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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와 이순신, 이순신과 정조 | 역사 2020-10-0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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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충무공전서 이야기

김대현 저
한국고전번역원 | 2015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이순신(李舜臣)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부끄럽고 죄송하다이순신에 대한 책을 두 권(1. ‘이순신의 승리 비결 주역으로 풀다’, 2. ‘임진왜란 해전사’) 가지고 있는 정도고 그나마 앞의 책은 주역에 대한 관심 때문에 산 것이고뒤의 책은 기증받은 책이다최근 이충무공전서 이야기란 책을 완독했다이 역시 부제에 관심이 가 사서 읽은 책이다부제란 정조이순신을 역사에 새기다말하자면 정조에 대한 관심 때문에 구입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주역에 대한 관심정조에 대한 관심 때문에 책을 샀더라도 대상인 이순신 장군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관심이 있었다고 해야 옳다물론 이순신에 대한 관심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올 4월 한 숲해설사께 나무 해설을 듣는 시간에 역사 해설사이신 박샘께 물을 게요..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은 어떤 나무로 만들었는지 아시나요?”란 말을 들었으나 답하지 못했다변명 같지만 이순신 장군에 대해 해설할 기회가 있었다면 숙지하고 대비했을 것이다.

 

위에서 구입했다고 말한 이충무공전서 이야기에 대해 결론을 거론하자면 영민(英敏)한 저자 덕에 이순신 장군에 대해 상당히 많은 부분을 알게 되었다는 말을 할 수 있다. ‘이충무공전서 이야기는 정조 시대의 규장각 각신인 윤행임(尹行恁)이란 화자(話者)가 역사 초보인 현시대의 젊은이에게 이순신 장군과 이충무공 전서정조와 규장각 등에 대해서는 물론 고전과 책문화 지식들을 전수해주는 쏠쏠한(품질이나 수준정도 따위가 웬만하여 괜찮거나 기대 이상인책이다.

 

화자인 윤행임은 정약용과 같은 해인 1762년에 태어난 사람으로 정조에게서 정약용 만큼이나 많은 사랑을 받은 인물이다. 원래는 행임(行任)이었으나 정조의 원자(元子후에 순조가 되는)가 행임(行恁)으로 쓴 것이 계기가 되어 정조의 명에 따라 생각할 임()을 쓰는 행임이 되었다흥미로운 점은 그의 호가 석재(碩齋)라는 점이다석재는 주역 23번째 괘인 산지박(山地剝)의 여섯 번째 효()에 나오는 말이다석과불식(碩果不食즉 큰 과일은 먹지 않고 남겨 씨로 쓴다는 말이다이 결과 군자는 수레를 얻고 소인은 초가지붕을 벗겨낸다

 

이 석과불식은 신영복 선생님이 억울한 20년의 수감 생활을 이기게 해준 희망의 언어다박탈당함을 의미하는 박()은 신영복 선생님의 억울함과도 들어맞고 나뭇잎과 다른 열매는 다 떨어지고 가장 위에 남은 하나의 열매를 수식하는 데 제격인 절묘한 언어다산지박 괘는 가장 아래의 1효부터 5번째 단계인 5효까지 좋지 않은 상황을 의미하는 음효(陰爻)들로 이루어졌고 가장 위층인 6효만이 그와 반대되는 양효(陽爻)인 괘다.(토막나지 않은 효가 양이고 두 개로 토막난 효가 음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책의 전체 4(가운데 마지막 장인 4장의 두 번째 절()이 주역 이야기로 마무리되었다는 점이다주역 64괘의 가운데 63번째 괘는 이미 강을 건넜다는 의미의 수화기제(水火旣濟)고 64번째 괘는 아직 강을 건너지 못했다는 의미의 화수미제(火水未濟)우리의 삶은 하나의 과제를 마치고 나면 다른 과제의 방문(訪問)을 받는 미완의 연속이 아니겠는가.

 

()이란 이야기를 길게 했지만 정조는 1783년 스물 두 살의 윤행임의 호로 석재(碩齋)를 택해 손수 글씨를 쓴 뒤 어보(御寶)까지 찍어주었다당시는 윤행임이 벼슬길에 나간 다음 해였다정조의 각별한 사랑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조는 주역의 괘, 단사, 상사, 효사 등을 두루 꿰뚫고 있을 정도로 주역에 능통한 임금이었다. 


정조의 각별한 사랑은 왕립 도서관인 규장각을 만들어 그 신하들을 각신이라 부르며 특별히 배려한 데서 가장 잘 드러났다규장(奎章)이란 임금의 글과 그림글씨 등을 이르는 말이다세조의 제갈량이라 불렸던 양성지(梁誠之)가 임금의 글과 글씨는 은하수처럼 만세토록 영원히 빛나므로 신하된 자라면 당연히 훌륭한 건물에 소중히 모셔야 한다.“며 그 건물을 규장각이라 이름 짓자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200년 후 숙종 재위시 규장각은 지어졌다단순한 왕립 도서관이었던 규장각은 1776년 즉위한 정조에 의해 창덕궁 후원에서 가장 경관이 빼어난 영화당 부근 연지(蓮池옆에 새롭게 지어진 이래 임금과 신하의 대화를 기록하고 임금과 더불어 나랏일과 학문을 토론하는 경연(經筵)의 마당이 되었고 학술 편찬을 하고 임금의 명을 받아 각종 문서를 만들고 과거 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등 다양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공간으로 기능했다.

 

정조의 말대로 규장각은 정치를 어지럽히는 근본 원인이 된 척신을 멀리하고임금을 계발하고 일깨우기 위해 존재했다규장각은 기본적으로 많은 책의 집결지였다윤행임은 규장각을없는 책이 없는 조선 최고의 도서관이라 여겼으나 규장각은 당시 세계의 여러 도서관들에 비하면 아주 작은 호수에 지나지 않았다.

 

규장각이 한 역할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충무공 전서를 편찬한 것이다이순신 장군은 전쟁(임진전쟁중 그저 일기를 썼을 뿐 그의 일기를 모아 편찬해 그것에 난중일기라는 이름을 부여한 것은 규장각 신하들이다. ‘이충무공전서의 인쇄 감독을 맡은 책임자는 규장각 검서관 영재(?齋유득공(柳得恭)이다유득공은 서류(庶流)이지만 서얼(庶孼)은 아니었다서류란 그가 서얼 집안 출신이란 의미다()는 양반 남자와 양인(良人첩이 낳은 자식이고 얼()은 양반 남자와 천민 첩이 낳은 자식이다.

 

저자는 이런 말을 한다. ”따지고 보면 후궁의 몸에서 태어난 왕자의 아들로서 왕위에 오른 선조 이후로는 역대 임금도 모두 서류라고 봐야 하지 않겠나?” 어떻든 유득공은 홍대용박지원이덕무박제가김정희 등이 그랬듯 사신의 일행으로 청나라 수도 연경(燕京)에 다녀온 사람이다앞서 규장각은 세계의 다른 나라 도서관들에 비하면 호수에 불과하다고 말했거니와 청나라에 간 사신들이 놓치지 않고 들러본 곳이 북경 유리창(琉璃廠)이다.

 

서울의 인사동 같은 곳이다. 유리창이란 명나라 초에 자금성을 지을 때 유약을 바른 기와 즉 유리 기와를 만드는 공장(은 공장이란 뜻이다.)이 생겨 불리게 된 이름이다. 자금성이 완공되어 공장들이 문을 닫아 빈 건물들이 생겼고 거기에 서적상들이 들어오면서 책과 문화예술의 거리로 바뀌었다

 

이충무공전서는 크게 이순신이 직접 지은 글과 다른 사람이 이순신을 위해 또는 이순신에 대해 쓴 글로 나뉜다충무(忠武)는 이순신의 시호(諡號)그의 호()는 덕곡(德谷)이고 자()는 여해(汝諧)본관은 덕수(德水)정조는 나라에 공이 있는 사람들에게 각별한 정성을 기울였다정조가 특별히 존경한 인물은 이순신과 임경업이다.(임경업은 병자호란 때 의주 백마산성에서 청나라 군사에 맞서 굳게 항전한 장군이다.)

 

정조는 두 장군을 기리는 책을 만들 것을 명했다임경업 장군에 대한 책 이름은 임충민공실기(林忠愍公實紀‘)특별히 이순신에 대해서는 책의 이름을 집()이라 하지 않고 전서(全書)라 이름하게 했다이런 예는 없었다. ‘이충무공 전서 편찬이 갖는 의미는 더 있다. ‘난중일기를 처음으로 활자화했다는 점이다어떤 연유에서인지 이순신의 초고본은 이충무공전서에 수록된 이후 사라진 부분이 많다정조의 명을 받은 각신들은 이충무공전서에 거북선 그림을 그려넣은 뒤 상세한 치수를 담은 해설도 수록했다.

 

지금 볼 수 있는 각종 거북선은 오직 이 이충무공전서‘ 덕이라 해도 가()하다. ‘이충무공전서에는 거북선 제작법도 수록되어 있다이순신에게 충무(忠武)라는 시호를 내린 사람은 인조다안록산의 난을 평정한 곽자의제갈량의 시호도 충무다()은 일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임금을 받듬을 의미하고 무()는 적의 창끝을 꺾어 치욕을 막음을 의미한다무신에게 충이란 시호를 내리는 것은 최고의 예우다권율의 시호는 충장(忠壯), 임경업의 시호는 충민(忠愍), 김시민의 시호도 충무(忠武).

 

문신은 어떤가()이란 글자가 들어간 사람들이 있다문정(文正송시열문성(文成이이문정(文貞조식문원(文元이언적(李彦迪), 문순(文純이황문충(文忠유성룡....앞서 세조 때에 규장각이란 이름이 등장했다고 말했는데 거북선 역시 태종 때 기록으로 등장한다는 점이 기이하다. 다만 당시의 거북선이 이순신의 거북선과 같은 유형은 아니다임진전쟁 당시 조선 수군의 주력 함선은 판옥선이었다전투에서 거북선이 크고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거북선은 고작 다섯 척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거북선은 적의 지휘선을 공격하고 적 함대의 전열을 흐트러뜨리는 역할과 임무를 수행했다.

 

이순신 당시 판옥선은 200척 이상 되었다거북선은 이순신이 어느 날 갑자기 생각해낸하늘에서 뚝 떨어진 배가 아니다이순신 역시 뉴턴이 그랬듯 거인의 어깨에 올라 더 멀리 본 사람이었다선행 조건과 성과가 있었다 해서 모두 이순신처럼 창의적이지는 못하다는 점이 중요하다이순신의 어머니는 초계(草溪()씨이고 아내는 상주(尙州()씨다언어유희가 허용된다면 이순신을 변방(邊方)의 인물이라 말하고 싶다.

 

미관말직도 얻지 못했던 아버지 이정(李貞)이 초계 변씨의 집인 아산으로 장가들어 그곳에서 머물렀으니 아산은 이순신의 외가이자 본가이자 생가였고 상주 방씨와 결혼한 곳이니 처가이기도 했다이순신이 한산도에 처음 설치했던 삼도수군통제영의 줄임말인 통영은 경상남도의 아름다운 항구 도시고 은하수를 끌어와 병기(兵器)를 깨끗하게 씻는다는 의미의 두보의 시 만하세병(挽河洗兵)’에서 유래한 세병관은 통제사가 근무하던 곳이다.

 

윤행임이 자신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 온양은 뒤주에서 삶을 마치기 2년 전 사도세자가 다녀간 곳으로 세종이 온천욕을 해 효험을 보고 온수현(溫水縣)에서 온양군(溫陽郡)으로 승격시킨 곳이다윤행임은 사도세자가 온양 행궁(行宮담장에 사대(射臺)를 세워 활쏘기를 한 자리에 홰나무(회화나무; ’’) 세 그루를 심게 한 온양 군수 윤염(尹琰)의 아들이다.(윤행임은 병자호란 당시 3학사의 한 사람인 윤집의 후손이기도 하다.) 이락파(李落波)는 이순신이 노량 해전에서 적의 탄환에 맞아 생을 마친 바다라는 의미를 가진이순신이 떨어진 바다다.

 

이충무공전서 이야기의 주인공은 누구인가정조이고 이순신이고이순신이고 정조다정조는 이순신을 어제 신도비와 영의정 증직 교지로 예우했다정조는 누구보다도 열렬한 주자학(朱子學신봉자였다정조의 마음이 백성에게 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 마음을 기울인 학문과 정책 방향은 주자학이었다정조는 문체반정(文體反正)을 시도해 주자 성리학을 다시 세우려 했지만 사람을 죽여가면서까지 목적을 이루려 하지 않았다그런 까닭에 정조가 다스리던 시절에 그렇게 많은 신진 학자가 넓은 의미의 서학에 개방적인 태도를 지녔다.

 

윤행임은 정조가 개혁 군주가 아니면 어떤가정조는 이미 많은 역할을 하였네이제는 자네들 몫일세과거를 거울삼아 현재를 성찰하고 내일을 바라보는 것은 바로 자네들일세.”라고 말한다윤행임은 전라도 관찰사 재직 중 척신 김조순(金祖淳)의 사주를 받은 옥당(玉堂)으로부터 서학을 신봉했다는 탄핵을 받아 신지도에 안치되었다가 참형 당했다헌종 초에 신원(伸?)되었고 영의정에 추증(追贈)되었다시호는 문헌(文獻)이다.

 

이제 이순신의 승리비결 주역으로 풀다를 마저 읽고 국문학자 최원식의 이순신을 찾아서를 읽어야겠다민족이나 국민보다는 임금에 충성하는 신하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던 이순신을 민족의 영웅 또는 국민의 영웅으로 처음 호출한 이가 단재 신채호임을 밝힌 이 책은 대한제국이 일제의 침략으로 위기에 빠진 20세기 초에 국권 회복의 메타포로 선택된 이순신이 일제강점기에는 민족 해방의 상징으로해방 이후에는 국민국가 건설의 영웅으로 받들어졌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저항의 이미지가 박정희(朴正熙시대에 노산 이은상(19031982)의 부용(附庸작은 나라가 큰 나라에 딸려서 붙음남의 힘에 기대어 따로 서지 못함)으로 개발독재의 체제 서사로 전환되었다광화문에 이순신 동상이 세워진 것도 이때다이순신을 빙자하여 임시정부에서 이탈한 자신을 변호할 속셈을 감춘 춘원 이광수의 이순신의 애독자가 박정희였다고 한다나는 이런 인연(因緣)의 연쇄 알기를 좋아하는가그렇다하지만 사태를 명확하게 알기 위해 알려는 것이다다음 번(10월 18해설(수원 화성 및 화성 행궁시간에 정조와 이충무공 이야기를 반영할 여지가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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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상조차... | 작은 기록 2020-09-2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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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한 여성이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창 밖으로 몸을 내밀어 동영상을 찍다가 도로 위에 굴러 떨어졌으나 주변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가 없어서 심각한 중상조차 입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어떤 통신원의 기사를 읽었다. 참 어이 없다. 무엇조차 하지 않았다는 말은 그렇게 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가령 기본권조차 부여받지 못했다는 말은 기본권은 당연히 누려야 한다는 전제 하에 쓰는 말이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그녀는 중상을 입었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물론 기사 작성자는 중상을 입었어야 한다는 의미로 저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경찰이 저런 이상한 말을 했다면 그것을 전하는 통신원으로서는 순화하고 다듬어 전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저작권이 걸린 문제도 아니고 의도를 곡해할 우려가 있는 것도 아닌, 선하고 바른 의도의 정정이 아닌지? 저 기사를 보고 우리나라의 기레기들을 생각하는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어쩌다 실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니면 말고 식으로 불순하고 사악한 의도로 사태를 왜곡하고 조작하는 기자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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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에 대해... | 작은 기록 2020-09-1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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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빽한 구름이 비가 되어 내리지 않는 상황을 밀운불우(密雲不雨)한 상황이라 말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기다림이다. 구름을 모으는 것이 내 일이라면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구름을 모으는 일이란 말은 메타포다. 물론 굳이 이런 말을 안 해도 된다.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정녕 의도하는 것이 자연 현상인 비가 내리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 아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 바다. 자연현상인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은 구름 이야기를 하지 않고 그냥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말할 뿐이다.)

 

새로울 것 없는 말이지만 할 일을 다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의 자세가 필요하다. 식물학자 안드레아스 바를라게는 땅 위에 계속 물웅덩이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란 글에서 거의 매년 봄마다 정원 일을 시작해도 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3월 초에 햇살 드는 날들을 고대하는 한결 같은 자신의 습성에 대해 말한 바 있다. 바를라게는 토양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토양의 점성이 크다면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고 말한다.

 

주역(周易)의 다섯 번째 괘인 수천수(水天需)괘는 기다림에 대한 괘다. 기다림<; >이란 유부(有孚)해야 즉 믿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유부옹약(有孚?若)을 줄여서 부옹(孚?)이라 한다. 믿음이 있으면 우러름이 있다는 말이다.

 

참고로 물을 의미하는 감()괘를 구름을 상징하는 괘로 풀이한 주역 책들이 있음을 말하고 싶다. "구름은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게르하르트 슈타군 지음 날씨과학’ 163 페이지)기 때문이리라.(구름이, 너무 많이 가진 수분의 일부를 내려놓는 것이 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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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공간을 걷다』는 한국 현대문학의 명작을 공간과 관련지어 살펴본 저서다. 『혈의 누』, 『무정』, 『날개』처럼 익숙한 소설은 물론 「광야」나 「청포도」처럼 교과서에 실려 있는 시까지 다루며 작품이 그리고 있는 배경, 혹은 작품을 잉태한 공간에 대해 소개했다. 최대한 저자가 직접 답사하여 찍은 사진으로 책을 구성하였다. 문학은 텍스트로 존재하지만, 문학의 배경인 공간은 발로 디딜 수 있는 곳에 실재한다. 공간 속에서 문학은 물성을 가지고 독자와 접촉한다. 『명작의 공간을 걷다』는 답사라는 경험을 통해 문학의 육체가 얼마나 풍만해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명작의 공간을 걷다』는 부드러운 한국 현대문학사로서, 100년이 넘는 한국 현대문학사에 대한 간략한 안내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저서가 되도록 기획하였다. 누구나 인정할만한 한국현대문학의 명작 39편을 선별하였으며, 이러한 선별 과정에서도 개화기부터 21세기에 이르는 한국현대문학의 작품들이 각 시기별로 균형감 있게 배열될 수 있도록 신경을 기울였다. 독자들이 부담 없이 문학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원고지 25장 정도의 분량으로 작품이나 작가의 고갱이만을 간명하게 논의하였다. 처음 접하는 독자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그리고 익숙한 연구자들에게도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정제된 글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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