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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를 노동자라 부르지 못하고 | 기본 카테고리 2021-10-24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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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포스트 코로나 시대, 플랫폼 자본주의와 배달노동자

신승철,이승준,장윤석,전병옥 저
북코리아(Bookorea) | 2021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플랫폼자본주의와 배달노동자에 대한 명쾌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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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두달이면 끝나겠지 싶었던, 코로나는 어느 새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서 여전히 생활을 얽어매고 있다. 집콕이 생활이 되면서 쿠팡의 로켓배송과 배민의 음식 배달은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어플을 들여다보고, 그때그때 생각나는 물건을 주문하고 식사할 시기가 돌아오면 어플을 열고 또 한참을 고민하다가 클릭 몇 번으로 음식을 배달받는다. 그럴 때마다 하는 말이 "세상 참 좋아졌네~. 클릭 몇 번으로 방안에서 이토록 편리할 수 있다니." 였다.

코로나가 길어진다해도, 더 이상 두려운 느낌이 들지 않게 되었을 무렵 한여름을 맞이했다.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푹푹찌는데 거의 비대면이라서 문앞에서 만날 일은 없던 배달노동자들을 엘레베이터에서 대면하기 시작했다. 옆에만 가도 삶의 고단함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땀에 흠뻑 젖은 옷을 입고, 각 가정에 배달할 물건을 또 분주하게 분류하고 배달하고 있었다. 세상이 너무나 좋아져서, 방안에서 스마트폰 몇 번으로 불편함 없이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만큼 편리해진 만큼 누군가는 온몸이 흠뻑 젖어가면서 우리들의 손발이 되어 주고 있었던 거였다.

센스있는 디자인과 할인쿠폰들, 내 마음을 읽은 듯한 추천목록들을 친절하게 보여주는 어플. 아니 플랫폼들을 보면서 나는 그 뒤에 부지런히 움직이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반추하지 못했던 것 같다. 도로를 질주하는 라이더들의 모습을 보면서 깜짝깜짝 놀라며 속으로 '저렇게까지 위험하게 해야 하나?' 정도의 불편함을 느끼고 말았던 게 전부였다. 오늘 잠들기 전에 주문한 물건이, 내일 도착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정도의 걱정을 할 때도 있긴 했었지만 사실 배달노동자들에 대해서 깊이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코로나 19로 사망한 사람보다 코로나 19 시대에 배달노동자들의 산재로 인한 사망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휩싸였다. 대부분 10~30대 청년층으로 구성되어 있는 배달노동자들이 무한계에 가까운 노동을 하다가 허망하게 세상을 뜬다는 사실을 알고, 망연자실해졌다. 고용계약서가 있음에도, '노동자'로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노동 중에 입은 사고와 피해에 대해서는 스스로가 책임을 져야하는 슈퍼 을로서의 입장을 알게 되었다.

일하고 싶을 때만 일을 하고, 콜 수만큼 수당이 붙는 거면 괜찮은 거 아닌가? 하는 깍쟁이같은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어딘가에 매여서 일하는 게 쉬운 일인가, 일은 하는 사람만 하는데 분배에는 차이가 없는 거 좀 불공정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가끔했었다. 하지만 무한경쟁에 내몰릴 때,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부터 이렇게 끊어지고 위험해진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번에 읽은 <포스트코로나시대, 플랫폼자본주의와 배달노동자>는 많은 노동자들의 노동으로 사회가 굴러가지만, '노동자성' 마저도 거세당한 채 마구 내몰리는 '그림자노동'을 하는 이들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재조명하는 책이었다. 철학을 공부한 학자들의 시각에서 연구자료를 분석하고 사회 현상을 심층적으로 살펴본 뒤에 내놓은 책이어서인지, 지금 우리가 통과해 나가고 있는 코로나시대의 플랫폼자본주의와 배달노동자들에 대해서 철학적으로 고민해 볼 수 있게끔 논리적으로 서술되어 있었다.

포스트코로나시대, 플랫폼자본주의, 쿠팡, 배달의 민족, 배달노동자, 그림자노동, 마르크스, 산업사회, 산업재해 등이 다양하게 변주되어 제시되고 있었다. 각자의 관점으로 어떤 학자는 구체적으로 자료를 제시하고 인과관계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기도 했고, 어떤 학자는 현상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독자의 눈높이에 좀더 충실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그래서 동어 반복인 듯한 내용이지만, 읽으면서 플랫폼자본주의가 왜 무서운 것이고, '노동자'들이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할 때, 얼마나 위험에 내몰릴 수 있는 지 적나라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요즘 자기계발 채널들에서는 개인플랫폼을 갖도록 장려한다. '여러분, 오프라인에서 건물주 되기는 어렵잖아요. 우리 온라인에서 건물주 한 번 되어 봅시다. 인스타, 블로그, 유트브에 개인 개정을 만들어서 운영해보세요. 그렇게 온라인에 집을 짓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플랫폼을 확장시켜 나가는 거에요.'라는 어느 인플루언서의 말을 듣고, '이거다!' 싶기도 했다. 그런 정보(?)나 이슈를 선점한 사람들이 승자독식을 하고, 그냥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꾸 어디론가 내몰리는 느낌이 들어서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마음이 내내 좋지 않았다.

아무리 플랫폼 안에서 난다 긴다 하더라도, 누군가는 실제로 배달, 유통, 보관 등의 로지스터스 업무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노동이라면 그들이 당당하게 '노동자'임을 인정받도록 사회시스템을 만들고, '그림자'가 아닌 실제하는 존재로서 커밍아웃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통해 새로 알게 된 시스템 중에 '손님-음식점-동네 배달대행사-라이더'(p.117)를 보고 깜짝 놀랐다. '손님-음식점-라이더'면 될텐데, 중간에 '프랜차이즈형 플랫폼'이 끼어 들어감으로써 노동하는 사람들의 그나마 가지고 있는 이권을 앗아가는 것이었다.

플랫폼자본주의는 이제 시작인 것 같다. 고기를 한 곳에 몰았으니, 이제 낚시만 하면 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을 투입해서 '자본'을 벌어들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만, 승자독식하는 구조는 건강하게 오래 갈 수 없는 사례를 역사적으로도 보아왔듯이 시스템이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노동자'들에게 '노동자'에 걸맞는 환경을 제공하고,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상황을 극한으로 몰지 말고, 안전한 보호망 안에서 건강하게 살아갔으면 또 좋겠다.

 

이 책은 심층적으로 보여주고, 많은 개념을 설명해 주어서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나는 약간 어려운 느낌이 들었는데, [3장 플랫폼노동의 그림자 : 위험의 외주화와 실상의 비가시화] 이 부분은 전반적으로 어떤 현상이 있고, 무엇이 문제인지 쟁점별로 잘 설명을 해 주어서 플랫폼자본주의와 배달노동자에 대해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 부분이었다. 다른 분들도 책을 읽을 때, 서문을 먼저 읽고, 3장부터 읽은 다음에 1장을 다시 읽으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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