릴 수 있는 한, 가장 소소하고 평범한 것들이다. 가장 익숙하고 일상적인 것들이 우리 삶이라는 피륙 속에 가장 깊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p.34)”라고 말하며 슬픔은 슬프다는 사실을 받아들여 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슬픔을 이야기하라.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 슬픔을 말하라. 빈 뒤뜰이나 샤워 커튼에 대고 슬픔을 이야기하라. 혼자 있는 차 안에서, 숲 속을 걸으면서 슬픔을 큰 소리로 외쳐라.(p.89)” 이렇게 하는 것이 슬픔의 토로다. 그러다 보면 슬픔에 대해 위안이 된다고 한다. 또한 순수한 휴식은 슬픔의 고통을 치료해 주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 중 하나다. 그러나 슬퍼하는 사람이 참 하기 어려운 것 가운데 하나도 휴식이다. 자연은 슬픔이 일으키는 문화의 위협을 겪고 난 후에 우리가 우리 자신을 회복시키는 데 필요한 하나의 수단이다. 살다 보면 불편할 정도로 부자연스러운 여러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난생처음 뼈저린 슬픔을 경험하고 나면 정원에서 손에 흙을 묻히는 것이, 말 그대로 땅으로 돌아가는 것이, 왜 위안이 되는지 깨닫게 된다. 함께 있기 편한 진실한 사람을 묘사할 때 흙냄새 나는이라는 말을 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비탄에 빠져 있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죽음을 앞둔 사람 역시 섹스를 통해서든 다른 형태의 탐닉을 통해서든 생명의 힘과 재결합하고자 하는 욕망을 느낄 것이다.(p.191)” 죽어가는 사람은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시간에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에 관심을 보이고 병적일 만큼 집착하기도 한다. 오늘날은 남성이 야한 농담을 하면 성범죄로, 목소리를 높이면 공격으로, 여자 친구가 열변을 토하는데 딴 생각을 하면 용서 못할 잘못으로 여기는 시대다. 남자들은 모든 광고주와 대중에게 관계자들에게 너무 자신감을 잃어서 45킬로그램 이하의 체중에 마릴린 먼로의 음색, 수술로 도톰해진 입술에 머리는 텅 빈 돈 많은 여성만이 유일한 이상형이라고 똑똑히 보여주는 것으로 복수를 한다고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엄청난 충격에 빠진 많은 사람이 슬기롭지 못한 방법으로 정의를 추구한다. 정의란 것은 얼마나 강렬한지, 형언하기 힘들 정도로 참혹하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의 마음까지 움직일 수 있다.(p.238)” 오로지 정의만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강렬한 모든 것은 동시에 위험할 수도 있다. 이것은 잘못된 방향으로 정의에 투신하는 개혁가들에게 흔히 있는 일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슬픔에 빠진 상태에서는 누구든 삐딱한 마음을 품기도 하고, 바보 같은 행동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서 슬퍼하는 이들이 느끼는 뼈저린 소외감과 두려움을 덜어주고자 했다. 사별의 슬픔은 지극히 사적인 경험이지만, 동시에 인간이면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자 불가피한 인간 경험이라고 말이다. 마음의 병으로 인한 고립 등 한 사람의 생을 타격하는 모든 고통과 슬픔의 근원은, 사랑의 상실과 결핍과 부재다. 인간은 매우 의존적인 존재라서 타인의 사소한 언행이나 부주의에도 쉽게 마음이 베인다. 한마디로 인간은 잠재적 슬픔에 항시 노출돼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이제 당신이 잃어버린 사람이 얼마나 많은 영혼 조각을 남기고 떠났는지 헤아려보라. 아마도 많이 남겼을 것이다.(p.309)” 그 사람 없이 살아간다는 의미는 이 조각들이 모여 새로 태어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된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슬픔을 갖고 있음을 알며, 나름대로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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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만든 사람 | 일반 서평 2022-07-26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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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눈으로 만든 사람

최은미 저
문학동네 | 2021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우리의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소설화 해서 보여주는 단편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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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만든 사람

최은미

문학동네/2021.9.20.

sanbaram

 

<여기 우리 마주>

딸 은채의 아토피 때문에 천연비누를 만들어 쓰던 나는 홈 공방을 거쳐 새경프라자 304호에 양초공방 사업자 등록을 했다. 남편은 반대를 했지만 여럿이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운 나는 취미반에서 자격증반으로 회원들을 유도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모든 생활이 변하기 시작했다. 중소학원 여자 기사님이었던 수미는 은채가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란 서하의 엄마이고 내 친구였다. 가족끼리 함께한 시간도 여러 번이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었고 양초공방도 힘들어졌다. 학교는 등교수업 대신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고, 아이들은 입학식과 졸업식도 온라인으로 대체되었다. 학원도 문을 닫고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되었다. 수미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며 중소기업 상공인들은 폐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공방을 운영하기 위해 가정용 CCTV를 달아 은채의 일상을 지켜보다 수미네 집 가정폭력 상황을 알게 되어 딸들을 산사로 보내기도 한다. 정부에서는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수미가 포함된 네 명의 취미반이 등록 되었다. 마스크를 하고 수업을 진행했지만 20202차 유행으로 수미가 코로나에 걸렸고 함께했던 나는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사회는 단절되어 가며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는데

 

홈 공방이 인기를 얻어 잘 되자 집안 곳곳을 공방 물건과 도구들이 점령했다. 그래서 겨울방학 동안 아끼던 은채 물건을 대대적으로 정리했다. 점차 집안일에 소홀해지고, 남편은 집에 와도 쉬는 기분이 안 들어(p.54)’하면서 서운해 했다. 급기야는 자기야, 자기 혹시 캔들 왁스 젓던 주걱으로 애 볶음밥 해주는 거 아니야. 자기야, 실리콘 몰드 데우던 해어드라이어로 애 머리 말리면 해로운 거 아니야? 자기야, 가성소다 풀면 연기가 막 나는데 애 호흡기 안 좋은 거 아니야?’ 질문을 했지만 나는 적극적으로 남편을 안심시켰다. 은채는 오래된 물건에 미련이 없어 보였고, 수납 박스를 내어주던 그 사랑스러운아이는 어딘가로 가버렸고, 휴태폰 허용 시간을 늘려보려고 나를 간 보고 여기저기 비밀번호를 걸어 놓는 열세 살이 되었다. 은채의 생일 날 온 친구들을 보면서 코로나가 없던 시절을 생각했다. 4월말부터 시작한 공방의 수업은 성공적이었고 남편은 더욱 힘들어 했다. 그래서 차라리 죽었으면 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결국 우리가 서로 욕심내기 시작한 순간부터 어떻게 다시 고립되어 갔는지. 그 외로웠던 봄에 대한 이야기를.

 

은채 학교에 갔다 오던 날은 비가 내렸다. 4월 초였고 학생들은 학교에 출입할 수 없었다. 아이 보호자들도 서로 만나서 갈 수 없었다. 공지받은 교과서 수령 시간에 좀 늦은 채로 나는 학교에 도착했고 중앙 출입구에서 열을 쟀다. 발자국 스티커가 붙어 있는 계단을 오층까지 걸어올라가는 동안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았다.(p.49)”로 시작되는 <여기 우리 마주>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한 주부의 시선으로 사회를 보는 이야기다.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었던 세계적인 코로나 대유행은 우리의 일상을 바꿔 놓았고, 그 한 편린을 이 소설을 통해 마주하게 된다. 특히 한 아이를 키우는 가정주부의 시선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모순과 시스템, 그리고 우리 이웃들을 돌아보게 한다.

 

 

<눈으로 만든 사람>

강윤희는 작은 아버지 아들의 결혼식장에서 사업이 어려워진 막내 작은 아버지 아들 열여섯 살 민서를 당분간 데리고 있기로 했다. 세 살 연하 남편 백은호와 여덟 살 백아영이 강윤희의 가족이다. 아영이는 성조숙증 진단을 받았다. 주사 맞기를 힘들어 해서 초경지연탕을 먹는데도 가슴 멍울이 없어지지 않아 걱정이다. 그런데 아영이는 민서를 잘 따랐다. 민서의 식성이 윤희를 닮은 것을 알게 되면서 그의 할머니가 자기의 할머니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피임문제로 둘은 다툰다. 서로 상대방이 영구 피임을 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식구들이 잠든 밤 강윤희가 혼술을 하고 있을 때 민서가 나타났다. 윤희가 어렸을 때 집안 분위기 등에 대해 아버지한테 들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민서가 어렸을 때 큰집에 갔을 때 윤희가 만들어준 눈사람 이야길 했다. 눈사람 머리에 흑미를 붙여 주었던 이야길 하며, 민서도 눈사람 만들 때마다 흑미를 썼다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누나가 중학교 선행님 됐다는 말을 듣고 누나반 애들을 부러워했다고 한다. 강민서는 소아림프종에 걸려 힘든 치료를 거쳐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아버지의 사업이 힘들어지면서 다시 몸이 나빠졌다. 눈 오는 날 만두를 만들고 아이들이 밖에 나갔다가 눈사람을 만들어 왔다. 한파가 심해진 삼일 후 민서의 검사결과가 나왔다. 림프절에서 시작된 강민서의 암은 간과 척수로 전이 되었다고 한다. 병원에서 만난 막내 작은 아버지는 윤희에게 어렸을 때 잘못 했던 성폭행을 참회했다. 그 죄로 민서가 아픈 것 같다면서. 최강한파와 폭설이 지난 어느 날, 아이들이 만든 눈사람을 올려놓았던 화분 받침에 물이 찰랑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이들이 만들었던 눈사람 대신에 물과 흑미만 남았다. 그것을 본 아영은 울면서 민서삼촌을 보러 가지고 조르는데.

 

우리 엄마랑 아빠 사귄다.”

강민서는 잠시 멍하게 있더니 좋겠다하면서 수줍게 웃었다.

우리 반 김유림네 아빠는 사십사 세인데 우리 아빠는 삼십사 세야. 우리 엄마는 삼십칠 세. 옛날에 아빠가 엄마보고 누나라고 불렀대. 근데 할머니한테 혼나서 이제는 그렇게 안 불러. 그치 아빠?”

백은호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백아영이 다시 강민서 쪽으로 몸을 돌렸다.(p.100)

연하남과의 결혼생활과, 어린 조카를 좋아하던 막내 삼촌의 아들인 사촌동생과 잠시 생활하게 되면서 생긴 일이다. 삼촌은 집안 어른들이 여행 갔을 때 조카를 성폭행 하게 된다. 그 트라우마를 갖고 살던 아이 강윤희가 어머니가 되고, 그 딸 아영이 성조숙증에 걸렸는데, 병들어 약하지만 열여섯 살인 사촌 동생 민서가 잠시 집에 와 있는 동안 불안한 나날을 보내는 이야기다. 친족 간에 생기는 문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저자 최은미는 2008<현대문학>신인추천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너무 아름다운 꿈>, <목련정전>, 장편소설 <아홉 번째 파도>, 중편소설 <어제는 봄> 이 있고, 5회 젊은작가상, 대산문학상, 김승옥문학상우수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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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일반 서평 2022-07-2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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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유현준 저
을유문화사 | 2015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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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어떻게 형서되었으며,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같고 생활을 하게 되는지 예를 들어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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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유헌준

을유문화사/2018.6.20.

sanbaram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이루어지면서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었다. 우리나라 역시 산업화 과정에서 도시화가 진행되어 현재는 도시에 사는 인구가 대다수를 차지할 만큼 빠른 변화를 거쳤다. 이렇게 형성된 도시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이며, 세계적인 도시들의 모습과 우리의 도시 모습은 어떻게 다른지 여러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하는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저자가 여러 지면에 실었던 글들을 기반으로 주제에 맞게 정리하고, 새로 쓴 것을 보완한 책이라고 한다. 전체 내용을 15개의 장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데 걷고 싶은 거리와 아름답지 않은 거리의 차이점은 어디에서 오는지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시대가 변하면서 세계적으로 획일화 되어가는 건축 트랜드로 인해 다양성이 멸종되어 가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이 잘 나타나 있다. 저자 유헌준은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및 유헌준건축사무소 대표건축사 이다. 그의 건축 작품은 2017년 시카고 아테나움 건축상, 독일 디자인 어워드, 아시아건축가협회 건축상, 서울시 건축상 등을 수상했으며 주요 저서로 <현대건축의 흐름>,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모더니즘 : 동서양문화의 하이브리드> 등 여러 권이 있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서문에서 저자는 건축물은 인간이 하는 모든 이성적, 감성적 행동들의 결집체이다. 그래서 건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도 좋지만 그보다는 깊지 않더라도 넓게 다각도에서 보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p.17)”고 말한다. 거리에서 교차로가 생겨날 때마다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선택의 경우의 수가 많이 생겨날수록 그 도시는 우연성과 이벤트로 넘쳐나게 된다. 유럽 도시가 더 자주 교차로와 마주치게 되고, 그만큼 보행자는 더 다양한 선택의 경험 혹은 진행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난 도로의 공간감을 체험하게 되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걷고 싶은 거리로 인정받아 관광객이 몰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더 많은 선택권을 가진다는 것은 자기 주도적인 삶을 영위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자기주도적인 삶도 우리가 원하는 것이고 우연성이 넘친다는 것은 우리가 도시에 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거리가 더 많을수록 우리의 삶은 더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걷고 싶은 거리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얼마나 많은 이벤트가 일어나는 거리인가. 어떠한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는 거리인가. 어떠한 자연환경이 있는 거리인가. 어떠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거리인가 등이 그 요소이다. 마지막 요소인 사람은 나머지 요소들이구성 되는 것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결정 난다. 사람은 시속 4킬로미터로 걷는다. 너무 느려도 사람들은 걷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상점의 입구가 자주 나오는 거리가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든다. 거리의 속도가 사람의 걷는 속도인 시속 4킬로미터와 비슷한 값을 가질수록 사람들이 더 걷고 싶어 하는 거리라고 한다. 서울의 세종로는 10차선의 속도를 늦춰 줄 수 있는 데크 공간이 너무 없다. 대신에 미국 대사관이나 역사박물관, 세종문화회관, 정부종합청사 같은 대형 건축물만 있다. 주변에 바라볼 것이 없으니 가운데를 보게 되고, 남들에게 노출되고 싶은 사람들이 그 공간을 점유하는 것이다. 그런 구성이기 때문에 시민에게 개방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을 만들었지만 항상 정치적 시위 공간이 되는 것이다.(p.43)” 이런 중앙 집중식 공간은 거리로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가 세종로를 걷고 싶은 거리로 만들려면 건축물 앞에 한 줄로 가게를 설치하고 인도 위에는 버스 정류장 외에도 노천카페를 설치하여 전체적인 공간의 속도를 낮추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의 아파트가 삭막하긴 하지만, 그나마 발코니가 사적인 외부 공간으로서 약간의 개인 마당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런 발코니마저 창틀을 통해서 내부 공간화 시키고, 발코니 확장으로 방을 만들어 버리면서 우리의 도시 풍경은 사람들의 삶이 보이지 않는 삭막한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된 것이다.(p.59)” 우리의 도시가 살만한 거리로 채워지기 위해서는 유리창 대신에 발코니가 있는 건축물을 만들어야 한다. 그보다 더 좋은 방식은 우리나라 도시의 특징인 경사지와 구릉을 이용해서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테라스를 만드는 것이다. 호텔이나 고가의 아파트는 유리창이 큰 반면 모텔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항상 비밀스럽고 보여 주기 싫다는 것이다. 호텔에 있는 사람은 상류사회 인식을 갖고 있는 반면 모텔에 있는 사람은 자신의 위치를 숨기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란다. 이처럼 창문은 건축물의 기능과 사회적, 심리적인 요구에 따라서 외부와 내부의 관계를 조절하여 공간의 성격을 규정하는 중요한 건축 요소라고 설명하고 있다.

 

집보다 자동차를 먼저 사는 이유를 나이 든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가진 젊은이들의 입장에서는 야구장에서 나를 쳐다보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이 나를 보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럴 때 우리는 편하게 바라보고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 나 자신을 보여 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공간에서는 편하지가 않다. 사무실과 같이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고 우리의 일서수일투족이 평가의 근거가 되는 공간에서는 더욱 편치 못하다. 비싼 집을 장만하기에는 모자란 돈이지만 사생활이 보장되고 공간의 이동이 보장되는 자동차를 살 수 있게 되면 젊은이들에게는 자유로운 공간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집보다 우선 자동차를 구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과거 남자들은 밖에서 목숨을 걸고 사냥을 했고 집에 돌아오면 멍하게 불을 쳐다보면서 밖에서의 긴장감을 풀었다고 한다.(p.229)” 불을 쳐다보는 시간은 사냥 모드에서 휴식 모드로 바꾸는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경쟁이 심한 현대 사회에서 밖에서 일하고 돌아온 남편은 최소 30분은 멍하게 TV를 보아야 정신 모드가 집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그래서 부인들은 남편이 집에 돌아오자마자 TV 보는 것을 이해해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저자의 생각을 피력한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이들에게 불멍을 할 수 있는 캠핑이 요즘 핫하게 떠오르는지도 모르겠다.

 

고대 농부들이 돼지를 키우는 것은 남는 식량을 오랫동안 보존 가능한 식량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소비 후에 남는 감자나 고구마를 돼지에게 먹이고 수년 후 기근 때에 돼지를 도살해서 식량으로 전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보신탕을 먹는 풍습도 이와 비슷하게 부족한 단백질 공급원을 해소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하나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사고 매월 대출금을 갚는 것은 옛 선조가 자신의 식량을 아껴서 돼지를 키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p.235)” 그런 면에서 돼지와 아파트는 다르지만 같은 기능을 하는 사촌 지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고령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를 감안하면 수많은 아파트 돼지들이 도살을 기다리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애플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애완동물처럼 쓰다듬을 수 있는 기계를 선보인 것이다. 사람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혁신은 본능적 욕구에 충실할 때 만들어진다.(p.262)” 인간은 몸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지만 또한 영혼을 가지고 있기에 기능적인 건축물 이상의 것을 제공해야 좋은 건축물이 되는 것이다. 좋은 도시 경관이라는 것 역시 앞서 말한 인식에 근거를 둔 가치와 동물적 요구 사항 모두를 만족시켜 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건축이 어려운 것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이 같은 현상은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나빠져서 기억할 일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 만큼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p.290)” 반대로 어렸을 때는 기억력이 좋아서 하루만 생각해도 기억할 일이 많고 그만큼 시간이 꽉 찬 느낌으로 느리게 흘러가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한다.

 

건축의 경우 서양은 기하학적인 형태의 공간을 추구했다. 피라미드는 정사각형과 삼각형으로 만들어졌고, 로마의 판테온의 평면과 단면은 모두 원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반면에 동양에는 기하학적 모양보다는 자연과 어우러지는 상대적 관계성을 더 추구했다.(p.323)” 우리의 풍수지리 이론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생각의 근본은 상대성 속에서 가치를 찾는 이론이다. 바라보는 사람의 상대적인 위치에 의해서 의미를 전달하는 일인칭 관점의 디자인이 동양적인 건축 디자인의 특징이다. 반면에 동시대에 만들어진 서양의 정원을 보면 직사각형, , 사선 같은 기하학적인 형태에 맞춰서 정원이 구획되고 나무가 심겨져 있다. 한편 땅이 넓고 사람이 적게 사는 미국에서는 고속도로가 발달 했고, 사람에 비해 공간이 적은 일본 건축의 특징 중 하나는 제한된 3차원 공간 안에 보행자 동선을 복잡하게 집어넣어서 좁은 공간을 넓게 보이게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산이 많은 지형의 특성을 가진 우리나라는 도시의 주택을 공급할 때 경사 대지와 아파트라는 건축 형식으로 야기된 옹벽은 사람들 간의 단절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계단으로 된 달동네에 사는 것과 옹벽으로 나누어진 아파트 단지에 사는 것은 보기보다 큰 차이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계급을 형성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땅의 모양을 변화시키는 것은 그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서 사람들 간의 관계도 바꾸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자연을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을 통해 도시의 발달과 우리의 현실에서 건축물은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좀 더 사람에게 적합한 건축물을 생각해 볼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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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만든 공간 | 일반 서평 2022-07-2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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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공간이 만든 공간

유현준 저
을유문화사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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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발달이 어떻게 이루어졌으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설명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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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만든 공간

유헌준

을유문화사/2020.5.20.

sanbaram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13,000년 전에 해수면 상승이 멈추면서 인류는 1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기후에 따라서 비가 적은 유럽에서는 밀이, 비가 많이 오는 동아시아에서는 벼가 재배되었다. 농작물은 사람들의 문화까지 바꿔 놓았다. 밀재배를 위주로 하는 서양에서는 개인주의가 발달하고, 벼를 재배하는 동아시아에서는 관계를 중시하는 문화가 발달하게 되었다. 건축 역시 서양에는 벽을 중심으로 하여 실내장식에 치중하는 건축이 발달하게 되었고, 많은 비로 인해 지반이 약한 동아시아에서는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관계를 이룰 수 있도록 기둥을 중심으로 하는 건축이 발전했다. 그러던 중 삼각돛의 발명으로 항해가 자유로워지자 지리발견의 시대가 되었다. 식민지 개척활동과 동서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두 가지 건축양식의 절충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지리적 제약이 해소되었고 건축양식 또한 국제적 건축양식이 등장했다. 동서양 공통의 철근콘크리트와 유리를 활용하는 현대식 고층건물이 발달하게 되었다는 건축의 발달 역사를 <공간이 만든 공간>에서는 9개의 장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저자 유헌준은 건축으로 세상을 조망하고 사유하는 인문 건축가로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및 유헌준건축사무소 대표건축사. 저서로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어디서 살 것인가> 등이 있다.

 

벼농사 지역의 사람들은 집단의식이 강하고 밀농사 지역은 개인주의가 강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문화적 특징의 차이는 알파벳과 한자 같은 문자나, 체스와 바둑 같은 게임 문화에서도 나타난다. 그리고 강수량이라는 기후적 차이는 건축 디자인의 차이도 만들었다.(p.10)” 강수량은 땅의 단단한 정도를 결정한다. 비가 적게 오는 서양의 땅은 단단하다. 그래서 서양인들은 돌이나 벽돌 같은 무겁지만 단단한 건축 재료를 이용해서 벽으로 지붕을 받치는 벽 중심의 건축을 했다. 반면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인 동양은 장마철에 땅이 물러지기 때문에 무거운 재로로 만든 벽은 쓰러진다. 따라서 가벼운 건축 재료인 나무를 사용하였고, 자연스럽게 나무 기둥으로 지붕을 받치는 기둥 중심의 건축을 하게 되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서양 문화권의 공간은 벽으로 구획된 기하학적인 모양의 빈 공간을 가지고 있는 반면, 동아시아 문화권의 공간은 기둥으로 만들어져서 빈 공간의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모호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각각의 문화는 독특한 빈 공간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인류가 식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곡물은 벼와 밀인데, 둘 중에 어느 품종을 재배할 것이냐는 강수량이 결정한다. 벼는 밀보다 재배하는 데 더 많은 물이 필요한 품종이다. 그래서 일 년에 비가 1천 밀리미터 이상 내리면 벼를, 1천 밀리미터 이하 내리면 밀을 재배한다.(p.61)” 벽을 중심으로 건축하는 서양은 안에서 밖을 볼 수 없으니 건축 디자인을 할 때에도 밖에서 건물을 바라보는 시점에 더 중점을 두고 디자인하게 된다. 이것이 서양 건축의 입면 디자인이 화려하게 된 이유다. 창문의 비율도 중요하고, 각종 조각으로 건축의 입면을 꾸몄다. 실내에 들어가서도 바라볼 경치가 없기 때문에 그림과 조각으로 실내를 과도하게 꾸몄다. 그에 반해 전통적인 동양의 건축은 입면을 디자인할 때 서양만큼 신경 쓰지 않았다. 동양의 건축물을 보면 건물의 입면을 차지하는 대부분의 요소가 지붕이다. 동양은 서양에 비해서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이기 때문에 방수를 하는 지붕이 가장 중요한 건축 요소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벼농사를 지으면서 집단행동이 필요해져 사람 간의 관계에 무게를 두는 가치관이 형성됐다면, 건축을 통해서는 사람과 건축과 주변 자연환경과의 관계(풍수지리)에 무게를 두는 디자인관이 발전하게 된 것이다.(p.77)” 강수량의 차이는 농업 품종의 차이를 만들고, 품종의 차이는 농사 방식의 차이를 만들고, 농사방식의 차이는 가치관의 차이를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건축에서 동서양의 강수량 차이는 건축 디자인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발전시켰고, 건축 공간은 행동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행동방식은 궁극적으로 사람의 생각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양 밀농사의 혼자 농사하는 방식에 따라 개인주의 성향이 커졌고, 외부와 단절하는 창문 없는 벽 중심의 건축으로 바깥과 교류가 적은 성격의 공간으로 발전했다. 반면 벼농사는 집단 농사 방식으로 사람 간의 관계가 중요한 가치였으며, 많은 강수량 때문에 사용하게 된 재료인 목재를 이용한 기둥 중심의 동양건축 양식은 외부 자연 환경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생활양식으로 발전되었다고 한다.

 

플라톤은 이데아 같은 이상향을 설정함으로써 신이 존재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고 아르스토텔레스는 자연과 세계 곳곳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은 기독교를 국교로 삼은 로마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고, 이후 서양 사상의 근간이 되었다.(p.88)” “동양에서는 서양의 절대적이고 이분법적인 사고가 아닌 상대적 관계를 기본으로 한 가지 체계가 만들어졌다.(p.100)” 서양의 종교 건축이나 왕궁 등을 보면 좌우 대칭성을 가지고서 한 방향의 축을 따라 배치되는 경향이 있다. ‘판테온’, ‘하기아소피아 성당’, ‘성베드로 대성당’, ‘노트르담 대성당’, ‘베르사유 궁전모두 좌우대칭에 가운데 축이 있다. 반면 동양에서는 많은 경우 주변 환경에 맞추어서 좌우 대칭성을 가지고 자연발생적인 형태로 증식하듯 평면이 구성된다. ‘경복궁과 일본의 각종 성들이 그렇다. 이렇듯 일방향성과 다방향성은 두 건축 문화가 각기 가지고 있는 다른 특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서양 문화는 세상을 절대자가 만든 수학적 규칙의 조합으로 보고, 동양은 세상을 관계의 집합으로 보는 시각 차이에서 나온 것이라 여겨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서양에서는 기하학적으로 구성된 공간 안에 조각, 스테인글라스, 그림 등의 상징적 이미지를 추가함으로써 종교적인 공간을 만드는 반면, 동양에서는 비우는 행위를 통해서 종교적 의미의 공간은 만든다.(p.142)” 우리나라 사찰에서 불상이나 불화 같은 조각이나 그림으로 공간을 장식하기도 한다. 하지만 불교의 불상은 그리스 조각상이 알렉산더 대왕의 인도 정복과 함께 전파되면서 전이된 양식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태생적으로 불상이라는 양식은 그리스 조각상의 후예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절에 가면 마당에서 볼 수 있는 탑도 불교가 생기기 전부터 있었던, 화장을 한 후 만드는 인도의 전통 무덤이 전파된 것이다. ‘유골을 봉안해 흑이나 돌로 높이 쌓아 올린 분묘라는 뜻을 가진 고대 인도의 범어인 스투파’, ‘투파라는 말을 음역해서 탑파가 되었고, 탑파가 줄어서 탑이 된 것이다.

 

“15세기에 삼각돛을 단 범선의 등장으로 공간이 더 압축되면서 유라시아 대륙의 양 극단에 위치했던 서양과 동양의 문화가 유전적으로 섞이기 시작했다.(p.209)” 16세기 중국산 도자기가 유럽에 대량으로 수입되었고, 17세기에는 동양 철학 책들이 유럽에서 번역되어 출판되었고, 18세기에는 조경 디자인이 바뀌었고, 19세기에는 이 변화가 미술로 전파되었고, 20세기에 들어서는 건축에서 문화적 이종 교배의 증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간 사고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순서를 작고하신 한태동 교수(연세대학교)의 논지로 풀면, 가장 먼저 미술에서 변화가 생겨나고, 음악, 철학, 건축의 순서로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천 년간 서양은 돌이나 벽돌을, 동양은 목조를 주재료로 사용하였고, 상하 이동은 두 문화 모두 계단만 사용하였다. 그러다가 20세기 들어서 나타난 강철, 콘크리트, 엘리베이터는 인류의 수천 년 건물 역사에 처음으로 나타나는 재료와 기술에 있어서 혁명 같은 변화였다. (p.211)” 근대 건축의 5원칙과 동양 건축의 다른 점이라면 나무 기둥에서 철근콘크리트 기둥으로 바뀐 것이고, 창호지 창문 대신에 유리창을 넣은 정도다. 또 하나의 차이점을 굳이 찾는다면 동양의 건축물들은 창문을 기둥과 기둥 사이에 두었다면, 르 코르뷔지에의 창문은 기둥보다 조금 앞으로 나와서 조금 더 자유로워졌다는 정도일 것이라고 말한다. 르 코르뷔지에 근대 건축의 5원칙과 동양 건축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1. 필로티 : 건물이 위로 들려 있고, 그 아랫부분을 주차장으로 쓰는 경우와 원두막 등

2. 옥상 정원 : 평평한 옥상을 정원처럼 사용하는 것.

3. 자유로운 평면 : 평면도의 벽들은 자유롭게 각층마다 다른 곡선으로 만들 수 있다.

4. 자유로운 입면 : 건물의 입면 벽체를 마음대로 뚫거나 휘게 디자인할 수 있다.

5. 리본 수평창 : 창문을 가로를 길게 만들 수 있다. (p.240)

 

콜럼버스의 업적은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보다는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을 두 달 만에 연결시켰다는 공간의 압축에 있다. 이 사건은 식민지 시대를 열었고, 문화적 융합에 가속을 가져왔다.(p.367)” 지리적인 발견이 더 이상 불가능한 시대가 되자 인간은 새로운 대륙을 만들었다. 새로운 대륙은 현실 속 공간이 아닌 컴퓨터 네트워크 속 가상의 공간이다. 20세기 후반에 발명된 인터넷은 인터넷 가상공간이라는 인류 역사에 없던 공간을 창조해 냈다. 앞으로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시스템을 만드는 자가 전 세계의 자본과 창의적인 두뇌를 흡수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가 건축과 인류문화의 발달과정을 이해하고 좀 더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현대의 공간 활동에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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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불장난' | 일반 서평 2022-07-17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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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불장난

손보미,강화길,백수린,서이제,염승숙,이장욱,최은미 공저
문학사상 |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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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시국의 우리사회 한 단면을 보여주는 45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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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손보미 외6

문학사상/20221.19

sanbaram

 

수상 후보작 중에는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애환, 전세 만기와 대출금을 둘러싼 경제적 곤란과 부동산 문제, 임대아파트를 둘러싼 갈등으로 상징되는 계층간의 대립과 양극화, 성소수자, 인공지능, 혐오와 우울, 사회적 분노 등이 이 시대의 민감한 환부와 첨예한 어젠다를 다룬 작품이 많았다. 올해 이상문학상 심사 과정은 소설이 한 시대의 풍향계이자 문학적 성감대라는 사실을 새삼 절감하는 시간이기도 했다.(p.365)”라고 문학 평론가 권성우는 지적한다. 그리고 그들이 뽑은 대상 작품이 손보미의 <불장난>이었으며 작가의 자선 대표작이 <임시교사>. 그리고 우수작 중에 강화길의 <복도>, 백수련의 <아주 환한 날들>을 간단히 소개한다.

 

<불장난>

주인공인 나의 부모는 초등학교 때 이혼을 했다. 아버지와 생활하던 나는 지방 대학의 교수로 가 있던 어머니가 주말 부부로 생활 하게 될 때 아빠는 같은 학교 선생님과 정분이 났다. 그것을 알게 되고 부부는 이혼을 했으며, 그 후에도 나는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방학 때는 어머니와 함께하는 생활을 했다. 그러나 어머니가 외국으로 교환교수로 가는 바람에 방학 때도 어머니에게 갈 수 없게 되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나는 친구들과도 사이가 틀어졌다. 내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친구들의 제의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혼자가 된 나는 교사를 그만두고 함께 살게 된 그녀(새어머니)와 마찰을 빚게 된다. 우연히 쇼파 밑에서 발견한 아빠의 라이터를 가지고 처음에는 작은 불씨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해, 나중엔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소각장을 만들고 종이란 종이는 모두 태우는 불장난에 몰두하게 된다. 급기야는 참고서까지 태우게 되지만 그것을 경비 아저씨에게 들켜 집으로 도망친다. 이런 과정을 겪고 중학생이 된 나는 국어시간에 내준 불조심에 관한 글쓰기 숙제에서 고민 끝에 초등학교 때의 불장난이야기를 글로 쓰게 되고 그 글이 소방서 글짓기 대회에서 은상을 받게 되는데

 

사춘기에 접어들려는 시기에 부모의 이혼이라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현실에 적응하는 소녀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 <불장난>이다. 작가의 유년시절 경험을 토대로 썼다는 글에서 자서전적인 이야기를 통해 그 또래의 소녀 감성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이 소설의 내용이다.

 

 

<임시 교사>

임시교사 경력을 가진 P부인이 프랑스 유학에서 돌아와 이름 있는 회사의 변호사와 결혼한 부부의 아이의 보모가 되어 있었던 이야기를 엮어낸 작품이 <임시교사>이다. 어린 아이를 유치원에서 데리고 와서 부모가 집에 오는 시간까지 봐주는 역할이 보모인 P부인의 역할이었다. 첫날 아이 엄마는 집에 있는 시설이나 물건들을 내 집인 것처럼 편안하게 사용하라고 했지만 보모는 꼭 필요한 동선만 이동하였고, 집안의 물건을 만지지 않았다. 그러다 아이의 엄마가 미술관의 큐레이터로 동유럽 작가들의 작품 전시회로 인해 바쁘게 되고, 아빠는 회사의 일로 바쁘게 되고 퇴근 시간이 늦게 되면서 저녁을 해서 아이와 같이 먹거나 잠을 재우게 되면서 집안에 있는 물건을 사용하게 되고 책을 보게 되었다. 그러는 와중에 아이의 할머니가 치매 때문에 이들과 함께 살게 되고 더욱 많은 시간을 보모는 함께 하게 되었다. 심지어는 보모 없는 주말에는 아이들의 부모는 너무 힘들어 보모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찻잔을 꺼내 차를 마시는 여유까지 갖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랑스에서 어렵게 구한 찻잔이 보모가 퇴근한 후 개수대에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요양원에 보내게 되면서 아이를 종일반으로 돌리고 보모는 일을 그만두게 되는데

 

동생을 위해 결혼을 포기한 P는 자기 생활에 만족하며, 아이를 돌보면서도 아이를 위해 여러 가지를 공부할 정도로 사랑하게 되지만 결국 남남이라는, 고용주와 고용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이야기다. 아이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고마움을 표현하기는 했지만 표면적인 일일뿐 깊은 교감을 갖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통해 현대인들의 생활상 한 부분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결국 정규 교사의 빈자리를 채우는 임시교사를 하던 P 부인은 아이의 엄마역할을 대신하는 보모 역시 임시 교사 같은 역할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뿐 아니라 결혼을 포기하면서까지 학비를 대준 동생과도 연락을 하지 않은 세월에 꽤 오랜 시간이 되면서 결국 나의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작가 손보미는 2009<21세기문학>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고, 2011<동아일보>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그들에게 린디합을>,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장편소설 <디어 랄프 로렌>, <작은 동네> 등이 있으며 젊은작가상대상, 한국일보문학상, 대산문학상등을 받았다.

 

<복도>

결혼 3개월까지 9평짜리 원룸에서 살며 4번째 신청해 당첨된 신혼부부용 임대주택이 파빌아파트 1단지 100101호였다. 처음 집을 찾아가는 날 한 참을 헤맸다. 구글앱에도 네이버 앱에도 우리 아파트는 나오지 않았다. 간신히 산쪽을 쳐다보다 찾았지만 입구는 단지 밖으로 복도처럼 난 길을 통해 가야 하는 구조였다. 1층이라 복도 같은 길 건너 판자촌에서도 집안이 훤하게 보였다. 그래서 블라인드와 두터운 커튼으로 막았다. 쓰레기분리수거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복도같은 바깥 길을 통해 단지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래서 다른 주민들에게 오해를 받게 된다. 집에서 택배나 배달을 시켰을 때 기사들은 집을 찾지 못하거나 2단지 100101호에 배달하는 사고가 잦았다. 그리고 복도 같은 길에서 만난 여자 애를 택배를 찾으러 갔다가 만났는데, 집으로 가다가 우리 집에서 이상한 사람들이 어른거리는 것을 보고 쓰레기 분리수거장의 박스더미 속에 숨게 되는데

 

서민들을 위한 임대주택 사업이 얼마나 차별받고 있는지 하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작은 평수가 문제가 아니라 여러 가지 편의 시설을 이용하기 불편하게 만들거나 심지어 인터넷 지도에 단지가 표시되지 않는 일까지 일어나는 것은 과장된 것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불공평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돈이 되지 않고 강제로 만들어야 하는 임대주택이 그곳에 사는 주민을 차별하고, 또 차별받도록 만들어 지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는 소설이다.

 

작가 강화길은 2012<경향신문>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이 당선 되어 등단했다. 소설집 <괜찮은 사람>, <화이트 호스>, 장편소설 <다른 사람>, <대불호텔의 유형> 등이 있다. 한겨레문학상, 구상문학상, 젊은 작가상 등 여러 상을 받았다.

 

<아주 환한 날들>

자식들이 모두 출가한 후 평생하던 장사를 접고 혼자 살게 된 그녀는 정해진 계획표에 따라 반복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데 수요일 오후에 다니는 평생교육원의 글쓰기 강좌에 다녔지만 글을 쓰지 못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사위가 찾아왔다. 아이들이 졸라서 산 앵무새가 아이들을 쪼고 잘 따르지 않아서 아이들이 준비가 될 때까지 한 달 만 앵무새를 맡아 달라는 사위의 부탁으로 앵무새를 키우기 시작했다. 딸은 청소년기 어느 때부터 존댓말을 쓰기 시작했고, 결혼해서도 부탁할 일이 생기면 사위를 시켜 말을 전했다. 사위의 부탁을 거절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렇게 앵무새를 돌보기 시작했다. 기르는 법을 몰라 동물병원을 찾고, 인터넷을 뒤져서 알아낸 방법으로 먹이를 주고 놀아주고 돌보다 보니 정이 들었다. 앵무새와 함께 천변 산책을 하면서 자기의 어렸을 때의 기억과, 딸이 어렸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곤 했다. 앵무새가 돌아간 후 계절이 바뀐 어느 날 집안을 정리하다 발견한 글쓰기 노트에 잠이 안 오는 밤에 앵무새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나이든 사람의 외로운 생활과 그들 가족과의 관계를 통해 현대의 노인들이 처한 현실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작은 것에도 정을 붙여야 하는 일상과 젊은 자식들의 자기중심적인 생각으로 서운하지만 표현하지 못하고 사는 노인들의 문제다.

 

작가 백수련은 2011<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거짓말 연습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소설집 <폴링 인 폴>, <참담한 빛>, <여름의 빌라> 등을 펴냈으며, 젊은작가상, 현대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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