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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 에세이 2022-01-25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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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느리게 걷는 미술관

임지영 저
플로베르 | 2022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예술의 진짜 의미를 알게 해준 마중물 같은 책. 예술이 삶으로 들어오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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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고고하고 무용하다'는 편견


 

한 보육원에 예술 봉사를 하러 간 저자는 보육원의 현실에 대해 듣게 된다.

너무 일찍 사회로 내몰리는 아이들, 아픔이 한가득 올라왔다.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서도 이럴 때는 공허함이 솟구친다. 생존 앞에 그림이 다 무어야, 예술이 다 무어야, 송구하기까지 하다.”-p.309

내게 예술이란 소위 '먹고 살 만한 사람들'이나 향유하는 것이었다.

현실 걱정 없이 물질적으로, 심적으로 여유가 있어야만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것이 예술이라 생각했다. 그야말로 현실 따윈 안중에 없는 고고한 세계.

예술을 전공하고 예술로 먹고사는 저자도 생존 앞에서 예술은 무용하다 말하는데, 예술이 왜 필요한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예술이 주는 좋은 것에 대해 말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무용한 것의 가치를 부단히 전한다.”-p.309

 

무용한 것의 가치

 쓸모가 없는데 가치가 있다니, 절대 공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 가운데에도 무용한데 가치 있는 것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예술은 문학과 닮았다.

흔히 문학()을 읽으면 어떤 점이 좋은지, 문학을 읽는 것이 인생에 왜 필요한지 묻는 경우를 우리는 알고 있다. 문학을 모르는 누군가가 내게 물어보든지 아니면 문학과 담쌓은 내가 독서가에게 물어보든지. 그때  어떤 대답을 하고 또, 들을 수 있을까? 아마도 문학을 읽어서 대출금을 갚을 수 있다든지, 연봉이 높아진다는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대답은 할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을 것이다, 평생. 그런데 왜 문학을 읽을까?

 나는 그 이유를 감화받고 싶은 마음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짧은 식견으로 말해보자면, 문학은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것들(인간관계나 사회)이 더 건강하고 건설적으로 발전되어 모든 사람이 가 닿고 싶은 순간과 공간을 글로 표현한 것, 즉 보다 아름다운 삶을 꿈꾸게 하는 글이라 생각한다. 허구로 만들어졌으나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타인의 생각과 타인의 감정을 읽고 느낄 수 있다.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사회 곳곳의 문제를 접할 수도 있다. 독자는 작품 속 인물이 되고 세계를 품 안에 넣는다. 그렇게 다른 대상이 내 안에 들어올 때, 인간은 주변을 돌아보게 되고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된다. 비로소 나만 사는 세상이 아님을 깨닫는다. 내가 잘 살고 싶은 마음에서 우리가 잘살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조금씩 깊고 넓게 감화되길 원한다. 문학은 어느새 인간이자 삶이 되었다.

 

예술은 사람이자 삶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알지도 못하면서 붓 터치가 어떤지, 어떤 색들을 주로 사용했는지 등을 곰곰이 뜯어보며 분석했던 적이 있었다. 예술이 어렵고 멀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런데 저자는 자신의 일상에 숨 쉬듯 자연스럽게 예술을 담아내고 있었다. 그림을 보며 소원해진 상대방에 대한 마음을 다시 피우고, 심드렁하고 메마른 마음에 기름칠을 하기 위해 밝고 명랑한 에너지가 가득한 그림을 보면서 말이다. 작품을 3의 대상으로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은 어쩌면 예술을 진짜 대하는 태도가 아닐지도 몰랐다.(물론 전문가는 분석해야 하겠지만) 실 하나를 나와 작품 사이에 연결 짓는 것을 예술이라 칭하는 것 같았다. 그래? 그렇다면 나도 조금은 쉽게 예술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김용일, 홍이네 집」은 칠흑같이 어두운 밤, 따뜻한 불빛이 창밖으로 새어 나오는 시골집 뒤로 아름드리 벚꽃 나무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그림이다.


 

고요하고 환한 전경을 보며 내가 바라는 공간을 자연스레 떠올렸다. 원목이 곳곳에 놓여있는 차분한 톤, 작은 창으로 햇살이 쬐지만 너무 쨍하지 않아 눈 부시지는 않은, 아늑하고 따뜻한 공간을 말이다.  

그러자 예술에 씌워져 있던 견고한 편견들이 숙주나물 깍지처럼 매가리를 잃었다. 내가 시골집과 밤 벚꽃 나무 전경을 보며 어떤 감정과 소회를 느꼈던 것처럼, 이 작품이 탄생한 배경에는 어떤 감정과 생각을 풀어낸 사람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림 뒤에 있는 한 사람의 존재를 알게 되고, 작품에 나를 덧대었더니 짧은 대화를 한 것만 같았다. ‘어떤 작가가 어떤 기법으로 그린 그림이 아니라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이었고, 이것이 예술이었다. 그림과 나 사이의 거리가 확 좁혀졌다. 문학이 글을 통해 나와 나 아닌 수많은 것이 이어지는 거라면 미술(예술)은 그림으로 이어진다.  예술과 문학은 정말 닮아있었다. 예술에는 당신이 있고, 내가 있으며, 우리가 있었다.

그림 속 나를 만나고 진짜 삶을 이야기하는 것, 예술, 먼 데가 아닌 우리 안에서 발견하는 것.”-p.295

 

예술이 필요한 이유

 앞서 문학이 독자에게 더 낫게, 지금보다 잘 살고 싶은 마음에 감화를 주기 때문에 곁에 둔다고 말했다.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여러 모습이 있겠지만, 한 개의 실로 꿰어보면 공통적으로 느림을 가져야 잘 살 수 있다. 앞만 보며 전력 질주 하는 삶을 인생의 미덕으로 아는 사람이 많아 보인다. 달릴 때에만 내 존재가 가치 있다고 말하는 듯한 수 많은 소리들. 살면서 열심히, 아니 미친듯이 달릴 때도 필요하겠지. 그걸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많은 사람이 몸의 속도와 영혼의 속도가 다르다는걸 잘 모르는 듯하다. 미친 듯이 뛰고 있다가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보니 몸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 영혼이 한참 떨어진 곳에 나동그라져 있는 것이다. 영혼이 없는데 어떻게 좋음이 가능할지 나는 확신이 없다. 익히 잘 알고 있는 번아웃은 그렇게 겪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영혼이 내가 있는 곳까지 올 수 있도록 속도를 멈추고 기다리는 것이다. 달릴 때는 전혀 알지 못했던 것들이 그제서야 느껴진다. 내 안의 소리가 들리고 내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된다. 내가 무얼 놓치고 있었는지,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정말 맞는지, 잘하고 있는 지 등을 살펴볼 수 있게 된다. 여기엔 경청과 반성이 모두 포함된다. 앞만 보며 달릴 땐 이것들을 놓치기 쉽다. 느림이 필요한 이유이다.

우리가 미술관에 가야 하는 이유는 위대한 예술을 영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가장 느린 속도로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의 속도를 줄이는 최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순간 생의 좋은 것이 흘러든다.”-p.7

 

좋은 책은 무엇일까?

 내게 좋은 책이란 감화될 수 있는 책, 새로운 관점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책, 정리하자면 깊어지고 넓어지는 데 영향을 미치는 책이다. 이 책은 예술을 알지도 못하면서 편견만 지니고 있던 내게 예술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파릇파릇한 새싹처럼 피우게 해준 책이다. 이 책을 만나게 된 건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진심으로. 예술을 알지도 못하면서 편견만 지니고 있었던 사람이 비단 나뿐만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예술을 작정하고 무용한 것,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것으로 오해하려던 것은 아니다.

예술이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것은 오해 때문이다. 작은 걸 크게 얘기하고 쉬운 걸 더 어렵게 설명하며, 스스로 함정에 빠진 것이다.”-p.5

  그래서 저자는 애당초 예술을 경외하지 않는다. 예술이 얼마나 멋있는지, 얼마나 대단한 가치가 있는지, 어떻게 안목을 키워나가는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예술이 삶에 무엇이 되는지 들여다본다. 예술은 주인공이 아니다. 예술을 느끼는 내가 주인공이라 말한다. 가만 멈춰서서 순간을 붙잡는다. 그림 한 점을 보며 그림과 나, 아니 작가와 나는 대화를 나눈다. 그 과정에서 나의 진짜 속마음을 알게 되고 위로받는다.

, 나 오늘 우울했었구나.’ ,외롭고 쓸쓸한 것을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는구나!’

정보경의 자화상을 봤다. 자화상을 그릴 일이 있겠냐마는(사람을 늘 졸라맨으로...) 어떻게 그리고 싶은지 생각해봤다. 단단한 굳은 심지가 느껴지는 눈빛과 입매, 그 속에 평온함과 사랑이 담겨있기를 바랐다. 나는 단단한 사람이길 원하면서 동시에 사랑이 가득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이 그림이, 앞으로 내가 견지해야 할 삶의 태도와 마음가짐을 상기시켜준것이다. 예술은 외따로 있는 고고한 세계가 아님을, 나는 이제 안다. 물론 '예알못'에서 병아리 눈물만큼 벗어난 것이니 앞으로 더 많은 예술을 접해야 되겠지만, 어쩐지 예술이 오래 알고 지낸 친구처럼 느껴졌다. 예술의 진짜 의미를 알게 해 준 마중물 같은 책이다. 오랜만에 설레는 시간이었다. 

(p.s. 서평단이라 좋게 쓴 것 절대 아님! 서문만 읽어봐도 예술이 새롭게 느껴짐! 저자의 솔직하고 밝은 성정이 느껴지는 다채로운 문장은 덤. )

 

YES 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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