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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어떻게 이 모든 세계를 만들었는가 | 책리뷰 2021-10-21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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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뇌와 세계

미겔 니코렐리스 저/김성훈 역
김영사 | 2021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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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개막식에서 전신마비 환자에게 온몸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줄 기술을 선보이며 뇌-기계 인터페이스 연구의 가시적 성과를 보여준 미겔 니코렐리스 교수. 뇌는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이런 일을 가능하게 했을까요. <뇌와 세계>에서 인간의 뇌가 만들어낸 작품들을 살펴보며 인류 역사와 문화, 문명의 근원을 최신 뇌과학 연구와 이론으로 파헤칩니다.

 

네안데르탈인의 동굴벽화부터 AI 기술에 이르기까지 인간 우주를 구축한 뇌의 비밀. 수학, 열역학, 양자역학 등에서 사용하는 전문 용어가 많이 등장하지만 역사, 미술, 신화 등의 분야를 넘나들며 인간 우주의 신경생물학적 기원을 들려주는 저자의 폭넓은 혜안에 감탄하며 읽게 됩니다. 신경과학뿐만 아니라 철학, 예술, 고고학, 고생물학, 계산 기계의 역사, 양자역학, 언어학, 수학, 로봇공학, 우주론 등 지적 여정의 범위를 확대해 펼쳐 보입니다.

 

수십 명의 공학자, 신경과학자, 로봇공학자, 컴퓨터과학자, 의사, 재활전문가 등이 합류한 '다시 걷기 프로젝트'. 손상이 일어난 부분 아래로는 몸 어디에도 감각이 없는 임상적 상태에서 실험에 참가한 환자들 모두가 임상적 회복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놀라운 결과를 맞이합니다. 어떤 환자는 촉각을 경험할 수 있게 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놀라운 신경학적 개선을 촉발한 뇌. 인간과 기계의 하이브리드 결합과 매끄러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인간 뇌의 놀라운 적응 능력을 들려줍니다.

 

저자는 선사시대 사냥 장면을 재구성해 본 허구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복잡한 진화 과정에서 탄생한 핵심적인 신경생물학적 속성을 잘 포착해 보여줍니다. 챕터마다 도입부가 흥미 유발을 제대로 하는 탁월한 스토리텔러입니다. 

 

지식, 지각, 신화, 신념, 종교적 관념, 과학 이론, 철학 이론, 문화, 도덕적 전통, 윤리적 전통, 지적 위업과 물리적 위업, 기술, 예술 및 인간 뇌의 작업을 통해 등장한 부산물을 모두 합친 집합체를 인간 우주라고 명명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인간 정신의 산물이죠. 저자는 인간의 뇌를 인간 우주의 중심에 놓습니다. '뇌 중심 우주론'은 우주에 대한 인간 중심적인 정의가 아니라, 우주는 잠재적 정보를 제공하고 인간의 뇌는 그 정보를 이용해서 우주에 대한 정신적 표상을 만들어낸다는 뜻입니다.

 

현대 호모 사피엔스의 뇌가 지구를 지배할 수 있게 해준 본질적 변화와 잠재적인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짚어주는 <뇌와 세계>. 혼자 혹은 다른 뇌들과 이루는 거대한 네트워크의 일부로 작동하는 인간의 뇌가 어떻게 놀라운 업적을 이루었는지 상대론적 뇌 이론, 뇌 중심 우주론 등을 바탕으로 합니다.

 

"산다는 것은 결국 에너지를 소산시켜 유기 물질에 정보를 새기는 과정이다." - 뇌와 세계 

 

저자가 내놓은 '상대론적 뇌 이론'은 신경과학의 전통적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설명합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우주 전체를 대상으로 시공간을 통합했던 것처럼 뉴런의 시공간도 통합이 가능하고, 이질적인 영역들의 활성을 조종하고 정교하게 동기화할 수 있게 해준다는 데 집중합니다.

 

뇌-기계 인터페이스를 브레인넷 brainet으로 명명하고, 정신적 협동을 이루는 뇌의 메커니즘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브레인넷을 통해 인간은 사회집단을 형성한다는 겁니다. 언어를 이용해 소통하는 성인 사이의 상호작용 뇌-뇌 결합과도 같은 방식입니다. 이로 인해 사람의 사회적 상호작용에 미치는 영향력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됩니다.

 

1995년도와 2015년에 한국을 방문하면서 우리나라에서 경험한 일을 책 속에서 사례로 들기도 합니다. 실패로 끝난 한국의 인공 시냅스 연구에 관한 이야기도 등장하는데, 인간 뇌의 정교한 작동 방식을 알고리즘으로 환산해서 디지털 논리로 재현할 수 있다는 개념을 반박하는 저자인 만큼 적절한 기술만 개발되면 해결되리란 미신 같은 믿음을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인간의 두뇌를 대체하는 기계를 만들겠다는 것은 망상이라고 단언하기도 합니다. 이거야말로 신을 흉내 내는 인간의 모습인 겁니다.

 

빛, 소리, 언어, 화합물질, 전파, 전자기파 등의 외부 신호를 통해 아날로그 영역에서 동기화되어 그 결과 창발적인 집단적 사회 행동을 할 수 있게 된, 다중의 개별 뇌로 구성된 분산식 유기 컴퓨터를 의미하는 브레인넷 개념이 흥미진진합니다. <뇌와 세계>는 우리 뇌가 어떻게 신념을 생성하고, 수많은 인간의 행동을 이끌어가는지 설명해 줄 신경생리학적 메커니즘을 하나씩 보여줍니다. 신념에 따라 아주 다른 브레인넷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정신적 추상을 만들어내는 거죠. 전쟁을 일으키는 것처럼 잔혹 행위를 저지를 수 있는 브레인넷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됩니다.

 

시공간 개념이나 수학도 뇌 중심 우주론으로 해석하면, 모두 우리 인간의 뇌가 만들어낸 창조물에 해당합니다. 이 이론에서 수학은 다중의 인간 브레인넷이 우주를 포괄적이고 정확하게 기술하는 최고의 문법으로 창조하고 가꾸고 승격시켜 온 언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수학 역시 인간의 뇌에서 나온 또 하나의 순수한 창조물이라는 주장을 싫어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신기하게도 과학자와 철학자 간의 논쟁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예로 20세기 가장 위대한 지적 결투 중 하나였던 노벨상 수상자 타고르와 아인슈타인의 대화는 거대한 세계관의 충돌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저자는 우리의 모든 과학 이론 뒤에 정신적 추상이 자리하고 있다는 가설을 주장합니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과학을 해온 방식이 인간 우주 전체를 기술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지는 않다고 말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오늘날 소셜미디어라든지 디지털 자동화 시대가 만들어낸 효과가 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겁니다. 대학원생에게 질문을 던졌는데 즉시 구글링하는 모습처럼 우리 뇌는 점점 디지털 모드를 흉내 내려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중요한 아날로그 방식의 정신 기능이 쇠퇴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잘못된 방향을 지적합니다. 우리 뇌 사용 방식에 변화를 가하면 아주 다른 뇌가 만들어지는 뇌가소성은 여기에도 적용되는 겁니다. 저자가 우려하는 바는 디지털 컴퓨터가 인간의 뇌를 흉내 내는 쪽이 아니라 인간의 뇌가 디지털 컴퓨터를 흉내 내는 것입니다.

 

만물의 창조자인 뇌가 인간 우주의 중심에 올라서게 해준 근본적인 힘을 설명하는 <뇌와 세계>.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많지만 역자가 잘 정리해 줘서 뒷맛까지 이만하면 깔끔한 편입니다. 영화, 신화, 예술 등의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신경과학계의 빅히스토리를 접할 수 있어 흥미로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자기 소멸의 길을 걸을 것인가, 생물학적 디지털 좀비로 만들어진 새로운 종의 인류로 탄생할 것인가, 아니면 오랫동안 기대해온 것처럼 궁극의 승리를 거두게 될 것인가?" - 뇌와 세계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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