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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내가 찾은 료칸 - 가시와이 히사시 | 책 이야기 2016-01-15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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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가 찾은 료칸

가시와이 히사시 저/박미정 역
시그마북스 | 2016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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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여름에 홋카이도 일주를 계획하고 있는데, 숙박 중 일부를 료칸으로 하려고 맘먹고 있던 터라 엄청 반가운 책이었다. 역시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가장 처음 파트가 홋카이도 지역! 저자는 1년에 무려 200일 이상을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숙도락'이다. 저자의 이런 습관은 어린 시절 조부의 영향이라고 하는데, 조부께서는 일류 숙박시설에 묵는 것을 즐기셨다고 한다. 저자는 자신이 가본 일본 내의 여러 숙박시설 중 100곳을 선정하여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지역별로 나뉘어 있어 특정 지역을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아주 유용한 정보가 될 것 같다. 특히 일본 숙박전문가의 시선으로 엄선한 '숙격'이 있는 장소들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어떤 곳은 음식이 훌륭하고, 어떤 곳은 온천이 자랑이며, 또 어떤 곳은 주변 풍경이 예술이라, 각자 취향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도록 되어있는 점 또한 이 책을 선택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

 

   역시나 다른 곳보다는 홋카이도와 도호쿠 지역의 숙박시설을 더 꼼꼼히 보게 되었는데, 내가 료칸에 묵고 싶어한 건 자연과 어우러져 있는 온천이 가장 큰 이유이다. 게다가 객실에 딸려있는 노천탕이라니. 거기에 가이세키라 불리우는 료칸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까지. 생각만해도 온 몸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다. 나의 여행 취향은 원래 마구 돌아다니고 보고 걷는 것을 좋아하지만 왠지 이번 홋카이도 여행만큼은 먹는 것과 쉬는 것에 집중하고 싶어진다. 그저 하염없이 멍때리고 싶은 그런 나른함이 가끔은 그리운 법이다. 그리고 잘 찾은 료칸이 아마도 나의 그런 바람을 들어줄 수 있을 것 같다. 저자가 선택한 멋진 숙박시설들이 내가 갈때까지 그 모습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를 바라며 올 여름 여행을 위한 설레임을 벌써부터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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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오 봉 로망 - 로랑스 코세 | 책 이야기 2016-01-1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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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오 봉 로망

로랑스 코세 저/이세진 역
예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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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좋은 소설을 원한다 "

 

   위 한마디면 이 책에 대한 모든 것이 설명될 것 같다.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좋은 소설'을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만든 '좋은 소설'이라는 이름을 지닌 서점과 그 서점을 지켜내고자 하는, 그래서 좋은 소설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무리 출판업계가 사정이 안좋다고는 하지만 독자의 입장으로서는 책은 넘쳐나고 신간서적은 계속해서 탄생되며,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어떤 책을 읽어야 할 지 판단이 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세상에 좋은 소설만을 파는 서점이 진짜 존재한다면 정말 거기가 어디더라도 꼭 가보고 싶을 것 같다. 독자의 입장에서만 보자면 '좋은 소설'만 파는 서점이라니, 얼마나 낭만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시도인가.

 

   오 봉 로망은 좋은 소설에 목숨 건 두 남녀의 합작 프로젝트로 인해 탄생된 서점이다. 8인의 비밀 위원회들에 의해 선정된 좋은 소설들과 프란체스카와 이방의 목록이 더해져 '오 봉 로망'이 파리에 문을 열었다. 개점하자마자, 소설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서 승승장구하던 서점을 좋아할 수 없었던 무리들이 있었으니 바로, 돈 벌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출판업자들과 좋은 소설 축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즉 오 봉 로망에서 판매하고 있지 않은 책들의 작가들이다. 그들의 '오 봉 로망'에 대한 질투와 시기는 도를 넘어 비밀에 부쳤던 위원들의 신변마저 위험에 노출되어, '좋은 소설' 프로젝트는 위기를 맞게 된다.

 

   이렇게 줄거리만 간단하게 요약해 놓으니 무슨 추리소설 같기도 하지만 이 책은 전적으로 좋은 소설에 관한 이야기이다. 등장 인물들이 좋은 소설을 만나면서 느끼는 흥분과 좋은 소설을 만난 서점 고객들의 행복감이 내가 다녀본 여러 서점들의 이미지와 오버랩되면서 그 흥분을, 그 행복감을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8인의 위원들의 작품은 허구이지만 이들이 선정한 좋은 소설들은 실제 작품들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책이다. 물론 모르는 작가들이 대부분이고 그 중 대부분은 국내에 번역되지도 않았겠지만 언젠가 읽을 가치가 있는 좋은 소설들의 목록을 소장하게 되었다는 이 기분이, 마치 '오 봉 로망'에서 좋은 소설을 추천받을 때의 느낌이지 않을까. 여러가지 악랄한 방식으로 '오 봉 로망'은 공격을 받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프란체스카의 반박문이 이 책의 취지를 잘 설명하는 듯 하여 인용하고 싶다.

 

   " 작년에 이방 게오르그와 나는 파리에 서점을 열었다. 서점의 존재 이유를 분명히 해두고 싶었기 때문에 상호는 오 봉 로망으로 정했다. 우리의 프로젝트를 많은 분들이 이해해 주었다. 우리 서점은 모종의 기대에 부응했는지 즉시 성황을 이루었다. 이 서점이 누구를 불안하게 했을까? 누가 우리를 못 잡아먹어 안달할 만큼 원한을 품었을까? 우리 서점은 넉 달째 언론과 인터넷에서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중략)...그런데 위대한 소설만큼 은헤로운 것이 있을까. 그런 소설들은 마법을 부린다. 우리를 살게 한다. 우리를 가르친다. 그런 소설들을 옹호하고 끊임없이 알려야 할 필요가 생겼다. 뛰어난 작품들이 알아서 빛을 발하고 저절로 독자를 얻는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우리에게 다른 야망은 없다...(중략)...우리는 무의미한 책, 개성 없는 책, 한번 웃고 말 책에 관심이 없다. 자, 7월까지는 마감해주쇼. 9월까지는 번듯하게 만들어서 10만부 팝시다. 그렇게 나오는 대로 써서 날림으로 만든 책은 필요없다. 모든 것이 의심스럽고 별것도 아닌 일에 눈물이 나고, 등 뒤에서 조그만 소리만 나도 소스라치는 우리를 위해 쓰여진 책을 원한다. 우리는 작가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책을 원한다. 오랜 세월, 망가진 몸, 가난, 해낼 수 없을 것 같다는 미칠 듯한 두려움, 좌절, 용기, 불안, 고집,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써낸 책을 원한다. 우리는 빛나는 현실에 빠뜨리고 그 안에 고이 품어 줄, 그렇게 빛나는 책을 원한다. 세상이 아주 가까이, 때로는 희미하게 악의 편이 되고 앞으로도 가슴을 찢을 고통만큼 확실하게 그럴 것이라 생각될 때, 세상에 사랑이 있음을 증명하는 책을 원한다. 우리는 좋은 소설을 원한다. 인간의 비극도, 일상의 신비도 우롱하지 않는 책을 원한다. 우리를 다시 숨쉬게 하는 책을 원한다. 그런 책이 10년에 한 권밖에 나오지 않는다면, 10년에 한번 나올 뿐이라면, 우리에게는 그 한권으로 족하다. 다른 책은 원치 않는다." (p35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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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책장의 정석 - 나루케 마코토 | 책 이야기 2016-01-01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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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책장의 정석

나루케 마코토 저/최미혜 역
비전코리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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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서평을 쓸 때 열쇳말로 책을 분류하는 게 영 신경이 쓰일 때가 있다. 소설이야 뭐 고민할 필요도 없겠지만, 이 책 같은 경우는 인터넷 서점에서 '자기계발서'로 분류가 되어있는데, 그건 좀 아닌 것 같고, 그냥 에세이 정도라고 해두자. 이 책은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명확히 밝힌 것처럼, 집에 있는 책들을 도대체 어떻게 정리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중점적으로 설명하고 있고, 어떤 책을 읽고 서평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서도 양념으로 곁들이고 있다. 이런 책을 쓸 정도인 사람이라면 책을 읽는 정도나 책을 구입하는 수준이 나와 비교가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기 마련인 이 많은 책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책장의 룰'로 접근하고 있는 방식이 재미있다.

 

   기본적으로 책장의 20퍼센트는 늘 비워두고 보기 편하게 즉, 책의 제목이 보여서 찾기 쉽게 책장을 정리하라는 말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물론 말처럼 그게 쉽지 않으니 문제이겠지만 말이다. 나의 현재 책장도 이중으로 꽂아둔 안쪽에 어떤 책들이 있는지는 바깥쪽 책들을 꺼내지 않고서는 도무지 알기 어렵다. 일단 책 제목에 내 시야에 들어와야만 한다는 것에는 백퍼센트 공감한다. 책장의 20퍼센트는 '내가 성장할 여백을 상징한다'는 저자의 말도 인상깊었다. 하지만 누구에게든 자신이 좋아하는 책의 장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저자는 (좋은)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책장에 소설이 들어갈 자리는 없다고 말한다. 자신의 책장 뿐 아니라 우리들에게도 책장이란 경제서와 과학서 등으로 채우고 소설은 책장에 넣지 말라고 하는데, 이렇게 저자 본인의 독서 취향에 대한 확고하고 강압적인 전달이 책을 읽는 동안 불편하기는 했지만 뭐, 그런건 그냥 무시하면 될 일이다. 저자 말대로 취할 건 취하고 필요없는 건 잊어버리면 그만이니까.

 

   그런 면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제2장 '필요한 책장은 세 개' 였다. 타워책장만 뺀다면 나의 방식과 일맥상통한 면이 있다고 느껴져 더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필요한 책장 중 첫번째 책장은 '신선한 책장'이다. 즉 산지 얼마 안된 책, 앞으로 읽을 책을 두는 공간인데, 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편안한 곳이 좋다고 말한다. 나 같은 경우는 바로 침대 옆에 조그마한 의자를 놓고 그 위에 읽고 싶은 책을 열권쯤 쌓아놓는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신선한 책장'이란 이것보다는 좀 더 넓은 공간을 말하고 있지만 여기서 포인트는 내가 언제든지 집어들 수 있고 볼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굳이 한 장소가 아니더라도 집 안 여기저기에 한권씩 놓아두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 책장이 바로 '메인 책장'인데, 이 메인 책장이 바로 대부분이 골칫거리로 생각하는 바로 그 부분일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저자의 노하우는 쓰기 편한 책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장은 책을 저장해 놓는 곳이 아니라 내가 언제든지 지식의 창고로 활용하기 쉽게 보관하는 곳이어야 한다. 그런데 저자의 말대로 하자면 집에 있는 책들의 절반은 없애야 한다는 이 절망적인 깨달음! 아무래도 당장은 저자의 조언대로 책장을 정리할 순 없겠지만, 결국 정리해야만 하는 순간이 눈 앞에 닥쳤을 때, 다시 한번 떠올릴만한 조언 정도로 담아두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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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역사] 스웨덴, 삐삐와 닐스의 나라를 걷다 - 나승위 | 책 이야기 2016-01-0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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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스웨덴, 삐삐와 닐스의 나라를 걷다

나승위 저
파피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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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로 분류하기엔 충분하지 않아서 '역사'라는 분류를 하다 더 붙여둔다. 말광량이 삐삐의 작가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좋아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그녀의 책은 죄다 사서 읽고 모았던 적이 있었고 어렸을 때 보았던 삐삐 시리즈물은 지금도 여전히 하나의 환상과 추억으로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다. 반면 닐스의 모험은 책도 읽었고 어렸을 때 보았던 만화영화도 아직 생생하지만 닐스의 모험의 작가인 셀마 라겔뢰프가 스웨덴 출신이었고 당시 이야기 속 배경이 스웨덴이었다는 사실조차 기억 속에 없다니, 당황스럽기도 하다. 아무렴 어떤가. 이 책을 통해 다시 닐스를 추억속으로 불러들일 수 있었으니 그걸로 좋지 아니한가.

 

   2009년에 가족과 함께 스웨덴으로 이주하였다는 저자는 닐스가 했던 모험의 발자취를 따라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계획하는데, 이것이 바로 이 책의 탄생 배경이라고 하겠다. 원래 '닐스의 신기한 여행'은 셀마 라겔뢰프가 국립교원협회로부터 의뢰를 받아 청소년들에게 스웨덴의 지리와 풍습을 알려주기 위해 쓴 지리독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3년동안 열심히 연구해서 스웨덴의 지리와 풍습 뿐 아니라, 새와 동물들 그리고 구전으로 이어오던 민요와 전설 등을 찾아내고 거기에 작가의 어렸을 때의 추억과 상상력을 엮어 이 책을 내게 되었는데, 지리독본으로 사용하기엔 환상과 허구적 요소가 많아 본래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문단의 평가는 기대이상이었다고 한다.

 

   저자는 스웨덴의 남쪽 스코네에서부터 시작하여 달라르나 지방까지 닐스가 다녔던 흔적을 찾아, 닐스가 겪었을 모험을 찾아 떠난다. '닐스의 신가한 여행'에 소개된 닐스의 여러 에피소드들을 다시 새롭게 읽는 재미도 물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스웨덴'이라는 나라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해준 소개서로서의 가치에 더 무게를 두고 싶다. 스웨덴에 대해서는 수도가 스톡홀름이라는 것과 말광량이 삐삐의 무대가 된 나라, 그리고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완벽에 가까운 복지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라는 정도밖에 알지 못했는데, 현재의 스웨덴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한 역사적 사실들과 더불어 복지 국가라는 이상적 이미지의 뒷면에 있어 보지 못했던 이중성에 대한 이야기들은 내가 얼마나 그동안 같은 지구에 위치한 나라들에 대해 얄팍한 지식만 가지고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지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다. 너무 거창하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아뭏튼 이 책은 그만큼 나에게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세계의 역사에 대해 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해줬다고나 할까. 그나저나 '닐스의 신기한 여행' 완역판이 죄다 품절 내지는 절판이라 구할 수가 없던데, 저자님, 한번 번역해 보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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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 정지우 | 책 이야기 2015-12-31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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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정지우 저
우연의바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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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과 자유로움의 이미지는 ​언제나 한결같고 기쁘다. 그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들이 한없이 지루하고 때론 귀찮다는 생각이 들지라도 막상 여행을 시작했을 때보다는 떠나기 바로 직전의 기분이 최고조였음을 깨닫게 된다. 여행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그냥 패키지 여행에 묻어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어떤 사람들은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며 배낭여행의 낭만을 꿈꾸는 사람들도 있다. 일본처럼 비행기로 두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는 때론 맛있는 걸 먹기 위해, 때론 쇼핑을 위해 가기도 하며, 태국과 같은 휴양지는 한국에서 누리지 못하는 맛있으면서도 값싼 음식과 몸의 피로를 풀어주는 마사지의 호사를 누리기 위해 훌쩍 떠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들은 현재의 삶이 힘들어, 아니면 나를 되돌아보고 싶어 산티아고의 순례길을 걷기 위해 나서기도 한다.

 

 

   저자는 이렇게 내가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여행의 목적들을 근본적으로 '부인'한다. 그러한 여행은 여행의 진정한 지위를 끌어내리는 것이며 그런 여행에서 진정한 내면의 발견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행이란 목적보다는 돌아와서 우리가 어떻게 바뀌느냐,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행의 지위라는 것 역시 타인들이 누리는 소비생활을 따라 누리는 데서 오는 만족감, 그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한 강박, 주위 사람들에게 내보이고 떠벌리기 위한 것으로 전락한다. 그런 여행에서 내면의 발견은 존재할 수 없다. 설령, 내면이나 자아를 발견했다 하더라도 돌아오면 원래 그대로의 현실이, 그리고 그러한 현실로 다시 가득 찬 '나'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p67)

 

 

   "연애와 여행에도 기술이 있다면, 연애에는 이야기를 어떻게 끝맺지 않고 잘 이어갈 것인가 하는 기술이 필요한 반면, 여행에는 이야기를 어떻게 잘 끝맺을 것인가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끝나지 않고 평생 이어갈 수도 있는 연애와 달리, 여행에는 반드시 '돌아옴'이라는 끝이 있기 때문이다." (p85)

 

 

   책을 읽다보면 문장 하나하나는 마음에 와닿는 것도 많고 저자의 여행 철학에 공감하는 부분도 꽤 있다. 패키지 여행만 획일화된 여행이 아니라 블로그나 여행 카페에서 얻은 정보대로만 따라하는 것 역시 획일화라고 볼 수 있다. 정말 재미없는 여행이다. 정보라는 건 똑같이 따라하라는 것이 아니라 참고하라는 것인데, 우리는 어느 새 다른 사람이 여행한 장소 뿐 아니라 그들의 느낌까지 강요받는다. 유명 블로거가 좋다고 했는데, 멋지다고 했는데, 그리고 그 블로거의 수많은 동조자들이 맞다고 했는데 나는 별로라고 느끼면 내가 이상한가라는 웃지못할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이럴 때 이 책은 내가 맞다고, 내가 잘하고 있는거라고 말해줄 거 같은 그런 책이다. 그런데, 아무리 마음에 와닿는 말도 계속 들으면 지루해진다. 책의 3분의 2정도가 넘어가면 비슷한 이야기의 무한 반복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그리고 본인의 여행 철학과 맞지 않은 여행은 다 진정한 여행이 아니라는 논리도 약간은 거북스럽기도 하다. 때로는 그냥 그곳 음식이 좋아서, 그냥 그곳이 좋아서 가는 여행도 가짜 여행은 아니지 않을까. 꼭 무언가 내 삶을 변화시키고 싶어서 가는 여행이 아니라도 그냥 내가 좋다면 그걸로 된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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