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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는 마음, 이병일 청소년 시집 | 기본 카테고리 2021-09-1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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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처음 가는 마음

이병일 저
창비교육 | 2021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물렁한 청소년의 마음이 단단해지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청소년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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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나는 쓸모없는 것의 쓸모를 잘 알고 있다.”

 

이 책의 표4에 쓰인 말이다. ‘쓸모없는 것의 쓸모’라니 이토록 쓸모있는 문장이 또 있겠는가. 

우리는 ‘쓸모’라는 말에 걸려 자신을 탓하기도 하고 한편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청소년 시기에는 특히나 자신을 잉여 인간처럼 여기게 되는 순간들이 여러 번 지나간다. 

늘 쓸모 있는 사람이 되라는 말을 듣고 자란 아이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우리를 견디게 하고 힘들어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자신의 가치를 빛낼 때가 아니라 평범한 시간들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라는 것을. 

그리고 그 순간들이 자신이 가장 예뻤던 순간이었다는 것을. 

나의 아이들에게도 그 말을 전해주고 싶다. 

지금 너의 순간이 가장 예쁘다고 말이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나답다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내가 하는 말은 변명이라고 또 비웃을 테지만 나는 자긍심이 없었으므로 용기를 가져야 했다 내 생각은 그 동안 어디에 있었지? 생각 없이 살아왔지만 생각 있게 살아 보기로 마음먹었다 용서해랴, 친구들아 그사이 일들, 나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다

 

-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중에서, <<처음 가는 마음>>, 이병일, 77쪽

 

 요즈음은 이런 일이 거의 없겠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업에 방해가 되는 학생들은 복도로 쫓겨나는 일이 다반사였다.

 ‘나는 복도체’라는 제목의 시로 복도에 서 있는 학생의 마음을 엿본다. 

타인에 의해 강제로 세상에서 비껴 난 곳이 ‘복도’라면 그곳에 서 있는 학생은 중심에서 벗어나 있다. 

그렇지만 이 아이는 씩씩하게 복도체를 연마하고 있다. 

그것은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복도라는 비껴 난 공간에서 익혔기 때문이다.

이병일은 청소년 시를 통해 이렇게 자신의 상황을 이겨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 아이들이 단단하게 성장하는 마음을 그려내고자 한다. 

아름답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은 귀동냥이었다

귀로 세상의 소리를 듣는 것은 중요하다

 

그냥 지나가는 말도 복도에서는 크게 들린다

나는 일광욕을 좋아하는 복도의 귀를 가졌다

 

<중략>

 

귀로 보니까 생각이 자유로워진다

나는 복도에서 공부하기로 했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교실 문을 열고 복도 창에 선다

 

- <나는 복도체> 중에서, <<처음 가는 마음>>, 이병일, 12쪽

 

이 아이는 자신도 힘들지만 더 힘든 타인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내가 모르는 나’에서 화자는 소 오줌으로 머리를 감는 아프리카 아이를 보고 ‘뒤통수가 서늘해진다’고 했다. 

우리 주변 말썽꾸러기들은 사실 이렇게 타인을 위한 정서에 예민하다. 

내 뒤통수는 언제 서늘해졌을까. 

서늘해졌다는 이 화자의 마음을 읽으며 내 뒤통수도 서늘해지기 시작한다. 

호강하고 있으면서 엄살 피우는 내 뒤통수였다.

 

어제 잊히지 않는 장면을 봤다 물이 없어 소 오줌으로 머리를 감는 아프리카 아이를 봤다

 

갑자기 뒤통수가 서늘해진다 수업 시간표가 궁금해졌고 단팥빵을 좋아하는 내가 좋아졌다 이해 못 할 것들이 많았는데, 기댈 곳이 너무 많아 호강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란 인간은 깨지기 쉬운 그릇이라는거, 무사태평이라는 뜻도 알게 됐다

 

- <내가 모르는 나> 중에서, <<처음 가는 마음>>, 이병일, 15쪽

 

이런 마음은 어른들은 보지 않는다. 아니, 볼 수가 없다. 

어른과 아이들은 눈의 능력이 서로 다르거나, 아이였을 때 있던 눈을 어른이 되어서 잃었는지도 모른다.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화자는 어른의 눈으로 보았을 때는 분명 ‘미친놈’일 게다.

 

문명 온 이모들이 얼굴이 좋다고 말한다

정신 차려라! 잔소리하지 않는다

나는 아직 미치지 않았는데

미친놈 취급하는지, 다들 쉬쉬한다

쉬쉬하는 가족들이 무서워진다

나, 잘할 수 있는데

 

- <나, 잘할 수 있는데> 중에서, <<처음 가는 마음>>, 이병일, 52쪽 

 

그렇지만 누가 뭐라 하든지 간에 우리 청소년 화자는 세상에 죽어라 하고 매달리고자 한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죽어라 매달려야 함을 인지한다. 

힘들지 않은 매달림이 어디 있겠느냐만 덜 힘들기를 기도한다. 

무언가에 매달려 힘들게 살아가는 존재들, 그들은 우리 모두의 모습일 수도 있다. 

또한 무언가를 매달고 살아야 하는 존재들도 우리 모두의 모습일 수 있다. 

매달리거나 혹은 매달고 살아야 하는 이들의 손에 힘을 보내고 싶다. 

잘 매달려서, 그리고 무언가를 매달고도 사회에 우뚝 서 있을 아이들에게.

 

우리는 죽을 때까지 매달리기를 해야 한다

그림자는 종일 내 몸에서 매달리기 중이지만

나는 힘들어하지 않는다 그림자가 되고 싶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새는 깃털 하나로 흔들리는 중력에 매달리고

물고기는 거꾸로 돋은 비늘로 강바닥에 매달린다

 

무언가에 매달려야 살아가는 것도 있고

무언가를 매달고 살아야 하는 것도 있다

 

- <매달리기> 전문, <<처음 가는 마음>>, 이병일, 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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