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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는 애주가였다 | 인문 2021-01-21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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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철학자의 뱃속

미셸 옹프레 저/이아름 역
불란서책방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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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남들이 뭘 먹는지 궁금하다.

좋아하는 음식이나 취향을 살펴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음식이 같으면

묘한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그렇다면 더욱 반갑다.

 

 

그렇다면 세상 똑똑한 철학자들은

어떤 음식을 좋아했을까?

 

 

철학자들이 좋아했던 음식을 통해

그들의 사상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철학자의 뱃속>은 그런 생각에서 출발한 책이다.

이 책은 철학자의 사유를 이해하기 위해

그들이 무엇을 먹었는지 따라가 본다.

 


 

가령 니체는 소시지를 좋아했다. 넉 달간 먹을 연분홍빛 햄 6킬로그램을 주문해서 소시지들을 가는 끈으로 엮어 벽에 걸어 두었다. 묵주처럼 걸려있는 소시지 아래 앉아 책을 쓰고 있는 니체라니. 너무 귀엽지 않은가!

 

한편 먹는 게 예민한 철학자들도 많았다. 가령 스피노자를 살펴보자. 그의 전기를 보다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그는 버터가 들어간 우유 수프에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살았다. 또 어떤 날은 포도와 버터를 곁들인 곡식 몇 알만을 먹기도 했다." 음. 대체 어떻게 그것만 먹고 사는지.

 

음식에 대해 특별히 부정적 태도를 보였던 사상가들도 있다. 프로이트는 습관처럼 매일매일 소스만 살짝 바꿔가며 포토푀만 먹었다. (pot au feu. 쇠고기와 뼈를 채소 등과 함께 고아 만든 육수)

 

이처럼 미식을 거부하는 건 개인 취향이긴 하다. 하지만 미식을 즐기지 않는 것은 한 사람의 스타일, 책, 성격과 전혀 무관하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음식이 주는 맛의 기쁨을 거부하는 것. 그것은 어떤 형태이든 금욕주의와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철학자와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까다로운 사람들 ㅋㅋ)

 


 

 


 

 


 

한편 철학자 중 최고로 어려운 칸트는 삼십 년 동안 술을 마셨다. 선술집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그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애주가이자 미식가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럴 수가,

'순수미식비판'이 나오지 않았다니!

(칸트는 3대 비판서,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 을 쓴 걸로 유명하다)

 

칸트는 늘 취해 있었다. 그에게 만취란 '경험이 따르는 법칙들에 의해 감각적 표상에 질서를 부여하지 못하는 상태, 즉 본성에 반하는 상태'이다. 또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내면을 해방시킨다.

 

 

칸트는 자기를 잊게 해주는 이 기술이 우리를 거친 세상으로부터 잠시 도피시켜준다고 했다. "적어도 취했을 때만큼은 인간이 태생적으로 매 순간 이겨내야만 하는 생의 장애물을 느끼지 않는다"

 

 

한편 그는 다양한 술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과묵하게 취하는 증류주, 활력을 주는 와인, 포만감의 맥주." 또한 이런 말도 했다. "와인 파티는 사람들을 즐겁고 떠들썩하고 수다스럽게 한다. 반면에 맥주 파티는 사람들을 꿈속에 빠뜨려 가두려는 경향이 있고 늘 기억을 흐릿하게 만든다."

 

 

 

또한 그는 혼자 밥 먹는 행위가 건강에 해롭다고 판단했다. '혼밥'을 피하고자 한 것이다. 점심에 초대한 손님이 오지 않자 칸트는 하인에게 말했다. "집 앞으로 지나가는 첫 번째 사람을 식사에 초대해게, 주인이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이제 이들이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아무리 어려운 철학을 말하는 철학자들도

결국은 인간인가 보다.

우리처럼 먹고 마시고, 혼밥 싫어하고,

자연적인 음식을 좋아한다.

이렇게 철학자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읽다 보면

그들의 사상도 조금은 더 가깝게 느껴질지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먹는다.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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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힐링이 필요할 때 | 기타 2021-01-18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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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김수현 저
놀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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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한국인들은

이렇게 남에게 관심이 많을까?

'정'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닌 것 같다.

그보단 '튀는 걸 싫어한다'

'같음을 강요'한다.

조금이라도 나와 다르면 '잔소리를 하고 싶고'

뒤에서 모두 모여 '뒷담화'를 하고 싶다.

이런 한국에서 인간관계는 너무 피곤하다.

이 책은 이런 '관계'에 관한 재밌는 에세이다.

김수현 작가는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살려면

먼저 '좋은 관계'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 나 자신과의 관계가 편안해야 한다.

나다워야 한다.

다른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않으며,

무엇보다 일상에서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다른 사람과도 편안해야 한다.

우리는 다르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똘아이와 프로불편러들.

그리고 가까운 사이에서 오는 잔소리와

점점 멀어져 가는 사이에서 느껴지는 상실감을

이겨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편안해진다.

 

가볍게 넘기기의 기술


나는 좀 엉뚱하고 튀는 편이다.

보통 사람들에게 있는 상식이 좀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내게 '잔소리'를 한다.

하지만 이 잔소리 넘기기.

정말 어려운 기술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정말 상처투성인 말을 아무렇게나 던진다.

"어서 취업해"

"어서 아기 낳아야지"

이런 이야기에 시달리는 사람들

정말 많을 것 같다.

나도 잔소리를 정말이지 싫어하는 일인으로서

잔소리를 피할 궁리만 이리저리 굴리는데,

요건 정말 쉽지 않다.

사실 이 모든 잔소리의 문제는,

어려운 걸 너무 쉽게 이야기한다는 거다.

다들 알지 않나.

취업도 어렵고, 아기 낳기도 어렵다는걸.

하지만 다들 나이가 됐으니까, 주변이 하니까.

재촉한다.

마치 잘못하고 있는 것처럼.

나는 아이를 무척 늦게 낳았다.

그래서 '아이 잔소리'에 무진장 시달렸다.

나는 그럴 때마다 꿀 먹은 벙어리마냥

속으론 부글부글 끓어오르면서 아무 말도 못 했다.

흠. 내 인생 내가 살 건데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시댁 어른들에겐 그게 되나.

일 년에 두 번 가는 시댁이 너무나 끔찍했었다.

김수현 작가는 그럴 땐 이렇게 되받아쳐보자고 말한다.

"취업이 어렵죠."

"아이 낳는 게 어렵죠."

(+여기에 약간 상심한 듯이 말꼬리 흐리면서

잔잔한 눈빛을 보여주면 더 좋을 것 같다)

아. 나도 이런 말들을 이전에 알았더라면.

(그렇게 시달리지 않았을 텐데!)

 

주변의 기대가 크다는 것은

그동안 나 자신이 주변의 기대를 충족시키려고

너무 애썼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제는 가볍게 지나가자.

나의 삶을 그 누구도 함부로 쉽게 평가할 순 없다.

질문을 해서 꼰대가 되는 게 아니라

답을 강요해서 꼰대가 되는 것이다.

모든 게 과거 탓은 아니야


한편,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많지만

나 자신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이 책엔 많이 실려 있다.

그중 '과거 탓으로 돌리지 말기'

부분이 참 마음에 와닿았다.

얼마 전 직장에 새로 들어온 직원이 있었다.

옆자리에 앉게 되어서 말을 이리저리하다 보니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조금씩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녀는 이상한 말버릇이 있었다.

자신의 싫은 점이나 단점을 모두,

"엄마가 나한테 사랑을 안 줘서 그래요."

로 돌려버리는 것이었다.

 

자신이 살이 찐 것도,

자신이 늦게까지 공부를 한 것도

다 엄마 탓이었다.

그녀는 둘째였는데, 자신과 달리 언니는

어렸을 때부터 예쁘고 공부를 잘했다고 한다.

그녀는 깊은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고

마흔에 가까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언니에게 '질투'를 하고 있었다.

과거 생각을 별로 안 하는 나로서는

정말 굉장히 독특하게 들렸다.

김수현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곧잘 어린 시절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진단한다.

어린 시절의 경험 은 마음의 깊은 패턴을 만든다.

하지만 문제는 기억은 불완전하다는 데 있다.

어떻게 몇 년 전 일어난 일을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기억은 떠올릴 때마다 변한다.

다시 쓰인다.

또 기억은 감정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슬플 때는 슬픈 기억이 나는 법이다.

따라서 나의 과거가 슬픈 기억으로 가득한 게 아니라

지금의 감정이 나쁜 기억을 끌고 오는 것일 수도 있다.

물론 과거를 통해 문제의 시작을 진단하고

문제의 이면을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정해져 있는 과거에 붙들려

기억을 곱씹는 것으로 상처가 회복되지는 않는다.

과거는 지금의 해설이 될 수 있지만

미래의 해결책은 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원망이 아닌 애도다.

어린 시절의 나를 달래주자. 껴안아주자.

그리고 모든 걸 과거에 묻지는 말자.

과거의 기억으로 자신을 규정지을 필요는 없다.

내일을 결정하는 건, 바로 오늘이기 때문이다.

 

정말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이다.

머리가 아파서, 걱정이 많아서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그런 날 읽으면 딱 좋다.

친구와, 부모와, 혹은 남편이

그 어떤 위로가 되어 주지 않는 날.

혼자 몰래 펴보며 밑줄을 팍팍 그어보자.

그러면 조금이라도 파워업!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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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찬란한 마흔 | 기타 2021-01-1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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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흔에 관하여

정여울 저
한겨레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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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흔이 일주일 남았다. 이렇게 코로나와 함께 마흔을 맞이할 줄은 미처 몰랐지만. 그래도 시간은 차곡차곡 쌓여 마흔의 문으로 나를 안내한다.

 

 

안녕. 어서 와.

그리고 축하해.

 

 

서른쯤 부터 마흔의 시간이 궁금했다. 그 나이 때는 다 그렇듯, 마흔이란 젊음의 끝. 그러니까 시들시들해져 죽음만 기다리는 허무한 시간으로 보였다. 아무것도 새로운 게 없을 거고, 삶에 찌들려 바싹 말라있는 생선 눈알처럼. 싱그러움과 생명력은 찾아볼 수 없는. 그런 빛바랜 시간일 거라고. 그렇게 믿었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으며 깨달은 게 있다면, 삶이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다. 삶의 법칙이란 없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는 사람마다 다르다.

 

 

한때는 이렇게 생각했다. 새싹이 자라나 찬란한 꽃을 피고, 이내 지고 마는 게 인생일 뿐이라고. 하지만 인생은 그런 게 아니었다. 인생은 매 순간이 꽃이었다. 스무 살의 나도, 서른 살의 나도 그 나름의 향기를 품으며 소박한 꽃을 피운다. 매 순간은 오롯이 빛난다. 그리고 매번, 나는 그 꽃을 바라보며 설레고 사랑에 빠진다.

 


 

 

마흔, 우리 삶의 가장 빛나는 시간

 

 

<마흔에 관하여>는 작가 정여울 씨가 마흔을 맞이해 쓴 책이다. 그녀는 마흔이란, '20대처럼 서두르느라 불안하지도 않고, 60대처럼 몸이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아 마음만 앞서지도 않은' 아주 적당하고 아름다운 시간이라 말한다. '육체적 젊음'과 '영혼의 지혜'를 동시에 간직할 수 있는 시간. 이렇듯 마흔은 특별한 시간이다.

 

 

그녀는 결코, 절대로 20대나 30대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때는 영혼의 허기가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늘 초조하고 불안했다. 삶의 숙제가 가득 쌓여 있어, 다 이루지 못하고 죽을까 봐 안절부절못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

나는 재능 없는 엉터리는 아닐까?'

 

하는 질문들은 늘 나를 괴롭혔고 일에서도, 사랑과 결혼생활에서도 항상 흔들렸다. 도망치고 싶었다. 정여울 씨처럼 예민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타고 난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절대로, 결코 사랑할 수 없었다.

 

마흔, 화해의 시간

 

 

하지만 마흔 쯤 되니, 뭔가 새로운 것들이 내 안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삶의 경험치가 쌓여서일까. 이제는 안다. 나의 마음 속에는 수많은 방이 있다는 것을. 그 방엔 나이 지긋한 현자도 있고, 소리 죽여 울고 있는 작은 어린아이도 있다.

 

 

나는 상처를 대면하는 일에 서툴렀다. 도망치기 바빴다. 상처는 마음의 다락방 속에 꼭꼭 숨겨놓고 그 아이가 뛰쳐 나올까봐 늘 불안해했다.

 

 

쉿! 조용히 해!

거기 가만히 있어!  

 

 

강한 척, 쿨한 척 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억지 미소를 보이기 일수였다.

 

 

<마흔에 관하여>에서 정여울 씨는 말한다. "마흔은 내게 내 안의 콤플렉스와 화해할 기회를 주었다." 그 콤플렉스는 예민함이기도 했고, 둔하고 서툰 사회생활이기도 했다. 하지만 마흔의 시간은 이러한 예민함을 장점으로 바꿀 수 있는 시기다.

 

 

"마흔의 문턱을 넘으며, 나는 내 예민함으로 삶을 더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런 그녀는 예민함으로 글을 쓴다. 마음을 깊이 울리는 아름다운 문장들을 한가득 써서 담아낸다. 한편 나는 예민함으로 책을 읽는다. 그런 아름다운 문장들을 놓치지 않고 길어올려, 삶에 꼭 필요한 쉼표들을 만든다. 이렇듯 예민함이라는 건 작은 차이를 발견하는 능력이다. 사소한 차이. 그 작은 틈새를 알아채는 것. 그것은 이 지루한 일상을 반복적으로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힘이 된다.

 

마흔, 설레이고 기특하며 눈부신 시간

 

 

이왕 맞아버린 중년, 기왕 먹어버린 마흔. 되도록 즐겁고 행복하게 맞이하고 싶다. 중년은 노년의 앞 페이지에 살짝 끼워진 부록이 아니다. 어쩌면 가장 지혜롭게 삶을 바꿀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중년이다. 부유해지거나 성공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진정한 나 자신이 되기 위해 새롭게 자신을 단련할 기회의 시간인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마흔을 시작한다.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그야말로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에 딱 좋은 나이니까. 이제껏 시간이 없다고 미뤄놨던 것들, 꼭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들은 모조리 도전하는 그런 마흔이고 싶다.

 

 

정여울 씨는 '마흔의 문턱을 넘으며 가장 후회되는 것은?' 이란 질문에 '조심하고 또 조심하느라 허비한 모든 시간이 아까웠다.'라고 말한다. 여자라는 이유로,  혹은 엄마이고 직장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 몸 사리고 주저했던 모든 시간들. 그런 시간들은 뒤로 한 채, 이제는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이고 싶다.

 

 

그러니까 마흔은,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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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를 좋아하신다면 | 기타 2021-01-1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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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

구스미 마사유키 저/최윤영 역
인디고(글담)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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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식가는 아니다. 그렇다고 대식가도 아니다. 하지만 먹는 걸 좋아한다. 이걸 뭐라고 이름 붙여야 할까? '애식가' 쯤 되려나. 정말이지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다. 특히 입안에 사르르 녹아드는 달콤한 초콜릿을 먹을 때면 '행복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입 안에서 혀가 기쁨의 춤을 춘다. 하아. 이러니 365일 다이어트지. 밥 먹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이렇게 나처럼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가워할 만한 에세이가 한 권 있다. <먹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어!>라는 책으로, '일본 먹방 만화'의 원조격인 <고독한 미식가> 원작자가 그리고 쓴 책이다. 나는 먹는 걸 좋아하지만, 그 못지않게 '먹는 책'도 무척이나 좋아한다. 먹는 만화, 먹는 에세이, 먹는 것의 역사 등등. 유튜브로 먹방을 보는 심리와 비슷한 걸까. 남들이 먹는 것에 대해 쓴 것을 읽는 것은 오감을 자극한다. 특히 이 책의 포인트는 '실감 나는 먹는 묘사'에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그의 묘사는 이렇듯 시적이다. 먹는 것에 대한 예찬이랄까. 덕질이랄까. 먹는 것을 이 정도로 즐길 수가 있구나. 싶게 글을 참 맛깔나게 쓴다. 입안에 남아 있는 육즙의 여운이라니. ㅎㅎ 정말 너무 귀여운 표현이다.

 

 

 

모든 부분이 유쾌하고 재밌지만, 그중 가장 재밌는 에피소드를 꼽으라면 나는 '돈가스' 편을 꼽고 싶다. 돈가스를 좋아하기도 하고. 그가 먹는 방식이 나랑 닮았다. 어라라. 나만 이렇게 먹는 줄 알았는데. 나랑 비슷한 사람이 여기 또 있었군.

 


 

돈가스

 


 

 

저자는 '오늘은 이거 먹고 힘내자!' 싶을 때 나는 돈가스를 먹는다고 한다. 사실 일본어로 돈가츠의 '가츠'는 일본어로 '이기다'의 '가츠'와 발음이 같아, 수험생들의 행운을 부르는 음식이기도 하다. 돈가스는 맛있기도 하지만, 튀긴 음식이 주는 특유의 포만감이 있다. 배가 빵빵해진 느낌. 저자는 '배가 부르면서도 든든한 충실감'이라 표현한다. 왠지 마음도 몸도 커진 것 같다며 돈가스를 치켜새운다.

 

나는 한가운데 부분을 제일 먼저 먹는다.
먹는 순서에도 성격이 나오나 보다.
바삭, 주욱, 징, 최고!
그리고 바로 이어서 밥이 한 입 뒤쫓는다.
그다음엔 양배추를 먹는다.
이게 또 절묘하다.
돈가스를 맛있게 먹으려면 돈가스 양의
최소 다섯 배 이상의 양배추가 필요하다.

 

옷. 맞다. 역시 돈가스엔 양배추다. 양배추를 수북이 쌓아놓고 먹는 것. 그것이 진정한 돈가스인의 자세다. 양배추는 포기할 수 없다. 저자는 말한다.

 

양배추를 인색하게 아끼는 돈가스 집은
지옥에나 떨어져라!!!

 

 

 

아. 이런 식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는 너무 사랑스러운 책이다. 이런 식으로도 음식 이야기를 쓸 수 있다니. 중간중간 만화가 들어 있어 경쾌하기도 하지만, 정말 깔깔거리며 읽다 보면 1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마지막 장까지 읽고 나면 아쉬워진다. 그러면서 살살 배가 고파온다. 아. 나도 뭐 좀 먹어야겠구나. 없던 식욕도 절로 생긴다.

 

 

식욕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평상시에도 유튜브로 먹방을 자주 시청하는 사람이라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작가와 묘하게 전우애가 형성되는 것 같기도 하고. 여행지에서 먹었던 일본 음식들이 떠오르기도 하면서 '먹는다는 것'의 기쁨을 온전히 느끼게 해 준다.

 

 

그래서, 오늘 저녁은... 돈가스다!!!

(양배추를 수북이 쌓아놓고 먹어야지.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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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엔 뭘 입어야 하지? | 기타 2021-01-1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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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맙소사, 마흔

파멜라 드러커맨 저/안진이 역
세종서적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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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마흔이다. 맙소사. 정말 마흔이 되었구나. 그냥 해가 가고 나는 한 살 더 먹은 것뿐인데, 나이의 압박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혼자서 방방 뛰어다니고 머리를 흔들며 고민했다. 마흔. 마흔이라니. 난 아직 준비가 안되었는데. 마흔이란 단어는 왜 이렇게 혼란스러운 걸까. 대체 마흔이 뭐길래?

 


마흔이란 무엇인가

 


 

평균 수명을 80세로 치면 마흔은 딱 중간인 나이다. 중간은 '전환점'을 의미한다. 뭔가 인생의 전반전을 끝낸 뒤 후반전으로 넘어가야 할 것 같은 느낌. 하지만 40 대란 신기하게도 이정표가 하나도 없다. 반면 아동기와 사춘기는 이정표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쑥쑥 자랐고, 학년이 바뀌었으며 운전면허와 학위를 땄다. 그러고 나서 20대와 30대엔 일을 구하고, 경우에 따라선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40대는 어떤가?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더 혼란스럽다.

 

 

한편 40대에 가장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제 우리가 '전문가'라는 사실이다. 직장에서 40대는 '책임자'다. '과장'이다. 즉, 어떤 일을 해결하는데 '최고 적임자'. 그게 바로 우리다. 이 사실은 정말 놀랍다. 이제까지 나는 '세상엔 언제나 어른들이 있다' 고 생각하며 마음 편히 살았다. 하지만 이젠 내가 그런 '어른'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아직도 서툴고 미숙한 내가, 바로 그 내가 전문가라니. 맙소사.

 

뭐 마흔이 되었다고 갑자기 노인처럼 기운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변화하며, 마라톤에 참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40대가 되면 전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뭔가가 갑자기 바짝 다가온다. 그것은 바로 죽음에 대한 자각이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이다. 더 이상 '만약' '언젠가'는 없다. 우리에겐 더 이상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마흔의 옷차림

 

한편, 저런 심각한 고민보다 마흔이란 나이에 대한 소소한 압박감도 있다.

바로 마흔엔 뭘 입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

 


 

더 이상 장난스러운 옷도 입을 수 없다. 헐렁한 프린트 티셔츠와 귀여운 어그부츠는 40대의 내 얼굴 아래 있으면 유치해 보인다. 그렇다고 등산복을 입기엔 아직 어리지 않나? 이런 고민에 코로나 와중인데도 불구하고 쇼핑을 나서본다. 마침 세일 기간이다. 마음에 드는 옷들을 집어와 집에서 또 입어본다. 아뿔싸. 나는 여전히 '20대' 취향의 옷만 들고 온 것 같다.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 내 얼굴엔 어색해 보인다. 뭔가 이상하다.

 

 

40대인 우리는 우리 몸이 불편하다. 출산으로 늘어진 배, 축 처진 엉덩이, 두터워진 팔뚝. 우리는 자꾸 거울을 피한다. 하지만 마흔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내 몸매는 물론이고 나의 특징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옷을 입었을 때 가장 돋보이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특별히 꾸미지 않고도 매력적인 옷차림을 할 수 있다.

 

사실 이건 꼭 마흔만의 고민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찾고자 하는 모든 여성들의 고민인 것이다. 그래도 젊을 때는 괜찮다. 젊다는 발랄함이 어색한 옷들도 어느 정도 커버해준다. 하지만 40대에 이르면 다양한 스타일보다는, '나만의 스타일'대로 입는 편이 더 낫다. 그래야 아침에 옷 고르는 긴 시간도 피할 수 있다.

 

 

다리는 예쁘지만 가슴은 작다면 스커트를 주로 입자. '지겨우니까..'라는 마음은 필요 없다. 어울리는 게 더 중요하다. 스커트 중에서도 A라인 스커트가 가장 잘 어울린다면, 같은 스타일의 다른 색상을 골라보자. 그런 식으로 옷을 골라야 안 입는 바지를 10벌이나 사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다.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거기에 집중하자.

 


처음 40년간 인생은
나에게 텍스트를 준다.
-쇼펜하우어-
 

 

 

중년이 된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파악하기에 충분한 텍스트, 즉 데이터가 쌓인다. 그래서 마흔은 새로운 것을 찾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 인생도, 옷 스타일도 그 안에 다 있다. 그렇게 자신을 파악하고 나면 젊은 시절보다는 확실히 마음이 편해진다. 그러면 삶이 더 재밌어진다.

 

 

 

그래서 그렇게 마흔인 나를 맞이한다. 어색하지만 또 즐겁게, 재밌게. 오랜만에 거울 앞에 서서 내 몸을 관찰해 본다. 음. 그래. 좀 군살이 붙었지만 어쩔 수 없지. 옷장을 뒤져 가장 잘 어울리는 옷 몇 개를 찾아내 입어본다. 더 이상 무리하게 20대 스타일의 옷을 입기보다는, 튀는 옷보다는 세련되고 우아한 스타일을 목표로 삼아 본다. 그래. 이만하면 충분하다. 아주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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