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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외 감동의 행성, 지구 자연사 | 자연과학 2021-10-23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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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구의 짧은 역사

앤드루 H. 놀 저/이한음 역
다산사이언스 | 2021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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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인간이 우주라 부르는 곳, 138억년 전에 무엇이 있었는지 혹은 한 점에 불과한 무(無)였는지 우린 알길이 없지만 대폭발(Big-Bang)이 있었다는 데 과학자들의 의견은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이 엄청난 폭발의 에너지와 원자조차도 아닌 아원자 입자들인 쿼크, 렙톤, 글루온 등 물질의 확산과 결합의 여정을 지나 지구라는 태양계의 작은 행성, 그리고 이 행성이 부양하는 동식물을 비롯한 생명의 발생이라는 놀라운 드라마가 펼쳐진다.  92억년에 걸친 물질 덩어리들의 분리와 결합을 가져온 충돌과 안정의 반복된 시간을 거친 후 비로소 46억 년전에 행성 원시 지구는 만들어졌다.

 

책은 이렇게 초기 지구의 모습으로부터 시작하여 암석과 빛의 시간을 통해 46억년에 걸친 변화무쌍한 자연의 변화 속에서 생명이라는 존재의 탄생에 이르는 가히 숭고하다고 밖에 표현할 길 없는 순간의 장엄한 역사의 지대를 종횡한다. 물 한 방울 없는 암석 덩어리에 불과했던 원시 지구에 물과 유기물질을 지닌 거대한 운석의 충돌,  이로 인한 지구의 새로운 내부 형성과 대기와 대양이 만들어지는 1억년의 시간이 지난 44억년 전쯤에야 비로소  "지구는 얇은 공기 아래 물에 잠겨있는 암석형 행성"의 모습을 갖추었다. 오늘날과 같은 5대양 6대주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대부분이 대양과 극히 미미한 육지에 불과한 지구로서.

 


 

하버드大 자연사 교수인 저자 '앤드루 H. 놀'의 이 책은 이처럼 지구의 탄생에서부터 우리의 존재를 규정하는 암석, 공기, 물의 발생, 대륙과 산과 골짜기, 엄청나게 다양한 생명의 출현, 그 역동적 역사의 과정들을 <화학적 지구>에서 <산소 지구>, 그리고 <동물 지구>를 경유하여 <인간 지구>에 이르는 총 8개장에 걸쳐 장엄함과 신비로움의 격변하는 지구의 모습을 펼쳐놓는다. 짧지만 그 강렬함의 서사는 절로 경건함과 겸허의 태도를 독자에게 스며들게 한다. 

 

"화석은 지구의 시간 기록원이다."    -110쪽

 

사실 인간이 지구의 역동성과 시간을 오늘과 같이 인식하게 된 것은 300년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1788년 스코틀랜드 해안 언덕 시카포인트의 퇴적과 침식과 융기의 장대한 광경이 지닌 의미를 이해하기  전까지는. 당시 지질 탐사에 나섰던 '제임스 허턴'과 동료 지질학자 '존 플레이페어'는 "시간의 심연을 그렇게 멀리까지 들여다보고 있자니, 어질어질해지는 듯했다."고 표현할 정도였으니 대륙의 발생과 이동을 증명하는 증거 앞에 선 이 지구 과학자들의 경탄을 이해할 듯하다.

 


【<물리적 지구> 59쪽 부분촬영 인용】

 

지각의 무덤인 섭입대 밑으로 한 지각판이 가라앉아 맨틀로 보내지고 새로운 지각판이 올라오는 해양 지각의 이동이라는 판구조론의 설명과 함께 보스턴과 런던의 거리가 매년 2.5Cm씩 멀어져 1억년이면 2,500Km의 대양이 가로놓이는 장면은 가히 시간을 아로새긴 오늘의 대륙과 해양이 마냥 영구적 모습인 것이 아님이라는 경외의 감정으로 바라보게 된다. 

 

결국 우리의 관심사는 생명의 출현이다.  생명의 기록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책은 35억년 전에는 이미 생명의 행성이었으며, 38억년 된 화성암과 퇴적암에 보존된 열과 압력에 의한 유기물의 변형체인흑연의 탄소 동위연대 측정을 통해 생물학적 탄소 순환의 증거를 찾아낸다. 저자는 "RNA 세계 가설"을 좋아한다고 한다. 이산화탄소, 수증기, 천연가스의 성분인 메테인과 암모니아가 뒤섞인 원시수프에서 아미노산 유기분자가 생성되고이들이 결합하여 짧은 선형분자를 이루고 단순 세포가 만들어진다.

 

책은 과학적 이성이 입증 불가능해보이는 20억, 30억, 40억년 전의 이미 사라져버린 유기물질 존재, 대기내 산소의 유무를 어떻게 증명해 보이는가를 바라보는 것 또한 경이로움이다. 산소와 반응하면 사라지는 황철석을 통해 산소와 접촉한 적이 없는 황철석을 발견하는 것은 바로 지구의 시간이 된다. 퇴적층에 쌓인 황철석 알갱이로부터 24억년 전은 지구에 산소가 생성되기 시작한, 지구에 어떤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가 되어주기도 한다. 이것은 오늘의 산소 호흡을 하는 인간이나 동물들의 출현은 꿈도 꿀 수 없는 행성이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4억년 전은 "지구 대산소화 사건(Great Oxygenation Event, GOE)"이라는 지구 대변혁의 시기이다. 저자는 광합성을 할 수 있는 '남세균'의 진화를 들고 있다. 이로써 지구는 산소가 대기를 이루는 행성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곤 지구 생성으로부터 30억여년이 지나서야 원시적 고생물, 즉 동물의 시대가 시작된다.

 


【 <동물 지구> 144쪽, 부분촬영 인용】

 

위의 인용 사진은 빠르게 묻히는 바람에 퇴적물이 고스란히 보존된 덕택에 5억6천만년 전의 고생물들의 모습을 전해준다. 입도 팔다리도 소화계도 없는 이 고생물의 흔적으로부터 확산이라는 산소 호흡방식과 원생동물의 먹이 흡수 방식을 유추해내기도 한다. 

 

이제 팔다리가 4개라서 사지류(tetrapod)로 불리는 육상 척추동물의 출현으로 이어 달린다.  비교생물학과 분자 서열 분석 결과는 인간은 육기어류 집단의 가까운 친적임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적응 방산의 과정을 통해 정온 동물인 포유류와 조류의 출현으로 이어지는 지구의 대격변기를 묘사한다. 생물학적 다양화의 길은 결코 순탄한 길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수백 개  화산의 동시적 폭발, 거대한 운석의 충돌과 같은 단기적인 급격한 충격은 환경의 거대한 교란을 불가피하게 몰고 왔으며,  5억년 동안 총 5차례의 대멸종을 겪었음을 암석층과 화석들은 이러한 존재론적 상실감의 증거로 드러낸다.

 

행성지구, 인간이라는 생명을 과연 부양 해 낼 수 있을까?

 

어쨌건 700~600만년전 대형 유인원과 친척 계통인 사람족이 출현한다. 불가능해 보이던 생명체의 출현에서부터 수없이 발생한 지구 환경교란의 역동적인 45억년의 변화 속에서 영장류 인간은 출현하였으며 이제 이러한 지구의 지배자로서 행세하기에 이르렀다. 지구 자연이 주도하던 탄소 주기는 급기야 인간이 관여하는 활동이 되었다. 지구 온난화! 동물과 식물, 그리고 지구의 물리적 토대가 상호작용하며 이루어지던 생명의 작용이라는 근본적 관계가 무너지고 있다. 

 

"화산이 내뿜던 탄소 순환의 난장판"은 이제 인간의 강력한 메커니즘에 상대도 되지 않는다.  21세기 인류는 화산이 내뿜은 이산화탄소의 100배가 넘는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뿜어내고 있다. 해양 산성화, 해수면 상승, 생물 다양성 감소 등 고생대와 중생대를 끝장내던 대멸종의 수준을 닮아가고 있다. 저자는 인류사회가 마치 경고를 전혀 받지 못했다는 태도를 보인다고 안타까워 한다. 이 뜨뜻미지근한 반응은 인류의 세계적 변화에 대한 반응 중 가장 놀라운 것이라고, 이기적이고 허울만 좋은 경제적 주장에 터잡은 수수방관의 기만성을 성토한다.

 

지금이라도 인류는 행동을 바꾸어야 함을 역설한다. 극도의 이기심으로 가득했던 스쿠루지도 행동을 바꾸지 않았느냐고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을 인용하기까지 한다. 그토록 희박했던 40억년의 진화에 빚지고 있는 인간이 단지 1 백년도 되지않는 찰라의 순간에 지구 자연에 대한 책임을 망각하고 난장판을 만들고 있다. 이 책은 "지구를 이해하려는 시도"임을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밝히고 있다. 행성 지구의 기나긴 역사에서 경외와 겸허의 정신으로 이끌어 인간활동이 심각하게 망가뜨리고 있는 세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촉구하려는 의미에서 집필되었음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대로 괜찮다고 할 수 있겠는가? 후대에게 빚을 넘기는 비열한 짓거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장대하고 숭엄한 행성 지구의 격변사를 거닐다보면 그 어떤 환경보호자의 선언보다 더 깊은 반성과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아담한 모습과 달리 풍부한 실증과 이론으로 써진  이 자연사는 아마 모든 이들에게 깊은 경외감과 감동, 그리고 통렬한 책임감을 선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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