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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Cafe someday 카페 썸데이 | 작품후기 2020-02-2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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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썸데이는, 로맨스 시장이 급변하면서 제가 그 시장에 적응하면서 내놓았던 첫 책입니다.

그 사이에 '푸른기와의 만신'이라는 책이 있었으나

카카오페이지 연재와 전자책 출간, 그리고 작년에 종이책이 나오기까지

장장 5년 간의 기간이 있었던 책이라 나중에 천천히 후기를 말씀드리기로 하죠.


카페 썸데이는, 그간 조금은 마이너틱한 소재를 선택해오며

많은 자료조사가 필요했던 전작들과는 달리

정말 남주와 여주의 감정선에 충실한, 우리 주변 어디에서든 볼 수 있을 것 같은

부담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킬링타임용이라는 말을 싫어했는데,

킬링타임용이라는 것 역시 읽는 누군가에겐 즐거움을 주는 것은 매한가지라서,

또한 독자 한 분, 한 분에 대한 감사함을 깨달아가던 저로서는

그저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글이면 된다, 라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쓴 글이었죠.


푸른기와의 만신 이후로 오랜만에 썼던 글이라

초반엔 약간 헤매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편집팀과 주변 지인의 조언으로 카페 썸데이라는,

사람들이 '그 글 괜찮았어'라고 말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카페 썸데이'를 읽고 난 후엔, '아, 재미있었어!'라는 한 마디만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전의 글들처럼 이것저것 생각하게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글이요.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씩씩한 캔디형 여주와

게으른 고양이 같지만 짙은 블랙커피 같은 남주의

카페에서 일어나는 소소하지만 두근거리는 사랑이야기라고 

전 생각하는데, 읽으시는 분들은 어떠셨을지 모르겠어요.


장르 특히 로맨스 소설을 쓰면서 이것저것 내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문득 매우 즐겁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더 즐겁고, 개성 넘치는 글을 들고 오고 싶어요

요즘에는 워낙에 특출난 작가님들이 많이 계셔서 더욱 분발해야겠습니다.


요즘 시국이 많이 어수선합니다.

저 역시 집에 콕 박혀 있기 시작했어요. 먹을 거 장보러 마트나 간간이 갈까요

(물론 마스크를 하고요!)

제발 아무 일 없이, 평탄하게 이 어려운 시국을

대한민국 국민들이 잘 헤쳐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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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속물 | 작품후기 2020-02-1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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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속물을 출간했습니다.

소설 속물은 저의 처녀작 '러브미텐더'를 함께 했던 편집자님과 마음을 합쳐 냈던 소설입니다.

나름 집필을 하지 않았던 긴 공백기가 있었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그동안 쓰지 못했던 글에 대한 열정을

모두 쏟아부으며 썼던 글이라서 감회가 남다른 글입니다.

 

(덧. 터치가 2012년에 쓴 글이었고, 출간이 늦어져 2014년에 출간이 되었죠.

때문에 속물은 긴 공백의 시간을 넘어 오랜만에 쓴 글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조금 거친 이미지의 소설속 남자주인공을 좋아합니다.

'속물'의 남자주인공 태수는 소위 말하는 속물입니다.

아마 이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로맨스소설 속에서 더 이상 '재벌 남자주인공'만 우세하던 시절은 뒤안으로 흘러가고 있었죠.

'속물'의 태수는 일수를 찍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받아내는 양아치입니다.

여자주인공 '한준'에게 접근하는 이유 역시 돈 때문이었죠.

 

여주 '한준'은 사실 대기업에 느지막히 입양된 입양아입니다.

몇 번의 파양을 통해 상처가 깊었던 '한준'은 자신을 받아준 어머니에게

최고의 자식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채찍질해가며 성장해가는

조금은 안쓰럽고 치열한 인물이죠.

여자로서의 삶보다는 기업가로서의 삶을 살며 어떻게든 인정받으려 하죠.

한편 '태수'는 장애가 있던 여동생을 끔찍한 사건으로 잃고,

돈이 되면 뭐든지 하는 양아치로 성장합니다.

해결사인 '태수'에게 '한준'을 유혹해 바닥까지 내려달라는 의뢰를 받고

접근하지만, 여자로서는 무지하고 순수하긴만 한 '한준'에게 빠져버리고 말죠.

돈많은 여자가 좋다는 태수와,

양아치와는 상대도 않겠다는 콧대높은 한준의 이야기, 속물입니다.

 

사담이지만 처음 글을 냈을 때, 남자이름 같은 '한준' 때문에 꽤 많은 분들의 의견이 분분했었습니다

하지만 작가 나름의 의도였달까요-

여자이기보다는 기업가로서 성장한 한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저는 본능적인(?) 생각을 참 많이 한 것 같습니다.

태수와 한준의 각자가 가진 안타까운 이야기,

그리고 돈이 없으면 살 수 없는 현 시대의 모습들을 얼버무렸달까요.

 

하지만 작가는 결국은 사람이 행복한, 해피엔딩을 지향하기 때문에,

결국은 사랑이 이기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매듭을 짓지만

가끔 충동을 느끼곤 합니다.

철저하게 현실적이고 싶다는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행복한 결말을 써내려갑니다.

적어도 소설 속에서만이라도 행복하게,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요.

 

'속물'을 쓸 당시, 굉장히 재미있던 기억이 납니다.

글을 쓰는 것 자체가 행복했고, 누군가 읽어주리란 기대에 가슴이 설레었죠.

이 마음을 지금도 늘 되새기려고 합니다.

글은 누구나 쓸 수 있고, 누구나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와중에도 내 글을 재미있다고 생각하여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갖습니다.

늘 정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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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불문, 만화책을 좋아합니다 | 일상을 만나는 에세이 2020-02-1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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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수요일입니다.
1차 원고를 보내놓고, 수정본을 기다리며 스트레스 해소겸 장편의 만화책에 쭉 빠져 있습니다.

 

저는 한 사람의 장르소설가이기도 하지만,

또한 책을 매우 좋아하는 독자이기도 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는 만화책이라는 게 세상에 있는지도 몰랐어요.

엄마가 학구열이 높으셨던 분이라, 읽게한 책은 위인전, 동화전집, 교과서가 전부였죠.

동네에 만화책 대여점이 생겼고, 거기서 새로운 세상을 접했습니다.

소위 '해적판'이라고 하죠? 불법 번역본이요. 그게 성행하던 시대였어요.

 

저는 장르불문, 장르소설, 시, 에세이, 인문학서적, 만화 등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인데요-
특히나 만화책은 광적으로 좋아합니다. (친구들은 별난 취미라고 하네요 ㅎㅎ)
재미있게 본 만화책들은 모두 다 소장하고 있고, 10번, 20번도 더 재탕을 합니다.

만화책에도 나름의 사회적인 메시지와 사람이 배워야 하는 도의, 인의 같은 감정을 담고 있는 책이 많습니다. 사실 교훈이 없는 책은 없는 것 같아요. 우정, 사랑, 연민, 도덕, 성장... 많은 걸 담고 있죠.

원고 사이 쉬는 동안은 열혈 테니스 만화를 읽고 있습니다.

이 만화를 크게 가지를 나누어 보자면 천재VS노력 이라고도 할 수 있겠고,

우정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주인공은 원래 중학생 시절, 육상 달리기 선수로 전국 톱을 할 만큼 유명한 선수였죠.

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서면서 첫눈에 반한 여자아이를 계기로 테니스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런데 테니스를 배워가는 습득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소위 말하는 천재죠.

다른 주인공 B는 테니스 선수를 엄마로 두고, 어렸을 때부터 테니스 채를 잡아온 엘리트지만,

스포츠 선수로서는 굉장히 필요한 '정신력'이 약해 고전을 금치 못하는 고독한 아이입니다.

심지어 B의 아버지는 아이에게 '네가 테니스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며 테니스를 그만두기를 권고합니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그 정신력이 약해 무너져가던 B의 어머니를 지켜보면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무기력감을 느껴야 했죠.

 

이렇게 천재 주인공과 B가 한 고등학교의 약소 테니스부에 만나면서 기적을 만들어냅니다.

소년만화의 특징이 으레 그러하듯 두 소년은 다투고 화해도 하면서 성장해 나가죠.

주인공은 테니스선수로서의 성숙함을, B는 테니스 선수로서의 정신력을요-

이렇게 주인공들이 뭔가를 성취해 나가는 만화를 보고 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저도 같이 한뼘 커 가고 있다는 느낌일까요.

 

왜, '어린왕자'는 10대, 20대, 30대, 40대 각각의 나이대에 재독서를 해야한다고들 하잖아요?

읽을 때마다 글 속에서 다른 걸 볼 수 있다고요-

하지만 전 꼭 '어린왕자'만이 아니라 모든 책에서 그런 감정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날의 기분, 상황, 여유에 따라서 책 속에서 볼 수 있는 시각도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제 읽었던 굉장히 재미없던 책이 오늘 읽으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나! 가 되는 경험도 몇 번 해 봤죠.

 

책은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재미를 가장 잘 붙일 수 있는 게 만화책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그 전에 글씨만 있는 책을 읽는 습관을 들여야, 만화책도 눈에 들어오고

소설책이나 에세이, 인문서적들도 눈에 들어오겠죠? 후후.

 

가능하면 책 편식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읽어왔던 책보다, 앞으로 읽어야 할 책들이

이북서재 속에도, 집 책꽂이에도 무한하게 많아요.

앞으로 내가 알아가고, 깨달아가고, 배워가며, 반성할 것들이 이렇게 만다는 것에 대해

참으로 흥미롭고 재미있는 기분이 되곤 합니다.

 

지금 읽는 만화책은 총 32권짜리에요.

언제 다 읽죠. 후후. 소설보다 만화책 읽는 속도가 느려요. 그림까지 다 자세히 봐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님들은 만화책,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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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도둑 | 일상을 만나는 에세이 2020-02-0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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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3월 출간 이북을 목표로, 집필 중에 있습니다.

사담입니다만, 그냥 주절주절 떠들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요.

 

10년은 더 된 이야기 같습니다.

제가 대학을 다닐 때였습니다.

저희 집은 다가구 연립 빌라였습니다.

부모님이 이혼하시며, 재산 정리를 위해 아파트를 팔았고,

엄마와 우리 남매들은 그 동네에서 있는 돈을 가지고 겨우 이사를 해야 했죠.

아파트로 이사가기 전에는, 다가구주택을 살았었습니다.

위층은 주인집, 아래층은 공간을 분리해 두 집이 나누어 썼고, 화장실은 외부 화장실을 공용으로 썼습니다.

코미디 프로그램에 익히 나오는 요강세대였네요.

밤에 화장실 가기가 무서워서 (빨간 휴지 줄까, 파란휴지 줄까 하는 그 푸세식 화장실이요. 몇 주에 한 번 똥차가 왔었는데, 그 날은 집 주변에 냄새가 장난 아니었더랍니다.)

그곳에 사는 내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때까지도 요강을 썼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는 무슨 고생이었나 싶습니다ㅠ

아, 이야기가 다른 길로 샜군요.

 

아무튼 난생 처음 살게 된 아파트로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도 잠시,

부모님의 사정으로 다시 이사를 가야했고,

처음 살아보는 연립빌라는 아파트와는 달랐지만, 다세대주택보다는 좋은환경이었습니다.

거기서 반 년 쯤 살았을 때였어요.

 

언니는 개인 일로 외박, 남동생은 친구네서 자고 온댔죠.

방이 3개이지만, 하나는 사람 하나 눕기도 어려운  골방이라

엄마는 거기서 사는 동안 내내 거실에서 주무셨습니다.

저는 안방을 언니와 함께 썼고, 남동생은 습기가 올라오고 곰팡이가 잘 끼는 작은 방을 썼어요. (남동생은 거기서 살 때 아토피 피부염이 생겼습니다)

 

알바를 두 탕 뛴 저는 10시부터 곯아 떨어졌고

하루에 12시간씩 식당일을 하던 엄마는 제가 잠든 이후에나 퇴근을 해서 와서 쉬고 있었겠죠.

달게 자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나갔는데, 엄마 눈이 퉁퉁 부어 있는 거예요.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밤에 도둑이 들었었다고 합니다.

사람 하나 눕기도 어려운 너무 작은 그 방에는 창이 하나 달려 있었는데,

2층 임에도 불구하고 그 흔한 방범창 하나 없었어요.

그 문을 통해 시커먼 남자가 새벽 3시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왜, 어떻게 내가 모를 수가 있었지? 했습니다.

엄마에게 자초지종을 들었습니다.

 

도둑은 새벽 3시에 작은 방을 통해서 들어왔고, 막 잠들려고 TV를 껐던 엄마는 이상한 기척에 방을 돌아보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도둑은 거실에 사람이 자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나 봅니다.

곧장 안방, 제가 자고 있는 방 문을 열려고 했답니다.

엄마는 그 순간 하나만 생각했대요.

윤미가 저기서 자고 있어! 애한테 몹쓸 해꼬지를 하면 어떡하지!

그냥 모른 척, 자는 척 했으면 아무 일 없었을 텐데, "누구야!"하고 소리를 지르셨답니다.

놀란 도둑은 방향을 바꿔 엄마에게 달려들었고, 엄마가 안간힘을 쓰고 반항을 하니까

목을 조르다가 바로 앞, 현관문을 열고 도망쳤다더라고요.

왜 깨우지 않았냐고, 그때부터 혼자서 계속 이러고 있었냐고 화를 내니까

아침 일찍 학교가서 공부해야 되는 애를 뭐하러 깨우나, 했답니다.

학교 끝나고도 매일 아르바이트를 2개, 3개씩 하는게

본인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해 그것만도 미안한데,

이런 일로 소란 피우고 싶지 않으셨다고요...

10년도 더 훌쩍 지난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선득합니다.

학교를 가야 해서, 엄마에게 경찰에 꼭 신고를 하라고 했어요.

학교에 가서도 강의 사이에 비는 시간마다 틈틈이 전화를 했습니다.
아픈 데는 없냐고, 목은 괜찮냐고, 병원 가봐야 하지 않냐고, 경찰은 다녀간 거냐고.

 

엄마는 다 괜찮다고만 하셨고, 오후 2시에 강의가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집으로 갔습니다.

엄마는 평소처럼 식당에 출근할 준비를 하고 계셨어요.

엄마에게 경찰이 다녀갔냐고 하니까,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그런데 그 뒤의 대답에, 할 말을 잃었어요.

 

신고를 받고 출동안 경찰 2명은 현관에 서서 없어진 거 없냐고 물었고

엄마가 없다고 하면서, 목을 졸랐다고 하니까 그냥 고개만 끄덕였답니다.

이어서는 도둑이 들어온 방의 창문을 보더니, 방범창이 없어서 도둑이 들었다고, 왜 안달았냐고 엄마를 나무랐다는 겁니다.

연립주택에 처음 살아봤고, 살면서 도둑을 당할 거란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못했었고,

사람이 빌라 벽을 두른 파이프를 기어 오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해본 적 없는,

우리는 위험에 노출된 적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경황이 없던 엄마는 당연히 경찰에게 그 도둑을 잡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지만

그 경찰들은 창문에 방범벨만 달아주곤 그랬다고 합니다.

"없어진 것도 없고, 얼굴도 잘 못보셨다면서요. 어차피 못 잡아요. 그냥 방범창을 하나 다세요."

엄마 이야기를 듣는데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대한민국 경찰이란 건 원래 이런 건가?

아니면 우리 집이 가난해 보여서 저렇게 함부로 대하는 건가?

엄마는 목이 졸렸는데, 죽을 뻔했는데, 한다는 얘기가 고작 방범창을 왜 안 달았냐고,

방범창을 달라는 것뿐이었어요.

적어도 도둑을 찾으려는 노력은 해줬어야 하지 않을까요.

엄마와 제가 도둑을 몇 번 당해봤더라면, 싯가 5억 이상은 하는 집에 살았더라면

대우가 조금은 달랐을까요-

그 뒤로 엄마는 반 년이 넘게 잠을 제대로 못 주무셨어요.

창문에서 무슨 소리만 나도 소스라치게 놀라서 식칼을 집어들곤 하셨죠.

그 뒤로 남동생은 몇 년 간 절대 외박을 하지 않았어요.

저도 그랬고, 언니도 밤에는 잠을 잘 못잤죠.

온 식구가 피를 말리는 생활을 했어요.

 

그 날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 도둑이 도둑이어서 다행이었던 걸까.

만약 강도나 살인자였으면 엄마와 나는 그 날 살지 못하지 않았을까.

단지 도둑이었던 것에, 겁을 집어먹고 달아났던 걸 감사해야 하는 걸까.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시대가 많이 달라졌겠지만,

그때까지 경찰에 대해 가지고 있던 존중이 많이 사라졌어요.

물론 어떤 사람이 경찰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가 처음으로 직접 대면한 경찰은 그랬거든요.

약자를 보호하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이번에 쓰는 소설에, 제가 대면했던 그 사건과 엇비슷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경찰님들은 매일을 거칠고, 엄하고, 위험하고, 피곤한 상황에 노출되지만

그래도 그들에게 신고를 하는 일반 시민은

졸보고, 소심하고, 걱정이 많습니다.

조금만 더 다정하게 대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래도 작년에, 굉장히 좋으신 수사관 님을 만났습니다.

아직 사건이 마무리 된 게 아니라, 최근에도 제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하지만

자기도 바빠 죽겠다며 짜증을 내는 게 아니라,

얼른 해결을 해 드리고 싶은데 여의치 않아서 죄송하다는 말로 달래주십니다.

고맙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찰관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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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빨간 날은 어떠십니까 | 일상을 만나는 에세이 2020-01-2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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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중 가장 큰 명절 중 첫 번째 명절, 설이 다가왔습니다.

다른 말로는 구정이라고도 하죠.

 

사담입니다만, 음력설을 '구정'이라고 부르는 방식은 일제 강점기에 도입된 걸 아시나요?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말이기는 합니다만,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설날'보다는 '구정'이라는 말을 더 익숙하게 사용하시는 걸 볼 수 있죠.

일제는 자신들의 기준에 맞는 1월 1일 양력설을 새롭고 진취적인 의미에서 신정으로 부르고, 한국인들의 기준에 맞는 음력설을 오래돼 폐지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구정으로 불렀다고 합니다.

짧은 잡식이지만, 의미를 알고 나니 '구정'보다는 '설날'이 더 흥겹고 좋게 다가옵니다.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이런 노래도 있고요 (웃음)

 

아직은 설 전이지만 연휴가 시작되는 23일 밤부터,

온나라 안의 고속도로란 고속도로는 정체 행렬이겠죠.

이미 기차표는 거의 다 매진이겠고요.

작가는 운이 좋아서 조부모와 친척들이 모두 30분 안팎 거리에 살아

명절 장거리 이동을 겪어본 적은 없습니다.

어렸을 땐 그걸 좀 부러워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게 (운전을 하는 아빠와 애 셋을 봐야 하는 엄마로선 지옥이었겠지만요)

조금 먼 친척집에 차를 타고 2시간 정도 가게될 때면, 과자와 음료수를 잔뜩 사서
조그만 빨간색 티코 뒷좌석에 모여 앉아 창밖 구경을 하는데 세상 그렇게 행복한 적이 없었습니다

특히 밤에 이동하는 걸 좋아했는데 도로를 따라 늘어선 가로등 불빛이 너무 예뻐

'하늘다리'라는 이름을 짓고 죽은 사람이 그 다리를 건너 하늘로 가는 줄 알았더랬죠.

아마 9살 때 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세상 모든 게 마냥 커보이고, 반짝거리고, 신기하고, 즐거울 때였죠.

 

다 크고 결혼을 하고 난 뒤 안 말이지만,

엄마는 명절이 참 싫지 않았을까 싶어요 (제 얘기는 아닙니다-_-;)

아빠는 외아들이라서 챙길 형제들이 없었지만,

군인 출신이었던 조부께서는 부모로서의 존경과 며느리로서의 도리를 바라셨거든요.

매 명절때면 두둑이 챙겨야 했던 용돈 봉투와

파지를 주우러 다니시는 할머니가 음식이라도 좀 덜 하시라고

집에서 전이며 고기며 나물이며 이것저것 음식을 해야 하는 통에

직장 생활을 했던 엄마는 늘 새벽까지 주방에 서 계셨어요.

 

요즘엔 시대가 많이 바뀌고,

저의 시모 되시는 분께서도 많이 젊으신 분이라

'명절엔 외식'이라는 방식이 성립되어 며느리 입장에서는 많이 편하지만,

여전히 저의 엄마는 명절 전날 종일 음식을 하고 만두를 빚고 떡국을 끓여

손수 차린 상을 사위에게 내주려 발을 동동거립니다.

엄마도 좀 편히 살자고 외식을 하자고 하면 본인이 해주는 게 마음이 더 좋다고 그 고생을 마다않으세요.

그게 속상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딸 마음은 다 이런 걸까요.

 

많은 분들에게 빨간 날은,

피곤한 장거리 이동, 음식해야 하는 날, 양가 눈치 봐야 하는 날, 경제적 손실이 큰 날,

오랜만에 집에 돌아가는 날, 맛있는 거 많이 먹는 날, 엄마 집 밥 먹는 날,

쉬러 여행 가는 날, 가족끼리 오붓하게 쉬는 날, 밀린 잠 자는 날 등

많은 의미를 가질 것 같습니다.

 

제게 빨간 날은, 올해부터 의미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여느 초보 며느리님들과 같지 않을까 합니다...(눈물웃음)

 

작년까지만 해도 빨간 날은 그냥 빨간 날일 뿐이었는데요.

엄마를 도와 음식을 하고, 명절 당일에 언니네 식구가 오면 같이 밥 먹고

그 이후엔 그냥 일요일 같이 쉬는 날이요.

 

자신의 입장의 위치에 따라 빨간 날이 달리 느껴지겠지요?

당신의 빨간 날은 어떠십니까.

문득 궁금해지네요.

세상엔 어떤 빨간 날들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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