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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 누스바움 「타인에 대한 연민」 (RHK, 2020) | 리뷰 카테고리 2020-09-23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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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타인에 대한 연민

마사 누스바움 저/임현경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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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목은 <두려움의 군주제: 한 철학자가 우리의 정치적 위기를 바라보다(The Monarchy of Fear: A Philosopher Looks at Our Political Crisis)>입니다. 저자 마사 누스바움은 미국의 저명한 철학자로 <혐오와 수치심>, <정치적 감정>, <분노와 용서>, 등 인간의 감정을 깊게 들여다보는 책을 저술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두려움이 키워드입니다. <타인에 대한 연민>이라고 의역하기보다 원 타이틀 제목을 붙였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절대 왕정국가에서 군주는 백성들의 두려움을 먹이로 삼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수평적 신뢰로 연결됩니다. 군주제에서는 백성들이 군주의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복종하고, 외부의 위협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발적으로 예속되곤 합니다. 반면, 민주 사회에서는 시민 각자가 진정한 자신을 드러내고 동료 시민들의 손에 미래를 기꺼이 맡기는 신뢰가 필요합니다. 저자는 두려움과 두려움의 영향으로 생기는 세 가지 감정, 분노, 혐오, 시기를 깊게 탐구합니다. 그는 이런 탐구를 통해 민주 사회가 어디로 가야 할지 제시하고 싶은 것입니다.


무기력하게 태어나 두려움을 느끼는 인간은 아주 쉽게 자기중심적이 되고 맙니다. 사람들은 두려움으로 인해 오류에 빠집니다. 사실 우리는 무슬림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데, 이는 무슬림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무지의 토양에서 두려움이 뒤틀린 방식으로 작용한 것이죠. 미국 백인들이 인종적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도 비이성적인 추론에서 나온 것입니다. 미국은 백인의 나라, 기독교의 나라라고 생각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면에서 막연한 두려움과 이로 인한 분노와 갈등을 증폭시키는 장본인입니다. 현재의 미국은 분노하는 나라입니다. 남성은 여성을, 여성은 남성을 탓합니다. 우파는 발작적으로 무슬림을 비난하고, 좌파는 무슬림을 비난하는 우파를 맹렬히 비난합니다. 이민자들은 불안한 삶을 새로운 정권 탓으로 돌리고, 지배 계급은 이민자들이 현 사회의 삶을 뒤흔든다고 분노합니다. 서로 특정 집단을 하찮은 존재로 만들어 자신들에게 복종시키려 할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사 누스바움은 보복 없는 저항을 주장합니다. 보복하지 않으면서도 부당함에 단호하게 반대하는 정신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마틴 루터 킹의 정신을 계승합니다. 킹은 노력을 방해하는 절망을 거부하고, 보복을 꿈꾸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는 자유와 평등, 인류애에 대한 꿈을 제시했습니다. 두려움은 분노뿐 아니라 혐오와 배제, 편 가르기를 낳습니다. 더 나아가 사회 전반에 시기심이 만연하게 만듭니다. 이 시기심이 정치적 안정을 위협합니다. 두려움이 정치를 지배하면 낙관론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저자는 미국 의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지적합니다. “의회에는 시기심이 낳은 악으로 경쟁이 난무한다. 단지 자신들이 우위에 있었다는, 혹은 있다는 이유만으로 최선의 해결책을 위해 힘을 모으기보다 상대의 정책을 깎아내린다. 시기심의 악의는 이미 언급했듯이 우파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좌파도 크게 다르지 않다”(pp. 199~200). 이는 현 대한민국 의회의 모습과도 정확히 일치합니다. 저자는 이제는 두려움을 넘어 한 사회의 공동의 선을 추구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마지막에 청년들의 공공업무 의무복무 제도를 제안했네요. 청년들이 국민의 다양성을 체험하면 무지와 오해로부터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서로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에서요. 지금 전 세계는 나라, 인종, 성별, 경제적 계층 등으로 분노하고 갈등하며 혐오와 배제가 만연합니다. 이러한 때, 이 책은 우리에게 건강한 민주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각 시민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시의적절한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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