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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의 대화 -템플 그랜든 | 나의 리뷰 2021-12-0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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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의 대화 - YES24

 

방대한 분량

방대한 동물이야기

자폐증과 동물의 교감이 갖는 특이한 소통의 이야기.

 

이 책은 동물과 소통하는 템플 그랜든의 고찰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사람들이 동물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집필된 책으로

오늘날엔 <동물 바이블>로 불리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만큼 동물과 친밀해질 수 있는

방대한 시선과 성찰이 펼쳐져 있다.

 

저자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본인의 경험과 동물의 감정을 이입해 여러 가지 해석을 하게 되는데 가장 주요한 것은 동물은 인간처럼 복합적인 감정이 없다는 것이다.

동물은 사람과 같은 종이지만 사람을 미워하는 동시에 사랑하지 않는다. 이런 양가감정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동물은 인간에게 충직할 수 있다. 저자는 이것을 자폐증과 동물이 갖고 있는 연결고리로 해석하는데 그 논리가 매우 타당하게 이해되는 지점이 있다. 자폐인의 감정 역시도 단순하다는 지점이 동물의 정서와 일치되므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직선적인 그들의 태도가 동일선상에 있음을 설명한다. 그렇다고 해서 동물에게 전혀 사회적 감정이 없는 건 아니다.

그들 역시 분노하거나 먹이를 향한 강한 욕구를 느끼고 공포와 호기심을 갖고 있다. 동물 또한 이런 행동방식을 갖고 있으므로 인간이 동물의 감정을 이해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기숙학교에 다니며 말과 친숙한 생활을 하게 되는데 말을 직접 타고 관리하고 돌보면서 점차 자폐증과 동물의 정서 부분에서 공통된 점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통해 동물이 특이한 행동을 하게 될 때 그 사고의 바탕에 깔린 것이 무엇인지 재깍 알아차리는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관찰은 자폐인이 갖는 사회의 선입견이나 동물 더 나아가 가축을 다루는 관계자들이 가축에 대해 갖는 선입견과 편견에 일침을 가하는 한편 동물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를 안내한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자폐증의 이력을 서두에 제시하는 동시에 책의2/3는 가축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해 할애하고 있는 이 책은 가축이 우리로 들어갈 때 전기봉을 쓰지 않는 방법, 가축을 키우는 동안 위생상태와 건강상태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면밀히 설명하고 마지막에는 가축이 도살될 때 조차도 덜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때로는 동물의 눈높이에서 직접 행동하고 체험하며 동물의 문제행동에 다가서는 저자는 일생을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동물을 연구해 온 학자이자 인간과 공존하는 동물의 행동방식과 그에따른 해결방법을 연구하며 끊임없이 소통의 창구를 열어 놓는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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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5분 달리기-서평단 리뷰 | 나의 리뷰 2021-10-1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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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30일 5분 달리기>는

놀랍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는 책이다.

 정지된 일상을 움직이는 좋은 습관이라는 부제처럼 이 책을 읽는 순간 코로나19로 갇혀 있던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꿈틀꿈틀 움직이는 걸 느꼈다.

기껏해야 동네 한바퀴 도는 산책으로는 생활의 묵은 갈증을 해소할 수 없었던 나는 러닝붐이 일던 작년부터 달리고 싶다는 욕망에 몸서리를 치곤 했다. 하지만 정작 밖을 나서면 다리가 떨어지지 않고 조금만 뛰어도 숨이 턱턱 막히고 아랫배가 묵직해져 채 몇 발자국 떼지도 못하고 포기하기 일쑤였다. 아, 이제 막 오십에 들어선 나는 더 이상 뛸 수 없는 몸이 되었구나 자괴감에 빠져 러닝은 꿈도 못꾸게 되었으니 그 좌절감이란 아무도 상상을 못할 것이다. 초등학교때는 단거리 육상선수도 할만큼 체력이 좋았던 내가 이제 집앞에서 100미터도 달리기 힘들다니 무엇이 문제일까, 몸이 정말 쓰레기가 된 것일까, 뛰지 못하는 몸뚱아리를 못마땅해 하며 슬렁슬렁 걷는게 전부였다.

 

그러나 이 책은 달랐다.

5분씩만 달려도 된다니? 그것도 달리기에 포함되는 것일까?

많은 의구심과 살짝 흥분된 마음으로 서평단에 신청하였고

택배기사님이 배달사고를 내어 다른 집에 도착해 있던 책을 간신히 찾아 읽기 시작했다.

우선 책의 편집이나 책 사이즈가 한눈에 나를 사로잡았다.

엽서보다 조금 큰 판형은 한손으로 들고 읽기에 충분했고 소지하고 다니기에도 좋았다.

특히 김성우 저자의 문체가 바로 앞에서 조근조근 대화를 나누듯 쉽고 간결하여 마치 강연을 들으며 고개를 주억거리듯 가독성도 뛰어 났다.

목차 역시 30일 미션에 맞게 Day1, Day2식으로 구성돼 있어 읽기에 부담이 없었는데 이 책을 받을 무렵 비가 오기 시작해 나는 Day11 실내에서 달리기를 먼저 읽어 내려갔다. 실내에서도 러닝을 할 수 있다니 대박칭찬 우주칭찬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트레이드밀이나 러닝머신이 없는 경우 제자리 달리기 5분의 설명은 러닝을 거창하게만 생각했던 내게 큰 깨우침을 주는 동시에 용기를 장착하게 했다.

무엇보다 언덕 달리기 요령이나 달리기 전 식사방식같은 아주 세세한 내용들은 달리기 초보인 내게 매우 유용한 팁이었는데 한 챕터씩 넘길 때마다 저자 김성우는 그냥 달리기가 좋은 사람이 아닌 달리기에 대한 깊은 철학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독자들이 글로 이해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까 우려해 큐알코드를 찍으면 영상을 볼 수 있는 배려도 세심히 기울여 놓았는데 귀차니즘을 물리치고 볼 만큼 아주 흥미롭게 구성돼 있어 달리기에 대한 도전의식을 더 세게 불어 넣어준다.

달리기를 시작한 다른 사람들의 사례를 적절히 안배해 독자의 위축감을 해소한 것도 좋았는데 나는 이제 저자의 제안대로 나만의 마인드풀 러닝 만트라를 만들어 이제부터 달리기에 도전해 보려 한다.

 

물론 우리는 세계 최고의 수준의  달리기를 목표로 하고 있지 않습니다.

30일 5분 달리기 책을 읽고 계시는 당신은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을 위한 습관을 위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서, 또는 내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이 책을 읽으며 달리기를 하고 계신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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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이 아닌 선물로 쓰는 몸의 일기 | 기본 카테고리 2021-10-04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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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에세이스트 참여

 #나도,에세이스트 응모 #내 인생의 책 한 권

 

죽으면 썩어 없어질 몸 아껴서 뭣 하니?” 우리 할머니가 늘 하던 말씀이다.

죽고나면 원없이 잠만 잘테니 지금은 눈 크게 뜨고 공부해라이 말은 고3때 지긋지긋하게 자주 듣던 말이고. 이처럼 사람들은 자주 몸의 부지런함만을 이야기 한다. 일을 하건 공부를 하건 몸을 쉼없이 놀리는 사람만이 성실하다고 간주한다. 그래서 잠을 많이 자는 사람을 게으르다고 비난하는 경우도 많다. 나 역시 아침에 벌떡벌떡 일어나지 못하는 걸로 꽤 혼이 났다. 예민해서 자주 깨고 숙면을 하지 못한 탓인데, 그런건 그저 변명으로 치부된다. 잔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사람들이 원하는대로 내 몸을 사용하게 되는데, 그러자니 늘 개운치 않고 두통이 잦으며 소화불량도 심한 편이다. 어려서부터 병약한 체질로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쉽게 기력이 소진되는터라 몸이 아플까봐 지레 겁을 먹고 앞뒤를 재다 보면 자기 몸만 애지중지한다는 눈총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사회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겐 가능하면 내 몸의 단점이나 허점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곤 한다. 성격은 내향형이고 몸은 골골하지만 사회적 관계에 직면하면 온 에너지를 다 쏟아내 분위기를 돋우고 까불다 보니 집에 오면 탈진과 허탈의 크레바스에 빠진 기분이 되곤 한다. 그런 주제임에도 나는 내 몸을 돌보는 법을 잘 몰랐고 몸을 돌보는 것이 유난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에 그냥 허약체질의 짐스러운 육체라고 탓만 해댔다.

그러던 어느날 도서관에서 다니엘 페나크의 책 <몸의 일기>를 만났다. 난중일기나 연애일기, 육아일기는 들어 봤어도 몸의 일기는 금시초문. 과연 어떤 책인지 궁금하여 바로 대출을 했다.

몸의 일기는 한 남자가 10대부터 80대에 이르는 전 생애 동안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온갖 종류의 상황과 변화를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서술한 관찰 기록이다. 주인공은 몸이 없는 그림자처럼 자기자신을 인식하다가 극한의 공포를 경험한 뒤 자신에게 몸을 돌려주어야 겠다고 결심하면서 몸의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열 두살에 시작된 그의 일기는 성장과 함께 한 인간의 생애주기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육체의 갖가지 변화들을 기록하는데, 방귀와 같은 생리현상부터 첫 경험에 이르기까지 아주 적나라하다. 나는 그것을 읽는 동안 동화되어 그가 나인 듯 무척 수치스럽기도 하고, 마치 비밀스러운 고백을 들켜버린 것 마냥 당황스럽기도 하다가 이것은 소설이 아니라 다큐멘터리가 아닐까 착각이 들만큼 아주 흠뻑 빠져들었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엔 나도 모르게 용변을 본 뒤에 뒤처리만 하고 물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꼭 내 몸 안에서 배출된 그것의 상태를 체크하는 버릇이 들었고, 몸 한구석에서 멍자국을 발견하면 하루를 반추해 가며 어디에서 부딪친 것인지 곰곰 따져보며 멍자국의 이력을 더듬어 내기도 했다. 더 나아가 나 역시도 작은 다이어리에 내 몸의 일기를 한 두줄씩 쓰는 버릇을 들이게 되었는데 이 한 두줄만으로도 나라는 인간이 파악되기 시작했다. 달마다 찾아오는 삼사일간의 극심한 편두통이 생리전증후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내 위가 어떤 신호를 보내는지도 차차 알게 되었던 것이다. <몸의 일기>라는 소설책 덕분에 나는 더 이상 허약한 몸을 수치스럽게 여기지 않았으며 몸이 보내는 신호에 더 이상 미숙하게 대처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본래 허약한 몸이 아주 건강해진 것은 아니지만 내 몸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것은 무척 고무적인 변화였다. 삼십대에 처음 그 책을 읽은 뒤로 사십대에 다시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몸이라는 것이 그저 육체에 한정된 것이 아닌 아주 내밀하고 사적인 개인의 인생과 정신에도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살짝 눈물이 나기도 했다. 낡고 쇠락해 가는 육체의 붕괴를 직면하면서 점점 생기를 잃어가는 육체의 일부를 기록하는 밤은 어떤 것일까. 나 역시도 삼십대에는 없던 뱃살이 사십대에 접어들며 무한증식하고 있었고 얇았던 팔은 어느새 출렁살로 가득찼다. 사람들로부터 예쁜 목소리라며 유일하게 칭찬받은 건강했던 성대는 목소리 역시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을 새삼 알려주고 있는 터라 이런 세세한 부분을 기록한다는 것이 요즘은 매우 고역스럽다. 하지만 평생 자기 몸을 기록한 자의 일기를 생각하면 여기서 멈출 수 없다. 매일매일 기록할 순 없지만 나는 내 몸의 변화를 그 누구보다 빨리 알아채고 응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인생을 가장 먼저 직면하는 몸이기에 더욱 잘 알고 싶고 눈치채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하여 마지막까지 인생의 짐이 아닌 선물로써 몸을 다 쓰고 살다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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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는 표현사전 (윌북 출판사) | 나의 리뷰 2021-10-0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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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는 표현사전>은 이제 막 영어에 눈길이 틔인 아이들이나

번역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이로운 책이다.

영어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영화를 보다가 생경한 관용구를 만나거나

직역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숙어문장을 만날때가 있는데

이런 것을 억지로(?) 암기하다 보니 늘 긴장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이런 문장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 어원을 쉽고 명료하게 설명해 낸다.

일테면 "어이가 없네~"라는 말의 어원이 맷돌의 어이로 부터 시작된다는

국어의 어원을 찾는 방식과도 같다.

 

인상적인 부분을 발췌해 보면 



 

나는 아이에게 늘 세상에 공짜란 없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해 주곤 하는데

그걸 영어로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다.

그런데 이런 영어표현은 물론이고 그 어원의 유래까지

재미나게 설명해 주고 있어 머리에 확 꽂혔다.

 

이처럼 어렵게만 생각됐던 숙어나 관용어가 탄생한 배경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의역의 맛을 새롭게 알게 되기도 하고

늘 제2외국어의 한계에 갇혀 있던 좌절감에서도 벗어나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리고 또 하나 인상깊었던 것은 목차의 구성이다.

넓고도 깊은 언어의 역사만큼 관용표현의 챕터를

바다 세계/ 스포츠와 게임/ 군대/ 먼 옛날 /인품과 명성 등등으로

분류하고 있어 만약 처음부터 페이지를 읽기 시작하기 어렵다면

원하는 목차를 먼저 시작해도 문제없이 읽을 수 있다.

 


 

사전처럼 이루어진 편집구성이 아주 마음에 든다.

필요할 때마다 원하는 부분을 숙독하다 보면

자기 안에 스며드는 영어문장을 자연스레 익히게 된다는 점에서

영어의 풍랑을 겪는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영어와 만날 수 있는 가교가 되리라 믿는다.

아울러 이런 시도를 멋진 편집으로 알차게 만들어준

(주)윌북의 노고에도 감사를 올린다.

 

 

이 글은...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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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묵향이 | 기본 카테고리 2021-09-1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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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향이는 쩍벌녀다. 벌렁 누워서 가랑이를 쩍 벌리고 팔은 만세 자세를 하고 잔다. 가끔 미묘한 차이로 턱을 팔에 괴고 자기도 하는데 양다리를 벌린 채 팔을 괸 모습이 마치 아크로 바틱을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지하철에서 드문드문 만나는 밉상 중 밉상인 쩍벌남과는 그 인상이 아주 다르다.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쩍벌자세로 누워있기에 보기만해도 웃음이 나온다. 가끔 나는 짓궂은 마음이 되어 일부러 묵향이 앞에서 인기척을 내 보기도 하고 헛기침도 해 보지만 묵향은 꿈쩍도 않는다. 가끔 귀찮은 듯 눈꺼플을 살짝 들어 올렸다 이내 감아버릴뿐이다. 누구라도 이 모습을 목격한다면 아무것도 개의치 않는 낙관적인 모습에 한 번 반하고 심지어 도도한 눈빛에 귀여워 미칠 지경이 되어버릴 것이다. 세상천지 이만한 곳이 없다는 듯 최대의 안락함을 자랑하는 자태로 누워 자는 그녀를 볼 때면 나는 이상하게도 무척 안심이 된다.

온통 검은색 털옷을 입은 묵향은 하얀색 턱시도우를 하고 흰양말을 신은 코숏이다.작년 11월 한파가 시작된 아침에 작은 상자에 담겨 버려진 채 발견되었다. 급한 마음에 동물병원으로 데리고 갔더니 생후 5주쯤 되었고 영양상태는 나쁘지 않으나 기생충 약을 먹이는게 좋다고 진단되었다. 그렇게 너무나 갑자기 집사가 된 나는 고양이에 대해 아는게 하나도 없었다. 집에 데려와 보니 양육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 많았다. 급한 마음에 새벽배송의 도움을 받아 모래부터 캣타워, 스크래처 등을 속히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기고양이는 불안함에 덜덜 떨면서 맹수가 되지 못한 하찮은 이빨을 드러내며 잘근잘근 손을 깨물다가는 툭하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져 애를 태웠다.

그러던 어느날 새벽, 발에 뭔가 폭신폭신하고 따뜻한 기운이 느껴져 눈을 떠보니 아기 묵향이가 궁뎅이를 내 발에 기대고 잠들어 있었다. 서슴없이 궁뎅이를 밀어 넣은채 새근새근 잠든 묵향이는 털뭉치 같았다. 그 이후로 묵향이는 밤잠에 들 때면 당연하다는듯 궁뎅이를 내 발에 기대고 잔다. 그러다 아침이 오면 내 얼굴을 자기의 우람한 뱃살로 덮어버리거나(이때 고개를 살짝 돌리지 않으면 질식의 우려가 있다) 까끌까끌한 혓바닥으로 연신 핥아댄다. 아침밥을 내 놓기 전까지 뱃살로 덮치기, 골골골 노래 부르기, 얼얼해 질 만큼 혀로 핥기의 3단 세트를 반복하는게 특기다.

처음엔 묵향이를 집에 데려오는게 흔쾌하진 않았다. 5년이 흘렀지만 나는 여전히 요크셔테리어 밍키를 애도하고 있었고 밍키 이후에 더 이상 동물친구를 두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16년을 같이 산 밍키는 사람으로 치면 할머니였다. 밍키의 말년은 병원 출입이 잦았고 힘겨웠다. 자궁에 농이 차고 탈장이 되면서 여러 번의 수술을 해야 했고, 나중에는 인지능력이 상쇄되면서 계속 배고픔을 호소했다. 식탐이 가중되면서 건조대에 걸어둔 빨래를 물어 뜯는 일도 있었는데 잠을 청할 때면 언제나 내 발등에 자신의 배를 덮고 눕는 행위만은 잊지 않았다. 냉기가 차오른 차가운 발을 보드라운 뱃살로 덮고 누워 가냘픈 하품을 하며 꿈벅꿈벅 졸았다. 요플레를 나눠 먹고 산책을 같이하고 내가 울적해 보이면 자기의 공과 껌을 물어다 주며 애정공세를 하던 밍키였다. 그런 밍키가 예고도 없이 봄날 창가의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잠든채 작별을 고했다. 밍키를 보내고 마지막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집 속에 한 가득 들어 있는 짝짝이 양말들을 찾았다. 세탁만 하면 한 짝씩 사라져 버리던 내 양말이 밍키의 집 속에 숨겨져 있었다. 모두 외출하고 혼자 있을 때 내 체취를 찾아 양말을 숨겨뒀을 밍키를 생각하니 가슴이 시큰해졌다. 나의 삼십대를 온전히 다 아는 내 친구. 사십대 초반도 견딜만하다고 알려준 내 친구가 먼저 세상을 떠나버리자 내 삶의 루틴은 확연히 달라져 버렸다. 더 이상 산책을 하지 않았고 발은 사계절 시려웠다. 시려운 발을 움츠릴때마다 포근했던 밍키의 뱃살이 생각났다. 그럴때면 밍키가 아플 때 마다 병원을 드나들며 통장잔고를 먼저 생각했던 내 자신의 이기심에 한없이 눈물이 났다. 나같은 사람은 동물을 돌봐선 안돼, 이런 자책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다시 묵향이가 왔다. 이번엔 강아지가 아닌 고양이지만. 둘은 노는 방법은 달라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내 발을 가장 최애한다는 것. 묵향이는 가끔 냥펀치를 날리고 잠적을 밥먹듯 하지만 내 앞에 나타나면 예의 그 쩍벌자세를 하고 눈키스를 해준다. 허공을 향해 완전히 무장해제된 채 잠을 자는 그 모습이야말로 아무런 위험도, 위협도 없다는 확신같아서 나는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묵향이는 요플레도 싫어하고 산책은 엄두도 못 내지만 나와 또다른 중장년의 시간을 보내게 될 특별한 친구이자 가족이다. 가끔 사냥한 장난감 쥐를 내 앞에 떨어뜨리고 가는 묵향이를 보며 나는 크게 외친다사랑해 묵향아~ 이제 내 발은 더 이상 차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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