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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허벅지

다나베 세이코 저/조찬희 역
바다출판사 | 2016년 03월

 

 

남자들은 항상 여자 핸드백에 뭐가 들어 있는지 궁금해한다.

이렇다 할 것이야 들어 있겠냐마는, 최근 그와 관련해 갸우뚱할만한 일이 있었다.

며칠 전 백화점 수입품 매장에서 예쁘고 작은 상자를 구입했다. 금속으로 된 타원형 상자였는데, 엄지손가락 두 배 크기에 뚜껑이 칠보로 되어 있어 너무 아름다웠다. 딱히 어디에 써야겠다는 생각 없이 샀는데, 나중에 상자의 품명을 확인해 보니 영어로 알약 상자라고 쓰여 있었다. 그러고 보니 피임약이나 알약 같은 것을 넣어 다니기에 적합해 보였다. 미국 여자들은 알약도 이렇게 예쁜 상자에 담아 핸드백에 넣어서 다니는구나.

 

일본 여자라면 뭘 넣었을까요?” 가모카 아저씨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역시 콘돔 아닐까요?”

어머나 그런…….”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

무슨 화류계 여성들도 아니고, 신입 회사원, 가정주부, 여대생이 그런 걸 왜 가지고 다니겠어요?”

하지만 바로 출격해야 할 때도 있지 않습니까?”

특공대도 아니고 무슨 출격이에요. 그런 준비는 남자가 해야죠. 그러고 보니 실제로 출격할 때 갑옷투구는 남자가 챙기잖아요.”

남자는 그렇게까지 신경을 못 씁니다.”

 

결국, 논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남자가 여자를 만나러 나갈 때 , 오늘 잘하면, 어찌어찌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예감 같은 것? 기대? 육감? 아무튼, 그런 짐작이 들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가 있지요, 어쩌면 오늘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고 나설 때도 물론 있습니다.”

그럼 그때 남자는 뭘 챙겨 나가나요? 남자가 출격할 때요?”

우선은 지갑을 챙기겠죠

그거야 당연한 거고요.”

그러고 나서……. 면도기.”

어머, 준비성도 철저하셔라. 호텔에 갖춰져 있을 텐데요?”

밖의 것은 위생적이지 않아요. 그리고 속옷이나 양말을 갈아입고 가겠지요.”

그 정도가 전부에요?”

가장 중요한 준비는 마누라를 속이는 것입니다.”

어머나

차를 가지고 간다면 운전면허증, 자동차 키와 지도도 챙겨야죠. 하지만 그런 거 다 필요 없습니다. 남자가 출격할 때 필요한 준비는 마누라한테 댈 핑계와 지갑, 이 두 가지가 전부입니다. 여자는 어떻습니까?”

여자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나는 출격한 적이 없다.

무례하시네요. 저를 그런 여자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어쨌든 그래도 한번 상상해 볼게요……. 우선 화장품이 있어야겠죠. 세수를 하면 화장이 다 지워지니까 평소보다 본격적으로 챙겨 가야 해요.”

세수를 왜 해요? 세수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가모카 아저씨는 집요하게 물었다.

어쨌든요. 그다음엔 화장지. 방에 들어가고 나서 화장지 가져다 달라며 프런트에 전화할 용기는 못 낼 것 같네요. 간 떨려서요.”

잘 아시네요.” 아저씨는 머쓱해했다.

화장지 가게를 하나 싶을 정도로 많이 가져오는 사람도 있을걸요. 그러고 또 손수건. 이건 손목시계를 감싸서 핸드백에 넣어 둘 때 필요해요.”

반지랑 시계는 왜 빼는데요?”

어쨌든요. 그리고 또 수첩이요. 보통 여자의 수첩을 보면 달력에 가위표나 동그라미로 표시가 돼 있어요. 이건 날짜를 계산한 흔적이에요

그렇군요. 생리 주기 계산법 말이죠?”

그리고 반짇고리요. 어쩌다 옷자락이나 소매가 찢어지면 응급처치를 해야 하니까요.”

그게 왜 찢어지죠?”

벗을 때까지 못 기다리는 성질 급한 남자도 있을 것 아니에요.”

어이쿠. 낯부끄러워라.”

하지만 남자가 마누라 속일 핑계를 고민하는 것에 버금가는 가장 중요한 준비는 바로 생리 주기 계산이에요. 손가락을 접어 가며 세기도 하고 다른 방법을 쓰기도 해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피임약을 복용하기도 한답니다.”

그건 좀 싫어지네요.”

가모카 아저씨는 말했다.

그렇게 작위적으로 준비해 출격하다니, 현대인이 얼마나 난잡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군요. 의기투합해 해프닝을 벌일 만한 대담한 남녀 관계란 있을 수 없는 겁니까?”

 

그런 해프닝을 벌인다면 여자는 적잖이 당황스러울 것이다. 사실 그렇게 하는 편이 인생에 있어서 의의 있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답이 안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생리 주기 계산법은 그렇다 치자. 화장품도 제대로 갖춰 오지 않은 데다가 어제 속옷 그대로에 머리도 못 감았다. 그런데 호텔 욕실에 있는 샴푸는 내가 쓰는 것이 아니다, 얼마나 당혹스럽겠는가. 매사에 준비해 둬서 나쁠 건 없지 않나. 그런 면에서 해프닝보다는 사전에 스케줄을 잡아 두는 것이 좋다.

스케줄이 정해져 있어도 막상 당일이 됐을 때 어떤 장애물이 생길지는 모르는 일이다. 여자는 그 정도로 섬세한 동물이다. ‘오늘이 드디어 출격 날이다라고 해서 팬티부터 거들, 슬립에 원피스까지 다 갖춰 입었는데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손님이 잘못 찾아오시기라도 하면 다시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그 번거로움과 절차의 까다로움이란. 남자는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아무런 걸림돌이 없는 날이라 해도 준비하다가 갑자기 귀찮아질 때도 있고, 내가 왜 그런 남자랑 출격해야 하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렇게 되면 뭐, 못 나가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오늘 출격 중지라고 통보하자니 마음에 또 걸리고……. 여자의 심리와 생리란 참으로 복잡한 것이다.

출격하기 직전이 되면 특공대원도 이럴까 싶을 정도로 마음이 복잡해지는 것이다. 나가도 우울하고 안 나가도 우울하다.

 

그럼 도대체 어쩌라는 겁니까!”

가모카 아저씨는 짜증을 냈지만, 이럴 때 여자 쪽 대사는 보통 정해져 있다.

바보, 그것도 몰라! 결혼해 주면 되잖아!”

 

120~125쪽 「여자의 출격」 전체 인용.

 

 


 

 

그래서 아내가 결혼 얘기를 꺼냈나.

결혼 전에 둘이 참 자주 출격했었는데…….

 

퇴역 군인이 된 지금,

내게 다시 출격이란 없지 싶다. 에혀~

 

 

우연히 제목에 끌려 찾게 된 책. 절판되었다. 중고를 뒤졌다.

저자가 꽤 알려진 사람인가 보다. 남자와 여자. 그리고 성. 적나라하게. 야하게. 책 속에 대화하는 가모카 아저씨는 가상 인물인 듯, 아니면 남편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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