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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미술관 | 2019년 부터 쭉 읽고 있어요 2023-02-0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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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벌거벗은 미술관

양정무 저
창비 | 2021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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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딸이 미대 입시를 준비했고, 작년 12월 수시로 합격했다고 한다. 나는 요즈음도 줄리앙이나 아그리파, 비너스 같은 조각상을 그리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아니라고 한다. 이제는 주제를 주고 그에 맞는 기발한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실기를 본다고 한다. 미술은 전공하지 않는 나도 알고 있는 석고 데생 그리기. 그게 참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서 그런 것 같다. 지금은 예전처럼 그리지는 않지만, 미술 실기에 입문하는 과정에서 아직도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석고 데생이 우리 미술 교육에 정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석고상 중 줄리앙은 미켈란젤로의 조각작품 줄리아노 데 메디치를 본뜬 거라고 한다. 줄리아노라는 이탈리아 이름이 프랑스 이름으로 줄리앙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줄리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걸까? 이 원본의 석고를 떠서 팔 수 있는 저작권이 바로 프랑스에 있기 때문이란다. 프랑스 혁명기 때 나폴레옹이 이끄는 군대가 이탈리아를 점령하면서 엄청난 양의 그리스 로마 조각을 프랑스로 가지고 갔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는 석고로 복제해 팔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원본을 볼 기회가 많지 않았기에 프랑스가 제작한 석고상은 귀한 대접을 받고 전 세계로 팔렸고 이런 석고상이 19세기 말 20세기 초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미술 교육에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미술 관련 책을 읽다 보면 대부분 회화에 집중하게 되는데 이 책은 다양한 조각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좋았다.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순백색의 그리스 조각품들. 이 조각품들을 보고 많은 사람이 아름다움을 이야기했지만, 고전 미술의 실제는 청동상이었다고 한다. 이 청동상은 대리석에 비해 제작 과정이 훨씬 복잡하고 까다롭지만, 표정이나 움직임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고 속이 비어 있기에 다양한 포즈가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전쟁이 나면 이를 녹여 무기로 만들어야 했기에 고대 그리스 청동상은 드물게 남아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다양한 대리석 조각들의 원본은 청동상이라고 하니 현재 남아 있는 것은 대리석 조각상은 어찌 보면 복제본일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리스 로마 시기의 작품이 많은 것처럼 보여도 정통 고전기의 오리지널작품은 거의 없다는 것. 고전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말했던 작품들이 알고 보면 복제본이거나 고전기에서 한참 떨어진 시기에 제작된 작품이라는 것. 요건 몰랐었네. ^^

 

미술을 통해 웃음의 의미를 찾는 부분도 좋았고 무엇보다 박물관이라는 것이. 전쟁에서 승리한 군대의 전리품으로 채워졌다는 게 씁쓸하다. 살면서 꼭 한 번은 가봐야 한다는 루브르 박물관이나 대영 박물관. 하지만 대부분 약탈한 남의 나라 문화재라는 사실. 이런저런 이유로 반환하지 않는 것을 보면 참. 그렇다. 그 유물로 1년에 엄청나게 많은 이익을 얻는 걸 보면 유럽인들의 또 다른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겉으로는 신사인 척하지만 진짜 모습은 다른. 더 웃긴 건 비서구의 야만성을 유물을 통해 보여주겠다며 박물관마다 비서구 지역의 문화재 컬렉션을 만들었는데 이에 매료된 예술가들이 있었다. 바로 마티스와 피카소. 그렇게 탄생한 것이 앙리 마티스의 푸른 누드와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였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 재미있는 것. 나는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있다는 걸 몰랐다. 영화관보다 많다니.. ^^ 2018년 기준 전국에 위치한 영화관은 483개지만 박물관과 미술관은 1,124개라고 한다. 박물관이 873, 미술관이 251. 1991년 제정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의해 심의를 거쳐 등록된 곳만 천 개가 넘는다고 하니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그 안에 작품들의 수준이 높으면 더 좋겠다.

 

그림을 취미로 그리면서 이런 책이 좋아진다. 조각이나 회화에 남겨진 인간의 미소. 한때는 웃음을 금지하던 때도 있었다. 무표정이 미술에서 자리 잡고 있을 때, 웃음을 돌려준 사람도 있었으니, 바로 아리스토텔레스. 그렇게 조각에도 회화에도 미소짓는 얼굴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미술사에 대표적인 미소를 꼽자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떠올리는데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인간의 표정을 위해 입술 움직임을 연구한 드로잉이 있다고 한다. 완벽한 미소를 위해 해부학까지 도입해가며 그림을 그렸다고 하니, 대단한 화가임에는 틀림 없다.

 

읽는 내용을 전부 기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결국에는 알맹이 몇 개만 기억하게 될 이 죽일놈의 기억력. 그래도 나는 좋다. 이런 책을 읽고 미술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까. 기회가 되면 미술 관련된 책은 계속 읽는 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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