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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책의날최우수리뷰선정]소설은 건축이다(이야기를이야기하다_정유정) | [yes이주의리뷰 당선] 2018-09-2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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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 선정 신간 10 리뷰 대회 참여

[도서]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정유정,지승호 공저
은행나무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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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덮고 딱 든 생각

"소설은 건축이다"

 

무너지지 않게,

그리고 각 방에 불이 잘 들어오게 하려면

 '설계'와 '장치'가 중요하니까.

 

소설 속 이야기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무너지지 않게 꼼꼼히 설계를 하고,

구석 구석 이야기를 켜고 끄는 스위치를

절묘하게 숨겨놓거나 일부러 보이게 놓는다.

 

나의 세계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야기를 설계하고 장치를 심고,

궁극적으로 독자에게 변화를 선물할

멋진 건축가의 이야기를 보았다.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는 교과서가 되어줄 책이고,

작가가 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작가를 만나는 기분을 줄 책이다.

 

 


 

[나의 책 메모]

 

 

 


 

 

#1. 작가 정유정, 개인의 삶

 

어릴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던 그녀,

집안의 반대로 간호사라는 직업을 택하게 되었고,

결혼 후 집만 사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선전포고 한다.

 

집을 사는 날,

정말로 그만 두어 버리고,

글 쓰는 사람이 된다.

 

첫 술은 우연히 출간에 성공했지만,

그 후 공모전에 열한 번 미끄러진다.

떨어지는 과정에서 기지도 못하며 날려든다는 심사평을 보고

상처투성이가 되어 눈보라 속에서 소주병을 든다.

중고서점 한켠에 쪼그려 앉아 책을 삼키며 무거운 시간을 보낸다.

마침내 <<내심장을 쏴라>>로 등단에 성공한다.

 

작가 개인의 삶은

작가의 세계관에 영향을 미치고,

작가의 심리 상태는

작품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작가 개인사와 인생의 중요한 사건에 대해 초반에 적어둔 것은

(가정 경제권까지 - 이렇게 자세히 이야기해도 되나 싶었지만,)

 이후 책의 내용을 이해함에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2. 정유정, 세계관을 말하다.

 

 

先 세계관, 後 이야기

 

작가에게 세계관은 작품의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고 그녀는 말한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오가는 사람을 보며

 이십대에 머릿속만 오십대가 되는'걸 느꼈다는 대목에서 진심으로 공감했다.

나도 중환자실 4년 근무하면서 그런 감정을 느꼈기에 말이다.

 

나를 타자로 해부하는 시각, 인간을 이 지구상에 사는

수많은 생명체 중 하나로 보는 자연주의적 세계관도 이 때 생겼다고 한다.

또 '생물학'을 좋아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우리 자신에 대한 미학적 정서적 관점을 배제하고

타자로서 자신을 해부하는 냉철한 시각을 준다는 점에서 말이다.

 

작가의 소설을 보면, 인체나 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가 느껴지는데

간호학 전공과, 죽음과 삶에 대한 밀도 높은 경험 등 작가 자신의 삶이

소설 속 세계 형성에 큰 기여를 했다고 느낀다.

그의 소설은 질질 끄는 감정선을 배제한 똑 떨어지는 문체이고,

싸이코패스마저 중립적인 시선에서 본다.

 인간을 도덕적 윤리적 옳고 그름의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는다.

 


 

#3. 작가 정유정의 메시지

 

그녀의 메시지는

인간 본성의 어둠에 저항하는 자유의지를

독자가 흠뻑 경험하고 그로 인한 내면의 확장을 느끼도록 하는 것에 있다.

 

그녀는 '인간 본성의 어둠'과 그에 저항하는 '자유의지'에 관심이 많다.

 

질투, 시기, 분노, 증오, 혐오, 욕망, 쾌락, 공포, 절망, 폭력성 등

인간의 어두운 숲에 잠든 야수들이 그녀의 테마가 된다.

그녀의 소설의 주요 인물이 나와 먼 세계에 사는 개별적 악당이 아니라

보편적 인간인 우리 안의 야수가 극단적으로 확장된 생명체라 말한다.

 

그녀는 이런 악의 언급이 독자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함을 알고 있으나

이런 것들을 독자로 하여금 경험하게 만드는 소설을 원한다.

 

 

나는 독자가 내 소설 안에서 온갖 정서적 격랑과 만나기를 원한다.

기진맥진해서 드러누워버릴 만큼 극단의 감정을 경험하길 원한다.

분노, 절망, 슬픔, 비애, 사랑, 감동 등 소설이라는 이야기 형식 안에서 안전한 거리를 두고 겪는 감정경험들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확장시키고, 인간에 대한 이해의 길이를 만들어준다.

 

경험하게 만드는 소설은 독자를 새로운 세계로 끌어들인 후, 실제에선 경험하기 힘든 일을 겪게 함으로써, 삶과 세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어 안전한 현실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주 목적이다.

 

 


 

#3. 작가 정유정의 소설 설계도

 

이토록 자세하게,

이토록 치열하게 설계할 줄이야,

이 장에서 느낀 점이다.

 

[개요 짜기]

소설을 시작할 때 여섯 가지 질문을 먼저 해아한다고 한다.

 

첫째, 등장인물은 어떤사람들인가

인물을 만들 때,  감정기복이 심한지 말수가 많은 지

질문한다는 글을 보고, 뜨악 했다.

단순히 나이와 사는 곳, 생김새 등 외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를 만드는 것임을 보고 말이다.

 

둘째, 그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소설의 중요한 부분을 주인공의 '욕망'과

주인공의 '가치의 변화'가 있는 스스로 목적과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에 둔다.

주인공이 의지를 갖고 행동함으로써 '변화'가 생김에 주목한다고 한다.

 

셋째, 그들은 왜 그것을 원하는가

욕망의 동기에 관한 것, 특히 내면적 욕망에 관한 것이다.

 

넷째, 그들은 어떻게 그것을 성취하는가

인물의 행동과 선택에 대한 질문이다.

 

다섯쨰, 그들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인가

대립, 갈등, 장애물에 대한 것이다.

 

여섯쨰, 그 결과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사건과 변화에 관한 질문,

겉과 내면 두차원에 관한 것이다.

 

 

[자료조사]

 

기본 배경 지식 + 전문지식 + 보충취재

 

그녀는 7년의 밤을 쓰기 위해

잠수이론서, 잠수의학서, 스쿠버다이버 에세이를 공부했다.

관련 내용은 고리를 끼워 쓰는 카드노트에

손으로 직접 요약해 필기한다고 한다.

 

인맥을 총 동원해

잠수전문가, 범죄수사 전문가, 댐 전문가 등을 만나

취재는 물론 최종원고의 감수까지 받는다.

 

철저한 공부가 묘사의 정확성과 자세함을 만든 것 같다.

어찌보면 사실과 다른 말을 하면 소설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몰입도까지 떨어지니

작가의 완벽성을 기하는 이유가 될 것 같기도 하다.

  

 

[배경설정]

 

 

그녀가 직접 그려 본 소설 속 마을의 지도이다.

 

실제같은 묘사는

집안 구조나 인물의 동선, 깨진 유리창, 전조등 각도까지

전부 치밀하게 만들어내는 작업에서 태어난다.

 

소설 속 공간은

이야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이 좋으며

작가는 이야기 속 세계에 대해 신처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공간의 논리적 물리적 구조와

심연의 세계를 상징할 수 있는 은유적 세계가

정교하게 계산되어 설계되어야 이야기가 이야기되는 장소임을 역설하는 그녀를 보며,

아, 정말 이건 건축이구나,

무너지지 않게 이리도 처절한 노력을 해야하는구나 느꼈다. 

 

 

[형식과 등장인물]

 

일인칭, 이인칭, 삼인칭과,

서스펜스, 극적아이러니, 서프라이즈 등

극적 용어에 대한 설명도 나와있다.

이 부분은 전문 작가의 영역인 듯 해서 나와는 잠시 비껴 있겠다.

다만, 작가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많은 점들을 고려한다는 것을 느꼈다.

 

주인공의 적격 자격은

절정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과

욕망을 가져야 한다는 것,

자유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

성격에 여러 겹이 있어야 한다는 것,

보편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설명한다.

 

적대자와 체급이 비슷함으로써, 이야기의 긴장감을 이어나가고,

주변 인물들에게도 각자 고유의 임무와 위치를 부여한다.

 

마치, 신께서

사람들을 창조하고 그들에게 하나의 임무와 위치를 부여해서

이야기를 만드는 그런 기분이 든다.

 

뜬금없지만,

세계관을 가지고 욕망과 자유의지를 통해 적극적으로 메시지 전달을 해야하는 것은

작가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인생 이야기이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5. 초고 그리고 탈고에 관하여
 

초고에서 버리지 않는 부분이 시작과 결말이다.

이야기는 '변화'에 관한 것이며,

시작은 주인공이 열어야 하며,

결말은 주인공의 삶이

이야기가 시작될 때와 완전히 달라져 있어야 한다

 

소설을 만드는 구조물은 '문장'에서 기인한다.

그녀의 간결하고 속도감있는 문장은

'필요한 것만 쓰기, 미학보다 정확을 우선하기'의 원칙에서 나온다고 한다.

 

동사는 내닫다, 치닫다 같은 튼튼한 걸 고르고

형용사는 독자가 알아서 느끼도록 절제한다.

부사는 항생제와 같아서 한두 번은 효과가 있지만

'너무' 같은 부사를 습관처럼 쓰면 문장에 내성이 생긴다고 말한다.

 

탈고는 뒤에서부터 읽어

내 글을 낯설게 해서 확인한다고 한다.

그녀의 소설은 처음부터 튼튼하게 지은 집이라

고칠 곳이 별로 없으리라는 것은 내 생각일까,

 


 

 

그녀의 소설은 정말 진짜같고,

자세하고, 정확하고,

악에 몸부림치게 하나

그 악을 미워할 수 없게 한다.

 

인간 본성의 어두움에 맞서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독자가 흠뻑 경험하게 함으로써,

안전한 일상으로 돌아가 

새로운 시각으로 삶을 다시 살게 하는 것

 

 

정유정의 소설은

건축장인이 만든 건축물과도 같다는

나만의 결론이 났다.

 

은행나무길 숲 속 드라이브를 하다 발견한

저 멀리 산등성이의 눈을 뗄 수 없는 건물,

곳곳에 세계관을 녹인 철제 구조물로 튼튼한 뼈대를 만들고

햇빛이 들어오는 창마저 일몰과 각도를 고려했다.

전기배선과 스위치 하나조차 허투루 있지 않다.

완벽히 설계했지만, 다시한 번 꼼꼼히 살펴놓은 그 곳

머물다 보면 휴식이 되고, 사색과 새 삶을 주는 그 곳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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