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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워킹푸어 가족의 가난 탈출기

강은진 저
작아진둥지 | 2022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노동하고도 가난하면, 그건 사회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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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푸어 가족의 가난 탈출기'라는 제목과 '청소 노동자, 퀵 서비스 기사, 오토바이 배달, 콜센터 직원, 식당ㆍ마트 노동자 등 3대 가족 노동 이야기'라는 부제를 보고 바로 이 책을 읽고 싶어졌다. 그러고 보니 '워킹푸어'라는 단어를 꽤 오랜만에 들은 듯하다. 10년 전, '워킹푸어'라는 단어를 흔히 볼 수 있었다. 후마니타스에서 나온 『워킹 푸어』, 책보세에서 나온 『한국의 워킹 푸어』을 읽은 기억이 흐릿하게 난다. 일하는데도 가난한, 워킹 푸어의 뜻이다. 자본주의는 말한다. 너가 성실하면, 사회는 부를 줄 것이라고. 그런데 워킹푸어는 자본주의의 신화를 반박한다. 일해도 일해도 계속 가난하다. 사실 역사로 보면 자본주의에서 워킹 푸어의 존재는 늘 존재했다. 주 40시간, 하루 8시간, 주5일제 등은 겨우겨우 생존할 수 있는 정도의 급여를 주던 자본에 맞서 노동이 치열하게 싸워낸 결과였다.

 

전후 자본주의의 황금기가 끝나고, 유연한 노동이 화두가 되면서 기업은 핵심 인력은 정규직으로 묶어두되, 나머지는 비정규직이나 외주와 하청 등으로 유연하게 운영하려 했다. 그렇게 우리 세계는 2개의 노동 세계로 분화된다. 고소득과 노동 안정성이 보장되는 하나의 노동 시장이 있다면, 반대편에는 저소득과 불안정한 노동 시장이 그것이다. 이 책의 부제에 나오는 청소 노동자, 퀵 서비스 기사, 오토바이 배달, 콜센터 직원, 식당 마트 노동자는 후자라고 할 수 있다. 다시 '워킹푸어'라는 단어로 돌아가서, 이 단어 오랜만에 들어본다. 한때 자주 쓰였던 단어이나, 이제는 이런 현상에 무덤덤해진 게 우리사회는 아닐지. 두 개로 나뉜 노동 시장. 어느새 뉴노멀이 된 듯하다.

 

처음에 이 책을 보고 떠올린 건 『사당동 더하기 25』였다. 가난이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차원이라고 말하는 이 책은 가난이 소득의 많고 적음만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공간과 교육, 가족 문화 등등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고 지적한다. 가난한 동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면 가난으로 벗어나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한 가족의 생애사를 따라가면서 풀어냈다. 그에 비해 『워킹푸어 가족의 가난 탈출기』는 다소 결이 다르다.

 

우선 저자의 아버지. 1949년생인 아버지는 그 시절 대다수가 그러했듯, 가난했다.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했지만, 한국의 고도성장기에 탑승해 자수성가할 수 있었다. 가방 만드는 공장에 취직해, 결국 가방을 만드는 사업체까지 꾸릴 수 있었다. 경쟁이 심화되며 가방 공장 대신 가방 부품 도매상으로 변신했고 사업은 썩 잘 됐다. 그런데 IMF 이전 어음을 막지 못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흑자 도산. 이듬해 IMF가 터졌다. 이후 가세는 기울었고, 아버지는 퀵 서비스 기사로 일을 이어나갔다.

 

어머니는 전업주부로 자부심이 강했고, 자식들이 다 커서야 비로소 일을 시작했다. 부업을 하다 청소 노동에 종사했다. 하지만 2년만에 쓰러졌다. 첫째인 유정 언니가 집으로 들어와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챙겼다. 유정 언니는 결혼하고 얼마 안 있어 홀로 아이들을 챙겨야 했다. 식당과 마트 등에서 일했으나 가족을 책임지기에는 벌이가 부족했고 다마스 퀵 기사를 한 뒤에 생활이 안정되었다. 둘째 언니 지영은 대학 진학을 꿈꿨으나, 가세가 기울면서 일과 입시를 동시에 준비해야 했다. 성적은 나오지 않았고, 콜센터 직원으로 일하다 다행히도 운이 좋게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결혼한 뒤 일을 관두고 전업주부다.

 

조카인 지훈과 민준. 대학 졸업장이나 자격증이 없는 젊은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배달. 지훈이는 배달로 돈을 벌고 도박으로 잃고 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한편 민준도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곧 관두고, 우연히 시작한 호텔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더 나은 노동으로 올라갈 수 있는 희망.

 

마지막 나. 강은진 저자. 외고 졸업 후 서울 4년제 대학에 진학했고, 졸업 후 직장을 구했다. 이후 몇 번 이직했고, 2017년에 이직한 스타트업에서는 엑시트에 성공했다고. (아 부럽습니다 저자님 ㅠㅠ )

 

이 책은 이런 이야기를 담담하게 서술한다. 개인의 생애와 노동에 관한 이야기가 쭉 이어지고, 장 끝에는 논문이나 책 등을 인용하며 이런 에피소드가 한 개인의 특수한 사정이자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IMF로 몰락한 가장, 결혼 후 여성이 홀로 가정을 책임져야 할 때 피하기 어려운 빈곤이라는 현실, 대학교 졸업장이 없는 젊은이들을 빨아들이는 플랫폼 노동의 위험과 불안정함. 읽는 내내 먹먹했는데, 특히 주인공들의 해맑은 사진이 불쑥불쑥 등장할 때마다 울컥했다. 서글픈 우리네 노동과 희망 없는 미래와 풋풋한 사진이 대비되서다.

 

공무원 아버지를 둔 덕분에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힘들게 살았던 적은 없다. (군대에서 자살 생각으로 내일이 안 오길 바랐던 때를 빼곤) 대학 때도 용돈 벌려고 과외 아르바이트를 반년 정도 한 게 전부이고. 이렇게 편하게 산 내가 이 책 후기를 감히 써도 될지, 겸연쩍다. 게다가 요즘은 근로소득으론 이 삶을 바꿀 수 없어, 투자가 짱이지 하며 부동산 주식 책을 읽는 나인지라 『워킹푸어 가족의 가난 탈출기』의 아래 대목을 읽으면서는, 다소 많이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저자가 그랬듯, 나 역시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고마워졌다.)

 

노동자의 해피엔딩은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다.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노동자가 안전하고 즐겁게 일하는 것이다.

노동자는 동정과 연민의 대상이 아니다. 노동자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며, 존경과 애정을 표해야 한다. 노동은 인간의 의무이자 권리다. (270쪽)

 

 

책 제목처럼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다수가 아직 가난으로부터 탈출했는지, 미래에 탈출할 수 있는지는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여전히 우리사회는 노동 시간이 많고, 산재 비율이 높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그런 점에서만 봐도, 『워킹푸어 가족의 가난 탈출기』와 같은 책은 계속 계속 나와줬으면 좋겠다. 이 책의 의미라면, 3대에 걸친 생애사를 복기하며 20~21세기 대한민국의 삶과 노동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겠다. 작아진둥지 출판사의 첫 책이고, 강은진 저자의 첫 책이다. 출판사와 저자 분 모두 앞으로의 활약을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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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의 노동사이지만, 어느 가족이나 겪었을 법한 일이다. 또 집에 이런 사람 한 명 정도는 있을 수 있다. 혹은 자수성가를 이뤘거나, IMF 때 망했거나, 가족 중 아픈 사람이 있거나, 혼자서 아이를 키우거나, 아르바이트하며 학비를 벌거나, 미래가 보이지 않아 방황하거나 등 삶의 한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18~19쪽)

 

산재 발생 시 청소년은 자신의 실수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또 배달을 야간에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야간에 이루어져야 할 개인적인 학습이나 학교에 다니는 경우 다음날 등교했을 경우 제대로 학습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172쪽)

 

고등학생 때 민준이는 매일 학교에 지각했다. '아침잠이 많은 아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학교에 지각했던 것은 새벽까지, 오랜 시간을 일했기 때문이다. 민준이는 새벽 4시에 일어나기 위해 전날 일찍 자고, 혼자서 알람 소리에 맞춰 일어나고, 출근을 준비했다. '아침잠이 많은 아이'라는 것은 오해였다. (182~183쪽)

 

인터뷰를 핑계로 성인이 된 민준이와 처음으로 길게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민준이가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애인지, 이렇게 다정한 애인지 '처음' 알았다. 그리고 민준이의 그 많은 말에는 욕이 단 한 마디도 없었다. '험한' 친구들에 대해 얘기할 때도 '다양한 환경에서 자란 친구들'이라고만 말할 뿐이었다.

예쁜 말은 예쁜 마음에서 나온다. (191쪽)

 

이 책의 시작이 아빠여야 했던 것처럼 마지막은 지훈이어야 했다. 아빠와 지훈이 사이에는 50년의 시차가 있지만 둘은 많은 부분이 닮았다.

아빠는 열심히 일하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지훈이에게 노동은 현재의 안정된 삶도 행복한 미래도 보장하지 못했다. 노동을 통해서 돈을 벌 수도, 삶이 나아지지도 않았다. 지훈이에게 노동은 희망이 아니다. (235쪽)

 

한번은 운이고, 한번은 실력일 수 있다. 하지만 운이 반복된다는 것은 그 운 역시 구조적으로 짜여 있기 때문이다.

수상 경력이나 영어 점수 없이 교과서만 달달 외우고 대학교에 입학했다. 어학연수나 유학을 가지 않았지만, 외고를 다닌 덕분에 외국어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따. 인턴 경험이나 자격증 없이 정규직으로 취업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 10~20대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242쪽)

 

IMF나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위기가 닥치거나, 자식ㆍ부모 ㆍ형제 등 부양해야 할 가족이 생기거나, 본인 혹은 가족 중에 누군가 아프거나, 직장을 잃으면 어김없이 온 가족이 가난해졌다. 월세, 병원비, 이자 등 가난에는 돈이 많이 든다.

그래서 더 오래 일하고, 더 힘든 일을 하고, 더 위험한 일을 했다. 하지만 버는 돈은 최저생계비 수준이다. 열심히 일하는데, 왜 가난한 걸까? 노동으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일하는 자의 가난은 개인이 아닌 사회 구조의 산물이다. (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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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읽으면 좋을 책

『가난의 문법』 : 빈곤

『라이더가 출발했습니다』 : 배달 플랫폼 노동

『임계장 이야기』 : 경비, 청소 노동

『열여덟, 일터로 나가다』 : 현장실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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