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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를 위한 공감 에세이 | 위안 2021-10-03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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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유정아 저
북폴리오 | 2018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뭉클한 문장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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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독서 후기 제목으로 '젊은 세대를 위한 공감 에세이'라 붙인 건 저자가 30대 초반 직장인이라서다. 이 책이 나온 해가 2018년이니, 이제 저자는 30대 중반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꽤 많은 걸 말해준다. 그건 대한민국이든 어디든 똑같다. 30대 초반이라는 시기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발을 디디는 시기다. 청춘이란 어떤 의미인지, 받아온 교육이 내게 무엇이었는지, 나는 사회에서 어떤 일을 하며 돈을 벌어야 할지, 이 과정에서 만나게 될 많은 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하는 때다.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에서 저자가 다루는 소재가 위와 같다.

 

드미트리는, 지금 드리트리는 40대를 목전에 둔 30대 후반이다. 얼핏 본다면, 이 책이 상정하는 예비 독자는 아니지만, 나 역시 저 시기를 지나왔다. 고로, 이 책을 읽으며 거듭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비슷한 고민을 했더랬다. 내가 무얼 잘할 수 있을지, 실패 앞에서 어떻게 꿋꿋할 수 있을지, 싫은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등등에 관해서 저자의 관점으로부터 도움도 얻었다.

 

잘 쓰여진 에세이가 그러하듯, 이 책 역시 저자의 솔직한 고백과 아름다운 문장으로 가득하다.

 

유정아 작가의 다음 책을 만나보고 싶다.

 

---

 

위로할 자격을 박탈당할수록, 나는 함부로 위로하려는 사람은 늘어났다. 내가 조금 뒤쳐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뺀 모두가 내게 충고할 자격을 얻은 것 같았다. 다들 미끈하게 희망을 이야기했다. (15쪽)

 

나를 낳은 게 인생의 결승점이 아니라는 걸, 엄마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었고 또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는 걸 늘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뭔가 하고 싶은 게 생겼을 때 '엄마'라는 이름을 유니폼처럼 힘겹게 입고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22쪽)

 

"이혼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삶을 보는 기준이 달라져."

그러고는 '어차피 완벽한 선택인지 아닌지는 끝까지 가봐야 알지.'라고 덧붙였다. 인생의 다른 선택들이 모두 그러하듯, 다들 자신이 완벽한 사람을 골랐다고 생각하고 결혼을 결심하지만 실제로 그런지 아닌지는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 봐야 알게 된다고. 혹시 결혼이 좋지 않게 끝나더라도, 그건 실수도 무엇도 아니고 그저 예상과 결론이 달랐던 것뿐이라고. (31쪽)

 

전날의 피로와 후회가 씻은 듯이 녹아내리는 가운데,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잘못 찾아 든 곳에도 완벽한 풍경이 있을 수 있구나.' (43쪽)

 

우리는 모두 다른 곳을 본다. 그렇기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최대한 많은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끊임없이 말하고 열심히 듣는 것뿐이다. (53쪽)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었다면 이런 모욕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 같은 자책은 출구 없는 괴로움만 안겨 줄 뿐이다. 그런 사람은 내가 아무리 완벽한 모습을 하고 있어도 어떻게든 트집거리를 찾아 못된 말을 했을 게 틀림없다.

그러니 부당하게 예의 없는 말을 들으면 기름종이에 물방울이 미끄러지듯 흘려보내고, 그 말의 책임을 최대한 빨리 상대에게 넘겨 버리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그의 무례는 내 탓이 아니다. (68쪽)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다른 사람의 불행을 믿고 바라는 건 정말 대단한 감정 노동이다. (78쪽)

 

다만 변한 것이 있다면 좀 더 잘 쓰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쓴 대로 사는 사람이 되는 게 더 절실해졌다는 것이다. 글이 충분히 늘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생각한 만큼, 생각한 대로 사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되어 그렇고, 사는 게 쓰는 것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의 글이 얼마나 공허해 보이는지 알게 되어 그렇다. 말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더 잘 쓰고 싶지만 그건 나중 문제고, 일단은 잘난 척하며 써 온 것만이라도 지키면서 살고 싶다. 최소한 그러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이면 좋겠다. (82~83쪽)

 

착한 사람이 모두 행복한 인생을 사는 건 아니듯 못된 사람이 항상 벌을 받지는 않는다. (중략) 그러니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았을 때, 꼭 싸워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그냥 그를 없는 사람인 셈 치고 다 잊어버리는 것이 가장 마음 편하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스스로의 평안을 위해 그러는 게 좋다. (90~91쪽)

 

내 또래들의 삶도 근본적으로는 중년이나 노년의 그것과 별다르지 않았다. 모두가 자기 몫의 숙제를 풀며 하루하루를 헤쳐 나갈 뿐, 자신의 나이에 희열을 느끼거나 자부심을 갖는 이들은 드물었다. (105쪽)

 

사춘기 이후의 내 삶은 가능성을 확장시켜 나가는 과정이라기보다 안 될 것들을 소거해 가는 시간에 가까웠다. 해를 거듭할수록 할 수 있는 것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자신감은 과일 껍데기처럼 속절없이 벗겨져 나갔다. 초초했다. 내가 생각보다 시시한 사람이라는 게 자꾸 드러나고 있었다. (110쪽)

 

가난에 딸려 오는 것들이 아이의 인생에 어떻게 각인되는지를 잘 알기 때문에 우리는 섣불리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할 수가 없다. 세상이 별다르게 나아지지 않은 것처럼, 지금의 우리도 그때의 부모와 크게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기에. (125~126쪽)

 

이건 착취였다. 그 착취에 성실함이나 책임 따위의 이름을 붙이는 건 특히 질 나쁜 기만이었다. 똥오줌을 열 시간씩 참는 것에 도대체 무슨 가치가 있다는 말인가. (중략) 그나마 '똥오줌을 참으며 일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던 건 그것이 똥오줌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인 이상 영원히는 참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영원히 참아도 죽지 않는 것들, 참다 보면 그것이 있었는지도 잊어버리게 되는 의지와 욕구들은 어떨까.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는 일터에서 소리없이 삭제되는 인간성은 얼마나 될까. 생각이 거기에 이를 때마다 눈앞이 아찔해진다. 나는, 우리는 지금까지 무엇을 얼마만큼 잃었을까. (131~132쪽)

 

'아무것도 아니다'는 말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걸 그즈음부터 어렴풍시 알아채기 시작했다. 그건 내가 맞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다른 사람에게 휘두를 수도 있는 주먹이었고, 악의는 없지만 그래서 얻어맞으면 더 아픈 폭력이었다. (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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