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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피터 래빗 전집 - 베아트릭스 포터 | 책 이야기 2018-05-22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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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피터 래빗 전집

베아트릭스 포터 저/황소연 역
민음사 | 2018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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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 래빗 이야기가 출간된 지 100년이 넘었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접해보지 못했던 이야기이다. 가정교사의 아들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아이를 위로하기 위해 지은 동화가 지금은 마치 고전처럼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인기만점이다. 최근에는 영화로도 개봉하여 인기를 끌고 있는 듯 하다. 이제까지 여러 버전의 피터래빗 동화가 출판되었지만 이번에는 27편의 이야기를 한권으로 읽을 수 있으니 피터 래빗 이야기를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독자라면 한번 탐내볼만하지 않을까.

   짤막한 이야기들은 대부분 독립적 구성이지만 연결된 이야기들도 있다. 그러니까, 전편에 나온 등장 동물들이 다음 편에 다시 등장하여 마치 이어진 이야기 혹은 프리퀄처럼 보이기도 하고 알고보면 다 이웃 사촌 같은 그런 분위기랄까. 등장하는 캐릭터 중 간혹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들을 이끌어 가는 우리 주인공들은 동물들이다. 당당하게 제목으로 등장하는 래빗네 아들인 토끼 피터를 비롯하여 다람쥐 너킷, 피터의 사촌 벤자민 버니, 깔끔한 고슴도치 티기윙클 아줌마, 무섭지만 꾀바르지 못한 여우 토드씨, 꼬마 돼지 로빈슨, 고양이 리비, 강아지 더치스 등, 어렸을 때 아이들이 상상할 수 있는 동물들의 재미있는 세계가 펼쳐진다. 비록 동물들이지만 그들의 생활이나 이야기 속 사건은 마치 인간들의 생활을 투영한 듯 의인화 되어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TV가  없어도 이렇게나 재미있는 이야기 속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 아이들은 모르고 커버렸다는 사실이 아쉽기만 하다.

   특히 이번 전집에는 정말 예쁜 파스텔 색상과 흑백의 삽화들로 가득차 있어 이 동화가 쓰여진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전원 풍경을 상상할 수 있다. 비록 산업혁명으로 산업이 발전함과 동시에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노동자들은 더욱 어렵고 힘든 생활에 시달리던 시기였지만 그 와중에도 피터 래빗과 같은 아름다운 동화가 삶의 작은 위로를 넘어선 바램이 되지 않았을까. 한마디로 명품 동화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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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영화] 영화로 역사 읽기,유럽편 - 연동원 | 책 이야기 2018-05-19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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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영화로 역사 읽기 : 유럽편

연동원 저
학지사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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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다른 장르의 콜라보레이션이 시작된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그 인기는 여전한 듯 하다. 아마도 일반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추다보니 전문적이기 보다는 흥미나 재미를 의도적으로 많이 포함하는 경향이 있고 제대로 된 전문서적을 시도하다가 몇 번을 포기하게 되어 아예 관심이 없어지는 것보다는 이렇게라도 대중이 역사나 예술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 바로 장르 콜라보레이션의 장점 중 하나이지 않을까.

   영화와 역사. 모두 내가 좋아하고 관심있는 장르라서 반갑다. 역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수도 없이 많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극도의 사실주의를 지향하는 영화도 있고 어느 정도의 영화적 흥미는 가미했지만 재미보다는 고발이나 감독/작가의 역사적 관점이 투영된 작품도 있고 좀 더 대중적 재미나 비틀기를 통해 큰 웃음이나 통쾌함을 주지만 역사의 왜곡이나 편협한 시각이라는 비평에서 자유롭지 못한 영화도 있고, 정말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영화들도 있다. <영화로 역사 읽기>는 영화가 먼저인지 역사가 먼저인지는 모르겠으나, 무조건 대중이나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은 영화만을 다루지는 않았고 특정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를 선정하다보니 영화로서는 아쉬운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아마도 역사적 사실(물론 역사 역시 승자의 기록이라고는 하지만)에 비추어 어느 한쪽만의 편협한 입장을 내세웠거나 너무 흥미에 치중한 나머지 제대로 된 역사를 보여주지 못한 작품들에 대한 작가의 비판을 담고 싶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를 다룬 부분보다는 근,현대사를 다룬 부분이 더 좋았는데, 고대 그리스나 로마사는 너무도 방대한 시기의 역사를 짧은 몇단락으로 표현하려다 보니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아무리 이 책의 의도 자체가 실제 역사가 중심이라고는 하지만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역사를 신화를 터치하지 않고 기술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가 아니었을까. 반면 두 번의 세계대전을 포함한 현대의 수많은 전쟁들과 내전, 독립전쟁 등을 다룬 챕터들은 몰입도가 좋았고 소개된 영화들 중 보지 않은 작품들은 따로 적어놓을 정도로 훌륭한 영화들이 많았다. 특히 영화 대 영화 코너의 같은 사건을 다룬 또 한편의 영화를 소개해주는 부분은 마치 짬짜면을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전체적으로 괜찮았지만 한가지 아쉬웠던 부분은 근,현대사에서 다루는 부분이 죄다 전쟁과 살육에 관한 것이라는 것. 다음에는 과학이나 예술, 우주 같은 분야에서 현대사에 길이 남을 이야기들과 영화들을 만나봤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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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예술] 일본 도자기 여행, 에도 산책 - 조용준 | 책 이야기 2018-05-1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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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일본 도자기 여행 에도 산책

조용준 저
도도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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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 덕에 먹고 산다'라고 말할 수 있는 나라가 몇 있다. 이번에 다녀온 이탈리아에서도 뼈저리게 실감한 말이다. 그런데 '조상 덕에 먹고 산다'라는 건 다른 한편으로 말하면 조상이 일구어 놓은 유산을 잘 보존하고 계승하는 든든한 후손들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 후손들이 있기에 조상 덕도 보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조상 탓만 하는 사람들은 제 얼굴에 침 뱉는 것이라는 거다. 일본 도자기 여행 완결편인 '에도 산책'은 저자의 이런 일침이 들어있는 마지막 호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유럽 도자기 편에 이은 일본 도자기 책이 나온다고 했을 때, 유럽 전체의 도자기를 아우르는 책이 세 편이었는데, 그렇다면 일본은 한권 정도 될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무려 세 권이라니.. 저자의 정성과 노력을 모두 헤아리는 게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이 정도면 저자가 일본 도자기를 빌어 우리 도자기의 현실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았을지 짐작하게 된다.

  

   일본 도자기 여행의 시작이었던 '규슈의 7대 가마'만 읽고 아직 '교토의 향기'는 읽지 못한 상태에서 '에도 산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소설로 따지면 결말을 먼저 읽게 된 셈이지만 작가님의 이 도자기 시리즈는 결말을 알게 되면 오히려 앞부분이 더욱 궁금해지는 그런 책이다. 이번에도 역시 직접 발로 뛰면서 찾고 공부하고 파헤친 이야기들이 직접 찍은 사진들과 더불어 마음을 울린다. 게다가 이번에는 임팩트 강한 (내가 반했던 '그릇에도 떼루아가 있다'라는 첫문장 같은) 첫문장 대신 매 챕터마다 서정적인 하이쿠로 시작하고 있어 도자기의 아름다움에 딱 들어맞는 운율 같은 느낌을 맛보게 된다.

  

   규슈에서 시작된 자기 문화가 일본 열도를 돌고 돌아 종착역인 에도를 향해 달려간다. 에도에 가기 앞서 가나자와의 구타니야키, 중세부터 현재까지 제품 생산이 지속적으로 되고 있는 여섯 옛 가마 중 세 곳, 나고야의 노리다케, 도키와 다지미, 마시코야키와 가사마야키의 아름답고 치열한 도자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읽고 나면 머릿 속 지우개가 활동하는 기억력인지라 세세한 부분을 짚기는 어렵지만, 코마이누와 도리이의 기원이 고려 사자와 솟대라는 이야기와 에필로그의 아부야마 고분에 관한 이야기는 다시 한번 우리나라가 과거 일본에 전해주었던 문화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느끼게 했고 책에 등장하는 여러 뛰어난 장인들과 예술가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타야 하잔이라는 예술가의 철학과 그의 작품들이 인상적이었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은 어디서든 진리임에 틀림없다. 이번 이탈리아 여행에서 피렌체 보볼리 정원 내의 포슬린 박물관을 굳이 찾아간 것도 그동안 작가님의 도자기 여행 시리즈를 통해 들은 풍월로 생긴 도자기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제 도자기 이야기는 끝인건가라는 아쉬움을 작가님은 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많다는 한마디로 여운을 남겼다. 영화로 말하자면 일종의 프리퀄이나 스핀오프 같은 번외편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져보며 아직 못읽은 교토의 향기를 펼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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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개인주의자 선언 - 문유석 | 책 이야기 2018-05-0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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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저
문학동네 | 2015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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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국의 개인주의자여, 싫은 건 싫다고 말하라"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너도 나도 커밍아웃을 한다. 회식 자리에서 파도타기를 강요하던 부장도 알고보면 개인주의자, 하루라도 친구들과 요란스런 파티를 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옆자리 동료도 자신은 알고보니 개인주의자, 실은 나도 개인주의자! 이 말은 인간이란 '개인주의자'의 성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는 뜻이리라. 혼자 있는게 즐겁고 혼자 하는 일을 더 잘하고 그냥 혼자 살고 싶지만, 세상은 그렇게 굴러갈 수 없는 법.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그 유명한 명제가 왜 등장했겠는가. 개인주의가 좋긴 하지만 일정 부분은 사회적 동물로서의 본분을 지키는 것, 바로 '합리적 개인주의자'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바로 이 사실이 필연적으로 수많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낳는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판사님의 소설 <미스 함무라비>의 한 구절이 생각나 다시 찾아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내면에 남아있는 한 조각의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의지'에 대하여,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지키는 마지막 존엄성에 대하여,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나 나쁘거나 추해질 수 있다는 자각에 대하여,
이것조차 잃고 나면 어떻게 인간이 인간을 재판할 수 있겠는가"
<미스 함무라비, p311>

 

   위 인용문은 <개인주의자 선언>을 관통하는 주제와 어찌보면 일맥 상통한다. 무조건적인 집단주의의 강요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억압한다. 자유도 없지만 책임도 없다. 일이 잘못되면 술탓, 남탓, 사회탓, 나라탓이다. 자신의 내면에는 마치 자유의지란 손톱만큼도 존재하지 않는 양 행동하는 양아치들이다. 사실은 이 책은 내가 개인주의자임을 커밍아웃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주의자임을 천명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가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치열하게 싸우던 변호사와 검사가 일곱 살 아이를 사건의 증인으로 불렀을 때는 모두 법복을 벗고 사복으로 갈아입고, 준비했던 질문을 꿀걱 삼키고 아이가 상처받지 않도록 배려했던 모습에 관한 이야기도, 조정에서 양측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던 조정인에 관한 이야기도, 다큐멘터리 <액트 오브 킬링>에 관한 단상도, 결국엔 모두 '자신의 비합리성'을 자각해야하는 '합리적 개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곳저곳 칼럼 등에 기고했던 글들을 모아서 다시 다듬어 출판한 책이라 약간의 산만함이 있으나, 다 읽고 나면 '얼마나 힘이 들겠어'라고 말해주는 판사님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퍽 안심이 되고 위로가 되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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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디자인 천재 - 제이크 모리세이 | 책 이야기 2018-05-0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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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디자인 천재


생각의나무 | 2006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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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비범하고 뛰어난 천재를 의심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비범한 인물이 가진 독창성을 보는 순간
놀라서 몸을 움츠리는 경향이 있다"

  

   이번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면서 르네상스를 주름잡았던 수많은 천재들을 만날 생각에 들떠 있었다.  너무나 잘 알려진 미켈란젤로나 라파엘로, 카라바조 같은 거장들은 말할 필요도 없고 조토, 마사초, 프라 안젤리코, 도나텔로, 티치아노, 베르니니 등 이번 여행에서 만나야 할 예술가들의 이름이 머릿속에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로마에서 4일을 보내고 이탈리아 남부 3박4일을 유로자전거나라 투어와 함께 하게 되었는데, 하루는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성 베드로 성당의 발다키노가 화제에 올랐다. 당연히 발다키노를 제작했다고 알려진 베르니니와 그의 작품들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가이드님이 '보로미니'라는 이름을 이야기 하시는데, 생소한 이름이었다. 그런데 성 베드로 성당의 그 발다키노가, 그리고 성 베드로 성당의 많은 부분이 사실은 '프란체스코 보로미니'라는 사람에게 빚지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면서 <디자인 천재>라는 바로 이 책을 추천해 주셨다. 

   이미 절판된 책이었는데 다행히 중고 주문이 가능하여 도착하자마자 읽기 시작했다.  같은 시대를 살았고 천재적 재능을 지닌 '프란체스코 보로미니'와 '잔 로렌초 베르니니'. 하지만 그 둘의 성격과 성향은 판이하게 달랐고 시대를 살아가는 요령과 처세의 차이가 그 둘의 운명을 갈라놓는다. 요즘말로 하자면 사회성이 결여되고 처세술에 능하지 않은  '프란체스코 보로미니'는 그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함께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되고, '잔 로렌초 베르니니'는 위기가 있기는 했지만 결국 큰 명성과 인기를 누리면서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죽음을 맞는다.

   책은 그 두 천재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느 누가 옳고 어느 누가 틀리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건축에 있어서 독창성과 전문성은 보로미니가 베르니니보다 한 수 위라고 보여진다. 베르니니는 건축 보다는 조각과 회화에서 탁월하였다. 하지만 그의 예술적 기교는 당시 로마와 세상이 원하던 것과 잘 맞아 떨어졌으며 외향적이고 수완이 좋아 교황 우르바누스 8세의 신임을 얻게 되면서 성 베드로 성당의 공식 주임이었던 마데르노를 제치고 그 자리를 꿰차게 된다. 마데르노의 제자이자 그를 존경했던 보로미니로서는 건축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오만하기 짝이 없는 베르니니가 마음에 들리가 없었지만 운명은 보로미니와 베르니니가 성 베드로 성당에서 함께 일했던 9년의 시간을 포함하여 일생동안 경쟁자로 살아가게 만든다.

   이 책을 여행 전에 읽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보로미니가 묻힌 산 조반니 데이 피오렌티니 성당에도 가봤을 것이고 그의 천재성을 볼 수 있는 산 카를로 알레 콰트로 폰타네 성당이나 산 필리포 네리 성당의 오라토리 같은 곳을 둘러볼 짬을 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보나 광장의 4대강 분수를 보면서 베르니니의 위대함에만 감탄하지 않고 실제 그 아이디어를 내 사람은 보로미니였다는 것도 기억했으리라. 보로미니의 등장과 그의 불운함에 대한 안타까움이 베르니니의 업적과 천재성에 흠집을 내지는 못하겠지만 로마가 위대하고 아름다운 도시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보로미니가 남긴 유산도 있었음을 기억해 주는 것이 이 불운한 천재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두 사람의 본질적인 차이점은 삶에 있어서나 일에 있어서나 서로 지극히 상반된 독특한 접근방식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베르니니는 언제나 주위의 기대를 능가하면서 성공했고 보로미니는 그 기대에 도전함으로써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베르니니의 예술적 비전은 설득력 있고 감동을 주고 조숙하고 감상적이었다. 반면 보로미니의 감각은 개인적이고 직관적이고 논리적이며 청렴했다. 그들은 따로 그리고 함께, 역사에 길이 남을 예술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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