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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크리스마스는 희망을 다시 찾는 날이길 | 출판사 리뷰 2022-12-04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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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저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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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김금희의 문장은 김금희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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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오직 한사람의 차지, 너무 한낮의 연애, 복자에게등 다양한 작품으로 활동하는 김금희 작가의 신작 크리스마스 타일을 가제본으로 만나보았다.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김금희 작가의 첫 연작 소설 속에는 다양한 인물들의 상처와 아픔 그리고 희망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은하의 밤>

유방암 치료 후 가족에게도 위로와 안식을 찾지 못했던 방송작가 은하는 쿠바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앙상하게 마른 떠돌이 개를 통해 살아갈 이유를 찾고 다시 방송국에 복귀해 사람들과 인연을 다시 만들어 간다.

 

은하는 피부에 닿는 그 개의 보드라운 혀를 느끼며 양손을 계속 내주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개가 물을 마시고 은하도 갈증에서 벗어났던 순간은 생각해볼수록 결이 달라졌다. 은하가 인생의 가장 저점에 떨어져 있다는 생각에 휩싸였을 때 그렇지 않다고, 너는 그렇게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고 일깨우기 위해 누군가 그 떠돌이 개를 보낸 것 같았다. (p.56)

 

<데이, 이브닝, 나이트>

영화학도 한가을은 마음속에 짝사랑하던 경은 선배가 아니라 정신과 병동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미진과 나누었던 모든 시간이 결국 사랑이었음을 알아간다.

 

밤새 우리의 사랑. 우리 인생의 구원자들에 대해 얘기하다가 나가서 먹는 김밥과 라면은 실제야 어떻든 더할 나위 없이 잘 차려진 정찬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우리는 그 밤들 내내 영화를 찍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서로가 서로의 영화에 관객이 되어, 이 사랑이 가망 없는 것이라도 어떻게 든 그것이 지닌 일말의 빛을 지켜주면서. (p.100)

 

<월계동 옥주>

옥주는 잠깐의 연애 이후 베프로 지냈던 현우와의 결별이 여전히 상처로 남아있다. 중국 어학연수에서 만났던 예후이와 보았던 호수의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평범한 원래의 옥주로 돌아갈 힘을 얻는다.

 

호수는 더이상 연마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세공된 금속처럼 빛나고 있었다. 세상의 어떤 것도 되비출 수 있을 것처럼. 나무가 담기면 나무가 되살아나고 새가 담기면 새가 그대로 되살아나 가지를 옮겨 다니며 날갯짓할 수 있는 물이 지녔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양감()이었다. (p.133)

 

<하바나 눈사람 클럽>

진희는 아홉 살의 크리스마스 때 처음 만났던 찬성과 사귀었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성인이 되어 다시 그 인연을 이어갈 수 있는 만남을 기다린다.

 

상처받은 마음으로 떠났던 내가 돌아오지 않겠다고 겨울에 먼 길을 갔던 내가. 내 이름으로 된 미용실을 열겠다고 결심했을 때 나는 당연히 부산을 떠올렸다. 어쩌면 서울에서 사는 내내 돌아오고 싶은 마음을 조금씩 저축해두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여기는 내가 어른이 되고 나서도 늘 일용한 삶의 기준들이 만들어진 곳이기 때문이다. (p.171)

 

<첫눈으로>

방송국 예능국 막내 작가 신소봄은 술 때문에 죽은 아버지를 원망한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술에 의존하며 자신을 보며 죽은 아버지를 닮아가는 것 같아 괴롭다. 지난겨울 지민과 함께 첫눈을 맞았던 그 시간을 그린다.

 

마치 누군가의 머리 위로 죄 사함을 선언하듯 공중에서 끝도 없이 내려오는 그 눈송이들이. 그것은 비와 다르게 소리가 없고 쌓인다는 점에서 분명한 아우라가 있었다. 그렇게 걷는 동안 소봄의 주머니에서 휴대전화가 반짝이며 지민의 말이 계속되었다. 소봄은 그것을 확인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혼자만의 힘으로 그날의 밥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누군가를 잃어본 사람이 잃은 사람에게 전해주던 그 기적 같은 입김들이 세상을 덮던 밤의 첫눈 속으로. (p.219)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

죽은 개 설기를 그리워하며 개를 키우는 지인들에게 연락해 그리움을 달래고자 했던 세미는 결국 그들을 만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그리움을 조금씩 털어낼 수 있게 된다.

 

더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그렇게 마음의 슬픔에 저항해가던 세미는 울어서 퉁퉁 부은 눈으로 설기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눈이 마주친 둘은 한동안 서로를 살폈다. 괜찮을까. 마음을 주어도 사랑해도 가족이 되어도 괜찮을까, 날 아프게 하지 않을까. 이윽고 먼저 다가와 안 긴 것은 세미가 아니라 설기였다. (p.256)

 

 

맛집 사진만 보고 상호를 맞춘다는 맛집 알파고라 불리는 현우와 그와 한때 연인이었던 방송국 예능피디인 지민과의 재회를 통해 상처뿐이던 이별에 대한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한다.

 

그러니까 눈 내리는 희귀한 부산의 크리스마스에 우리가 했던 일들은 겨우 그런 사실에 대해 알게 되는 것 아닌가. 모두가 모두의 행복을 비는 박애주의의 날이 있다는 것. 하지만 그런 것에 대해 알게 되고 꿈꾸고 심지어 철학하는 일은 대체 뭔가. 나는 존재를 회의한다는 그 잉어를 정말 촬영하러 가야 하나. (p.303)

 

 

연작 소설이기에 이야기 속 인물들이 어떻게 연관이 되어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나갈지 기대하며 퍼즐 조각 맞추는 기분으로 뭐 하나라도 놓칠까 봐 신경을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7편의 이야기 속에는 크리스마스라는 특별한 날에 모두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 서로의 상처, 아픔도 치유가 되고 앞으로 살아갈 날의 희망이 더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김금희 작가는 평범한 언어로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어내는 그 특유의 재능을 이번에도 어김없이 담아냈다. 마음속에 담고 싶은 문장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크리스마스 타일은 이번 크리스마스가 나에게도 특별한 날이길 기대하게 만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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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헌신의 마음을 그림에 담은 화가 | 출판사 리뷰 2022-12-02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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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반 고흐

유경희 저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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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헌신의 마음을 그림에 담아낸 반 고흐의 일생을 다양한 방면으로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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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 딱 한 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했고 정신질환을 앓았으나 미술에 대한 열정만은 멈추지 않았고 죽은 뒤 서양미술사상 가장 찬란한 명성을 누린 빈센트 반 고흐. 누구보다 클래식 클라우드를 통해 반 고흐의 인생 여정을 함께 하기를 기다렸기에 이번 반 고흐의 출간은 너무나 기쁜 소식이었다.

 

1853330일 네덜란드 작은 마을 쥔데르트에서 장남으로 태어났으나 그가 태어나기 정확히 1년 전에 죽은 형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는다. 하지만 이름만 같을 뿐 형의 대체아였기에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늘 애정 결핍에 시달렸다. 화상 생활을 하다 목회자가 되려고 했으나 그는 결국 예술가의 길로 들어선다. 파리에서 인상주의 영향을 받고 남프랑스 아를에서 화가 공동체를 꾸리고자 했다. 하지만 고갱과 갈등 끝에 자신의 귀를 자르며 정신 착란 증세가 더욱 뚜렷해지고 스스로 요양원에 들어간다. 1년간의 요양원 생활 후 1890년 오베르쉬르우아즈에서 의문의 총상으로 숨을 거둔다.

 

빈센트가 어머니에게 거부당한 경험, 즉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의 인생에 결정적인 트라우마로 작용한다. 어머니 대신 테오가 어머니의 역할을 대신해 주었지만, 그렇다고 빈센트의 내면에 자리한 모성결핍이 근원적으로 해소될 수는 없었다. (p.278)

 

반 고흐의 예술적 기질과 빠른 속도로 그림을 완성하는 것도 어머니의 영향이 컸음에도 그는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고흐가 마지막 눈을 감는 순간까지 아들을 외면하고 사후에도 아들을 인정하지 않았던 어머니에게 반 고흐는 어떤 존재였을까? 결국 아들에게 애정을 베풀지 않았던 어머니로 인해 그가 품었던 여성상과 소외된 자들에 대한 과도한 책임감은 창녀들과 무모하리만큼 깊은 관계를 맺기도 했다.

 

빈센트에게 '예술가'라는 의미는? 그것은 바로 '나는 탐구한다. 나는 분투한다. 나는 열중한다'는 뜻이다. 빈센트는 자신이 목표하는 바가 생기면 몰입의 강도가 막강한 존재였다. 호기심과 사명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가 들러붙으면 무슨 일이든 지나치게 열심히 했다. (p.43)

 

누구보다 열정적이던 반 고흐가 만약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면 단순히 정신적인 문제만 안고 살아간 인물로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지 않았을까? 이렇게 그가 열정을 담아 예술 작품을 남겼기에 사후에라도 거장으로 칭송받을 수 있고 오히려 후세가 더 감사해야 할 인물인 것 같다.

 

반 고흐의 정신적인 문제, 그림에 대한 열정, 미술관, 소외된 자들에 대한 애정, 가족관계 등을 클래식 클라우드를 통해 좀 더 깊이 있게 다각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역시 클래식 클라우드는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고 예술가의 삶을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는 자극적인 이야기보다는 좀 더 객관적으로 전달해 준다. 사람들이 왜 반 고흐의 삶과 작품에 열광하는지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

 

빈센트가 사로잡힌 것은 초상화였다. 그는 '인간이야말로 모든 것의 뿌리다. 인간의 얼굴이야말로 내 안에 있는 최고의 것, 가장 진지한 것의 표출이다"라고 말했다. 평생을 모델을 찾는 데 열중했던 그에게 초상화란 유일하게 사람을 소유하는 경험을 해 주는 장르였다.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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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문학안에서 사랑을 피웠던 스토너에 대하여 | 개인 리뷰 2022-11-22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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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스토너

존 윌리엄스 저/김승욱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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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만나며 새롭게 태어나 그렇게 문학 안에서 사랑을 키워나간 한 남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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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답답함의 대명사 하면 스토너가 빠지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나 또한 스토너를 처음 접했을 때 왜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지 답답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스토너가 죽음을 앞두고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 과연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넌 무엇을 기대했나?’

 

이 문장 하나로 내가 스토너에게 느꼈던 답답함이 한 번에 무너지고

그 질문은 스토너에서 곧장 나에게로 돌아왔다.

답답하게 여겨지던 스토너와 내가 다를 게 뭐가 있는가.

나 또한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말을 삼키며 살지 않았는가.

우리가 모두 답답한 스토너의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문학을 사랑하고 거기에 빠질 행복할 수 있었고 그 문학이란 매개체를 통해 캐서린과의 사랑을 키울 수 있었고 문학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던 스토너를 답답한 실패자라고만 치부할 수 없었다.

 

낡은 회색 표면이 조각조각 떨어져 나가면서 나무 본래의 모습이 겉으로 드러나더니, 마침내 풍요롭고 순수한 질감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가 이렇게 가구를 수리해서 서재에 배치하는 동안 서서히 모양을 다듬고 있던 것은 바로 그 자신이었다. 그가 질서 있는 모습으로 정리하던 것도 현실 속에 실현하고 있는 것도 그 자신이었다. (p.143)

 

스토너는 아이의 변화를 지켜보며 슬픔을 느꼈지만, 세상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무심한 표정만을 보여주었다. 죄책감이라는 편안한 사치품을 자신에게 허락할 수는 없었다. 타고난 본성과 이디스와의 생활이라는 조건을 감안할 때, 지금까지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이런 깨달음이 죄책감보다 훨씬 더 슬픔을 부추겼고, 딸에 대한 사랑은 더욱 깊어졌다. (p.332)

 

하지만 가장 안타까운 점은 역시나 부모라는 입장에서 스토너가 딸 그레이스를 지켜주지 못했다 걸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아본다. 딸을 위해 이디스와 맞서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그레이스가 점점 빛을 잃어가고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모하게 임신하고 알코올중독에 빠지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또한 진정한 사랑을 만났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에 스토너의 불행은 더 커 보였다. 불륜이라는 도덕적 관념으로 스토너와 캐서린의 사랑을 판단할 수 없었고 오히려 이들의 사랑을 응원하게 된다. 난 이 스토너 때문에 불륜을 단순히 이기적인 사랑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되겠고 누군가에는 정말 절실한 사랑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타인의 사랑을 내 기준으로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야겠다. 이번에도 난 그들의 사랑이 불륜일지라도 스토너가 좀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이들이 더 깊이 오래 사랑하길 원했다.

 

처음 스토너를 읽었을 때 최고의 책 중 하나로 꼽았기에 몇 년 만에 다시 만난 스토너가 이번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하기도 했고 이번엔 스토너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에 대해서도 이해해보고 싶다는 호기로운 욕심을 부려보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스토너를 힘들게 하는 인물들을 품어 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이들과 끝까지 맞서 분란을 일으키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문학으로 도피했던 스토너를 여전히 다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끝까지 그들에게 맞선다고 한들 스토너가 원하는 바를 얻는 결과를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몇 년 전엔 스토너와 그레이스 때문에 너무 슬프게 읽었다면 이번엔 좀 덤덤하게 읽을 수 있었지만, 스토너의 부모님의 쓸쓸한 모습에 코끝이 찡해졌다. 표현하지 않았을 뿐 아들 스토너를 위하는 그들의 마음이 절절히 느껴졌다. 다음엔 스토너를 만나면 또 어떤 느낌일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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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라는 소재를 통해 임신 중절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책 | 개인 리뷰 2022-11-1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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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KN의 비극

다카노 가즈아키 저/김아영 역
황금가지 | 201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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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라는 소재를 통해 임신 중절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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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베스트셀러 작가에 오른 나쓰키 슈헤이는 새로운 맨션으로 이사하고 아내 가마니와 행복한 일상을 꿈꾼다. 차기작도 안정적인 수입원도 해결이 안 된 상태에서 가마니의 임신 소식을 알게 되지만 경제적인 여건이 불안정한 상태라며 임신 중절하자고 아내를 설득한다. 하지만 가나미가 빙의가 되어 이상 증세를 보이며 다른 인격으로 변해 날카롭게 변하며 임신 중절을 할 수 없게 된다. 아내에게 빙의 된 이는 아내의 초등학교 친구인 나카무라 구미였고 그녀는 가나미의 아이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말한다. 아내의 빙의를 해결하기 위해 나카무라 구미를 조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그녀가 이미 3년 전 조기태반박리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 이소가이는 이 빙의를 정신과적인 문제라고 판단하지만 슈헤이는 영적인 문제라 생각한다. 결국 슈헤이는 임신 중절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지만, 나카무라 구미는 가나미를 완전히 장악해 버린다. 아내 가나미가 다시 돌아올 수 있게 하기 위한 슈헤이와 안전한 출산을 위해 이소가이의 노력이 지속된다.

 

"우리들은 승리자인 셈이죠. 벌써 이 세상에 태어나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을지 어떨지 운명에 갈림길에 세워진 아이가 무수히 많습니다. 우리들의 생활이나 권리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되면 태아들의 비명소리에 귀 기울여 줄 사람은 하나도 없게 될 겁니다." (p.166~167)

 

다카노 가즈아키의 소설은 단순히 빙의라는 자극적인 소재만을 다루는 것이 아닌 임신 중절이라는 민감한 사항을 다각적인 방면으로 바라볼 수 있게 질문을 던진다. 임신 중절이 꼭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행해진다는 점에서 임신 중절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돌아보게 한다. 이 민감한 사항을 무조건 비판할 수도 그렇다고 모든 경우를 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판단할 수도 없다. 또한 슈헤이가 너무 사랑했던 가나미가 다른 인격으로 변하며 사랑이를 지키고 싶은 마음과 공포심을 동시에 느끼며 진정한 사랑은 단순히 아름다운 면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님도 생각해보게 한다. 각자가 처한 상황 그리고 과거의 경험들이 가나미의 임신과 빙의와 연결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역시나 작가의 묵직한 질문과 시선으로 결코 가볍거나 자극적인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는다. 작가의 제노사이드가 대작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스케일은 작지만 역시나 사회적 이슈를 던진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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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의 사랑에 대한 열정 | 개인 리뷰 2022-11-1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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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저/최정수 역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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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의 강렬함 그리고 그 열정이 식은 후 남는 것은 기억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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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을 통해 아니 에르노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단순한 열정을 구매 후 책꽂이에만 보관했었다. 매번 읽어 봐야지하고 마음만 먹고 있었는데 올해 아니 에르노가 노벨문학수상작가에 선정되었으니 읽어봐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기에 드디어 읽어보았다. 그는 직접 경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자신의 작품세계를 규정하는 프랑스의 문제적 작가로, 사회, 역사 문학과 개인 간의 관계를 예리한 감각으로 관찰하며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이룩했다고 평가받는다.

 

작년 9월 이후로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그 사람이 전화를 걸어주거나 내 집에 와주기를 바라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P.11)

 

사랑하는 이를 만나기고 또 모든 순간을 온통 열정을 담아 그를 기다리는 여자의 마음을 강렬하게 담아낸다. 유부남을 사랑하고 애타게 기다리며 그가 자신에게 오는 그 순간을 기다리기까지 오로지 그를 향한 마음 외에는 다른 무엇도 제대로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간 후 잠깐의 재회가 있었지만, 다시 예전 관계로 돌아갈 수 없음을 느끼며 그를 향한 열정이 서서히 식어가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우리가 함께 사랑을 나누는 순간이 아니면 모든 것이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더구나 나는 언젠가 그 사람이 떠나는 순간 이 올 거라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나는 고통스러운 미래의 쾌락 속에 살고 있었다. (p.39)

 

유부남을 사랑하기에 그와 만나는 단 몇 시간이 흐르면 그는 자신의 가정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또 그를 만날 수 있는 시간까지의 기다림의 연속을 무엇이라 해야 할까? 불륜이라는 도덕적 잣대로 바라보면 옳지 않은 감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누군가를 향한 사랑이라는 관점에서만 본다면 그 열정은 많은 이들이 경험한 순수한 감정일 수도 있다. 단순한 열정의 이 단순하다는 의미는 오로지 사랑만 원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결국 언젠가는 사라질 단순한 감정이기에 붙일 수 있는 것일까? 이처럼 여러 각도로 이 단순한 열정을 해석할 수 있겠다. 자전적 소설이기에 더 도덕적인 관점으로 기울어질 수 있겠지만 아니 에르노의 작품을 단순히 이 한 권으로 해석하기엔 섣부르겠다. 앞으로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을 더 읽어보고 그녀가 말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판단하고 싶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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