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길 버스에서 내려 걷는 동안, 내리는 빗방울이 우산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오늘 남산 산책은 우중산책이 되겠는걸, 하고 기대하고 올라갔습니다. 비오는 남산의 영상을 찍고 싶었는데, 남산공원으로 접어들기 전에 비가 그치고 맙니다. 그래도 촉촉해진 남산을 찍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남산 주위 풍경을 찍었습니다. 잔뜩 낀 안개와 구름에 남산 타워가 가린 걸 제외하고 평소와 달라진 건 없는 날입니다. ... 라고 느낍니다.
비 내린 후의 세상이 평소와 같을 리 없겠지요. 어둑어둑한 길을 걷다보니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는 게 없어서 그렇게 느낀 걸 겁니다. 날이 조금만 밝았다면 평소와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왔을지 모르겠네요. 매일 매일 다른 풍경들입니다. 나 자신도 어제와 다른 나입니다. 미세하게 변한 것 때문에,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어제와 똑같구나,라고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자고 다짐하는 아침입니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날 남산에 올라 설경을 찍어보는 게 작은 소망입니다. 첫 눈 오는 날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