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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언제나 죽음 위에 세워 진 것 | 에세이,평론 2022-06-28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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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시간을 물고 달아난 도둑고양이

송기호 저
싱긋 | 2022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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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 아흔이 넘은 아버지를 어느 시점부터 인식하게 되었다. 대부분 거실에 깔아놓은 침구에 누워계시려 한다. 시간의 무서움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존재들로부터 생의 활기를 빼앗아가고 봉인된 죽음의 안식(安息)을 받아들이라고 재촉하는 것만 같다. 부쩍 죽음이라는 실존적 필연성이 가까이 다가옴을 느끼는 시절이다.

 

내 삶의 자취와 남은 생에 대한 의미를, 그리고 죽음의 수용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 것인지를, 즉 삶과 죽음을 오가는 사념에 빠지게 된다. 시간을 물고 달아난 도둑고양이는 이러한 인간 운명에 대한 고뇌어린 환유(換喩).

 

죽음은 강 건너에서 (탐욕스런 눈으로) 환하게 불이 켜진 삶의 집을 들여다보는 도둑고양이 같다.”  -15

 

영미(英美) () 아흔 여 편과 함께 죽음에 대한 사유의 지대를 거닐며 저자는 책을 읽고 있는 산 자들에게 삶의 축복과 행복의 존엄함을, 죽음이라는 필멸의 운명에 도사린 그 음험하게 보이는 비밀이란 무엇인지를 직시하게 한다. 미국의 여성 시인 에밀리 디킨스누구도 그것에(죽음) 어느 것도 가르칠 수 없는 것이라며, 봉인된 절망”, “장엄한 고뇌라 노래했다.

 

그런가하면 셰익스피어는 소네트에서 죽음이란 삶과 분리된 것이 아님을 아는 사람은 삶에 대한 더욱 커다란 사랑을 할 것이라며 아래와 같이 쓰기도 했다.

 

모든 것 안식 속에 봉인하는 죽음의 다른 자아인

검은 밤이 곧 앗아가 버리는 황혼을.

........ 中略 ........

그대 이것 알아채고 사랑 더욱 커져

머지않아 이별할 것을 더욱 사랑하리라.   (소네트 73),

 

책은 삶과 분리되지 않은 죽음의 이해에서부터 죽음의 예감, 묘지의 풍경들, 죽고 난 이후의 남겨진 자들의 슬픔, 그리고 삶을 위한 조언으로 죽음이라는 자연의 섭리를 향한 점진적 접근의 단계를 밟고 있다. 이들 필멸의 운명을 노래한 시편들을 통해 저자는 삶을 죽음이라는 소멸의 상자에 봉인하려는 것이 아니라, 삶의 선명한 아름다움의 깨달음, 이를 통해 삶의 의미라는 귀중한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하려는 실천적 각성을 나누고자 한다.

 

사람들은 몸이 죽고 나서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 살아있으리라 믿기도 한다. 그러나 몸은 소멸하고, 그 몸으로서 경험 할 수 있는 것들을 더는 할 수 없게 되는 것이 죽음임을 부정할 수 없다. 종교적 내세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야 삶은 하나의 경유 지대이니 그들에게 죽음의 두려움이란 어리석은 감정에 불과할 터이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존재 자체가 사라진다는 두려움에 대한 그 강박을 떨쳐내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죽은 이의 장례식에서 옷깃을 여미며, 묘지를 둘러보며 모두에게 기다리는 보편적 운명,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셰익스피어가 measure for measure에서 지겹고 혐오스런 세상살이도 우리가 두려워하는 죽음에 비하면 천국이라 외쳤듯이 살아있음은 죽음이란 무지의 세계보다 낫다고 여긴다.

 

그럼에도 죽음의 그림자를 누구도 피할 길이 없으니, 이를 상상하며, 죽음의 불안을 다스리고, 삶의 기쁨을 확인하려한다. 그것은 미국 시인 반 다이크(Henry Van Dyke, 1852~1933)’의 시(), 내 시야에서 사라졌네처럼 사라짐과 나타남의 변주로, 삶과 죽음이란 내용과 형식의 차이에 불과함으로 사유되기도 하고, ‘메리 프라이(Mary Elizabeth Frye, 1905~2004)’내 무덤에 서서 울지 말아요와 같이 나는 천 가락 불어오는 바람 / (...) / 부드러운 가을비라오.”라며 우주 자연에 깃든 새로운 존재일 것을 노래하기도 한다.

 

 

 

우리가 벗어날 수 없는 죽음이라는 이 필연적 실존적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 지혜의 탐구로서 시는 영원한 삶의 수단이었으리라. 소개되는 시들은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지속적인 의미의 추구이며, 이로서 매 순간 삶의 향유, 오래 머물지 않는 삶의 그 소중함을 깨운다. 때로는 때 이른 죽음을 맞이한 어린 자식이기도 하고, 젊은 형제 자매의 죽음에 대한 슬픔이기도 하다.

 

이들 애가(哀歌)를 읽다보면 사랑하던 이를 상실한 사람들이 가슴에 묻는 무너져내리는 슬픔을 통해 산 자로서의 어떤 의무감을 느끼기도 한다. 샬럿 브론테, 에밀리 브론테, 앤 브론테, 세 자매들의 각 대표작인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와일드 펠 홀의 소작인에 대한 독서의 욕망과 더불어 동생들을 연이어 잃은 맏언니 샬럿 브론테의 시 앤 브론테의 죽음에 부쳐를 읽으며, 일상에 붙들려 소원해진 형제, 자매, 벗들을 향한 연민으로 갑작스레 울컥하기도 한다.

 

가을, 혹은 황혼을 떠올리면 무언가를 끝낸 후의 평온한 휴식의 시간에 대한 기대로 이어진다. 가을빛이 그토록 선명하고 강렬한 것은 곧 꺼지게 될 빛이 아주 잠깐 온 힘을 다해 타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가 올 가을빛이 내게도 그토록 강렬한 것일 수 있을까? 노동자 시인 카니가 노래한 가을 Autumn의 시()처럼, 삶의 모든 나날을 성실한 노동으로 보낸 후 그 보상으로 한 시간 평온한 휴식을허락해 주기를 소망할 수 있는 삶을 살아왔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죽음은 삶의 발명품이다. (...) 생명의 존재 조건으로 죽음이 있는 것이다.” -246

 

삶은 언제나 죽음 위에 세워진 것이라고 한다. 우리네 삶이란 것은 누군가와 무언가의 죽음에 의존하지 않고 유지되지 못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삶 자체가 죽음에 의존하는 것임을 긍정할 수 있다면 죽음이란 감추어진 비밀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자주 잊거나, 외면하거나,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실일 뿐임을 깨닫게 된다.

 

나는 캐나다의 시인 로버트 윌리엄 서비스의 시 Death and Life의 생명과 탄생의 죽음이라는 수레바퀴의 그 흔쾌한 수용을 내 것으로 받아들인다.

 

메이와 내가 사랑을 나눈 곳은

묘지의 섬뜩한 어둠 속이었네.

........ 中略 ........

나 또한 죽어 누워

그래서 나를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질 때.

지나가는 두 여인이

내 위에서 약혼을 맹세하기 바라네  (죽음과 삶)

 

삶의 행복이 누군가의 죽음 위에서 이루어진다는 이 깨달음의 시는 우주 자연 속의 한 개체인 나를 우주 순환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의 하나의 순환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해준다. 이 책은 소중한 이들을 잃은 산 자들에게 위로를, 죽음의 그림자를 앞 둔 이들에게 평온한 안식의 이치를 나지막이 들려주고, 산 자들에게는 겸허함과 흔쾌한 생의 만끽을, 그 축복을 들려준다. 어쩌면 이 아름다운 시들의 목소리와 그로부터 울려 퍼지는 삶과 죽음의 이해에 대한 문학적 산책의 여정은 한 번뿐인 우리네 삶의 의미를 더욱 강렬하게 선사해 줄 것이다.

 

자연의 한 부분이 되어 순환하는 자연 속에 머물 수 있다면 그것도 좋으리라.”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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