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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의 깊은 상처 | 기본 카테고리 2020-12-11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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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패키지

정해연 저
황금가지 | 2020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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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연 작가의 신간, <패키지>는 패키지여행을 말한다. 소설 처음이 일본 패키지여행 출발 장면이다. 배로 대마도를 갔다오는 것인데 단돈 8만원이다. 청량리역에서 부산으로 출발할 버스에는 두 명을 빼고 모두 착석해 기다리고 있다. 뒤늦게 나타난 두 명은 아버지와 초등 1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아들. 지각한 이 둘에게 옆좌석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대사를 하고, 그들이 여행 오게 된 사연까지 나오기에 이 버스에 탄 승객들이 주요 등장인물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조연보다 못한 카메오 수준이었다.

출발 두 시간 후 버스가 휴게소에 들렀다가 다시 출발하려 할 때 처음 지각했던 부자가 오지 않는다. 가이드는 그들을 찾기 위해 휴게소에 남고 버스는 그대로 출발했는데 다음 행선지인 쇼핑센터에서 사건이 터진다. 버스 짐칸에서 아이의 토막시신이 발견된 것이다.

시체는 휴게소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그 아이 김도현이었고, 사라진 아빠 김석일은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투입된 담당 형사 박상하는 자신의 과거와 오버랩되는 이 사건의 실체를 마주하게 될수록 괴롭다. 가정폭력이기 때문이다. 아내의 폭력으로 아들 은우가 뇌에 이상이 생겨 입원 상태로 계속 치료중이고 호전될지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아내는 자살했다.

죽은 아이의 엄마 정지원은 남편의 폭력으로 이혼한 상태, 남편은 연년생 아들 둘을 키우고 있었고 둘째 도현이만 데리고 버스에 탔던 것인데 왜 자신의 아들을 잔인하게 죽여야만 했을까? 일본에 있던 정지원이 나타나자 가족사가 밝혀지는데 남편의 폭력에 못이겨 아이 둘을 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박상하는 그녀에게 감정이입이 된다. 여기서 살짝 어색했다. 박상하는 아들 은우가 엄마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몰랐던, 아니 무관심했던 죄책감에 짓눌려 있었는데 비슷하게 가정폭력에 시달린 정지원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파고들수록 표면적 사건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스포일러와 반전 때문에 줄거리는 여기까지!

뉴스에서 드러나는 가정폭력 사례는 실제 벌어지는 일의 10프로도 안될 것이다. 비밀스럽게 진행되며 주위 사람들이 모르는 척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도 김석일의 모친은 아들의 폭력성을 잘 알고 있었고 손자에게 가해지는 폭력도 예측 가능했으면서 모른 척했다. 도현의 담임 역시 어느 정도 눈치는 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주위에서 안다고 한들 개입이 어려울 수 있겠지만 적극적으로 알려서 아이가 극한 위험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해야하는데 대부분은 그러지 않고 결국 일은 터지고 만다. 작가가 소설이지만 아동폭력이라는 소재를 다룬 이유도 독자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한다.

그리고 하나 더! 모성애 부분이다. 도현의 모친 정지원도 박상하의 아내 채연희도 모성애는 없어 보인다. 우리가 생각하는 모성애는 신화로 포장되어있다는 주장이 있다. 모성애는 본능이 아니라는 것이다. 출산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생기는 것이 아닌데 본능인 것처럼 주입되어 있다. ‘내가 낳은 아이가 왜 사랑스럽지 않지?“ 라며 죄책감을 느끼는 엄마들이 있고, ’넌 엄마가 왜 그 모양이냐?‘는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는 과정은 기쁨보다는 고통의 양이 훨씬 크게 다가온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지 않더라도 그것을 인정하고 적게 찾아오는 기쁨과 즐거움을 행복이라고 여기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산후 우울증이 아이에게 폭력으로 나타나는 경우처럼 정신적인 고통이 질병으로 발전되고 자식에게 못할 짓을 하는 어른도 있다. 어릴 때 가해진 가정폭력은 아동이 성인이 되어서까지 그 자식에게까지 대물림되기 때문에 치명적이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노출이 된다면 최대한 빨리 폭력부모와 분리시키고 치료받아야 한다. 박상하는 경찰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가정사에 무심했고 결국 아들이 큰 상처를 입었다. 여전히 아들 대하는 것을 숙제처럼 여기는 박상하가 소설의 마지막엔 진심으로 아들과 시간을 보낼 것을 다짐한다. 내내 어두웠던 분위기에 빛이 반짝하고 들었다. 독자로서 그 빛이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지길 바랐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이해 안 되는 인물은 김석일이다. 처음부터 잔인한 방식으로 친아들을 살해했고, 두 번째로 친구를 수차례 찔러 중태에 빠트린다. 죽이려는 의도였다. 잔인한 폭력성을 드러내는 인물로 질투도 심하며 사람을 대함에 있어 예의라고는 없다. 김석일의 모친에 의하면 그는 부친과 비슷한 면이 많다고 했다. 인간이 아무리 유전적 영향이 크다고 하지만 교육도 받고 사회화 과정을 거치는데 본성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 것일까? 친자 살인과 친구 살인미수로 형량을 높게 받을 것이지만 원래 저런 인간이 교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남은 아들이 아버지에게서 유전적 영향을 얼마나 받을지, 소설이지만 걱정스럽다.

내 쓸데없는 걱정이 작가가 주제로 삼은 부분과 동떨어진 것 일수도 있다. 가정폭력으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사회문제들을 심각하게 생각한 시간이었다. 소재를 패키 여행으로 잡고 시작해서 제목이 패키지이기도 한데 마지막에 정지원의 대사에서 잔인한 방식으로 다시 확인시켜 준다.

"우리 가족 말이에요. 남의 눈에는 가족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니었던, 싸구려 패키지 같은 그런 가족이었다고요."

씁쓸한 대사였다.

**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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