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나서고 조금 있으니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부슬부슬 약하게 내려 곧 그치겠거니 했는데 그건 그냥 내 생각이었을 뿐입니다. 머리에 빗물이 떨어지는 게 느껴지고, 옷에 빗방울이 맺히는 게 보입니다. 이러다 흠뻑 젖겠는데, 이런 마음이 들자 내려가자는 생각과 산책을 계속 해야 한다는 생각 사이에서 갈등이 시작됩니다. 움직이던 방향을 되돌려 내려오지 못하고 걷고 또 걷다가 비가 계속되자 할 수 없이 돌아섭니다.
순간 순간이 선택의 연속입니다. 그 시간이 지나봐야 옳은 선택이었는지 결과를 알 수 있을 때가 많습니다. 발길을 돌려 내려오고 나서 비가 더 많이 내렸다면 잘한 선택일 거고, 비가 곧 그쳤다면 더 올라갈 걸, 하고 후회했을 겁니다. 다행히 다시 사무실로 들어올 때 빗줄기가 굵어져 잘한 선택이라고 흡족해하고 있습니다. 비 예보가 없었는데 갑자기 내린 걸 보면 많이 내릴 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순간을 산다는 게 어떤 건지 조금씩 감을 잡아가는 요즘입니다. 단순합니다. 그냥 정신줄을 놓고 사는 순간을 줄여나가는 겁니다. 지금 이 순간, 무엇이 중요하지?라고 자주 떠올릴 수 있으면 됩니다. 물론 이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질문에 대한 답을 간단한 단어로 정리해서 모니터에 붙여놓고 볼 때마다 흩어진 주의를 한 군데로 모읍니다. 그리고 최근 읽었던 책에서 만난 문장을 자주 떠올리려 애씁니다.
Anything other than now is an illusion. 지금 이외의 것은 모두 환영일 뿐이다.
내가 실제 감각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만이 온전히 내 것이란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내가 만나는 모든 순간과 사람에 정성을 다하는 비결입니다.
오늘은 백범 김구 광장에서 찍은 영상을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