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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일러스트, 최초의 인간 - 알베르 카뮈, 호세 무뇨스 그림 | 책 이야기 2014-11-19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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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최초의 인간

알베르 카뮈 저/호세 무뇨스 그림/김화영 역
미메시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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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 먼저 작가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알베르 카뮈가 바로 그런 사람중의 하나이다. 기억속에 어렴풋이 불운의 작가, 천재적 작가로만 알고 있던 사람. <이방인> 이외의 그의 작품이 뭐가 있는지도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 책을 읽는 것은 이 천재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으로 생각되었다. 무엇보다도 이 미완의 작품이 그의 자서전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그의 인생을 고스란히 녹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인생에 대해 먼저 알아보는 것이 좋을 듯 했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맨 마지막 <옮긴이의 말> 부분을 먼저 읽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00년전, 프랑스계 아버지와 스페인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를 1차 세계대전에서 잃게 된다. 카뮈가 태어난 해가 1913년이고 1차 세계대전은 1914년에 발발했으니 소설 속 자크의 상황과 일치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소설은 카뮈가 교통사고로 죽는 바람에 완성되지 못한 소설을 카뮈 사후 34여년만에 그의 딸과 편집자가 정리해서 펴낸 것이다. 그래서 중간중간 알아보지 못한 필체로 인해 문장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손대지 않은 그의 날 생각 그대로를 접하는 흥분이 짜릿하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했다.

 

최초의 인간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의미에서일까,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심지어 그 뿌리조차 기억이 없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 대한 연민에서 비롯된 연서일까.

 

" 나는 처음부터 아주 어렸을 적 나 자신을, 선이었던 것을, 악이었던 것을 찾으려고 애를 썼다 - 내 주위의 그 누구도 그걸 말해 줄 수 없었으므로. 그런데 지금은 모든 것이 나를 저버리므로 나에게 길을 가르쳐주고 나에게 질책과 칭찬을 해줄 그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권능에 따라서가 아니라 권위에 따라서 나에게는 아버지가 필요하다." (p54, 주)

 

" 그가 오랜 세월의 어둠을 뚫고 걸어가는 그 망각의 땅에서는 저마다가 다 최초의 인간이었다." (p249)

 

이런 상황에서 그가 단 한조각의 기억도 남아있지 않은 아버지를 찾는 여행을 통해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고 마침내 뛰어넘을 수 있는 끈을 찾고자 했던 여정이 바로 이 자전적 소설이었음을 짐작해본다. 시대가 주는 암울함과 억울함에 더해 가정적으로도 충만함을 느끼지 못했던 그에게 이 모든 모진 상황들을 견뎌낼 수 있는 '자양을 제공해 주었던 그 알 수 없는 힘'(p348)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건 아마도 '예술'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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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재즈,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음악 | 책 이야기 2014-11-0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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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재즈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음악

에릭 홉스봄 저/황덕호 역
포노PHONO | 2014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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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가 쓴 재즈에 관한 이야기. 그것도 1998년에 <Uncommon People>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책의 내용 중 제4장인 '재즈'만을 따로 떼어 번역한 작품. <Uncommon People>은 홉스봄이 60년대에서 90년대까지 여러 신문과 학회지 등에 발표했던 글을 모아 엮은 책이라고 한다. 이 작품을 읽어본 바가 없기 때문에 어떻다라고 한마디로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검색을 통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민중의 역사'를 다룬 작품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민중의 역사' 한켠에 바로 이 '재즈'라는 것이 당당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는 것이 되는데, <비범한 사람들>이라는 원제와 달리 이 편집본은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음악>이라는 제목으로 재탄생되었다. 이 제목은 홉스봄이 언급한 "과거와 같았으면 무명으로 남았을"(p10) 사람들이 어떻게 이 재즈라는 것을 음악의 역사 속에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즉 비범한 음악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고찰을 담지 않았을까라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이 책은 크게 두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평범한 사람들'로 시드니 베셰, 듀크 엘링턴, 카운트 베이시, 빌리 홀리데이와 그들의 재즈에 관한 이야기이고 두번째 파트는 '비범한 음악' 파트로 재즈가 유럽에 건너가게 된 경위, 민중의 음악으로서의 스윙, 1960년대 이후 새로운 환경속에서 재즈가 겪게 되는 변화 등을 다루고 있다. 나처럼 재즈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는 초보자가 읽어도 무난할만한 재즈의 기본 입문서 정도로 이 책을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이 책은 재즈에 대해 어느 정도 식견이 있고 재즈에 자신의 영혼을 맡겨 본 사람들이 읽는다면 더 좋을 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어떤 목적을 가지고 체계적인 정형성을 가지고 씌여진 글이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대로 여기저기에 발표했던 글을 모아 엮은 책이라 그런지 사실 나로서는 몇번이나 같은 페이지에서 진도가 나가지 않은 경험을 했다. '평범한 사람들'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된 작은 소득도 있고 미국의 음악이라고 생각했던 재즈가 어떻게 유럽에 건너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얄팍한 지식도 얻기는 했지만 흑인들의 밑바닥 삶에서 태어난 재즈라는 음악이 어떻게 당당하게 음악 역사 속에서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했고 또 지금은 다시 역사 속으로 소멸되게 될 위험에 빠졌는지에 대한 부분은 아직은 다른 책들을 더 읽어봐야만 할 숙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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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올 어바웃 치즈 | 책 이야기 2014-11-01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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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올어바웃 치즈

무라세 미유키 저/구혜영 역
예문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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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만 소믈리에가 있는 줄 알았는데 치즈에도 감별사가 존재하고 치즈 프로 국제 대회까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 많은 종류의 치즈가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인데도 말이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비록 가공치즈이지만 아기때부터 치즈를 먹이기 때문에 치즈 맛에 꽤나 익숙해진 편이다. 게다가 한국의 매운 음식과 고소한 치즈는 의외로 잘 어울려서 요즘은 매운 떡볶이나 부대찌게 등에 치즈를 넣어 먹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즐겨먹는 치즈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가공된 치즈가 대부분이다.

 

가끔 프랑스로 출장을 가다보면 수퍼마켓에 들르는 경우가 있는데, 거기에는 가공치즈가 아니라 마치 정육코너에서 부위별로 고기를 손질해 놓듯이 다양한 종류의 치즈가 큼지막하게 썰어져 있는 것을 보곤 한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처음 보는 치즈도 있고 그 모양새도 곰팡이 핀 듯한 것에서부터 아주 매끈한 모양의 노란색 치즈, 그리고 우리가 흔히 만화에서 많이 보던 구멍 숭숭 뚫린 치즈까지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냄새와 맛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도 많아 다양한 치즈를 좋아하기에는 아직은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치즈에 대한 아주 얕은 지식만으로 그냥 입맛에 맞는 치즈를 먹는 정도였는데, 이 책을 통해 치즈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종류의 치즈들이 있는지 어느 정도는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도 수많은 종류의 치즈를 모두 다룰 수는 없어 10가지의 치즈를 역사가 오랜 순부터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그 중에는 브리, 체더, 모짜렐라, 에멘탈 등 그나마 익숙한 이름이 몇개 보여 우리가 종종 먹고 있는 치즈에 대해 알 수 있어 반가웠다. 나중에 프랑스에 가게 되면 책에 언급된 치즈를 찾아 한번씩 맛보는 즐거움을 누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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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감옥에서 만난 자유, 셰익스피어 | 책 이야기 2014-10-2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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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감옥에서 만난 자유, 셰익스피어

로라 베이츠 저
덴스토리(DENSTORY) | 2014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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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책을 달고 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책읽기를 좋아하는 편에 속한다고 나름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어떤 특정 작품이나 작가를 통해 내 인생 전체가 송두리째 바뀌었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었던 듯 하다. 어느 정도 영향을 받고 내 삶의 지도속에서 이정표 역할을 한 작품이나 작가는 있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읽어보기 전까지 셰익스피어를 통해 인생이 바뀌었다는 사람, 그것도 종신형을 선고받은 악질의 죄수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믿을 수 없는 실화에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 으뜸은 바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로라 베이츠와 래리 뉴턴이다. 로라 베이츠는 셰익스피어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인디애나 주립대학교의 영문학 교수로서 대학에서뿐만 아니라 미국 내 여러 주의 교도소에서 죄수들에게 기초 문학을 가르치는 자원봉사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던 중 '슈퍼맥스'라 불리우는 중경비 교도소의 독방에만 갇혀있는 죄수들을 대상으로 셰익스피어 강의를 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 강의를 듣게 되는 래리 뉴턴이라는 죄수는 십대 시절 살인을 저지르고 종신형을 선고받고도 교도원 폭행 및 탈옥 시도죄로 슈퍼맥스라는 곳에 갇히게 된 중죄으로 간주되는 사람이다. 이런 그가 로라 베이츠의 셰익스피어 강의를 들으면서 자신의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믿겨지는가 말이다. 더더욱 래리 뉴턴은 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한 학력을 가지고 있었다.

 

책을 읽어가면서 그의 작품에 대한 통찰력과 관찰력에 대단한 경외심이 들었다. 어떻게 해설판 하나 없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읽고 그렇게 깊은 생각과 해석을 해낼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인디애나 주에서 최초로 수감 중에 학위를 딴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박한 그의 꿈이 인디애나 주의 아쉬운 교도소 수업의 폐지로 이룰 수 없게 되었지만 대학 학위가 부럽지 않은 소중한 것을 얻었다고 확신할 수 있다. 모든 죄수가 그와 같지는 않겠지만 조그만 사고의 전환으로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이런 기회가 많은 사람들에게 주어질 수 있다면 좀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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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6시27분 책 읽어주는 남자 | 책 이야기 2014-10-20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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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6시 27분 책 읽어주는 남자

장-폴 디디에로랑 저/양영란 역
청미래 | 2014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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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첫인상 즉 책의 제목으로부터 연상되는 책의 내용이 실제 내용과 아주 다른 작품 중 하나이다. 게다가 책의 글밥이 얼마되지 않으면서도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어 읽는 재미는 솔솔하다. 우선 제목에서 '더 리더'라는 작품을 떠올렸고 '더 리더'의 무거움 대신 책의 노란 표지가 주는 이미지 때문인지 꽤나 로맨틱한 이야기일거라 짐작했다. 날마다 같은 시간에 책을 읽어주는 남자라니..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살고 있는 주변에서 한번쯤 대면해보고 싶은 상황이 아닌가.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제목만큼 그리 로맨틱한 상황은 아니다. 매일 출근길에 책을 읽어주는 이 남자는 하루에도 수천권, 수만권의 책을 파쇄하여 반죽덩어리로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그날그날 파쇄라는 비극에서 살아남은 책의 낱장을 파쇄기로부터 구해내어 자신의 정신에 반하는 파괴 행위에 대한 속죄의식처럼 날마다 행해지고 있다. 그의 주변 상황도 단순하지 않다. 그는 루제 드 릴이라는 흔한 종류의 금붕어와 단 둘이 살뿐이지만, 파쇄기에 다리를 절단당하고 그 종이 반죽으로 만들어진 책을 찾는 것이 잃어버린 다리를 찾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12음절 정형시로만 말하는 시인이 그의 삶의 반쪽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지하철에서 그의 열혈 청중이 되어버린 양로원의 할머니들과 괴물처럼 묘사되는 그의 직장 사람들. 내용이 어느 정도 본 궤도에 올라오기까지는 이 흥미로운 등장인물들이 우리 주인공의 삶에 어떻게 끼어들게 되고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꽤나 흥미진진하게 된다.

 

여기에 이 책의 결말을 비극이라는 장르가 되지 않도록 해줄 USB 사건까지 등장하면서 클라이막스를 향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이다. 우리의 작가님께서 너무 많은 일을 벌려놓아 어찌 수습하실지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 하나씩 나타난다. 날마다 파쇄기로부터 극적으로 탈출한 낱장들의 운명은 그 뒤로 어찌되고 있는지 알길이 없고, 매주 토요일 인연을 맺게 된 양로원 청중들도, 주세페의 자기 다리를 찾는 여정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안드로메다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주인공의 달달한 연애보다 더 궁금한 내용들이 아직 내 마음속에서 정리되지 못한 채 떠돌고 있지만 이미 책의 마지막 장은 덮은 지 오래다.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뭔가 2권이 나와주어야 할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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