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같이 단숨에 읽혀지는 재미진 수필집이다.
여기에 전개되는 이야기들이, 비록 2세대가 건너 간 근대 한국의 한 단면이라 할지라도 '이게 소설이 아닌 실제?"라는 소재의 독특함과, 그 시대의 최고 엘리트로서 그토록 극적인 삶은 겪어왔다는 자체가 충격이다.
작가는 그런 삶을 마치 남의 이야기처럼 처연하게 관조자의 입장에서 그려내고 있다. 어쩌면 그 자체가 처연함일 수도 있다.
3인칭, 현재형 시제의 서술이 그 처연함을 파랗게 드러낸다. 그 잔인함 속에서 버텨내는 인내의 바탕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자존심이며, 그것은 다시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재 창조된다.
작품 전편을 거칠게 몰고 가는 서술과, 간간히 드러나는 문학적인 묘사가 작가의 강하고도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임을 그대로 보여준다.
좀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지금의 기성인에게는 바로 자신들 부모의 모습을 그대로 비춰내는 역사서적의 일부라고 해도 될 듯하다.
나이 지긋한 이들에게는 그 시내의 애환을, 젊은 이들에게는 미처 깨닫지 못했을 만한 부보의 사랑을 다시금 새기며 읽어 볼 만한 책으로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