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이 책의 맨 뒤 스무 장 때문에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게 될 거예요. 정말로.
보석병이라는 판타지로 불치병을 접근한 것도 재미있고, 반전이면 뭐 얼마나 반전이겠어 했는데, 나름 반전 잘 알아채는 나도 이런 반전은 예상하지 못한 채로 작가의 서프라이즈에 놀랐다. 책 소개에 반전이라고 쓰여 있었는데도 말이다.
책은 목차에서 보시다시피 주인공 리나와 그의 연인 쇼타에 대한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나온다. 목차에 반전이 있지만, 다 읽기 전까지는 절대로 알아차릴 수 없는 반전이니 당할 수밖에.
심장에 특이한 종양이 자라나는 별칭 '보석병'에 걸린 오쿠무라 리나. 수술을 해도 그 자리에 다시 종양이 자라나 길어야 10여 년의 생을 살까 말까 한 불치병이다. 병이 걸린 사람 사후에 그 종양을 꺼내면 마치 보석처럼 아름다운 결정이 나오는데 수십억 엔(한화로 수백억 원)에 매각될 정도로 귀하다. 자신을 구하다 돌아가신 부친과 남은 다섯 남매를 위해 뼈가 부서져라 일하는 모친, 사랑스러운 동생들을 위해 수술을 받지 않고 보석을 남기려 죽음을 결심하는 리나.
그녀는 심장에서 더 아름다운 보석을 키우기 위해 완벽한 청춘을 보내기로 결심한다. '친구와 즐겁게 놀고, 절친과 대화를 나누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마지막으로 사랑을 하고.' 친구, 절친, 공부, 연인을 리스트에 넣고 전학 온 첫날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시간에 박차를 가하며 친구와 절친 찾기에 돌입한다. 그리고 예쁘고 요염한 연갈색 눈동자의 '미사토'에게 절친이 되고 싶다고 털어놓는다.
그리고 자신의 아지트인 비상계단에서 마지막 남은 숙제였던 연인 '쇼타'를 만나게 된다.
쇼타와 리나는 첫눈에 좋아하게 되고, 쇼타는 리나의 삶에 반성하고 깨달음을 얻어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 리나에게 부적을 선물받은 쇼타가 매달 선물을 주겠다고 하자 리나는 그럼 계절마다 꽃을 선물해 달라고 한다.
봄엔 빨간 튤립, 여름엔 도라지꽃
가을엔 빨간 장미, 겨울엔 분홍 스토크려나.
훗날 리나는 이 꽃들을 고른 이유로 쇼타의 이상형의 여자를 연기하며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도 조를 수 없었고, 그래서 '너를 좋아해'인 꽃말의 꽃들로만 받고 싶은 꽃을 골랐노라고 '절친' 미사토에게 털어놓는다.
순조롭게 보이던 친구 만들기, 절친, 연인 이 세 리스트는 어느새 흔들리기 시작한다. 상냥하고 부모님처럼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절친이 되고 싶은 미사토는 거절하기 힘들어서 자신의 절친을 거절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방학 때 연락을 한 번도 하지 않음으로 시험해 보게 되는데, 역시 미사토에게서는 한 번도 연락이 오지 않고, 개학 후 여학생들의 리더 격인 마야와 어울리게 된다. 하지만 마야가 시험 때 리나의 글씨체로 된 노트로 부정행위를 하다 발각되고, 자신이 하지 않았음에도 자수해 선생님을 따라간 미사토에게 이유를 캐묻자 글씨체 때문에 리나가 오해받을까 봐 그랬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방학 때 연락 안 한 것도 오해가 풀리며 둘은 정말 마음을 터놓는 절친이 되는데..
한편 연인 쇼타가 한 여자아이와 키스하는 모습을 목격하고도 질투는커녕 이해한다고 하자 쇼타는 자신을 정말 좋아하는 것이 맞는지 묻고, 리나는 자신의 감정을 속여 온 것을 깨닫게 된다. 사실 쇼타에게 보여주던 자신의 모습도 포장된 것이었음을 인정하고 쇼타와 서먹해진다. 그리고 비상계단에 자신을 찾아온 미사토에게 위로를 받는다.
사랑하는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서 수술을 받지 않고 죽을 결심을 했던 리나. 하지만 자꾸만 살고 싶다는 이기심에 흔들리는 그녀.
하지만 미사토와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던 중 리나는 비로소 죽어서 가족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다는 마음보다 살아남아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을 죄책감 없이 결심한다.
결론은.. 리나는 절친과 연인 모두 얻었다. 그리고 삶을 포기하지도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는 책을 통해서 꼭 확인해 보시길..
이제 나는 다시 한번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으러 가야겠다. 책 소개에 왜 사람들이 눈물을 터뜨렸는지, 왜 다들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읽었다고 하는지 책을 끝까지 읽고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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