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건축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김석철씨의 세계건축기행 이후 처음이지 않을까 싶네요. 건축은 제 오랜 관심의 대상 중 하나였고, 한때는 전공을 꿈구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폈습니다. 짧게 요약하면 이 책은 건축에 대한 전반적인 물음에 대한 대답이자 크고 작은 건축회사에 몸담아오다가 끝내 자기 예술과 사업을 위해 독립을 이룬 한 건축가의 성장일기입니다. 그만큼 건축가 개인의 경험과 생각이 오롯이 녹아 있는 책입니다. 특히 습관이란 테마로 책을 엮어낸 만큼 세세하다 싶을 정도로 개인적인 느낌과 생각들이 많이 발견됩니다. 그 많은 습관들이 모여 한 명의 건축가를 탄생시켰겠지요?
'저의 건축 철학은 단순함 속의 단단함입니다. 외관에서 나타나는 장식적이고 형태적인 요소를 최소화하면서 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단정하고 정갈한 디자인이 제가 추구하는 철학입니다.' 책의 초두부분에 쓰여진 작가의 건축철학입니다. 작가의 모든 습관은 이 철학 속으로 귀결되는 것이겠죠? 다른 어떤 습관보다도 글쓰기를 좋아하고 또 강조하는 작가의 모습은 그런 철학을 잘 대변해 주는 것 같습니다. 말과 생각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잘 엮어서 글로 내보내는 일. 건축과 참 닮아 있죠?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을 찾아보고, 또 영감을 주는 장소에서 디테일하게 관찰하고 스케치하고...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마음까지 습관의 흔적들은 다양하게 기록됩니다.
한 건축가가가 뻗어낸 무수히 많은 습관들. 비단 건축가가 아니더라도 이런 습관들을 가지고 있으면 어떤 일이든 잘 하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책은 습관의 기록들을 꼼꼼하게 보여준 뒤 못다한 건축이야기로 마무리됩니다. 이 대목에서는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 그리고 건축주와 건축가 간의 유용한 질의응답을 다루었습니다. 건축서인 만큼 실용적인 측면까지도 놓치지 않는 꼼꼼한 책입니다. 한 건축가의 습관으로 따라가본 건축이야기는 재밌는 발견이었고 또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습관이란 이름으로 지어올린 집이 얼마나 튼튼한지를!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