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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이야기가 잘 녹아든 동시집 | 예전리뷰 2009-03-1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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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빠가 철들었어요

김용삼 저/안예리 그림
푸른책들 | 2009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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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철들었어요』라는 시집은 크게 「아빠의 잠버릇」, 「성적표 받는 날」, 「슈퍼 가는 길」, 「할아버지와 시골집」로 4부로 나누어진다. 각각은 부모와의 관계, 학교생활, 우리 동네 사람들, 사계절이 녹아들어 있다. 막연한 주제나 거창한 이야기보다는 생활 속의 소소한 이야기를 아이의 생활 중심으로 잘 표현한 동시집이다. 

「아빠의 잠버릇」에 실린 시들은 아이의 감정을 잘 잡아내기도 했지만, 엄마의 마음도 많이 대변해주는 느낌을 받는다. ‘세탁기’라는 시에서는 기분이 울적해진 엄마가 빨래를 하는데 예전 같았으면 빨래 방망이로 실컷 두드렸을 일을 요즘은 세탁기가 한다. 세탁기에서 엄마 옷과 아빠 옷이 결국은 서로 껴안고 나오는 데서 아이의 바람을 읽을 수 있다.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 이 시처럼 이 동시집의 시들은 긍정적인 메시지로 넘쳐난다. ‘가면놀이’에서는 사람들 앞에서 가면을 썼다가 사람들이 가고 나면 벗어던지는 엄마의 모습을 싫다고 하지 않고 재미있다고 표현하고, ‘열대어 세 마리’에서는 늘 작은 물고기를 괴롭히는 큰 물고기가 아빠가 아니라 나일 수 있다고 바꿔 생각하기도 한다. 가족의 해체가 심각한 사회현상이 되어버린 요즘, 가족을 이해하고 사랑하라고 말하는 건 어쩌면 한낱 잔소리가 되어버릴 공산이 크다. 이 시들이 잔소리처럼 여겨지지 않는 것은 큰 미덕이다.

「성적표 받는 날」에 실린 시들은 아이의 학교생활을 엿보게 하고, 또 부모로 하여금 학교 다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청소시간이 되면’ 책상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의자를 들고 벌을 선다고 했다가 금세 수업 시간 내내 엉덩이를 받쳐주느라 고생한 의자를 책상이 앉혀주는 것이라 말한다. 이 시집이 전체적으로 볼 때 긍정의 에너지가 넘친다는 것은 이런 시들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다. ‘토끼와 거북이’에서는 토끼는 엉금엉금 걷지를 못하고, 거북이는 폴짝폴짝 뛰지를 못하고 나는 수학을 못한다. 하지만, 토끼는 폴짝폴짝 잘 뛰고, 거북이는 엉금엉금 잘 걷는다. 그러면 나는 무엇을 잘할까라고 반문한다. 못하는 것만 찾는다면 못하는 것만 보이겠지만 잘하는 것만 찾으면 잘하는 것만 보인다. 

「슈퍼 가는 길」은 우리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본다. 큰 버스가 다니기 힘든 길에는 마을버스가 다닌다. 그래서일까, 마을버스가 다니는 길은 고되고 험난한 길이 많다. 언덕길을 힘겹게 올라가거나 좁은 길을 조심스레 지나야 한다. 바다로 떠나는 관광버스가, 도로를 씽씽 달리는 큰 버스가 부러울 만도 하지만, 마을버스는 운전사 아저씨가 달래주는 손길을 느끼며 오늘도 달린다. ‘슈퍼 가는 길’에서 아빠의 달은 서쪽 나라로 가지만, 나의 달은 날 따라 슈퍼에 간다. 우리집 아이도 밤길에 슈퍼에 가거나 할 때는 꼭 물어보는 말이 “엄마, 달이 따라와요.”인데, 나도 “널 따라 슈퍼간다”고 말해주고 싶다.

「할아버지와 시골길」을 따라 사계절을 느껴본다. ‘봄’이 오면 꽃들을 보고 또 보고, ‘여름’이 오면 하루종일 물놀이를 하고 매미소리를 듣는다. ‘가을’이 오면 은행나무가 우두두 똥그란 배꼽을 떨어뜨리며 떼구루루 웃고, ‘겨울’이 오면 햇살로 고드름을 살살 깎는다.

한권의 동시집이 꽉 찬 열매처럼 오물조물 씹을 게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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