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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 소소한책이야기 2021-02-2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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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이도우 저
위즈덤하우스 | 2020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문장 하나하나가 너무 예뻐서 어딘가에 남몰래 간직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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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고르는 기준이 제목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제목에 이끌려 책을 잘 구입한다. 이 책도 그랬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로 유명한 이도우 작가의 책이었지만 결제하고 책을 받을 때까지도 몰랐다. 그냥 단순히 제목에 이끌려 나는 이 책을 구입했다. 또 한 가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소설이 아닌 산문집이라는 게 마음에 들어서다. 이상하게 소설은 잘 읽히지가 않는다.

 

밤이 주는 이미지는 차분하고 고요하고 약간은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그런 밤에 하는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가 좋을까?

이 책은 어떤 이야기로 가득 차 있을까 궁금했다. 수많은 밤에 대한 이야기일까? 아니면 밤에 읽으면 좋은 이야기일까 수많은 궁금증을 안고 이 책을 읽어나갔다. 읽어가며 공감했던 몇 페이지를 소개해본다.

 

 

 

그날의 경험 탓인지 같은 풍경을 다른 버전으로 다시 바라보는 일을 좋아한다.

p.27

 

 

같은 곳을 또 방문하는 것을 난 좋아한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장소를 다시 방문하는 건 참 설레는 일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누구와 함께냐가 아닐까 싶다.

물론 혼자 방문하는 그 공간도 좋지만 누군가 함께 공간에 대한 추억을 나누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 없다.

이번에 아이들과 함께 여수를 방문하게 되었다. 약 6년 만에 다시 방문했던 여수는 그대로였다. 내가 운전하며 다녔던 그 길까지 다 기억나는 게 정말 신기했다. 다시 방문한 여수에서 새로운 추억을 하나 만들었다. 바로 똑같은 장소에서 사진 찍기!

 


 

 

햇빛이 너무 눈이 부셔 사진을 찍을 때는 같은 장소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조금 더 아래에서 찍었어야 했다. 살짝 아쉬움을 남기는 위치 선정이었지만 아이들에게는 또 다른 즐거운 추억이었는지 사진을 보면서 한참 동안 사진 찍을 때 이야기를 목소리 높여 이야기했다.

6년 뒤에도 이곳에서 다시 한번 조금 더 자란 너희들의 사진을 찍었으면 좋겠다:)

 


 

 

 

여행을 가도 관광지보다는 좁고 긴 뒷골목을 서성이고 싶은 까닭도 그 때문이다.

p.31

 

 

 

딱 내가 좋아하는 그런 감성(?)이라서 참 마음에 들었다. 관광지보다는 뒷골목을 서성이고 싶은 그런 감성 나도 참 좋아한다.

그런 골목을 걷다가 만난 음식점과 카페는 그렇게 낭만적일 수 없다. 그 어떤 좋은 풍경을 바라보는 곳보다 더 좋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 있는 장소다. 대만에 갔을 때도 넓은 도로가 아닌 골목골목을 살펴보는 게 좋았다. 그곳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이방인이 아닌 그 골목을 걷다 보면 그곳에 푹 빠지는 기분이다. 걷고 싶다. 날이 좋아지면 어느 골목을 찾아가 볼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관계의 끝은 그런 걸까.

마음이 묶이지 않으면 우연을 빙자한 인연은 더 이상 계속되지 않는 걸까.

p.43

 

 

 

관계에 대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그 사람도 소중하다고 생각해 줄 것 같았던 그 관계.

생각보다 그 관계는 별것이 아니었다. 함께했던 그 시간이 그 관계의 깊이를 말해주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과 관계의 깊이는 결코 비례하지 않았다.

내 노력이 그 관계 속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 순간, 손을 놓아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손을 놓았고 예상대로 그 손을 다시 잡아주지 않았다.

엄청나게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함께 해온 시간이 있으니까. 그 시간이 결코 짧은 게 아니니까. 하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슬프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관계를 끝내기 몇 년 전부터 나는 예상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 관계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그들 속에서 나를 숨기고 어울리기 위해서 다른 나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모른척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예상하며 나도 모르게 그 관계의 끝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지금 생각해 보면 나도 어느 정도 손을 놓을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관계는 참 어렵다. 또 다른 관계를 맺는 것도 어렵고...

 

 


 

 

 

그렇게 건너가는 과정 없이 사랑하는 시간대에만 머무르는 건 생활이 아니라 판타지겠지요.

p.60

 

 

사람들 마음속에는 다 고장 난 시계 하나쯤은 가지고 살지 않을까. 그때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바로 그때를 간직하며 살고 있으니까.

하지만 고장 난 시계는 말 그대로 고장 난, 멈춰있는 시계일 뿐이다. 다시 그 시간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면 움직여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멈춰있을 뿐 돌아갈 수도 찾아갈 수도 없으니까. 가끔 하루에 두 번 겹치는 그 시간만 기다리며 살기에는 하루가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르게 생각해 보면 고장 난 김에 그렇게라도 쉬어가는 게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너무나 흔하지만 그렇기에 사연이 많은, 가깝고도 먼 사물.

p.167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피아노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선택한 것은 아니고 집과 학교가 멀었는데 차량 운행을 해주는 학원이 피아노 학원밖에 없어서 선택할 여지도 없이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6년 동안 어쩔 수 없이 피아노 학원을 다녔다.

피아노 학원은 2층에 있었고 1층은 미술 학원이었다. 나는 피아노 학원보다는 1층에 있는 미술 학원에 다니고 싶었다. 하지만 미술 학원은 차량 운행을 해주지 않았고 둘 다 다니기에는 집안 사정이 그렇게 좋지 않았기에 미술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을 부러워하기만 했었다.

좋아하지도 소질도 없는 피아노를 6년이나 쳤고 6학년 말쯤 보습학원에 다니게 되면서 피아노 학원을 끊었다. 그렇게 피아노와는 영영 안녕하는 줄 알았는데 고등학교 1학년 때 갑자기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졌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는데 그냥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중학교 때도 교회 반주를 하면서 피아노를 조금씩 쳤지만 찬송가 반주 법이나 코드 반주 법을 배우고 싶었다. 그렇게 가기 싫어했던 피아노 학원을 고등학교 1학년 때 다시 등록해서 다녔다. 지금 생각해도 참 웃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수학학원을 하나 더 다녀도 모자랄 고등학교 때 피아노 학원이라니...

초등학교 때 다녔을 때와 전혀 달랐다. 내가 하고 싶어서, 좋아서 배우는 피아노는 정말 재미있었다. 그렇게 피아노는 지금까지 내 삶 주변에 머물러있다. 결혼하면서 가져오고 싶었던 우리 집 피아노는 결국 가져오지 못했고 엄마는 피아노를 화분 받침대로 쓰고 있다며 지금도 빨리 가져가라고 잔소리를 할 때도 있지만 피아노 볼 때마다 내가 생각나서 좋다고 살짝 말하기도한다..ㅎㅎ

 


 

 

' 내게 책이란 OO이다'

p.197

 

 

나에게 책이란 무엇일까? OO으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짧은 것 같기도 한데.

누군가 나에게 물어본다면 나는 '경험'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나에게 책은 경험이다. 책을 읽다 보면 내가 알지 못했던 세계를 경험하는 기분이 든다.

때로는 여행을 할 때도 있고, 작가의 삶을 만나보기도 하고, 그 책 속에 들어가 일부가 되는 것 같은 그 경험! 그것이 좋아서 책을 계속 읽는 것 같다.

또 이 경험을 통해서 내 경험을 나누는 것. 내가 생각하는 책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인생을 하나의 긴 여정으로 보고 결말에 이르러 해피엔딩이 되기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건 아까운 일이다.

차라리 해피엔딩의 일상화를 만드는 게 낫겠다.

p.213

 

 

 

내가 소설을 잘 읽지 않는 것도 바로 결말이 아쉬울 때가 많아서이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결말로 끝이 날 때 그 허무함이 아직은 싫다.

물론 이런 인생도 저런 인생도 있기에 내가 원하는 대로 끝이 날 수는 없겠지만 책에서까지 그런 경험을 만나고 싶지는 않다.

엄청 감성적인 것 같으면서도 생각보다 냉철한 것 같은 내 기분을 이럴 때면 나도 잘 모르겠다.. ㅋㅋㅋ 너무 이기적인가?

모두가 해피엔딩이면 참 좋겠지만 해피엔딩을 기다리며 살지 말고 하루하루가 해피엔딩이 되도록 노력하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저자의 말처럼 인생의 마지막만 해피엔딩으로 끝내기 위해서 하루하루를 새드엔딩으로 살고 있다면 그게 무슨 해피엔딩인 삶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매일매일 해피엔딩일 수는 없겠지만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 더 행복한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딱 그만큼만 되어도 해피엔딩의 일상화가 아닐까 싶은데:)

 

 

 

 

늘 행복할 수는 없지만 자주 행복을 누르시기를 바라요.

아팠던 일도 기뻤던 일도, 지나온 많은 나날이 고마워지면 좋겠습니다.

p.327

 

 

 

 

책을 읽으면서 문장 하나하나가 너무 좋아서 줄어드는 페이지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중간 나오는 짧은 나뭇잎 소설은 또 다른 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일상에 풍경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으면서도 뭔가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이 책에 들어있다. 지금까지 본 적은 없지만 한 번쯤은 보고 싶은 풍경들 속에 들어가 여행을 한 기분이다.

걸어본 적 없는 어딘가 걷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낮이 아닌 약간은 어둡고 날씨는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으며 살짝 바람에 여름향기가 묻어나는 것 같은 그런 길. 그 길 위에서 만난 작은 책방에 앉아서 창문 너머로 떠오르는 달과 빛나는 별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 마시는 그런 기분. 참 좋았다:)

 

 

 

독서습관으로 만난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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