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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함께 하는 인문학을 만나다 | 기본 카테고리 2021-01-24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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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와인잔에 담긴 인문학

황헌 저
시공사 | 2020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역사의 흐름과 함께한 와인의 이야기속에 빠져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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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스토리다

 

오래된 역사를 지닌 서양의 술이지만 이제 우리의 생활에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와인.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와인은 보이지 않는 장벽을 지닌 술이라고도 여겨진다. 와인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알아야 할 정보가 너무 방대하고 용어 또한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도 다른 술보다는 식사 때 와인 한잔을 곁들이는 것을 선호하지만 매번 마시는 와인의 종류는 한정적이고 새로운 와인에 대한 도전은 쉽지가 않다. 작가는 읽는 재미를 줄 수 있는 쉬운 와인 도서를 써보는 것을 목적으로 와인과 연관된 인문학적인 이야기도 같이 이 책에 담아 프랑스나 이탈리아어로 된 와인 관련 용어에 대한 불편감이 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고 한다. 작가 황헌은 34년간 방송사 기자로 일한 언론인 출신으로 MBC에서 앵커로, 파리특파원, 논설실장, 보도국장 등을 역임했다. 요즘은 인문학 작가 겸 유튜브 와인 채널을 진행하고 있다.

이 책엔 와인의 역사, 포도나무 품종이나 지역에 따른 대표적인 와인 및 와인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포도주의 시작과 전쟁 속의 포도주

포도주의 시작이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코카서스 지방 흑해 연안의 조지아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포도주 숙성용 항아리가 발굴되었는데 이 유적 연도가 BC 6000년경으로 추정되기에 포도주 문화는 8000년이라는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처럼 긴 역사를 가진 포도주는 신화, 성경, 전쟁, 철학, 문학 등에서 자주 등장하며 우리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포도주의 전파 경로는 흑해 연안의 조지아, 아르메니아 등 코카서스 지방에서 시작되어 이란, 이집트를 거쳐 그리스로 전파되고 거기서 다시 로마를 거쳐 독일, 프랑스, 스페인, 영국으로 전해졌다. 프랑스가 포도주로 주목을 받게 된 이유도 역사적 맥락과 함께한다. 로마는 BC50년경 갈리아, 즉 오늘날의 프랑스를 정복하면서 해안 연안에 포도나무를 심는 것을 시작으로 본토 깊숙한 지역인 부르고뉴(버건디)와 대서양에 면한 보르도 지역으로 포도나무가 빠르게 전파되었다. 십자군 전쟁(11세기 말 ~ 13세기 말) 당시 중동지역에서 신종 포도나무를 대거 가져오며 그때 옮겨온 포도나무 종자가 사실상 오늘날 서유럽에서 재배되는 포도 수종의 원조가 되었고 기독교에서 예배마다 포도주는 중요했기에 수도원에서 포도 농사와 포도주를 만드는 기술을 발전시키게 된다. 교회의 수요를 넘어서 와인을 생산하게 되고 세금이 면제된 수도원에서는 포도주는 판매로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삼는다. 14세기 아비뇽 유수 때 교황청의 미사와 만찬을 위한 고급 포도주의 공급을 위해 인근 포도밭이 대거 새로 경작되며 명품 와인 생산 마을이 탄생하게 되었다. 백년 전쟁은 유럽 최대의 와인 산지이자 최고 명품 생산지였던 프랑스의 오늘날 보르도 일대가 포함된 가스코뉴를 두고 싸운 영토 전쟁이었다. 결국 전쟁에서 진 영국은 더는 고급 프랑스 와인을 구하지 못해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셰리와 포트라는 주정 강화 와인을 수입하게 된다. 나폴레옹은 주브레 샹베르탱이라는 와인을 즐겼는데 러시아와의 전쟁 당시 이 와인을 먹지 못해 졌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이다. 이후 패전한 프랑스를 대표한 탈레랑 전 외무 장관이 각국 대표에게 고급 샴페인과 요리를 매일 대접해서 그들이 프랑스에 관대한 전후 처리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와인 공부는 차이에 대한 이해로부터

포도주의 세계에서는 철저히 이원론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식전주와 디저트 와인, 구대륙 와인과 신대륙 와인, 레드 와인 중에서도 풀보디 와인과 라이트보디 와인, 고가의 와인과 저가의 와인, 좋은 빈티지와 나쁜 빈티지, 어떤 와인이 어떤 음식과 어울리는지의 차이, 프랑스 내에서도 서남쪽의 보르도와 동남쪽의 부르고뉴의 차이 등이 와인을 이해하는 데 기본이라 하겠다.

 

레드와인 vs 화이트 와인

포도 껍질에 있는 안토시아닌 성분의 함량 차이로 와인의 색이 결정된다. 레드 와인은 안토시아닌의 함량이 많은 적포도, 화이트 와인은 안토시아닌 함량이 적은 청포도로 만든다. 와인의 제조 과정에서도 차이가 나는데 화이트 와인은 압착이 먼저이고 레드 와인은 발효가 먼저인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레드 와인은 섭씨 15~18도의 서늘한 곳에서, 화이트 와인은 8~12도 정도의 냉장 상태로 보관해야 맛이 유지가 되는데 와인셀러를 이용하는 경우도 두 종류의 와인을 온도가 다른 별도의 공간에 보관해야 한다. 프랑스어로 부쇼네라는 와인 병마개가 상한 것을 뜻하는 형용사는 영어로는 코르크가 상한이라는 의미를 담은 ‘corked’로 표현한다.

 

상한 와인을 알아보는 몇 가지 방법

1)곰팡이 냄새나 과일 상한 냄새 : 처음부터 좋지 않은 포도로 제조

2)식초의 신맛 : 보관 잘못으로 쉰 식초 맛으로 변질

3)화학 약품 냄새 : 과도한 산화 진행으로 약품이 들어간 느낌

4)메주 냄새 : 변질된 화이트 와인이 내는 냄새

5)코르크 냄새 : 코르크 상태가 좋지 않아 산호가 극도로 진행

 

 

와인 에티켓

식당에서 소물리에가 와인을 따서 손님에게 먼저 테이스팅을 물어보는 것은 와인이 상했는지 확인을 해달라는 것이지 입맛에 맞는지를 물어보는 것이 아니기에 주문한 와인이 상하지 않은 것이면 원하던 맛이 아니라고 바꿔 달라고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한다.

 

샴페인

샴페인으로 상징되는 스파클링의 유래가 몇 가지 있으나 명확하고 확실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스파클링 와인을 본격적으로 개발한 공로자는 수도사 동 페리뇽이라는 설이 가장 설득력이 높다. 추운 겨울 병 속의 잠자던 효모가 따뜻한 봄이 되자 활동을 시작해, 병 안에 남아 있던 당분을 발효시키면서 탄산가스가 만들어지고 압력이 높아지니 병이 터지는 원리로 어느 봄날 포도주병들의 뚜껑이 펑펑 소리를 내며 터지는 것을 우연히 목격한 그는 발포성 와인을 개발하게 된다. 샴페인이라는 이름은 프랑스 정부에서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에 한해서만 부를 수 있는 저작권을 가지고 있기에 세계 다른 곳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에는 사용할 수가 없다. 껍질을 벗긴 포도를 즙을 내고 1차 발효한 것을 베이스 와인라 하는데 매해 베이스 와인의 20%를 반드시 따로 저장해서 보관하고 이 20% 발효 원액을 리저브 와인이라고 한다. 샴페인은 혼합의 예술인데 이 베이스 와인과 리저브 와인의 블랜딩에 따라 향기가 좌우된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귀부 와인, 아이스 와인, 강화와인, 보졸레 누보와 아마로네 등의 역사와 제조 과정이 설명되어 있다.

 

포도의 품종에 따른 레드 와인의 특성

 

레드 와인은 포도의 품종에 따라 각각의 특성이 차이를 보인다. 붉은 포도의 구분은 타닌과 산도, 즉 신맛이다. 5대 요소로 요약하자면, 타닌이 많고 껍질이 두꺼운 포도로 만든 와인은 장기 숙성을 해야 하고 알코올 도수도 높으며 무거운 풀바디 와인일 가능성이 크다. 타닌이 적은 포도는 장기 숙성이 힘들다. 당도와 산도는 타닌 함량과 무관하게 포도마다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레드 와인의 경우 보르도 스타일제조 방식이 존재하는데 특징이 뚜렷한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를 혼합해서 만드는 방식을 말하는 것이다. 이 혼합 비율의 차이를 두고 각 지역별, 와이너리별로 고유한 방식으로 와인을 제조한다. 물론 단일 품종으로도 와인을 생산하기도 한다.

 

필록세라의 난

신대륙의 발견으로 유럽인들이 정착한 곳에 자생하던 포도의 품종으로는 와인 생산이 어려워 유럽이 포도나무를 가져와서 심지만 식생 조건이 맞지 않아 실패한다. 이렇게 포도나무 묘목이 서로 오가는 과정에서 미국 포도나무 뿌리에서 기생하던 벌레가 유럽으로 가게 되어 순식간에 벌레가 유럽 포도밭 전역에 퍼지며 포도밭을 초토화 시킨다. ‘필록세라라고 불리는 이 해충은 진딧물의 일종이다. 1860년경에 시작되어 1900년대 초반까지 유럽 와인의 잔혹사가 지속되었고 미국 포도나무의 뿌리와 프랑스 포도나무 줄기를 교배하는 방식으로 필록세라를 퇴치하게 된다. 이 필록세라의 난으로 세계 술 문화에 많은 변화가 발생한다. 첫째, 원산지 명칭 제도가 생겼다. 프랑스 와인의 품귀현상으로 프랑스산이라 속이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둘째, 독일 맥주의 인기가 상승했다. 셋째, 스페인에서 좋은 와인이 대거 생산된다. 피레네 남쪽은 필록세라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어 프랑스 보르도의 생산자들이 스페인으로 많이 이동했기 때문이다. 넷째, 유럽 토종 포도 수종의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줄기는 유럽 수종으로 뿌리는 미국 동부 수종으로 교배해 필록세라 강한 새로운 포도나무를 탄생시켰다. 다섯째,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오히려 유럽 토종 포도나무의 전통을 지켰다.

 


와인을 둘러싼 이야기

와인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소개되는데 이 중 몇 가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무통 로칠드는 보르도 슈퍼 1등급 5대 와인 가운데 하나로 해마다 영향력 있는 화가의 그림으로 와인 라벨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차 세계대전의 승전 기념으로 1945년에 시작된 유명 아티스트 라벨은 살라도르 달리, 호안 미로, 마르크 샤갈, 앤디 워홀 등이 있다. 그 중 피카소의 그림이 실리는 과정은 좀 특별하다. 1973년은 61개 샤토 가운데 2등급에 머물던 무통 로칠드가 1등급 반열에 합류한 해로 그동안 피카소의 작품으로 라벨을 만들려했으나 피카소가 동의하지 않았고 공교롭게 1973년 무통 로칠드가 1등급에 승격한 그해에 피카소는 생을 마감했다. 피카소의 가족을 찾아가 애도를 표하며 와인 라벨을 만들고 싶다는 간청을 해서 승낙을 받아 결국 1973년 무통 로칠드 와인의 라벨을 피카소의 작품으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 이우환 화백의 그림은 2013년산 무통 로칠드 라벨에 작품으로 들어갔다.


 

 

와인에서 향의 의미로 사용하는 두 단어인 아로마부케가 있다. 포도주가 독특한 향을 내는 까닭을 보면 하나는 포도 품종 자체가 내는 향, 두 번째는 포도가 발효되면서 장기 숙성 전 오크통 보관 과정에서 얻어지는 향, 세 번째로는 병입 후 수년 이상 거치는 장기간 숙성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향인데 이를 흔히 1차 향, 2차 향, 3차 향이라 한다. 1차 향을 아로마로 칭하고, 2차와 3차는 부케로 부르는 구분이 오랫동안 지속되다 최근에는 편리하게 1차와 2차 향을 통칭해서 아로마로 부르는 편이고, 2차 향이 만들어지는 후반부와 3차 향이 만들어지는 기간의 포도주 향기를 부케라고 부르기도 한다. 1차 향은 과일, 식물, 흙 등의 냄새로, 2차 향은 효모와 누룩의 작용이 큰 역할을 해 빵 냄새나 이스트 냄새와 같고, 3차 향은 바닐라나 호두, 헤이즐넛, 건포도, 무화과가 내는 것과 같은 그윽한 향이다. 이런 다양하면서도 복잡한 와인의 향기를 좀 더 쉽게 도식한 사람이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캠퍼스의 앤 보블 교수이다. 그는 1984년에 원형의 아로마 바퀴를 만들었다. 초보자인 경우 먼저 흙냄새, 꽃 냄새, 과일 냄새를 감별하는 충분한 연습 후에 초콜릿이나 커피, 버섯, 담배꽁초 냄새 등으로 좀 더 세분화된 감별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작가는 와인을 마시는 날 와인의 큰 향기를 그냥 느끼는 대로 메모하는 습관을 익히고 그게 쌓이다 보면 아로마 바퀴의 중심부에서 시작해 점점 구분이 익숙해지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한다.

 

와인에 따른 잔의 모양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풀보디 와인은 잔의 크기가 크고 입구도 넓고 카베르네 소비뇽과 같은 타닌이 많이 함유된 레드와인에 적합해서 와인 병에 담기 에탄올이라는 알코올 성분을 빠르게 날아가게 도와준다. 둘째, 라이트보디인 부르고뉴아레드 와인에 적합한 디자인은 잔 가운데 부분은 더 통통하고 넓지만 높이는 조금 낮아서 입에 와인이 닿기 전 코로 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셋째, 화이트 와인잔은 대개 달걀 모양을 띠며 시원한 상태로 즐겨야 하므로 잔에 많은 양을 따라서 와인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잔을 작게 만들었다. 넷째, 샴페인 같은 스파클링 와인의 경우는 몸통이 좁고 긴 잔이 탄산가스를 오래 보관할 수 있다. 그 외에 포트라 셰리 같은 주정 강화 와인이나 디저트 와인은 높은 도수의 알코올과 지나친 단맛에 지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적은 양을 조금씩 나눠 마시라고 잔의 크기가 더 작게 만들어졌다.

 

이 책에는 와인에 대한 기본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방대하게 펼쳐진다. 위에서 언급하지 못한 내용 중에 화이트 와인의 품종, 라벨, 코르크 마개, 와인 등급의 역사 등 여러 가지가 이야기가 잘 설명되어 있다. 와인을 종종 마시지만 사실 제대로 알고 마시기보다는 육류에는 레드와인, 생선과 같은 요리에는 화이트 와인을 곁들여 먹는 정도였기에 이번에 만나본 이 책은 와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다. 와인은 스토리라는 작가의 말에 공감하며 그가 제시한 나만의 와인 스토리를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와인의 선택, 가격, 더불어 마신 사람, 마신 장소, 함께 먹은 음식과의 조화 등을 기록하며 와인을 즐기는 방법을 연습해야겠다. 이 코로나가 잠잠해져서 지인이나 가족들과 함께 와인을 마시며 와인을 같이 음미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오길 바라며 이 책과 함께 한 와인 스토리는 앞으로도 두고두고 좋은 지침서로 이용해보려 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작가가 와인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작가가 진행중인 유튜브 와인 채널을 시청하니 이 책에서 접한 와인에 대한 재미를 더할 수 있었다. 와인에 대해 평소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거나 와인 초보자가 와인에 대한 장벽을 좀 허물고 싶다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yes24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출처 : 와인채널 https://youtu.be/F2KdzT7lM3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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