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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의 맛 - 자취남 | 기본 카테고리 2022-06-3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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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자취의 맛

자취남(정성권) 저
21세기북스 | 2022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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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부터 자취 아닌 자취를 시작하게 되었다. 본가에 속한 집이라 온전한 홀로서기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어쨌든 분리된 공간에서 나 혼자 살기를 시작했다. 가전과 가구를 모두 새로 들이고, 잠자고 씻고 먹는 모든 일을 이 집에서 혼자 하고 있다. 집 컨디션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처음에는 애로사항이 많았다. 종종 출몰하는 벌레에 소름도 돋아보고, 음식물 쓰레기봉투 비우다가 헛구역질도 해보고, 제습기 물통 비우다가 물난리를 내기도 했다.

 

자취의 시작과 끝은 집안 일과 집안일이 아닐까 싶다. 퇴근하고 돌아와 내내 하는 일이라고는 집안일뿐인데, 다 끝내고 한숨 돌리면 밤 11시가 되어 있다. 그렇게까지 했으니 집안이 많이 깨끗하겠다, 하면 글쎄다. 꽉 차있던 빨래 바구니와 싱크대를 비우고, 청소기 돌리고, 물걸레질까지 했는데 내 눈에는 크게 달라진 점 없이 똑같은 것 같다. 그렇다고 안 하고 방치해 두면 하루 이틀 만에 전쟁통이 따로 없다. 수건에 발이 달려서 세탁기에 들어가거나, 접시가 알아서 샤워하고 물기까지 닦는 일은 다음 생에도 없을 것이기에 다 내 손이 가고 내 발이 움직여야 한다. 분명 가족과 살 때도 집안일을 열심히 거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했던 것은 전체의 1/10도 채 되지 않았다. 엄마한테 한없이 죄송한 요즘이다.

 

속옷과 수건은 왜 이리도 빨리 떨어지는지. 분명 그저께 빨래했는데 왜 아직도 빨래는 마르지 않았는지. 밥 한 끼 먹었을 뿐인데 식기 구는 왜 이리도 많이 나와 있는지. 창문도 안 열어놨는데 먼지와 벌레는 어디로부터 들어왔는지. 혼자 사는데 쓰레기는 왜 이렇게 많이 나오는지. 의문투성이지만 그 의문들은 다 내가 만들었기에 군말 없이 오늘도 집안일을 해야 한다. 남 탓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집안일이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 나는 청소와 정리 정돈을 가장 싫어한다. 그야말로 해도 해도 끝이 없기 때문이다. 요리나 빨래처럼 시작과 끝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서 어느 시점에 스스로와 적당히 타협해야 한다. 오늘 쓸었으니까 닦는 건 내일 하자. 이 정도면 깨끗한 거야.

 

집안일만큼 힘든 것이 경제적인 부분이다. 치약, 휴지, 비누, 세제는 집에 항상 있는 기본 옵션이 아니었나? 나 혼자 쓰는데도 생각보다 소모량이 많아서 돈도 많이 소모된다. 대용량을 사두면 저렴하긴 한데 집이 좁아서 둘 곳이 마땅치 않다. 생필품과 반대로 음식은 생각보다 비우는 속도가 더디다.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고 먹는 것도 좋아해서 식재료 사두면 금방 해치울 줄 알았는데 정작 집에서 제대로 먹을 수 있는 끼니는 저녁 한 끼뿐이라 미처 먹지 못한 음식과 식재료가 생겨났다.

 

매일 똑같은 집안 일과 돈 들어갈 데 투성이인 자취생활이 힘들긴 해도 혼자 사는 데는 분명 장점도 많다. 가장 좋은 점은 자유롭다는 것인데, 가족들과 살 때는 남동생 때문에라도 샤워 후에 욕실에서 옷을 입고 나와야 했다. 한여름에 습기 가득 찬 욕실에서 옷 입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옷 입는 동시에 땀으로 샤워 한 번 더 하는 셈 쳐야 한다. 도저히 샤워한 것이 아까워 못 참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샤워가운을 샀는데, 그제서야 비로소 삶의 질이 수직 상승했다. 지금은 샤워가운을 미련 없이 버렸다.

 

가족들과 살 때는 모든 물품이 공용이었기에 나의 취향을 반영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지금은 그동안 써보고 싶었던 설거지 비누와 천연 수세미를 써보고, 새로 산 가구들은 오로지 디자인만 보고 샀다. 집을 꾸리면서 나의 취향과 생활 방식도 알게 되었다. 나는 어떤 색의 가구를 좋아하고, 어떤 형태로 옷을 개고하는 등의 나만의 양식이 생긴 것이다. 그래도 가끔은 내가 구축해 가는 이 양식이 올바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지곤 한다. 궁금한 게 생길 때마다 주변에 자취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엄마한테도 자문을 구하지만 조금 더 다양한 표본이 있었으면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남의 자췻집을 가장 많이 방문했다고 자부하는 유튜버 '자취남'이 그러한 자취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해 주었다. 300곳이 넘는 자췻집을 방문하여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가치관을 담은 영상으로, 이미 구독자 30만 명을 보유한 인기 유튜버였다. '프로 집들이러'로서 자췻집 데이터만큼은 빅데이터 보유자가 아닐까 싶다. 그 빅데이터를 모아 자취러들의 자취 인생을 책으로 엮어냈다.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면서도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라 쉽게 물어보지 못하는 부분을 대신 알아다 주는 친절한 자취 안내서였다. 샤워 후 알몸으로 나오는지부터 빨랫감 구분 여부, 슬리퍼 생활 여부 등의 매우 사소한 삶의 방식까지 담았다. 그의 채널이 보유한 30만이라는 숫자의 구독자가 신뢰도를 높여주었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이 있는 만큼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었다. 7평대 작은 집이라도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20평대의 꽤 넓은 집에 가구 한두 개만 두어 공간의 여유를 두는 사람도 있었다. 50년 된 구옥도 리모델링을 하여 충분히 신축 느낌을 낼 수도 있었고, 초기 비용은 많이 들어도 방 하나를 작업실로 마련해 일과 생활이 공존하는 집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집을 단순히 거주지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소중한 공간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 같았다.

큰돈이 묶여 있는 집을 그저 자는 곳으로만 생각하면 집에 애정이 생기지 않는 데다 스트레스를 주는 공간으로 인식될 테다. 실제로 자취 초기에 끝이 안 보이는 집안일 때문에 집에 들어가기가 싫었다. 집에 가봤자 또 일, 일, 일일 텐데 일하고 와서 또 일하는 것이 끔찍했다. 하지만 점차 집안일에 요령이 생기고 꾸미는 재미가 생기니 집에 애착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는 집안일을, 소파에 누워 책을 읽기 전에 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하려 한다. 그냥 혼자 사니까 대충 살자는 식이면 6평이고 20평이고 평수가 무슨 소용이며, 원룸과 쓰리룸의 개수 차이가 무슨 소용일까. 작은 집이라도 내가 사는 동안은 나를 둘러싼 유일한 세계라고 생각하자. 집에 대한 애정을 불러내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행복해질 것 같다.

(···) 우리가 공간에 애정을 갖게 되는 순간은 스스로 가꾸고 규칙을 부여했을 때라고 한다. (···) 내가 모든 규칙을 만들고 창조하는 공간에는 당연히 애착이 생길 수밖에 없다. 비록 가든은 없지만 내 자취 집만큼은 누가 뭐라든 내가 좋을 대로 구축하고 가꾸는 나만의 세계다.

 자취경력 10년인 친구는 집에 지인을 초대하는 것을 좋아한다. 분명 손님들이 떠난 자리에 남은 뒷정리는 온전히 본인 몫일 텐데 귀찮지 않을까 싶었다. 되레 친구는 지인들이 돌아간 뒤에 남는 적적함이 더 싫다고 했다. 혼자 사는 사람은 집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의 기척이 그리운 것이다. 나는 평소에 Tv를 잘 보지 않는 편인데도 어느 날 문득 고요한 집이 낯설어 중고로 Tv를 알아보고 케이블 설치 가격까지 문의한 적이 있다. 뭐라도 사람들 떠드는 소리가 듣고 싶은데 노래로는 채울 수 없다. 때로는 서울의 교통난과 공해에 지쳐 한적한 지방으로 내려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프리랜서면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고 어디서든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서울에서 누리던 모임이나 인프라를 포기하고도 잘 살 수 있을지는 확신이 없다.

한편으로는 오히려 프리랜서일수록 서울 같은 번화한 도시에 사는 게 좋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었다. 혼자 일하다 보면 사람들 만날 일이 적고 우울해지기도 쉬운데, 아무래도 도시에 있으면 원할 때 언제든지 사람들을 접할 수 있다고 말이다. 또 자칫 편의 시설과의 접근성이 너무 떨어져서 만약 헬스장이 20분 거리에 있고 병원이 한 시간 거리에 있다면? 정말 집에만 고립되어 지내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오늘은 미뤘던 화장실 청소를 하고 보리차를 끓여 놔야지. 어제 널어둔 빨래도 개고 청소기도 한번 돌려야지. 집을 나서면서 생각해둔 오늘의 집안일 리스트이다. 퇴근하는 길에 한 번 더 복기한다. 귀찮고 성가신 일이 아니라 나만의 공간을 가꾸는 일이니까 미루지 않고 바로 할 수 있게끔. 별안간 자취러가 되어버렸지만 자취의 맛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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