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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부역세력이 퇴행시킨 한국 정치,사회사 | 인문,사회 2021-09-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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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해방전후사의 인식 1

송건호,진덕규,김학준 등저
한길사 | 2004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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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된지 대략 40년이 되었음에도 오늘 새롭게 읽혀야 하는 충분한 당위성이 있는 저작이다. 더구나 70여년 전 이 땅의  사회,정치사 속의 친일 부역자들과 지주세력, 모리배 등으로 이루어진 수구 세력이 대를 이어가며 오늘 한국의 정치사회의 기득권집단으로 여전히 그 천박한 탐욕의 위세를 부리고 있는 까닭이다.

 

이 책은 내부적 독립의 쟁취가 아닌 외부 세력에 의해 피동적으로 민족의 해방을 맞이한 1945년 8월 15일을 전후한  한국 사회의 정치적 형상을 조사, 분석, 비판 성찰하는 정치사회사라 하겠다. 총 6권으로 구성된 대저작이 되긴 하였지만 '미군정과 민족분단, 친일 반민족 세력의 실상과 해방 직후의 경제구조'를 논하고 있는 1권은 해전사(解前史)의 뿌리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러한 타율적 해방을 맞이하자 몽양 여운형의 민족적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나 정치 사회적 혼란을 차단하고 신속하게  건국을 위한 준비에 착수하려했던 선견과 좌우를 통합한 중도적 포용성을 지닌 건국준비위원회(건국동맹)란 것이 있었으나 사분오열되어 저마다의 잇속을 계산하는데 열중하는 소극적 오합지졸들로 불과 20여일만에 해체되고 만다. 나름 몽양은 국내에 기반을 둔 토착 민족세력으로서 일제의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신들의 안전한 퇴거에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인물로 이해되었던 듯하다. 그러나 대지주등 자본 세력을 대표하는 송진우를 비롯한 후일 한국민주당 계파의 극렬한 반대로 건국준비 조직으로서 기능을 훼손당하고 만다. 

 

책은 목하 좌우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망라된 필진으로 해방전후의 정치사회상을 분야별로 담당하여 기술하고 있다. 따라서 그 기술의 관점은 동일하지 않다. 때론 보수적 시선으로 또 때론 진보적 시선이 개입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우 공히 신탁을 찬성하는 남한만의 단독 정부 수립에 이르는 권력을 향한 욕심에서 이승만의 탐욕스러움에 대한 증거와 기록들에 대한 논평은 그리 차이가 없다.

 

 

"이승만은 해외 망명생활을 하였다고는 하나 독립 운동은 커녕...(중략)...상해 임정에서도 축출될 정도로 항일 운동 전선에서는 대중의 인기가 없었던 사람이다. 이승만은 이러한 자기 허구를 누구보다고 잘 아는지라...(중략)...광적으로 기승을 부렸다."  -348쪽에서

 

항일 민족투사도 아니요, 그렇다고 외교 전문가도 아닌 단지 영어를 할 줄 아는 권력의 욕망에 불타는 천박한 인물에 불과했던 인물이 미군정에 달라붙어 친일 부역자들과 대지주 자본가들과 결탁하여 근본없는 집단들의 얼굴이 되어 초대 대통령에 이르는 그 협잡과 공작 정치의 행태는 모욕과 수치심을 불러일으킨다.  미군정의 제 1 포고문은 '일본인과 미 상륙군에 대한 반란행위 처벌과 일본인의 안전에 도전하는 조선인에 대한 강력 처벌'을 담고 있었다. 이에따라 친일 일제 부역자들이 그대로 중앙 행정과 치안을 맡게되는 황당한 정국이 전개되고 반민족행위자의 처벌이나 소작제 페지, 토지개혁은 미군정이 종료되고 새로운 남한 단독정부의 출범시기 까지 미뤄진다.

 

장장 3년 남짓에 이르는 신탁과 찬탁의 싸움, 친일 부역자및 지주 자본가로 이루어진 모리배 집단이 기득권을 다지는 데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으며, 국회의 출범 후 입법된 '반민족행위자 특별법'의 시행은 이러한 반민족 행위자로 이루어진 이승만과 한민당에 의해  파괴되고, 급기야 특별위원들은 빨갱이로 몰려 암살되거나 처형, 수감되는  반동적 상황에 매몰되고 만다. 이 과정에서 여운형, 김구가 이승만등 극우집단에 의해 피살(암살)되는 것은 오늘에 이어지는 수구집단의 물불가리지 않는 탐욕의 정체를 읽게 된다. 책은 이러한 일련의 파렴치 상황을 세세히 그 과정에 은닉된 정치적 의미와 함께 풀어 놓고 있다.

 

아마 친일, 부역자들의 무수한 이름이 열거된 「일제 말 친일 군상의 실태 」를 보면 종교, 문예, 하물며 각종 부인회에 이르기까지 내선일체, 황국신민, 창씨개명, 황군감사, 징병찬양을 비롯하여 항공기 제작비용의 헌납부터 식량 수탈에 이르는 적극적 친일 행위자들을 보는 것은 그야말로 당혹스러움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동족을 못살게 굴었는지, 민족 정기의 말살에 전력을 다했는지 그 엄청난  수의 단체들과 명단에 놀랍기만 하다. 물론 이 책에 기술된 인물은 그야말로 조족지혈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토지개혁 또한 유무상몰수, 무상분배와 그 대상과 한계를 두고 반민족행위자로 구성된 이승만을 비롯한 한민당은 토지개혁 실시입법을 신중론이라는 미명하에 차일피일 미루며 사전 방매행위로 개혁입법의 취지를 완전히 무의미한 형식적 법률로 만들고 만다. 미군정이 가장 먼저 손을 대고 싶어했던 분야가 바로 이 토지개혁이었다.  "미 국무성과 군정 당사자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이 나라의 소작료는 세계에서 그 유례를 볼 수 없을 만큼 높(468쪽)"았다는 것이다. 당대 지주의 예속농이 되어야만 했던 소작농이 얼마나 가혹한 생산조건에 놓여있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남한에서는 1962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형식적인 시행이  이루어지니 기득권의 억척스런 욕심이 이나라를 덮고있음이다.

 

당시 농경중심 사회에서 벌어진 이러한 기득권 존속을 향한 양태는 산업사회인 오늘날이라고 달라진 것이 아니다. 기득권을 항구화하기 위한 그악스런 탐욕은 오히려 더욱 세련되고 복잡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수구 정당의 대권 후보자라는 인물은 당선되면 공공사업분야의 민영화를 달성하겠다고 시민을 바보 천치 취급하고 있다. 건강보험, 전력, 대중교통을 민영화 할 경우 거대 자본집단의 뱃속을 채우게 되는 것은 지극히 뻔한 일이다. 공공서비스의 질은 곤두박질 칠 것이고 비용은 고스란히 시민에 전가될 것이다. 이들은 경영효율성을 근거로 얘기한다. 공공의 이익은 효율성에 앞서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보다 큰 정의이다. 토지개혁을 미루던 당대의 반민족적 수구정당은 "토지개혁은 중요한 문제이므로 정부 수립후에 실시하는 것이 정당하다(470쪽)."고 3년을 미루다가 마침내 입법에 당면하자 이를 실시하고자하는 세력은 공산주의자인 빨갱이들의 악의라고 반대하기까지 한다. 

 

이 색깔 뒤집어 쒸우기는 2009년 용산재개발 철거민 살해를 진두지휘하던 경찰청장출신의 수구정당 국회의원이 시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간첩이 도와 당선된 빨갱이라고 의정발언을 버젓히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시민의 인명에  무감각한 폭력행위를 정당화하는 이러한 양식의 뿌리는 그 연원이 오래된 것이다. 해방후 이승만과 한민당에서 시작된 이들 반민주 반민족 행위자 집단이 고스란히 오늘의 수구정당의 뿌리를 이루고 있다. 이 책을 오늘 다시금 읽게되는 이유는 친일, 부역세력이나 기회주의자에게 재기할 기회를  준 민족적 정치 행위의 실패가 얼마나 끈질기게 국가 발전의 발목을 잡고 퇴행시키는지 그 근원을 파악토록 돕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이  제기하는 정신과 논리와 문제의식은 21세기 한국사회의 역사정치 인식에서 여전히 유효한 까닭이기도 하다. 새로운 시대를 위한 시민 정신의 도약을 위해 이 책의 유의미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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