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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가 "쩐(錢)의 전쟁" | 책이 있는 풍경 2007-07-11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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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0년 전 일이다. 국내 최대 단행본 출판사였던 고려원이 부도를 냈다. 1978년 설립 후 철학·문학·과학 등 2500여 종을 발간했던 출판계의 ‘큰형’이 쓰러졌다. 고려원의 ‘밀어내기’ 영업이 경영난을 부채질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루 한 권꼴로 새 책을 내고, 신간 판매 대금을 구간 판매액으로 보충하는 방식이었다.

 1년 뒤 출판계에는 더 큰 회오리가 불어닥쳤다. 최대 서적 도매상이었던 보문당이 무너지며 중소 도매상·출판사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지식산업의 고사마저 우려됐다. 정부에선 긴급 자금을 투입하며 출판유통 개선에 나섰다.

 10년이 지난 지금 출판계는 얼마나 건강해졌을까. 가장 눈길을 끄는 현상은 인터넷 서점의 약진이다. 정보기술(IT) 강국 한국의 이미지가 서점가에도 재연됐다. 특히 작은 출판사들이 덕을 봤다. 수개월짜리 어음을 지급하는 오프라인 서점과 달리 온라인 서점은 판매대금을 제때제때 출판사에 입금했다. 텍스트(책)만 좋으면 언제라도 독자와 만날 수 있는 길이 뚫린 셈이다.

 인터넷 서점의 등장으로 ‘1인 출판’도 활성화했다. 아이디어·기획만 훌륭하면 큰 부담 없이 책을 만들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졌다. 2년 전 대형 출판사를 나와 1인 회사를 차린 A씨도 그중 한 명. 창업 당시 그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때마침 내놓은 신간의 반응이 좋았고, 판매대금도 바로바로 회수됐다. 전처럼 지방 서점을 순례하며 ‘잔돈’을 모을 필요가 없었다.

 최근 A씨를 다시 만났다. 예전의 화사한 표정이 사라졌다. ‘제2의 삶’을 가져다준 인터넷 서점이 오히려 큰 장벽처럼 느껴진다고 털어놓았다. 이유는 단 하나. 인터넷 서점의 각종 이벤트에 참여할 수 없는 작은 출판사들은 신간을 내도 제대로 알리기가 어려워졌다는 푸념이었다.

 바로 인터넷 서점에 접속했다. 예스24·인터파크·알라딘 같은 대표적 사이트엔 이벤트 광고가 넘쳐났다. 10% 할인 기본에 쿠폰·마일리지 지급이 줄을 이었다. 이제 ‘1+1’(책 한 권을 사면 다른 책 한 권을 덤으로 제공) 정도는 눈길을 끌지 못했다. ‘1+3’도 심심찮게 보였다. 손수건·비치볼부터 해외여행까지 군침 도는 ‘미끼’도 띄었다.

 A씨의 불평. “1년 전만 해도 서점 관계자를 만나면 ‘내용이 좋네요’란 말이 먼저 나왔어요. 요즘은 ‘이벤트는 뭘 할 거죠. 선물은 있나요’부터 챙겨요. 텍스트로 승부를 거는 게 요원해졌죠.”

 독자 입장에서 ‘할인에 할인’은 반갑다. 같은 제품을 싼값에 사니 득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넓게 보면 꼭 그렇지만 않다. 대다수 출판사가 할인폭만큼 책값을 높게 책정하기 때문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다. 이벤트에 맞는 책, 베스트셀러용 책에 집중하다 보니 소위 양서가 설 자리가 좁아진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이 6일 한국출판학회가 주최하는 ‘제1차 출판정책 토론회’에 발표할 글을 미리 읽어 보았다. A씨의 푸념이 엄살이 아니었다. 출판계에 요즘처럼 원칙이 무너지고 편법이 난무한 적이 없다는 요지였다. 한 소장은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머니게임을 걱정했다. 신간을 띄우기 위한 사재기, 출판사의 양극화, 인터넷 서점의 할인 마케팅 등등. 하루 평균 200권(교보문고 입고 기준)씩 나오는 신간 가운데 대형 서점 신간 코너를 지키는 책은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 소장은 급선무로 신간 종수의 과감한 축소 를 꼽았다. 대형 출판사들의 밀어내기 식 발간이 할인 경쟁을 불러왔다는 판단에서다. 과연 출판계가 그의 말을 경청할지…. 10년 전의 고려원 부도가 생각난다. 욱일승천할 것 같았던 한국영화가 최근 쪼그라든 것도 지난해 과다 제작·마케팅 때문이 아닌가.


박정호 문화스포츠 차장

[중앙일보] 2007.07.04 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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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신도 나름대로 양서를 모으는 장서가라 자부하고 있었는데, 요즘의 구매 패턴을 보면 꼭 이벤트 하는 도서에 먼저 눈길이 가더군요. 하다못해 500원 짜리 쿠퐁이라도 붙어 있는 것을 사야지, 아니면 꼭 손해 본 기분입디다.

하지만 꼭 문제시 할 것만은 아니지요. 자본주의 세상에 살고 있는 한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꼭 '좋은 것' 과 '돈이 되는 것'이 일치하지는 않는 세상이니까요. 물론 장기적으로 볼 때 '좋은 것'이 '돈이 되는' 사회가 바로 건전한 사회겠지요.

 

요즘 서점가가 이렇게 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이게 된 것은 공격적인 가격경쟁을 무기로 들고 나선 후발주자 인터파크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특수한 문화사업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주지 못한 것은 '맏형' 교보문고의 책임도 적지 않지요. 교보문고는 모기업의 막대한 이익을 사회환원하는 차원으로 탄생하였던 바, '이윤추구'의 목적에 보다 자유로울 수 있는 입장인데도 불구하고 그 행태는 기대에 크게 못미치고 있습니다. Yes24 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돈 벌려고 서점 차린 셈인데, 인터넷 서점 점유율 1위 답게 좀 제대로 해서 크게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고객만족을 위하여 가격이나 이벤트 외에 진정한 (문화적) 가치를 찾아 제공하였으면 좋겠습니다.(파이를 키웁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타인, 이 경우엔 특히 중소 출판업자의 희생을 강요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이들이 좋은 책 만들기를 중단하면 이제 무얼 팔겠다는 겁니까?(남의 파이 뺏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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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샤리를 좋아하세요?" 또는 "바샤리를 아시나요?" | 뮤즈 2007-06-02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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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반에 싣는 74세 노장의 '투혼'

(중앙일보 2007.05.31)

 

"젊은 사람에게도 만만치 않은 프로그램인데, 아직 자신이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는 무대가 되겠군요."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중인 피아니스트 김주영(37)씨는 다음달 5일 열리는 타마슈 바샤리(1933 ~ )가 내한 독주회에서 연주할 곡들을 훑어보고 이렇게 풀이했다.

바샤리는 쇼팽의 24개 전주곡 전곡을 연주회 중간 휴식시간 이후에 연주한다. 보통 45분 정도가 걸리는 긴 연주다. 전반부에는 쇼팽의 환상 폴로네이즈, 발라드 3번, 마주르카 세곡 등 쇼팽만 7개 곡이 더 들어가 있다. 쇼팽 전문 연주자라는 명성을 확인시켜주는 선곡이다.
이날 호암아트홀에서 오후8시 시작하는 바샤리의 독주회는 2시간 정도 진행된다. 다음날 오후5시에는 피아니스트 김대진 씨와 슈베르트 곡으로 듀오 리사이틀을 연다. 70세를 넘긴 노장의 강행군이다.

김대진 씨는 "바샤리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밤에라도 리허설을 하자'고 요청해 시간을 잡았다"며 "30세 차이로 나이는 선생님 뻘이지만 열정만큼은 청년인 피아니스트"라고 말했다.
그가 전례없이 방대한 프로그램을 선정한 데 대해서도 "바샤리 만이 소화해 낼 수 있는 규모의 연주회"라고 평가했다.

바샤리는 "요가로 체력을 다진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LP가 2000원쯤 하던 시절에 바샤리의 쇼팽 연주곡을 듣던 올드팬들은 그의 첫 내한공연 소식을 반기고 있다.
음악 칼럼니스트 박제성 씨는 "1970~80년대 한국의 음악애호가 치고 쇼팽을 바샤리의 연주로 듣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라며 "'쇼팽=바샤리'라는 등식이 오랫동안 존재했다"고 그의 연주를 반겼다.
김대진 씨도 "중학교 때부터 바샤리의 쇼팽을 들으며 자랐다"고 말했다.

바샤리의 연주는 쇼팽의 섬세한 감수성을 그대로 전한다는 평을 듣고있다. 헝가리에서 태어나 8세 때부터 독주회를 열기 시작한 그는 쇼팽 전집 앨범 등을 내놓으며 전문가로서의 명성을 확고히 했다.
이후 20여년 동안 그는 피아노 음반을 녹음하지 않았다. 영국의 노던 신포니아에서 시작해 런던 필하모닉·필하모니아 등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서는 데 더 집중했기 때문이다.

김호정 기자(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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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샤리 "쇼팽을 왜 좋아하냐고?…그럼 초콜릿을 왜 좋아하지?"

(헤럴드경제 2007.05.28)

 

..........

(前略)

 

오는 6월 2일 방한에 앞서 바샤리를 전화 인터뷰로 먼저 만났다. 다음은 일문 일답.

 

- 이번이 당신의 첫번째 내한 공연이다. 왜 이렇게 늦게서야 한국을 찾았나.

내가 바쁠 거라고 생각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정식으로 초청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최근 근황은 어떤가. 74세의 고령인데 건강은 괜찮은가. 얼마 전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는 독주회 중단을 선언했다는 소식이 보도되기도 했는데.

요가를 하면서 건강관리를 하는데 건강은 매우 좋다. 한국에서 공연이 끝나면 일본에서 리사이틀이 있다. 6월 중에 무용가인 아내와 함께 동경 나고야 요코하마 등에서 합동공연(joint recital)을 갖는다. 그리고 조만간 슈만 앨범을 녹음할 계획이다.

 

- 당신은 '쇼팽 스페셜리스트'라 불린다. 기자 역시 어릴 적부터 당신의 쇼팽 레코딩(폴로네이즈·발라드 등)을 들으면서 자랐다. 당신이 쇼팽에 그토록 애착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샤리의 '쇼팽론'을 듣고 싶다.

예전에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리스트를 녹음했을 때는 사람들이 나더러 '리스트 스페셜리스트'라고 부르더라. 하지만 나 스스로 어느 작곡가의 작품을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단지 내가 좋아하는 곡을 연주할 뿐이다.

내게 왜 쇼팽을 좋아하냐고 묻는 것은 마치 왜 초콜릿을 좋아하냐는 질문처럼 대답하기 어렵다. 쇼팽은 그냥 깊은 감동은 준다. 아마 정치적인 이유로 폴란드에서 프랑스로 망명한 그의 상황에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바샤리 역시 러시아 정부의 탄압과 간섭에 반대하는 등 정치적 이유로 고국 헝가리에서 스위스로 망명했다) 아마도 실제로 연주한 작품 중에는 쇼팽보다 모차르트의 곡이 더 많을 것이다.

 

- 당신은 지휘자로서도 명성을 떨치고 있다. 피아니스트와 지휘자로서의 자신 중 어느 쪽이 좋은가.

음악을 창조한다는 점에서 (From the point of view of music making) 지휘자와 피아니스트간에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물론 지휘자일 때는 연주자들과의 소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1990년대 이후 런던 등지에서 피가로의 결혼을 비롯한 오페라 지휘를 계속 했다. 다소 늦게 오페라에 도전하는 셈인데, 최근에 오페라를 계속하는 이유가 있나.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영향으로 음악, 특히 오페라를 많이 들었다. 오페라 지휘에는 오케스트라·솔리스트·성악·기악 등 음악의 모든 요소가 포함돼 있어 매력적이다.

 

- 이번 리사이틀이 끝난 뒤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다시 내한할 계획이 있나.

물론 기회가 닿는다면 얼마든지.

 

김소민 기자(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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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호암아트홀)

 

2007. 06. 05 (08:00 pm)

CHOPIN      Polonaise-Fantaisie Op.61 
                     Ballade No.3 in A flat Major 
                     Three Mazurkas :

                           B flat Major Op.7 no.1, a minor op.68 no.2, f minor op.68 no.4  
                     Nocturne F Major Op.15 no.1, 
                     Scherzo b flat minor 

 

                     (intermission)

 
                     24 Preludes

2007. 06. 06 (05:00 pm) With Dae-Jin Kim [Duo Recital]

SCHUBERT Fantasie for Piano Four Hands D940

                      Allegro for piano Four Hands, D947 " Lebenssturme "

                      (intermission)

                      Sonata for Piano Four Hands, D812 "Grand Duo "

 

 

      

제가가 소장하게 된 첫번째 앨범이 바로 Tamás Vásáry  의 쇼팽 왈츠 전집이었습니다(1983년). LP판이 아니고 테이프였지요. 대략 수백번은 들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도 궁금한 것은 왜 하필이면 바샤리였을까요? 폴리니·아르헤리치·하라셰비츠·치머만 같은 쇼팽 콩쿠르 우승자도 아니고,  호로비츠·루빈쉬타인·아라우 같은 과거의 거장들도 아닌 바샤리가 '쇼팽=바샤리' 공식을 만들었을까요?(위의 기사 쓴 기자 양반들이 당시의 분위기를 정확히 알고 썼는지 궁금하군요) 아마도 당시에 우리나라의 클래식 음반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앨범이 몇 종류 되지 않기 때문이었으리라 짐작됩니다.

 

하여간 첫 내한 공연(이자 마지막이 아닐까)이란 사실이 놀랍고, 테이프 한개두개 사모으던 옛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도 즐겁고...... 오랫만에 한번 오프라인 연주회에 가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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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스 홀게르손의 신기한 스웨덴 여행 | 동화를 읽고서 2007-05-26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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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스의 신기한 여행 3권세트

 

 

1. 노벨 문학상 수상작

 

셀마 라게를뢰프(1858~1940)는 1909년 스웨덴인으로서, 또한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습니다. 1907년 <닐스 홀게르손의 신기한 스웨덴 여행>을 발표하기 전에도 몇몇 작품을 썼고, 이 명예로운 수상 이후(30년 이상을 더 살았음)에도 많은 소설을 발표했습니다만,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역시 <닐스의 여행>입니다. 이 동화의 성공 직후 상을 받기도 하였거니와, 그녀의 모든 작품을 통틀어 현재까지 생명력을 유지하면서 세계적인 고전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것은 <닐스>가 거의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당당하게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라 내세우는 것도 아주 허튼 소리는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동화 작가로서(또는 동화가 결정적인 기여를 함으로써) 노벨상을 받은 희귀한 경우가 될 것입니다. 언듯 생각나는 사람은 <파랑새>의 작가 마테를링크(1911년 수상) 정도네요. <행복한 왕자>의 오스카 와일드(1854~1900)는 조금만 오래 살았으면 아마도 받을 수 있었을 터이고, 생텍쥐페리도 그토록 젊은 나이에 사라지지 않았던들 <어린 왕자>로 영예를 안았을 겝니다. 

 

스웨덴의 20크로나 지폐 앞뒤 도안은 Selma Lagerlöf 와 닐스입니다

 

2. 소설적 가치와 지리교본으로서의 본질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그의 칼럼모음집 <위대한 영화> 중 "스타워즈" 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다소 길지만 인용할 만한 가치가 있겠네요)

 

영원토록 살아남을 영화들은 사실 굉장히 단순해 보이는 영화들이다. 그런 영화들에는 심오한 사상이 담겨 있지만, 겉으로만 보기에는 관객들이 어렸을 때 좋아하던 옛날얘기 같아 보인다. 나는 영원토록 남을 것 같은 이야기들 - <오딧세이>, <겐지이야기(源氏物語)>, <돈끼호떼>, <데이비드 커퍼필드>, <허클베리 핀> - 은 근본적으로 동일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들 이야기에서 용감하지만 결점이 있는 주인공은 탐험을 떠난 후 다채로운 사람들과 다양한 장소를 경험하고, 여러 조연들의 도움을 받아 인생의 밑바탕에 깔린 진리를 발견한다......

 

물론 닐스의 이 모험담도 위와 같은 류의 전형적인 이야기라고 하겠습니다.(여기서 핵심은 주인공이 당초부터 영웅으로 등장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결함 투성이의 말썽꾸러기 소년이 우연챦은 기회에 기러기들의 단체여행에 끼어들어 스웨덴 전국 투어에 참여하고, 여러 사람(동물)들을 곤경과 갈등에서 구해주는 해결사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였을 뿐만 아니라, 종국에는 두둑한 수고비까지 챙겨 집으로 무사귀환하는 내용이지요. 지은이 셀마 라게를뢰프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도 퍽 친숙한 이야기로, 특히 우리나라에서 발간되는 아동용 동화전집에서는 빠지는 법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이 완역본을 접하면서 놀란 것은 이 평범한 이야기의 소설적 완벽성입니다. 주된 줄거리가 단단하게 중심을 잡은 가운데, 수많은 등장인[동]물과 사건·일화가 다채롭게 엮어지면서 어떤 단락 하나 사소하게 낭비되는 부분 없이 전체적인 완성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만약 한 저작물의 완벽성을 '더 이상 뺄 것도 더할 것도 없는 단 하나의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다면, <닐스의 신기한 여행>은 이 사전적 의미에서 완벽성을 성취한 매우 드문 걸작 중의 하나라고 감히 주장하고 싶습니다.

 

여기서 나아가 더욱 놀라운 사실은, 스웨덴의 국립교육자협회로부터 어린이들을 위한 지리독본을 써 달라는 요청에 부응하여 이 동화가 탄생하였다는 집필 배경입니다. 요즘 우리나라 출판계에서 범람하고 있는 잡다한 학습 만화[동화]와 같은 맥락에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이지요. 벌써 100년 전에 이런 책이 씌여져 수백만 명의 스웨덴인들이 어린 시절 <닐스>를 읽고, 조국의 산하(山河)와 자연환경,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전설과 역사, 더하여 착하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만한 교훈적인 이야기들을 학습의 괴로움 없이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다는 사실이 부럽기 그지 없습니다. 저처럼 시·공간적으로 이미 엄청 떨어져 사는 독자에게 조차 '스웨덴은 꼭 한번 둘러보고 싶은 나라'로 만들 정도였으니까, 그 나라를 조국으로 삼아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심오한 영향을 끼쳤을까요?

일례로 스웨덴 국왕(오스카르 2세(제위:1872~1907)로 추정됨)이 등장하여 일개 정원사에게 수도 스톡홀름의 성립과정을 자상하게 설명해 주는 대목이 나오는데(3권 17~30쪽),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찌 조국의 수도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왕가에 대한 존경심이 우러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여간 이 책은 학습 부교재용 도서로서도 가장 성공한 사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3. 책의 하드웨어적 측면·번역·기타

 

3권 짜리 반양장본으로 출간되었는데, 한권으로 만들기에는 다소 분량이 많은 편입니다만 너무 잘게 나눠서 책으로서의 가치가 많이 손상되었습니다. 제가 기획자의 입장이라면 이왕에 만들 거 - 어차피 베스트 셀러를 꿈꿀 수 있는 서적은 아닌고로 - 소장용으로도 손색없는 중후한 2권 짜리 양장본(권당 500쪽)이 어땠을까 생각합니다. 얇은 책이 겉표지도 싸구려 느낌을 풍기지만, 다행히 빈약한 외관에 비하여 내용은 상당히 충실한 편으로, 특히 표지 안쪽에 실려있는 닐스의 이동경로를 표시한 스웨덴 지도는 아동 대상 도서로는 보기 드믄 서비스입니다. 본문 중의 삽화는 소박하면서도 상당히 분위기를 잘 살린 수작(秀作)으로 책 읽는 중간중간 역시 눈을 시원하게 해 줍니다. 다만 우리나라 독자들이 익숙하지 않은 북구식 개념·역사적 사실·전설·동식물명 같은 것들에 좀더 상세한 역주(譯註)가 붙었더라면 더욱 빛나는 출판물이 되지 않았을까 짐작됩니다. 또 하나 지적하자면 이 최초의 완역본이 원어인 스웨덴어가 아니라 독일어 저본을 사용한 점은 상당히 아쉽습니다. 스웨덴어 전공자가 적지 않이 배출된 터에 굳이 독일어 번역자에게 맡긴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집니다. 물론 번역문 자체는 나무랄데 없이 훌륭하지만, 어쨌든 중역(重譯)에 따르는 한계는 분명히 존재하는 법이니까요.

닐스의 이동경로

(우리말로 번역된 같은 종류의 지도가 실려있습니다)
 

4. 포지셔닝, 누가 읽을 것인가

 

저 자신 제법 읽을 줄 아는 속독가라고 자처합니다만, 이 책은 교본으로서의 속성이 적지 않은 바 시간당 50쪽 이상 독파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즉, 상당한 독서력을 갖추고 하루에 1~2시간 정도 꾸준히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아동이라도 보름 이상 한달 가까이 걸지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그렇다고 집요정이 등장하고 동물과 의사소통하는 등 다소 유치한 시각설정의 소설이라서 시기를 너무 늦추기도 애매합니다. 주인공 닐스의 나이가 14세인 바, 그 전후 나이에 읽히는 것이 그런대로 쓸만한 기준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 아이들은 스웨덴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나 다 읽을 필요는 없겠지요.(한반도를 무대로 한 이런 작품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이런 급(級)의 수준 있는 책을 적절한 때 완독할 기회를 살린다면 정말 놀라운 실력과 자신감이 저절로 배어나올 것이라 기대해도 괜찮겠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어릴 때 1/5(200쪽) 정도로 축약된 동화책으로 <닐스의 이상한 여행>을 접했습니다. 분명 일본 사람의 손에 축약된 것을 중역한 것이겠지만, 지금 돌아보니 이렇게 적당한 분량으로 줄여도 원작의 가치를 손상하지 않은 채, 온전한 메세지를 전달하는 일이 창작 못지 않게 힘든 작업이라 생각되는군요. 다시 한번 당시의 행복한 책읽기를 회상할 수 있어서 좋았고, 늦게나마 이 고전을 제대로 다 읽어냈다는 뿌듯함도 함께 했습니다. 그땐 읽을 거리가 별로 없어 몇 권 안되는 동화책이나마 수차례 반복하여 읽곤 하였는데, 요즘 아이들은 오히려 시간이 부족하여(!) 차고 넘치는 이런 걸작조차 건너 뛰어야 할 처지에 놓여 있으니, 문득 누가 더 행복한 것인지 아리송해집니다.

 

셀마 라게를뢰프의 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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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전집 | 뮤즈 2007-05-14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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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작품 전곡집 - 작품 총망라

 

 

베토벤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1970년대 초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100장이 넘는 LP판의 기념비적인 베토벤 전집이 나왔을 때, 아마도 당시의 집 한 채 가격에 육박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 걸작이 아직껏 이빨 빠지지 않은 채 양호한 상태로 중고시장에 등장한다면 지금도 여전히 고급 승용차 한대 가격은 넉근하리라 봅니다.

 

"Cascade-GmbH"(http://www.cascade-medien.com)란 다소 생소한 독일의 소형 음반사(주로 염가형 클래식 음악 DVD 세트를 보급하는 회사임)에서 나온 이 베토벤 전집은 무엇보다 그 놀라운 가격이 최대 장점이라 할 것입니다. 택배비 빼고나면 말그대로 장당 1,000원에 불과하니, 정말 21세기 문명이 허락한 벼락같은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CD 자켓이나 포장 박스, 심지어 연주자와 녹음상태를 두고 이런저런 토를 다는 분들이 계신데, 저로서는 떡볶이·꼬지 파는 포장마차에서 비프 스테이크와 고급 와인을 논하는 것처럼 생뚱맞게 들립니다. CD 장수(狀數) 안빠지고 제대로 다 들어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할 일 아닌가요.

 

"작품 총망라"라는 말이 정말 맞는지 궁금했고, 혹시 의구심을 갖고 있을 일부 미구입자를 위하여 제가 공부도 할 겸 노가다를 좀 했습니다. 베토벤의 작품번호 목록과 대조해 보았지요.(이 전집엔 유감스럽게도 이런 류의 목록이 서비스되고 있지 않습니다) 인터넷에서 훌륭한 목록을 여럿 볼 수 있습니다만, 그 중에서 http://www.lvbeethoven.com/Oeuvres/ListOpus.html 를 주로 참조하였습니다.

 

작품번호(Opus)가 붙어 있는 곡 중에는 무려 7곡(!)이나 빠져 있습니다.

그 내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Op.41 피아노·플루트·바이올린을 위한 세레나데

Op.42 피아노와 비올라을 위한 녹턴

Op.61(a) 바이올린 협주곡의 피아노 협주곡 편곡판

Op.63 피아노삼중주

Op.64 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소나타

Op.104 현악오중주

Op.114 <아테네의 폐허> 중 합창이 있는 행진곡

 

'엉! 이렇게나 많이 빠졌다니' 깜짝 놀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막을 자세히 보면 Op.41은 Op.25(플루트·바이올린·비올라 삼중주)의 편곡판이고, Op42는 Op.8(현악삼중주), Op.63은 Op.4(현악오중주), Op.64는 Op.3(현악삼중주), Op.104는 Op.1-3(피아노삼중주)의 편곡 버전입니다. 이 5작품은 3~5 종류의 악기 편성만 달리한 비슷한 분위기의 실내악이므로 어느 편(원곡 또는 편곡)을 들어도 큰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물론 양쪽 다 빠짐없이 넣었더라면 훨씬 좋았겠지만, 이 정도의 편집방침은 수긍이 가는 일이지요. Op.114는 극(劇)부수음악 Op.113<아테네의 폐허> 안에 포함되어 있는 합창곡 한 편에 독립된 작품번호를 붙여 출판한 것이니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다만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워 한 것은 Op.61의 피아노 협주곡 버전입니다. 이 곡은 피아노 비르투오조인 베토벤 자신에 의하여 편곡되었고, 완전히 새로운 카덴짜가 붙어 있어 가히 6번째 피아노 협주곡이라 칭해도 괜찮을 명곡입니다만, 이 전집에서는 생략되고 말았군요.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을 보상할 썩 괜찮은 음반이 하나 보너스로 들어 있습니다. 47번 CD에서 생경한 피아노삼중주가 한 곡 눈에 띄는데, 이것은 교향곡 2번(Op.36)의 편곡판입니다. 이런 편곡이 있는 줄도 처음 알았지만(무슨 의도로 편곡되었는지는 아직 조사중입니다), 아주 웅장하면서 깔끔한 피아노삼중주입니다. 이 전집에 들어있는 원래 교향곡 연주보다 훨씬 나아 보이더군요. 이 곡은 독립된 목록번호가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는 사람도 거의 없어, 전집에서 빼더라도 크게 표가 나지 않았을 터인데, 이처럼 귀한 연주를 들을 수 있는 행운이 주어졌습니다.

  

작품번호가 없는 작품(WoO : Werke ohne Opuszahl, Works without opus) 중에는

WoO 4 피아노 협주곡

WoO 12 12개의 미뉴엣

WoO 16 12개의 에코세즈

WoO 17 11개의 춤곡

이 빠져 있습니다.

(WoO 100 ~ WoO 200 사이에는 수백곡의 리트가 자리하고 있는데, 목록을 일일히 대조하다가 지쳐서 마무리짓지는 못하였으되, 대략 거의 다 들어있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WoO 4의 피아노 협주곡은 베토벤의 10대 중반 본(Bonn) 시절의 습작으로 유감스럽게도 오케스트라 파트의 악보가 전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WoO 12,16,17의 작품들은 현재 위작(僞作) 시비가 붙어 있는 바, 이런 연유로 빠지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특이할만한 구성은 베토벤이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여 쳐박아 두었던 <레오노레(1805년作)>(Hess 109번호가 붙어있군요)를 CD 2장(CD 16,17)에 걸쳐 담았다는 점입니다. 박물관에나 잠들어 있음직한 악보가 문득 CD로 현시되다니 전율할 일입니다. 함께 들어있는 <피델리오>와 비교해서 들어보는 것도 또한 희귀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Opus가 붙은 곡들만 챙겨 놓고 이른바 "전집"이라 주장하는 것도 크게 흉잡힐 만한 일은 아닙니다. 거기다가 WoO 목록의 곡들까지 다 모아서 "완벽한 전집"이라 선언한다면 왠만한 사람들은 다 수긍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전집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가고 있습니다. WoO 에서 빠진 "Hess", "Biamonti"번호가 붙은 곡들도 30곡 이상 취하였고, 85번 CD에는 이러한 목록에서 빠진, '소품'이라 부르기도 애매한 스케치 소절까지 녹음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현재까지 구할 수 있는 모든 악보를 다 집어넣고 보자는 야심찬 계획이 끝내 실현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연주나 녹음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이 '가격'에 대하여 예의가 아닌가 싶습니다만, 내친김에 몇 가지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독일어와 영어가 짬뽕이 된 알파벳 목차의 booklet은 그다지 쓸모가 없는데, 필요한 정보인 곡명과 연주자는 각 CD의 마분지 자켓에 빼곡하게 들어 있습니다. 연주자나 연주단체의 프로필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확실히 녹음 연도와 장소, 녹음 방식의 표시가 생략된 점은 이 전집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있습니다. 음반사의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을 수 있는 46쪽 짜리 카탈로그에도 자켓에서 구할 수 있는 이상의 정보는 없더군요.

모두 784곡이 들어 있고, 111곡은 이 전집을 위하여 새로 녹음되었으며 그중 일부는 최초의 녹음이라고 합니다. 1987 ~ 2007년 사이의 녹음이니까, 대부분 컴필레이션 음반에서 접하기 마련인 골동품 녹음이 낑겨져 있지 않은 점은 높이 살만 합니다. 유명한 거장들의 모습이 그다지 눈에 띄진 않지만, 나름대로 실력 있는 소장파 연주자들이 상당수 참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마이너 레이블이라 하더라도 음원(音源)을 남길 정도의 실력은 갖췄다고 인정해야겠지요. 물론 Cascade 같이 소규모 음반사가 이 모든 음원을 보유하지는 못했을 터, 고만고만한 타음반사로부터 라이센스 받은 것이 상당히 많고 개중에는 "NAXOS"가 역시 돋보입니다.

대개 전집이든 선집이든 베토벤집(集)을 만든다면, A지휘자의 교향곡 전집, B피아니스트의 소나타전집, C사중주단의 현악사중주곡집 등 장르별 전집을 한데 모아서 엮는 것이 상식이랄 수 있습니다. 어쩐 일인지 이 전집은 이렇게 간명한 방식을 외면하고, 한 장르에 여러 연주자의 녹음이 잡다하게 섞여 있습니다. 가령 9곡의 교향곡을 위하여 6명의 지휘자(연주단체)가 등장하는 것이 한 예입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녹음이든 연주 수준이든 그렇게 들쭉날쭉하게 만들지는 않았으니, 편집자의 능력이 참 대단한 것을 알겠습니다. 이 전집의 1번 CD는 - 여느 전집처럼 - 당연히 교향곡 1번으로 시작합니다만, 마지막 87번 CD에는 작품번호 끝번(Op.138)인 레오노레 서곡 1번이 들어 있고, 베토벤 음악의 최종 종착역이라 할 수 있는 대푸가(Op.133)로 전집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정말 놀라운 센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왠만큼 음악을 듣는 사람이라도 CD 몇십장 정도는 갖추고, 매니아라면 장르별 전집까지 여러 종 비교하면서 즐길 터인데, 이제 이런 싸구려 전집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요? 확실히 여기에 포함되어 있는 교향곡·협주곡·피아노소나타·현악사중주 등 소위 베토벤의 걸작품들은 너무 연주나 녹음이 밋밋하여 별다른 감흥이 없다고 인정합니다. 다만 그것들이 '다 들어있다'는 의미 정도 밖에는 없지요. 하지만 이런 장르들은 평소에 많이 들을 수 있는 것이니까 일단 한켠에 밀어 놓고, 여기서는 오직 잘 듣지 않는 것, 듣기 어려운 것들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로 비정형 편성의 실내악 작품들, 수많은 변주곡과 소품들, 수백곡의 리트, 습작과 스케치 등이지요.

 

베토벤의 음악성·예술성만을 따진다면 역사적으로 검증받은 그의 걸작들로서 이미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 이상은 호사가들의 별난 취향일 뿐이지요. 다만 베토벤 예술의 경지을 넘어서 그의 인간적인 고뇌까지 함께 호흡하고 싶다면 그가 남겨 놓은 모든 자취들을 꼼꼼히 훓어볼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베토벤은 자신이 완벽하게 성취했다고 인정한 작품에만 공식번호(Opus)를 부여하여 출판하였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제대로 만들지 못한 것(습작들), 만들다가 만 것(더 손봐야 할 불완전한 것), 외부적 환경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만든 것(후원자나 권력자의 요청·압력), 그야말로 빵을 위하여 만든 것(국적 불명의 각국 민요에 붙인 리트 따위)들은 그에게 있어 인정하기 싫은 사생아와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렇지만 오늘날 우리 눈에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사생아입니다. 그의 적자(嫡子)들이 세계 각국의 연주회장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웅장한 사운드를 자랑하고 있을 때, 이 사생아들도 음악적으로 이미 새롭게 해석되고,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까지 감동하고자 하는 수많은 매니아들에게 깊은 의미로 다가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저런 '시시한 동기'로 작곡된 곡들을 듣다보면, '내가 이런 짓까지 해야 하나'라고 독백하는 고독한 천재의 번민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그닥 창조력을 집중할 수는 없었겠지만, 작품 하나하나에서 악성(樂聖)의 편린은 충분히 감지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WoO 작품들은 웅장하거나 화려하지 않되, 아담하고 소박한 가운데 슬프도록 아름답습니다.

단지 이런 공명을 얻기 위한 것만으로도 이 전집은 충분히 한가치한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WoO 곡들의 연주가 훨씬 좋아 보이는 것도 - 다른 연주를 그다지 접해보지 못해서 비교 대상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요 -  이 전집에서 버릴 것이 하나도 없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아뭏든 베토벤 전집으로는 대단히 희귀한 경우이고, 아마도 당분간 범위에 있어서 만큼은 이에 필적할만한 물건이 나오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임종의 베토벤 

Joseph Danhauser 그림(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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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서관 `굿바이 헤밍웨이` | 책이 있는 풍경 2007-01-05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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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에밀리 디킨슨의 시집 같은 고전들
이 미국 공공도서관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2일 보도했다. 서가의 자리만 차지할 뿐 아무도 빌려가거나 찾지 않기 때문이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도서관들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책을 빼버리기 위해 컴퓨터를 이용해 최근 2년간 대출 실적을 검색해 봤다. 조사 결과 고전을 포함한 수천 권의 소설과 인문과학 서적들이 서가만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세기 미국의 대표적 작가인 헤밍웨이의 소설을 비롯해 하퍼 리의 퓰리처상 수상 소설 '앵무새 죽이기', 미국의 대표적인 여성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시집, 그리고 헨리 애덤스의 '교육론' 같은 인문 도서가 여기에 포함됐다.

WP는 "도서관이 신간을 들여오기 위해 오래되고 인기 없는 책들을 치우는 일은 항상 있어온 일"이라면서도 "이번에 추려내는 작업은 과거와는 다른 차원"이라고 전했다. 공공도서관이 반스앤노블스나 보더스와 같은 대형 서점 체인들처럼 독자들의 취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페어팩스의 21개 도서관을 관장하는 샘 클레이 회장은 "많은 책이 꽂혀 있는 서가에서 한 권의 책만 읽힌다면 아까운 일"이라며 "사람들이 보지 않는 책은 가차없이 골라내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페어팩스 도서관이 앞장서 하는 이 일을 다른 도서관들도 곧 따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서관 책들이 외면받는 것은 인터넷 문화와도 관련이 있다. 웬만한 책은 인터넷에서 검색해 중요한 내용 정도는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레슬리 버거 미국도서관협회 회장은 "과거 도서관들이 유익한 책을 중시한 반면 요즘 도서관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책을 갖추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추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다이언 크레시 알링턴 카운티 도서관장은 "공공도서관은 주민들의 문화적 소양을 위해 양서를 구비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은주 기자

(중앙일보 2007.01.04)

 

오늘날 도서관의 역할이란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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