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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말은 언제라도 늦지 않다 | 기본 카테고리 2020-11-2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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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랑한다는 말은 언제라도 늦지 않다

김재진 저
김영사 | 2020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평범한 일상속의 삶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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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이별이 가득한 세상에서, 

사람은 가도 사랑은 남는다. 

사랑한다는 말은 언제라도 늦지가 않다.


작가 김세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이 작가의 이력이 특이했다. 시인, 소설가이며 우연히 들은 첼로 소리에 첼리스트가 되려고 음대에 입학하기도 하고, 젊은 시절 방송사 PD로 지내며 방송대상 작품상을 받기도 했으며, 직장을 떠나 바람처럼 떠돌며 인생의 신산(辛酸)을 겪었다. 병상에 오래 계신 어머니를 돌보던 시절 벽에 입을 그려달라는 어머니의 부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세 번의 전시회를 열고, 첫 번째 전시회의 그림이 완판되는 이변을 낳았다. 이런 그의 이력 때문인지 그의 글은 과연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근래에 주로 읽은 에세이들은 중수필들이었고 오랜만에 접한 경수필을 통해 자연스러운 작가의 생각과 감정을 편하게 느껴볼 수 있었다.

 

본문 중에서


꽃은 지고 나면 다음 해에 또 피지만, 사람은 가고 나면 돌아올 줄 모른다. 어머니께 하지 못한 한마디는 오래오래 내 가슴속에 후회로 남아 있다. “사랑한다는 말 한 번 하지 못한 시간을 돌아보며 손가락 움직여 나는 허공에 엄마라고 써본다. 아무도 없는 허공 위로 사랑해요하고 불러본다. 사람이 떠난 자리엔 후회만 남는 법, 아끼지 않아도 되는 말을 아꼈다는 자책으로 나는 어둠 속에 탄식 하나 토해놓는다. 사람은 가도 사랑은 남는다. 언제라도 사랑한다는 말은 늦지가 않다. (p.69)

병상에 계신 어머니를 간병하며 보낸 시간이 길었기에 지치고 고된 시간들이 많았을 터인데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한다는 말을 해드리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글 곳곳에 묻어난다. 나또한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아주 가끔 엄마에게 메시지로나 전하는 사랑해요는 말에도 이상하리만큼 쑥스럽다. 아이들에게는 그 말이 아무렇지 않게 나오는데 왜 부모님께 이 말이 힘든 이유를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 그런 말을 부모님께 일상적으로 듣지 못해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원래 애교스럽지 못한 내 성격일 수도 있겠다. 갑자기 애교스러운 딸이 되어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해드리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젠 내 마음을 좀더 자주 표현하는 딸이 되어야겠다.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고마움과 감사함의 표현을 더 많이 해야겠다.

 

인간관계가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가 상대에게 뭘 바라는지 냉철하게 바라보는 일이다. 내가 바라고 있는 그것이 내 안에 있는 결핍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럴 수밖에 없다고 믿지만, 사실은 내가 이렇기 때문에 그 사람이 그런 것이다. (p.127)

내가 심리적으로 갈등을 일으키는 사람들의 특징이 나름 있다. 그런데 유독 그런 특징들이 눈에 띈다는 건 내 안에 있는 내가 감추고 싶은 부분들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유독 그런 특징들이 마음에 걸린다는 건 나의 부족한 면이기에 그런 사람들을 오히려 더 이해해줘야하는데 쉽지가 않다. 그런 점들을 이해해주고 받아주기 위해선 내가 가진 부족함 점들을 먼저 인정하거나 고쳐나가야 함이 우선일 것이다. 나스스로에게 더 관대해진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더 관대해질 수 있을 것 같다.

 


꽃이 피고 지는 그 사이를 사람들은 시간이라 부른다. 가지에 달려 있던 꽃이 떨어져 바닥에 닿기까지 그 짧은 순간을 사람들은 인생이라 부른다.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지도 모를 별을 발견했다는 기사를 읽는다. 혹시 지구를 떠난 영혼들이 옮겨가는 곳은 아닐까? 나는 상상의 피뢰침을 세운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면 딴 별이면 좋겠다. (p.175)

시간과 인생 아름답게 표현한 이 구절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꽃의 일생을 인간의 삶과 비유할 수 있는 작가의 표현력에 다시금 읽어보게 되는 구절이다. 지구란 곳에서 인간과 함께 동거동락한 영혼들이 또 다른 삶을 살아가는 곳이 우주 어딘가에 있다면 나의 영혼은 행여 많이 힘들었다 고단했다는 기억만하지 말고 행복했고 즐거웠다는 기억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평생을 그 자리에 선 채 나무는 밤마다 찾아오는 하늘의 별을 기다린다. 별로 돌아간 어린 왕자를 그리워하듯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끝없이 무엇인가를 그리워한다. 아름다운 나무를 보면 숲이 생각나듯 나이를 먹으면 옛 친구가 그립다. 그 숲에 가고 싶다.( p.211)

무언가를 지금 그리워하고 있나를 생각해보면 난 직장생활을 했던 때가 제일 그립다. 학창시절도 좋았지만 직장생활에서 뭔가 내 삶의 목표가 확실했던 것 같았고 그 시절이 아쉽게 끝날 수 있다는 것도 사실 생각지 못했고 준비도 못했기에 더 미련이 남는 시절이다. 그 시절 나의 직장동료들은 잘 지내고 있을 것이고 좀 더 많은 경험을 쌓았을 것이다. 그들과 함께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해왔다면 난 어떤 모습이었을지 가끔 상상도 해본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해도 지금과 같은 선택을 했겠지만 내 아쉬움이 제일 많이 남는 그 시절, 그때가 가장 그립다.

 

삶에 대해 알아갈수록 우리는 자신이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뭔가를 알수록 더 모르는 것이 많아지는 이 아이러니한 현실 또한 상식을 배반하는 일 중 하나일 것이다. 아마도 인간은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세상과 하직할 날을 맞이할지도 모른다.(p.221)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흰 백지에 제 색을 채워나가는 과정인데 그 백지가 너무 크기에 채워도 채워도 빈 공간들이 채워지지 않는다. 안다고 생각되는 순간 또다른 의문들이 생기고 나의 무지를 마주한다. 이 글을 보면 소크라테스가 나는 내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안다고 했기에 평탄한 죽음을 맞이하지 못했던 게 아닌가 싶다. 안다고 자만하지 말고, 모른다고 의기소침하지 말고 앎을 하나씩 실천해 나가는 사람이고 싶다.

 

 

제목부터 나를 사로잡았던 이 책의 44편이 전해주는 잔잔한 울림을 통해 내 삶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주변에 무심하게 생각하고 스쳤던 것들에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면 나에겐 어느 순간 소중한 것들로 맘 속에 자리잡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내 주변을 좀 더 편안한 맘으로 그리고 소중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책에 언급된 라즈니쉬가 말한 시인이 되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 한 방법이다. 삶을 사랑하고, 삶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며, 삶과 진실한 관계를 맺는 사람이 시인이다와 같은 시인이 되고 싶다.


*YES24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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