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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특성화고 자기 소개서 어떻게 써요? | 기본 카테고리 2020-05-06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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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선생님, 특성화고 자기소개서 어떻게 써요?

이지영 저
살림터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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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필요한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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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선생님들부터 유명한 입시 학원 강사들이 대학을 진학하고자 하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수많은 자소서 관련 책들이 있다. 구체적인 인격을 가진 한 명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이러한 특성과 저러한 특성을 얼버무린, 그래서 수많은 자소서 관련 책들을 읽고 나면 아이들의 구체적인 형체는 사라지고, 모래밭에 써 놓은 글자가 바람과 바닷물에 의해 흔적이 사라지듯, 온통 흐릿한 얼굴을 한 아이들을 모습이 떠오른다. 자기 소개서에 쓰인 많은 문장들이 실상 그것을 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수많은 자소서들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그 수많은 자소서 소개서들 중에서 내 앞에 펼쳐진 또 하나의 책,

 

<선생님, 특성화고 자기 소개서 어떻게 써요?>

 

제목만으로 봐서는 절대 잘 팔리지 않을 것 같은 이 책을 지은 작가는 당연히 특성화고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선생님들이 낸 책을 읽는 것은 항상 불편하다. 그것은 책의 내용과는 상관없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 형식과 내용이 무엇이든 현실에 대한 고민을 담게 마련이라는 점에서, 책을 쓰면서 느꼈을 선생님들의 고민들이 내가 겪었고, 또한 내 아이들이 겪을 현실이라서 안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글이 쓰이는 과정이나 혹은 그 글이 하나의 책으로 나온 이후에 벌어질 조직 사회의 수많은 뒷 담화들이 듣지 않으려고 해도 들리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특성화고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취직이나 대학 진학을 위한 자소서의 팁을 알려주는 실용서로 읽힌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이 책은 자소서를 쓰는 것보다 자소서에 채워나갈 내용과 그 자소서 이후의 꿈을 찾고자 하는 아이들과 함께 써 내려가는 어느 한 교사의 열정의 산물처럼 느껴진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아니 꿈을 꾸고 있으나, 방향을 모르는 아이들 옆에 있어주는 교사. 그런 교사가 진정한 교육자가 아닐까?

 

한결같은 사람이 있다. 한 눈 팔 줄 모르고, 한 편으로는 융통성 없어 보일지라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 대학 때부터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선생님이 되어서도 아이들의 굳건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사람. 그래서 만날 때마다 늙어 가는 것이 느껴지는 사람. 그런 사람을 알고 지낸다는 것은 인생의 큰 행운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행운아다.

 

그런 사람을 친구로 두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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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사에서 배우는 교육의 미래 | 기본 카테고리 2019-07-3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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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의 교육 고전 읽기

정은균 저
빨간소금 | 201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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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사를 통해 현대를 진단하고 미래를 모색하려는 의미있는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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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맞아 텅 비어버린 학원에서 아이들 자소서 첨삭을 하다가 갑자기 형이 생각났어요. 아니 형 생각이 나기 전, 형과 예전에 같이 했던 논술 첨삭 아르바이트가 생각났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기억나시죠? 1998년 그 언저리에 했던 논술 첨삭 아르바이트요. 아마 IMF의 한파가 시작된 무렵이었을 거예요. 저도 학원에서 하던 강사 자리에서 짤리고, 먹고 살 일이 막막했던 때, 누군가의 소개로 했던 논술 첨삭 아르바이트요. 대학원의 막내였던 제가, 보통은 신설동에 있는 수도학원에 가서 일주일치의 논술 첨삭지를 받아오곤 했지요. 한여름 무거운 논술 첨삭지를 들고 퇴약 볕을 걷다보면, 참 그 기분이란, 묘한 것이어서, 아주 잠깐은 불쌍한 청춘에 대해 생각해 보곤 했던 기억도 납니다.

 

석사 과정과 박사 과정의 첨삭 비용이 달랐던 아르바이트가 그 시절 저의 유일한 생계였을 겁니다. 형도 저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요. 가끔 형이 조교를 하고 있는 과 사무실에 가서 보면, 형도 첨삭지에 빨간색 밑줄을 치며 무엇인가를 빠르게 적곤 하셨죠.

 

그 시간에서 어느덧 20년이 지나버린 한 여름의 어느 날, 시간과 장소는 달라지고, 아이들의 논술 첨삭지에서 아이들의 자소서로 내용은 바뀌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저의 삶이 슬퍼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의 슬픔도 잠시. 고등학교 교무부장이 된 친구 놈은 카톡으로 교장을 모시고 대학교를 다니며 mou 체결하느라 바쁘다며 우는 소리를 하고, 3 담임인 후배는 아이들 입시 상담과 자소서 상담하느라 방학부터 하루도 못 쉬고 있다는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사람들이 선생님들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들도 합니다만, 새삼 선생님들이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하게되는 요즘입니다.

 

형은 이 여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번 보자보자 하면서 형이 일 년에 한 권씩 내는 책을 형 대신 보고 나서야 항상 글을 씁니다. 이번에 제가 읽은 책은 <나의 교육 고전 읽기>입니다. ! 지금 검색을 해 보니, 작년에는 책을 내지 않은 대신 올 해는 책을 두 권이나 냈군요. 우선 형의 그 열정이 놀랍습니다. 그리고 형의 그 열정을 이끌어내는 우리의 교육 현실에 대한 고민과 문제제기가 항상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전작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학교 민주주의의 불한당>들과는 또 다르게 이 책은 공부하듯 열심히 읽었습니다. 교직을 이수하지도 않고, 생계를 위해 사교육에 종사하는 저에게 교육사는 조금 먼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더 흥미롭기도 했습니다. 교육 또한 시대와 역사의 산물인 이상, 아니 산물이기 때문에 그 시대의 정신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가 현재 배우고 있는 교육 또한 그러한 시대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동시에 현재, 그리고 미래,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교육적 가치나 시대 정신이 무엇일까?에 대해서도 새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관성에 몸을 맡기지 않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소통하고, 현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형의 모습이었습니다. 저도 어느덧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자, 지금까지 배웠던 지식의 관성에서 자유롭지 못한 저의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공부를 해서 새로운 것을 배워 나가던 기쁨과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느꼈던 충만함은 어느덧 사라지고 노회한 정치인처럼, 경험이라는 이름의 관성에 편승하여 수업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아마 힘이 들어서겠지요.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항상 깨어있는 것이, 타인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이,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일 것입니다. 그래서, 힘이 들어서 그냥 지금까지의 관성에 몸을 맡기게 되는 것이겠지요.

 

어느 순간, 저는 저의 강의가 더 이상 아이들에게 어떠한 흥미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저 또한 수업이 끝나고 느꼈던 희열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할 때, 아이들 앞에서 내려올 생각입니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멀지 않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먼저 내려올 길을 모색하는 동생이 그래도 형만은 항상 현역으로 있어 주기를 소망합니다. 그 소망 속에는 형이 항상 건강하기를 바라는 동생의 마음이 있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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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동굴의 우화]에 대한 역사적 버전 | 기본 카테고리 2017-11-2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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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리스인 이야기 2

시오노 나나미 저/이경덕 역
살림출판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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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의 영광과 몰락을 이끈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시대를 살아간 시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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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차이점

 

어느 책에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차이점을 민주주의는 11표이지만, 자본주의는 11표로 정의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정치 체제로서의 민주주의와 경제 체제로서의 자본주의를 단순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가 따르겠지만, 그럼에도 각 체제의 특징을 간명하게 정의했다고 생각을 했다.

 

 

2. 선거 때마다 드는 생각

 

매우 위험한 생각이지만, 선거 때마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가장 큰 생각은 왜 나이가 드신 분들은 보수 정당에 몰표를 주는 것일까이다. 강남 지역에서 보수 후보에 몰표를 던지는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시골에 사시는, 그래서 기득권과는 전혀 관계도 없는 우리 어머니 같은 분들까지도 왜 자한당(새누리당, 한나라당)을 선택하는 것일까? 그것과 연관해서 드는 생각은, 정말 위험한 발상이긴 하지만, ‘이럴 바에 차라리 70대 이후의 노인들에게는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어떨까?’라는 반민주의적 생각이다.(물론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은 이런 생각을 내비췄다가 그해 대선 선거에서 참패를 당하고 만다.) 그리고 이런 생각의 이면에는, 나와 다른 사람들이 어리석다는, 그래서 소위 말하는 우중(愚衆)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통해 스스로는 그들과 다르다는 우월의식이 내재되어 있음을 부인하지는 못하겠다.

 

 

3. 플라톤의 <국가>

 

플라톤의 <국가>에는 누구나 한 번 쯤은 들어보았을 법한 동굴의 우화가 나온다. 오랫동안 동굴 속에서 가상의 그림자만을 진실이라고 믿고 살아온 사람들, 우연히 동굴을 탈출하게 된 누군가가 동굴 밖에서 선의 이데아로 비유되는 태양과 그 태양이 만들어내는 삶의 실상들을 마주하게 되고, 그러한 실상들을 동굴속에 있던 자신의 동료들에게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동굴 속의 어둠과 그 어둠 속의 그림자만이 진실의 세계라고 믿고 있던 그들은 자신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는 동료를 비웃고, 그 동료가 자신들의 생각을 믿지 않으려고 할 경우에는 오히려 그 동료를 죽이려고 한다는 이야기이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당시 가장 민주적이라고 하는 그리스 인들을 동굴 속의 우화를 통해 비판한다. 그런 그가 내세우는 정치가 바로 철인’(哲人) 정치이다. 어리석은 민중들에게 나라의 운명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의 이데아를 체득한 철인(哲人)에 의해 국가가 다스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스승 소크라테스가 무지한 대중들에 의해 사형을 받게 되는 그리스의 현실에 대해 절망했을 것이다.

 

 

4. 페리클레스

 

시오노 나나미의 <그리스인 이야기> 2권의 주인공이자 아테네의 번영을 이룬 정치가이다. 30년 동안이나 스트라테고스로 활동하면서, 아테네를 형태는 민주정치였지만 실제로는 혼자 통치했다’(투기디데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뛰어난 정치적 수완을 보여준다. 하지만, 정작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 것은, 그의 죽음 이후 아테네 시민들이 보여주었던 냉소에 가까운 무관심이다. ‘아테네시민들은 페리클레스를 자신들 체제의 계륵’(鷄肋) 같은 존재로 여겼던 것은 아닐까? 그것도 아니라면, 페리클레스라는 뛰어난 정치가가 이루어낸 성과를 마치 자신들이 이루어 낸 것으로 착각한 것은 아닐까? 인간에게 깨달음은 항상 늦게 오는 법이다. 그리고 그러한 깨달음은 아테네의 몰락을 경험한 아테네시민들에게는 더 뼈저리게 다가왔을 것이다.

 

5. 브라시다스, 길리포스, 리산드로스

 

이들은 왕이 아닌 일개 병사에게 지휘를 맡겨 비정규 군대를 파견하는 스파르타의 독특한 시스템이 배출한 세 명의 뛰어난 군인들이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최대의 장점은 스파르타정규 군인들이 가지지 못한 유연성이다. 전쟁 국가인 스파르타의 정규 군인들의 용맹함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그 용맹함이 때로는 그들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하지만 그 사회의 아웃사이더였던 이들은 상대적으로 그러한 것들로부터 자유로웠다. 그리고 그 아웃사이더들이 갖춘 그 유연함이 아테네의 몰락을 재촉하고, ‘스파르타를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승리자로 만든다.

 

 

6. 정치, 그리고 민주주의

 

현재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민주주의는 물론 그리스의 민주주의와는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민주주의는 미국에서 기원한 민주주의의 형태인 간접(의회) 민주주의이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은 선거를 통해 선출되고, 그들의 임기는 정해져 있다.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국민들의 요구는 그리스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분화되고 복잡해 졌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그리고 수많은 지자체장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올바른 정치인들이나 관료들을 선택해야 하는 국민들의 역량도 중요해졌다.

시오노 나나미의 <그리스인 이야기> 2권의 주인공은 그리스를 영광으로 이끌었던 페리클레스도 펠로폰네스스 전쟁을 승리로 이끌게 한 세 명의 아웃사이더도, 무엇이라고 규정하기 어려운 알키비아데스도 아니다. ‘아테네의 영광과 몰락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아네테 시민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역사의 깨달음은 2016년의 차가운 광장을 거쳐, 2017년을 마무리하는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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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지식을 던져주고는 있으나 그것들을 꿰뚫지는 못하는 아쉬움 | 기본 카테고리 2017-11-2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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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EBS 특별기획 통찰

EBS 통찰 제작팀 저
베가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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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교육 콘텐츠에 기댄 출판의 한계를 보여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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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수험생들에게 듄으로 상징되는(EBS를 한글로 치면 듄이라는 글자가 나온다) EBS 교육방송은 생각하기 싫은 단어겠지만, 나는 EBS의 교육 컨텐츠를 좋아한다. 아직도 EBS의 지식 e 채널이나 역사 e 채널을 아이들 가르치는 데 활용하고, EBS 스페이스 공감 콘서트를 즐겨 시청한다. 또한 교육과 관련된 기획 프로그램을 꼼꼼히 챙겨보는 편이다. 이러한 콘텐츠를 이용하면서 나는 국민들의 세금이 잘만 쓰인다면(물론 EBS의 수익 중 많은 부분은 수능 교재를 판매한 것에서 나오겠지만) 국민들에게 더 좋은 콘텐츠로 보답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겼다.(그런데 문제는 국민들은 세금은 꼭 필요한 곳에 쓰이지는 않는다는 점에 있다.)

 

교육방송 콘텐츠에 대한 이러한 신뢰는 EBS에서 기획되고 방영된 프로그램을 편집해서 만든 책들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게 되었다. 특히 이런 책들은 어떤 교양서들보다도 우리의 역사와 현실에 대해 생각할 만한 것들을 다양한 시각자료들과 함께 제시함으로써, 전공서적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강한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지식 e나 역사 e 시리즈들과 EBS 다큐 프라임인 <민주주의><자본주의>는 교육 방송의 문화 콘텐츠가 아니면 만들어 낼 수 없는 기획물들이다. 또한 비교적 최근에 나온 <시작된 미래 e>는 코딩과 소프트웨어가 만들어갈 미래 사회의 모습을 제시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EBS 특별기획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통찰(洞察)>은 이러한 EBS 교육 콘텐츠의 내용이나 형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책은 예리한 관찰력으로 동서고금을 관통한다는 부제아래 인간, 자연, 역사, 예술, 상생, 미래의 여섯 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 또한 하나의 주제 아래 각각 두 개의 장을 마련하여, 큰 주제에 대해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기획 의도에 따라 이 여섯 가지의 주제를 하나로 관통하는 주제를 말한다면 아마 인문과 과학을 아우르는 통찰(통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이 책의 전체적인 기획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의문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물론 이것은 이 책을 읽을 때 병원에서 검사를 받기 위해 입원을 하고 있었다는 개인적인 상황과도 연관이 있겠지만) EBS 특별기획 통찰 프로그램을 보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과연 이 책이 그 프로그램의 성격을 온전히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물론 책을 읽으면서 기존에 몰랐던 지식들을 알아가는 재미는 있었지만, 하나의 주제를 아우르는 두 개의 장(이 책은 하나의 주제에 두 개의 장(chapter)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그 연결점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려는 지점이 무엇인지가 너무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모호성은 책을 덮는 마지막까지 해소되지 않았다.

 

영상으로 기획되어 공전의 히트를 친 내용을 다시 책으로 묶어내는 일은 처음부터 책으로 기획하여 세상에 내놓는 일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며, 오히려 그러한 과정과 작업이 더 힘들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맥루한이 말했던 것처럼(미디어는 메시지다) 메시지와 구분되지 않는 미디어 자체의 성격에서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EBS 기획들이 비교적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올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매체간의 특성을 비교적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통찰>이라는 책이 그러한 독자들의 기대를 충족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심스럽다.

 

기존의 성공에 안주하는 순간 퇴보는 시작된다. 새롭게 변화를 모색해야 할 순간은 역설적으로 가장 성공했을 때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EBS 시리즈들은, 아니 EBS 교육 콘텐츠를 출판하는 출판사들은,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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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배우기 보다는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 기본 카테고리 2017-11-23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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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2

주경철 저
휴머니스트 | 2017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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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에서 근대를 온몸으로 견뎌낸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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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세계사를 배웠다. 우리나라의 역사 연대표나 중요한 인물들을 외우기도 어려운데, 듣기에도 생소한 외국의 지명들과 나라(왕조) 이름 그리고 유명한 전투들을 외우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그렇다. 고등학교 시절 우리의 역사나 세계사 공부는 그러한 사건이 일어난 일의 맥락과 전체적인 흐름은 뺀 채,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들을 맥락과 흐름을 제외한 채, 그냥 외웠다. 그랬기에 세계사나 국사 시험은 항상 암기 과목이라는 멍에를 쓸 수밖에 없었고, 훌륭한(?) 세계사나 국사 선생님들은 효과적인 방법으로 암기할 수 있는 기술들을 가르쳐주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대학에 와서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었지만, 정작 우리의 역사나 세계사를 따로 공부해 본 일은 없다. 한국사의 경우에는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의 이면을 들려주는 이덕일의 여러 저작들을 읽었지만, 세계사의 경우는 세계사가 아니라 예술사를 통해 서양의 역사를 공부한 것 외에는 세계사에 관심을 가져볼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다시 세계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세계사가 아니라 미술과 관련된 양정무 교수의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이 책은 현재 서양의 중세 예술까지 4권이 나왔고, 아직 근대 미술 편은 나오지 않았다.)를 읽고서였다. 미술을 서양 역사의 흐름에 따라 쉽게 풀어내고 있는 이 책들을 통해 다시 한 번 예전에 배웠던 서양의 역사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이후 주경철 교수의 <그해, 역사가 바뀌다>와 시오노 나나미의 <그리스인 이야기>를 읽었다.

 

소설을 전공한 인연으로, 소설들을 읽는 일이 낙인 내가, 소설이 아닌 역사서를 읽게 된 것은 서양 역사에 대한 흥미에서 기인한 것이 크지만, 사실은 저자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들이 요즘 읽는 소설들보다 압도적으로 재미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경철 교수가 이번에 펴낸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1,2권은 전작 <그해, 역사가 바뀌다>와는 또 다른 분위기와 문체 저자는 이 책에서의 문체들이 기존의 문체와 다른 이유를 네이버 캐스터에 연재하면서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임을 밝히고 있다. -로 우리가 몰랐지만,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서양 역사를, 그 역사를 만들었던 생생한 인물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전체 3권으로 기획된 이 책들에서 1,2권의 주제는 단연 종교다. 특히 마녀 사냥과 관련된 다음의 부분들은 이 책이 단순히 흥미 위주의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가 아니라, 구체적인 역사적 현상을 통해 역사를 관통하는 핵심 원리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이런 사실을 놓고 볼 때 무엇보다도 공동체를 바라보는 기존 시각에 대한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리는 흔히 지난날의 마을 공동체를 미화하여, 순박한 사람들이 서로 돕고 사는 훈훈함이 넘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을 공동체는 갈등과 투쟁이 빈번하고, 위험 요소가 잠재해 있다. 마을 사람들은 한결같이 유순한데, 다만 사법, 행정 당국, 종교 기관 등 상층 혹은 외부 세력이 이들을 공격해 억압할 거라고 오해해선 안 된다. 마녀 사냥은 누군가의 고발이 필수적이다. 그러니까 가장 기본적으로는 이웃의 고발이 있어야만 마녀 사냥이 진행된다. 결국 이웃이 이웃을 죽인 셈이다.

- 중략 -

 

마녀 사냥이 종식된 결정적 계기는 사법개혁이었다. 마녀재판도 엄영히 사법재판의 한 종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니 더 이성적이고 체계적인 재판 제도가 자리 잡으면 마녀재판이 힘을 읽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고문에 의한 자백을 비판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중략-

진리 혹은 선을 지킨다면 명분 아래 악을 창안해내는 어둠의 성향은 여전히 우리 안에 있다. 오늘날 정이로운 일이라 생각하며 행하는 일들이 50, 100년 뒤에 보면 어이없는 악행으로 판명 나는 건 아닐까?

 

신영복 선생님은 역사를 배우기보다는 역사에서 배워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역사를 배우는 데 급급해서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는 이 자명한 말을 잊고 지낸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러한 망각이 똑같은 역사적 실수를 반복하게 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한 것은 아닐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역사 이야기를 넘어 지금, 여기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역사에서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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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9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