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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인문학 : 도시를 둘러싼 역사, 예술, 미래의 풍경 | 기본 카테고리 2020-12-06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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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도시 인문학

노은주,임형남 공저
인물과사상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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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도시를 책이라고 표현했다. 도시라는 책은 세상의 모든 장르가 망라되어 있으며 수없이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엄청난 스케일의 이야기책이라는 것이다. 도시라는 공간 속에서 시간이 서로 얽히며 무수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이야기가 진행되며 열린 결말을 가진 아주 긴 대서사시라서 그것을 알아차리기란 쉽지가 않다고 한다. 도시라는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도시 속으로 직접 들어가서 접해야 비로서 그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한다. 도시를 책이라고 표현한 저자의 감각이 좋다. 실제로 이 도시에서는 멜로, 서스펜스, 스릴러, 호러, 액션, 시대극 등 다양한 스토리가 진행되고 있으며 도시에 살고 있는 모두가 등장인물이고 어떤 형태로건 그 이야기에 연관되어 있다. 일반적인 책과는 다르게 도시라는 책은 그 속으로 뛰어들어서 공간과 시간을 가로지르며 익숙해졌을 때야 비로서 도시라는 이야기가 보일 것이다.


도시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다. 체계화된 시스템만으로 도시를 규정할 수도 없다. 공간 위에 시간이 쌓이고, 수많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도시의 진가가 나타난다. 과거의 역사와 현재를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공존하며, 매 순간 사회, 역사, 문화, 철학이 골목마다 녹아들고, 많은 사람들의 삶이 도시에 집약되어 있다. 그리고 도시에 켜켜이 쌓인 역사와 집약된 사람들의 삶은 도시의 건축물이라는 형태로 구현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겨난 건축물이건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건축물이건 거기에는 도시의 정신이 담기게 되는 것이다. 부부 건축가인 두 명의 저자는 전 세계 13개 국가의 21개 도시를 건축물이라는 매개체로 건축물에 담겨 있는 도시의 역사, 예술, 미래의 풍경을 읽어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홍콩은 중국과 영국이 뒤섞인 양면성을 가진 도시이다. 특히 중국반환을 앞둔 97년의 세기말에는 죽은 것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닌 마치 '강시'같은 존재였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런 양면성은 홍콩의 도시 곳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상업화되고 자본주의가 발달한 도시적인 면모와 낙후된 슬럼 지역이 공존하는 독특한 이미지는 블레이드 러너나 공각기동대 같은 영화에서도 차용되었다. 중국과 영국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불안이 실제 도시의 건축물로 구현되었는데 지금은 없어진 주룽자이성이 그것이라고 한다. 원래는 송나라 때 만들어진 요새였는데 영국과 중국 양국의 주권이 미치지 못하는 일종의 중립지대 혹은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마치 강시 같은 지역이 되면서 난민이 몰려들고 2층이던 건물을 15층까지 쌓아올려 특유의 디스토피아적인 모습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중국과 영국 사이에 낀 홍콩의 처지가 무허가 건축물에 그대로 현실반영되어 홍콩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만들어진 것이다.


독일 베를린의 유대인박물관은 주변의 오래된 건물들 사이에 생경하게 끼워진 첨단의 건축물이다. 아연과 티타늄으로 된 박물관의 벽면에는 창문도 없고, 입구도 찾기 힘들며, 내부가 보이지도 않아서 일반적인 건물이 아니라 갑옷을 두른 조형물처럼 보이는데 벽에는 마치 손톱자국처럼 사선으로 할퀴어진 자국이 상처처럼 새겨져 있다고 한다. 내부로 들어가면 더욱 혼란스러워진다는데 동서남북의 방향성도 없고, 빛도 없다고 한다. 혼란을 겪으며 들어가며 중간에 납작한 철로 만든 가면이 깔린 길을 걷게 되는데 가면을 밟으면 비명같은 요사한 소리를 내게 된다. 이는 박물관 건축물 그 자체가 하나의 상징으로 이루어졌으며, 홀로코스트라는 비극의 책임이 단순히 히틀러나 그의 추종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않고, 그 일이 일어났을 때 침묵했던 모두의 잘못임을 말하고 있다.


홍콩의 주룽자이성은 당시 홍콩이 거처온 역사적 배경과 그 속에서 살아간 사람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건축물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론적으로 주룽자이성은 양면성이라는 당시 홍콩의 시대적 배경과 역사를 상징처럼 껴안고 형성되었다가 중국에 반환된 홍콩의 운명처럼 사라지게 되었다. 베를린의 유대인박물관은 역사적 의미를 기억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건축물이다. 주룽자이성과 같은 시간의 흐름에 역사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지난 역사를 함축하여 의미를 새겨놓았다. 어떤 경우이건 건축물에서 지난 역사와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시대정신을 읽어낼 수 있다.


책의 한가지 특징을 꼽으라면 하나의 도시, 하나의 건축물을 소개하기 위해 서론이 무척 길다는 점이다. 영화나 대중음악 등을 빌어오기도 하고, 저자의 경험담을 전해주며 앞으로 설명할 건축물에 대한 밑밥을 까는데 꽤나 장황하게 서론을 길게 늘어놓는 것 같지만 사전 지식과 그것에 담긴 의미를 효과적으로 쉽게 전달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생각하면 특별히 길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대중문화(주로 영화인데)를 인용하여 글이 지루하지도 않고, 함의와 상징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서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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