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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소설가의 여행법 | 기본 카테고리 2019-07-26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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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좋아하는 마을에 볼일이 있습니다

가쿠타 미쓰요 저/박선형 역
샘터 | 2019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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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마을에 볼일이 있습니다> 는 일본작가 '가쿠타 미쓰요'의 신작 여행에세이다. 영화 <종이달>의 작가로 우리나라에 알려져 있는데, 일본에서는 문학상도 많이 받았고 그녀의 작품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된 것도 많다. <종이달>을 영화로 보며 꽤 파격적이고 신선한 감흥을 받았는데 작가의 에세이에서는 잔잔하고 고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상을 쓴 에세이와 소설 사이의 감성 차이가 있는데 어찌보면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작가의 에세이는 작년에 <이제 고양이와 살기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를 읽었고 이번이 두번째다. 그 책에 등장한 아메숏이 이번 책에도 나와서 나혼자 반가워했다. 67쪽,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꼭지에는 지금 고양이와 살게된 인연을 말하고 있다.

 

대학시절 선배의 곤란한 부탁을 거절하려는 심산으로 보상은 고양이로 받겠다며 즉흥적으로 말했다. 그 고양이 종 이름이 바로 아메리칸 쇼트 헤어(줄여서 아메숏) 였다고~~ 그때 선배에게 했던 부탁을 20년 후에야 하느님이 들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작가! 친구들과 한국으로 여행가자고 무심코 내뱉은 말이 그대로 실현되었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나오는 이 고양이 키우게 된 이야기는 내가 집사이기에, 지난번 작가의 고양이 에세이를 읽었기에 자연스럽게 시선과 마음이 머물게 된 꼭지다. 작가의 낙천적 심성을 다시 확인했다.

 

이처럼 이책은 작가의 느긋하고 낙천적 심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보통 여행에세이하면 여행지의 멋진 풍광과 함께 힐링장소 위주가 많은데 이 책은 조용하다. 20~30년간 여행했던 곳에서 받은 느낌과 당시 자신의 생각을 들려준다. 화려하지도 요란스럽지도 않은 작가의 여행경험을 읽다보니 여행의 설렘보다는 내집에서의 편안항이 느껴졌다. 선풍기가 유유히 돌아가고 책장을 하나하나 넘기는 내 옆엔 고양이가 낮잠을 즐기고 있는 장면이 연상된다.

 

 

작가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여행갈 때 들고다니는 가이드북과 여행노트다. 요즘은 워낙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구글맵으로 이동한다지만 작가는 아직 가이드북을 좋아한다. 일본에서 오랫동안 인기있었던 책, <지구를 걷는 법>을 아직 애용하지만 이젠 그 책을 들고 다니는 일본인을 만날 수 없어서 이렇게 아쉬워한다.

 

"가이드북을 지참하는 여행은 아날로그여서 이제는 비주류가 되어버렸구나 싶다. 홀로 남겨진 듯해서 어쩐지 쓸쓸하다."

 

그리고 작가는 한 번의 여행마다 한 권의 노트를 남긴다고 한다. 이동 루트, 숙박 장소, 여행 경비, 먹고 마신 것, 산 것등을 기록하며 어디서 무엇을 보고 어떤 사람들과 대화했는지 뭐가 인상에 남았는지를 상세히 남겨둔다고 한다. 아마 그래서 이 책에 오래전 여행했던 것을 쓸 수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작가처럼 여행을 자주 가지 못하기도 하지만 저렇게 상세한 기록을 남겨본 적이 없다. 로망인 홀로 긴 여행을 가게 된다면 나도 저런 기록을 남겨야겠다.

 

작가가 가장 자주 여행한 곳은 태국이다. 너무 자주 가다보니 수많은 출입국 스탬프 때문에 방문 목적을 의심받을 정도라고. 여러가지 목적으로 방문했지만 특별한 볼일이 있어서가 아니라고 한다.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사원에 가거나 태국식 스키야키를 먹는 것은 개인적인 소망일 뿐 '볼일'은 아니다."

 

제목에서는 좋아하는 마을에 볼일이 있다고 했는데 볼일이 없다니? 아마도 '볼일'이라는 단어 속에 내포된 특별함이 작가에겐 별 일이 아니란 뜻인 것 같다. 여행에 거창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처럼 누리고픈 소망이리라.

 

 

혹여 이 책을 읽고 '뭐 이런 심심한 여행에세이라니?'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MSG 쫙 뺀 담백한 맛이라 여기면 좋을 듯 싶다. 밍밍한 맛을 찬찬히 곱씹다 차오르는 고소함을 느낄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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