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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을 찾아가는 시간 | 기본 카테고리 2020-12-2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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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아로 산다는 것

박노자 저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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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대한민국>으로 유명한 박노자 교수의 신간이 출간되었다.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처음 듣는 이름일 수 있는 박노자는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에서 한국학과 동아시아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태생인데 2001년 한국으로 귀화하면서 이름을 박노자로 바꾸었다. 노자는 러시아의 아들이란 뜻이다. 한국에서 역사학자로서 자리를 잡기에 그는 너무나 비주류였다. 시간강사를 벗어날 수 없었기에 오슬로 대학의 정교수 자리로 옮길 수 밖에 없었다. 지난 20여 년간 오슬로 대학교에서 한국학을 가르쳐야 했기에 국내의 동향에 관심을 놓을 수 없었고, 글로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왔고, 간간이 책도 출간하고 있다.

 

이번 신간 <미아로 산다는 것>의 제목에 ‘미아’를 저자가 어떤 의미로 사용했는지 확인하고 넘어가야 한다. 저자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액체 근대’를 빌려와 설명한다. ‘액체 근대’란 모든 것이 흐르는 물처럼 너무나 빨리 바뀌어 어떤 장기적 관계 맺기가 불가능한 상황을 일컫는 것 으로 현재 한국의 20대 젊은 층들이 주로 이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또한 오늘날 대부분 ‘온라인 인생’을 살고 있는 우리는 자본에 사생활을 내어주었으므로 액체 근대의 미아들은 전부 투명인간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 자신을 포함해 미아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가 하고 싶은 말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그는 각자가 스스로에게 ‘나의 생각이 무엇이냐’ 라고 물어보는 것이야말로 혁명적 질문이 될 것이라고 한다. 동양철학사상가 이지(이탁오, 1527~1602)의 일성을 가져와 주류 의식이 나에게 주입되기 전 본래 진심을 회복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을 동심이라 부르며, 동심을 회복한다는 것은 변화를 말하는 것이고, 그 변화는 타인의 계몽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동심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이 독자가 동심을 회복하는 변화로 가는 길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책을 선택한 독자라면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 위 내용이 들어있는 머리말에서 오래 머무를 것이다. 자신의 생각이 무엇인지, 타인에 의해 주입되거나 권위자의 시각으로 필터링 된 것이 아닌 동심을 회복한다는 것에 대해 숙고한 후, 저자가 책에서 진단하는 문제의식에 동조 혹은 비판의 입장을 정리를 해 나갈 것이다. 그렇게 하는 과정 속에서 새롭게 접하는 시각에 대한 수용 여부를 판단하고, 자신의 동심을 찾아가게 된다면 독서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혹여 자신의 생각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해도 괜찮다. 저자의 사유에 본인이 동조하는지 아닌지를 알게 된다면, 그것으로도 수확이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찾아가다보면 진심 회복의 길이 보이는 것이 될테니까.

 

이런 책은 사유의 폭을 확장시키는 장점이 있다. 그러므로 박노자의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모든 내용을 위처럼 하지 말고 본인의 관심사에 해당하는 챕터나 사회적으로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을 깊이 파고들어도 좋다. 저자의 기고 글과 책을 계속 만나온 독자라면 그의 사유에 변화가 있는지, 제시하는 대안에 대해 찬성인지 반대인지 자신의 입장을 정하고 그에 따르는 논거를 정리해보면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나는 저자가 <당신들의 대한민국> 때보다는 많이 부드러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당시에 그는 시간강사였기에 말도 안 되는 처우에 대해 길고 자세히 논했었다. 우리사회의 여타 다른 문제들도 마찬가지였는데 과격한 면을 띠기도 했고, 대안 제시는 비교적 구체적이었다. 그에 비해 이번 책에서는 그의 펜촉이 두루뭉술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회문제를 진단하는 시각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글의 말미에서 좋은 말로 끝내려고 하는 느낌이었고 이론적이거나 피상적인 대안 제시(시쳇말로 하나마나한 이야기) 로 끝이 났다. 나는 왜 그런지 생각해봤다. 그가 한국을 오래 떠나 있어서일까? 미디어로만 접하는 한국을 표현하는 것은, 예전에 몸으로 부딪히며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을 때와는 결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설마 서술어가 경어체라서 그런가? 이것이 과연 저자의 변화때문일까? 글을 수용하는 독자의 변화도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렇다!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읽고 충격을 받았던 14년 전의 내 사고와 지금의 내 정신세계의 차이를 간과하고 읽은 것이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축적된 독서량과 사회문제에 대한 내 시각의 변화가 저자를 변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당신들의 대한민국>과 이번 책 사이에 출간된 책을 읽지 않았기에 14년의 간극을 크게 느낀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나의 이런 사유들이 저자가 머리말에서 강조했던 내용에 부합되는 활동인 것 같아 의미있었다고 생각한다.

 

책 내용 중 인용하고 싶은 일부를 소개한다.

 

p.82~83 도대체 한국 남자들은 바보인가요? 신자유주의가 상황을 악화시켰다면 신자유주의를 상대로 투쟁하고 노동당이나 정의당에 대량 가입해야 답이죠. 신자유주의로 인해 남성보다 훨씬 많은 피해를 보는 여성들에게 도대체 왜 한풀이를 하는 것일까요? 강자에게 얻어맞고 약자를 때리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물론 안 되죠. (……) 페미들에 대한 혐오 하나로 자한당(현 국민의 힘)에 투표하려는 한국의 젊은 중하위층 남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xx 달린 사나이’로서의 특권, 다시 말해 페니스 하나가 여태까지 한국 사회에서 보장해주었던 특권의 잠재적 상실을 더욱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페니스 파시즘’은 미국의 백인 특권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당장에 ‘상실’될 일이 없는데도 그들은 그 특권이 약화되는 ‘경향’에 위기감을 느끼고 극우화하는 것이죠.

 

p.205 그런데 ‘비정규직 양산’이 사회문제가 되어 여론을 의식한 정부가 적어도 정부의 직접적 영향력이 미치는 공공부문에서만이라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사실 정규직화도 아니고 기존 비정규직에 대한 경쟁 채용일 경우가 더 많습니다)를 시도한다면 총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주?중?동은 과연 어떻게 나올까요? 맞습니다. 비정규직 착취로 발생하는 ‘이윤’에 대해서는 일절 이야기하지 않고 바로 독자들의 질투심에 호소합니다. 어렵게 채용 시험을 준비하는 취준생을 예로 들어 ‘정규직화로 무임승차하는’ 기존 비정규직에 대한 질투를 북돋우는 것입니다. 실제 취준생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반대하고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정규직화 경향으로 전체 노동시장에서 정규직 비율이 높아지고 ‘계절 노동이나 임시적 노동이 아니면 정규직으로 뽑아야 한다’는 당위 의식이 퍼지면 사실 노동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유리한 것이죠. 그러나 ‘취준생의 분노’를 가장한 극우 언론의 기사들은 사회적 ‘질시’에 호소하여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여론을 형성하기도 하지요.

 

p.186 동유럽에 비해 아직도 상당히 남아있는 조직 노동의 힘, 노동자를 조직화할 가능성, 나름대로 발전된 일부 공공부문(대중교통 등), 비록 우파 헤게모니의 사회이긴 하지만 그나마 가능한 정권 교체, 군사주의의 폐단이 매우 심한 가운데 그나마 전쟁에 대한 혐오증, 평화 추구적 분위기의 공고함 등은 한국 사회의 커다란 장점들입니다. 이런 장점들을 기반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죠.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이제 걱정할 것이 없다”고 단언했던 미국의 저명한 석학 브루스 커밍스와 달리 저는 우파 헤게모니 속의 한국 ‘민주주의’의 ‘질’에 대해서는 상당히 비판?비관적이라서 걱정할 것이 태산 같다고 봅니다. 하지만 특히 커밍스 옹이 사시는 미국 등과 비교하면 낙관의 이유들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위 리뷰는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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