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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우면 외롭다고 하자.. | 기본 카테고리 2021-02-04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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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독한 이방인의 산책

다니엘 튜더 저/김재성 역
문학동네 | 2021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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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이방인의 산책>을 쓴 다니엘 튜더는 영국인으로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에 왔다가 사랑에 빠져 2년 후 다시 서울로 돌아와 여러 활동을 했다. 2017~2018년에는 청와대 해외언론비서관실 자문을 맡았다. <고독한 이방인의 산책>은 그가 우리나라에서 출간한 네 번째 책이다. 나는 이번 책으로 다니엘 튜더라는 사람을 처음 만났다.

책의 첫 꼭지 샌프란시스코의 어느 날에서 가족사로 후욱 들어오길래 직진스타일인가? 했다. 첫 글의 말미에서 외로움은 말하자면 내 기본사양이라고 표현하며 이 책을 쓴 이유를 밝혔다.

 

p.15~16

 

좀더 생각하고 읽고 대화할수록 현대세계의 너무 많은 부분이 인간에게 소외감과 불행한 느낌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런 결과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공동체 상실과 사람들 간의 단절임을 절감했다. 지난 3년간의 사유를 담은 이 책은 현대세계는 왜 이렇게 불행한가. 그리고 보다 잘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루저나 왕따가 되고 싶지 않아서 입에 담지 않고 살아온 이런 이야기가 사실은 모두에게 대단히 가치 있는 것임을 믿게 되었다. 우리가 서로 더욱 가까워지고 누구도 온전히 혼자가 아님을 체감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고백하자면, 문학동네에서 서평단을 모집할 때 작가가 누군지도 모른 채 제목에 끌려 신청했다. 나는 누가 뭐래도 고독한(사실 외로운?)자이며, (어떤 면에선)이방인이고, 요즘 산책 관련 책을 여러 권 읽었으니 이 책은 딱 내가 읽어야할 책이라고(마음 속으로) 주장했다. 다행이 책을 받았고 읽어보니 책 받고 싶은 마음에 엄청난 합리화를 했구나 싶었다.

 

 

작가는 이방인이라고 했지만 글에서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본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에서 다양한 일을 하며 비판적 시각으로 쓴 내용도 있는데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공감한 글은 “연기 따윈 필요 없는 진짜 친구”였다. 스타트업계 사람들의 특징 중 효율 강박이 있다는 부분에서 내가 하는 생각이랑 똑같아서 놀랐다.

 

아무 것도 안 하며 보내는 시간은 막대한 낭비 같아 친구와의 대화도 투자이익을 따져 평가하는 것이 이 바닥 현실이며, 실용적 목적이 없는 이야기는 타인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므로 삼가야 한다는 태도들, “넌 내게 뭘 해줄 수 있지?”라고 묻는 실리 위주로 인간관계가 축소되었다는 사례를 들었다.

 

 

나는 애들이 어렸을 때는 가만히 노는 걸 보고 있는 게 힘들었다. 놀지 말고 뭐라도 해야 한다는 내 강박이 아이들을 많이 괴롭혔다. 놀면서, 멍 때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도 내 눈앞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는 건 괴로운 일이었고 뭔가를 시키지 못해 안달이었다. 사실 육아를 하면서 힘들었다기보다 내 맘속의 갈등을 다스리는 일이 더 힘들었다.

 

 

이제는 나 자신을 갈구면서 산다. 점점 강박적으로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면서도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독서 외의 활동을 할 수도 있지 않은가.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도 있고 그래, 산책을 나갈 수도 있고, 고양이들과 놀아줄 수도 있고! 요즘은 그나마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과의 만남이 거의 없어져서 덜 한데 작년 연말에 내 상태의 심각성을 보았다. 지인 집들이에 가서 저녁을 먹고 거실에 앉았는데 TV는 저 혼자 떠들어대고, 남자들은 고스톱을 치고 있고, 집 주인 여성은 주방과 거실을 계속 왔다갔다하고, 나는 소파에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여긴 어디? 난 누구?"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폰을 켜는 거였다. 이북에 들어갔다. 빠르게 읽던 소설을 찾아서 페이지를 넘겼다. 그런 곳에서조차 나는 효율성을 따졌다. 그보다 더 심각했던 건 15년 넘게 만나온 지인 모임에서였다. 작년 12월 초, 저녁을 먹고 커피숍에 앉아 수다를 떠는데 나는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느니 책을 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 이 관계도 이제 끝날 때가 되어가는 건가? 싶었다. 그 후로 단톡으로 두 번 정도 내가 먼저 연락했고, 그나마 최근 톡에서 답도 하지 않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이렇게 서서히 멀어지는구나... 그들도 나처럼 효율성을 생각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도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이 아까웠겠구나 싶었다.

 

 

작가는 스타트업계 사람들이라고 한정했지만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할 거란 생각이 든다. 나처럼 일반인도 그러는데 말이다. 코로나 때문에 대면 모임이 줄어들면서 우린 점점 고립되어가고 있다. 전염병 탓인 것 같지만 어쩌면 코로나 탓으로 돌리면서 스스로 히끼꼬모리가 되어가는 것 같다. 우리는 모두 외로운 사람들이다. 만나는 걸 두려워하는, 그러면서 또 만나고 싶어하는...

 

작가는 이방인으로서 한국의 ‘정’을 사랑하게 되었지만 이젠 시골에나 가야 접할 수 있는 문화가 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재개발되어 사라진 아현동 뒷골목 식당들을 그리워한다. 신축 아파트 단지 내에 들어설 상가의 깔끔한 식당에서는 옛 식당들의 정취를 느낄 수 없을 것이므로. 그는 공동체란 본질적으로 좀 지저분하고 번거롭다고 말한다. 그런 것들을 싹 밀어버리고 콘크리트로 짱짱하게 새로 지어올리면 집값 오르니 좋아라 한다. 우리 동네는 재개발 안 하냐며 부러워한다. 우리는 그러고 산다.

 

 

찔리는 말, 갈무리 해둘 문장들이 많았다.

 

 

“결과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냥 최선을 다하고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랄 뿐이야.”

 

“국가 경쟁력 신장을 위해 출산의 역군이 되라고 등을 떠밀 게 아니라 이미 태어난 사람들이 더 행복하게, 스트레스 덜 받으며 살 수 있도록 해 줘야 하는 것 아닐까.”

 

“따뜻한 말 한 마디는 아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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