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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러스 팔머의‘지구 100 1’ | 과학 2023-02-01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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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구 100

더글러스 팔머 저/김지원 역
청아출판사 | 2018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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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유기체들로 이루어진 유기적 세계와 바위, 광물, 바닷물과 강물, 대기의 기체와 같은 물질들로 이루어진 무기적 세계 사이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중 최초이자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가 약 24억년 전 대기와 바다에 산소량이 늘어난 산소급증사건(Great Oxdiation Event)이다. 더글러스 팔머의 ‘지구 100 1’은 지구 탄생부터 페름기 초기 생명체까지 다룬 책이다.(이 책에서 1부터 50까지 다루었고 ‘지구 100 2’에서 51부터 100까지 다루었다.)

 

지구와 태양계의 기원에 대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설명인 성운설(星雲說)은 1731년 스웨덴 과학자 에마누엘 스베덴보리가 세웠다. 엄청나게 뜨거운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곳부터 세 개의 암석형 원시 행성(수성, 금성, 화성)과 원시 지구가 생성되었다. 지구의 초기 응축 과정에서 규소 기체(이산화규소)가 응축되어 최초의 암석들이 만들어졌고 수소와 헬륨 같은 가벼운 원소들은 남아서 원시 대기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 원시 대기는 태양풍과 지구 내부의 열기, 달을 형성시킨 충돌로 날아가버렸다. 대충돌설에 의하면 45억년전쯤 지구는 화성 크기의 행성과 충돌했다. 이 엄청난 충격으로 원시 지각과 맨틀의 상당 부분이 떨어져 나갔다. 이 조각이 지구 주위 궤도에서 빽빽한 고리 모양을 형성하고 빠르게 응축하여 달이 되었다. 충돌로 발생한 에너지 때문에 지구 표면 온도가 6000도c 정도로 올라갔다.

 

처음의 원시 상태의 지구는 균일한 암석 덩어리나 다름없었으나 약 1천만년 동안 방사성 물질들이 뿜어낸 열로 온도가 올라가 내부가 유동체가 되어 다층 구조가 되었다. 철과 니켈 같은 다른 중금속이 분리되어 지구 중심부로 가라앉아 굉장히 뜨거운 금속성 핵을 형성하고 이 핵의 내부 운동이 지구 자기장을 만들었다. 나머지 좀 더 가벼운 광물들은 핵 주위로 울퉁불퉁한 암석형 맨틀을 만들었고 표면은 식어서 단단한 지각이 되었다.

 

철 위주의 물질들이 핵에 유입되는 철의 대변혁으로 대량의 열이 발생했다. 이 열이 아마 맨틀 전체를 녹였을 것이다. 그린란드 같은 고대 대륙의 중심부에 지표 위로 아주 오래된 암석들이 드러나 있는 지역이 몇 군데 있다. 이 지역에서 발견되는 암석과 광물의 일부는 연대가 거의 40억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우리 지구는 대략 45억 4천만 년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여전히 지구의 초기 5억년 정도가 설명되지 않는다. 이 시기를 명왕누대라고 한다.

 

1400 도c 이상 고온과 고압에서 형성되는 지르콘은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고 침식 주기를 통과할 수 있다. 반면 다른 광물들은 물리적, 화학적 작용이 복합적으로 가해지면 분해되고 변한다. 결정체 안에 있는 우라늄, 토륨 납의 방사성원소 즉 동위원소의 비율을 통해서 그 연령을 판단할 수 있다. 수십억 년에 걸쳐 원래 샘플에 있던 우라늄이 방사성 붕괴를 거쳐 토륨이 되고 토륨은 납으로 변한다.

 

선캄브리아 시대는 40억년의 시간에 해당한다. 이 시대는 명왕누대, 시생누대, 원생누대로 나뉜다.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은 5만년 전까지 나타난 탄소기반 물질의 연대를 측정하는 데만 쓸 수 있다. 더 오래된 암석의 연대측정에는 다른 원소와 다른 방사성 동위원소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칼륨 - 아르곤 측정법은 12억년 전까지의 샘플 측정에 유용하고 우라늄 - 납 측정 법으로는 45억년 전까지의 샘플 연대를 파악할 수 있다.

 

지구의 층을 상세하게 드러내는 열쇠를 제공하는 것은 지표를 지나 내부를 뚫고 전달된 지진파에 대한 연구였다. 특정한 지진파가 맨틀에서 핵을 뚫고 지나가지 못한다는 사실은 지면 아래 2,890 km부터 5,147 km에 이르는 외핵이 액체로 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온도가 증가함에도 핵 중심부의 압력이 너무 높아서 니켈 - 철 혼합물이 고체가 되어 지름이 약 2, 440 km에 달하는 내핵을 이룬다는 추가적인 지진 증거가 있다.

 

지구 구조의 중간층인 맨틀은 지각 근처인 1~ 30 km 깊이에서 시작되어 핵과의 경계면인 2, 900 km까지 이른다. 맨틀은 구성이 거의 단일한 것으로 여겨진다. 핵보다 부피는 5배 더 크지만 규산염 광물의 암석형 물질로 이루어져 있어서 금속성 핵보다 밀도가 훨씬 낮아 질량은 두 배 밖에 되지 않는다. 맨틀의 온도는 지표 가까이에서는 약 1270 도c이고 핵 부근에서는 약 3000도c로 엄청난 깊이를 내려가는 동안 두 배 넘게 올라간다.

 

지진파의 이동시간 변화 같은 지구물리학적 증거는 맨들의 특성이 깊이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크로아티아의 지질학자인 안드레아 모호로비치치가 발견한 지각 하부와 상부 맨틀 사이의 경계면은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 또는 모호면이라고 불린다. 깊이 410 킬로미터에 상부 맨틀과 전이대를 갖는 또 다른 경계가 있고 667 km에는 하부 맨틀 윗부분이 시작되는 또 하나의 경계가 있다. 다양한 경계면은 광물학적 변화와 맨틀의 규산염 물질의 구조변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부분으로 여겨진다.

 

지구의 가장 바깥쪽에 있는 층인 지각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부분이지만 또한 가장 복잡하고 구성이 다양하며 40억년전 처음 고체가 된 이래로 오랫동안 분화와 가공을 거쳐온 부분이기도 하다. 지각은 가장 차갑고 약하고 얇은 층으로 어떤 곳은 깊이가 채 1 km도 되지 않지만 어떤 부분은 30 km에 이르기도 한다. 지각은 기본적으로 두 종류의 물질로 나뉜다. 비교적 얇은 해양지각은 몇 백 미터에서 약 6 km 깊이로 대부분 화산암이나 화성암으로 이루어진 반면 대체로 더 두꺼운 대륙 지각은 화성암과 변성암, 수천가지 광물로 이루어진 퇴적암이 다양하게 혼합되어 있다.

 

그런 복잡함에 더해 지각과 약한 상부 맨틀은 일곱 개의 대륙 크기 판과 12개 가량의 더 작은 판으로 나뉜다. 수십억년에 걸친 지각판의 형성과 파괴, 재배치는 지구의 겉모습과 지질구조, 생명체의 진화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지구의 적층구조는 지각에서 멈추지 않으며 지각을 이루는 수권과 대기층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수권은 물과 얼음, 수증기로 이루어졌으며 대체로 지각 위에 있지만 어느 정도는 지표 안쪽까지 뚫고 들어가고 안개와 증기, 구름 형태로 대기에까지 이른다.

 

대기 자체는 지각 위 200 km 이상까지 이르는 기체층이다. 오늘날 대기는 주로 질소, 산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산화탄소, 메탄 같은 온실가스, 수소와 오존 같은 다른 중요한 기체들도 포함되어 있다. 가장 바깥쪽의 대기와 해양이 없다면 우리가 아는 존재들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구의 깊은 구조를 조사할 때는 지진 파장이 퍼지는 형태를 연구하는 지진학이 우리의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된다. 기본적으로 지진은 표면파와 실체파라는 두 종류의 지진파를 발생시킨다. 실체파는 P파와 S파로 나뉜다. 종파인 P파는 압축이 가능하고 액체든 고체든 모든 물질을 빠르게 통과할 수 있다.

 

횡파인 S파는 고체만 통과할 수 있다. 지구 표면의 암석권 암석은 차갑고 깨지기 쉬워 압력을 받으면 끔찍하게 쪼개지는(단층) 경향이 있다. 암류권의 더 뜨거운 암석들은 물리적으로 더 약하며 지질학적 시간이 지나면서 변형되거나 포행할 수 있다. 암석은 뜨거울수록 특히 녹는점에 다가갈수록 더 쉽게 포행(creep)한다. 깊어질수록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암석의 행동은 그 조성에 따라 취성파괴에서 연성 흐름으로 변한다. 하지만 약 100 km 깊이 부근에서는 대부분의 암석들이 힘을 잃고 대단히 약해져서 전부 포행할 것이다.

 

포행이란 사면을 구성하는 물질이 부드럽게 변형되어 하향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지구가 형성된 이래 지구 바깥쪽 층은 계속 식어서 깨지기 쉬운 암석형 외층인 암석권이 되었고 그 아래로는 더 뜨겁고 더 말랑말랑한 암류권이 되었다. 암류권은 느린 속도로 움직이며 지구 내부의 열을 표면으로 전달할 수 있다. 6 km에서 180 km 사이의 두께인 암석권 지각은 내부 움직임에 대응해서 대륙 크기의 지질구조판 몇 개와 다수의 더 작은 조각들로 쪼개진다. 판 사이의 경계에서는 잦은 지진과 화산 활동이 일어난다.

 

지구 내부에서 열이 흐르면서 판들이 서로 떠밀게 된다. 열이 오르는 곳에서는 판이 늘어나며 얇아지고 결국 쪼개지며 용해된 뜨거운 암석은 마그마와 화산성 용암의 형태로 지표면으로 솟아오른다. 이 판의 확장 및 열개(裂開; rifting) 과정으로 새로운 지각이 만들어진다. 물론 새로운 지각이 만들어지는 만큼 오래된 지각은 파괴된다. 지구 전체가 확장되는 것이 아니다. 지구의 깊은 내층은 균일한 구조가 아니며 지구 표면만큼 다양한 모습을 가진 듯 하다. 지구 중심부의 온도가 더 높은데도 응고 과정은 중심부에서 시작되어 바깥쪽으로 천천히 퍼져나갔다.

 

이는 중심부의 압력이 높아서 철의 녹는점이 올라가기 때문에 생기는 패러독스다. 지구의 금속성 핵에서 빠져나온 열이 우리 행성을 살아 움직이게 한다. 하지만 핵에서 나온 열이 어떻게 거의 3, 000km 두께의 맨틀을 뚫고 위에 놓인 지각까지 전달되는지는 수십 년 동안 과학자들을 괴롭혀 온 문제였다. 핵에서 하부 맨틀로 갈 때 온도가 크게 변화하면서 맨틀의 가장 아래 200 ? 400km 부근에 독특한 경계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 수수께끼 같은 영역이 Double D prime이다. 지구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것은 맨틀의 규산염 광물이다. 맨틀은 지구 부피의 약 82%를 차지한다. 지구의 초기 분화는 니켈 같은 친철원소(siderophile elements)에 집중되었고 이들은 지구 중심부에 있는 액체 철에 녹아서 주위의 규산염 맨틀에는 알루미늄, 포타슘, 소듐, 칼슘, 마그네슘 등의 친석원소(lithophile elements)만 남았다. 그 결과 맨틀에는 철 자체와 니켈, 황, 백금, 금, 납 같은 친철원소들이 부족해졌다. 방사성 연대 측정을 통해 지구가 형성되고 겨우 1억 - 1억 5천만년 후인 약 45억년 전에 핵과 맨틀의 분리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구 내부를 그 화학적 조성에 따라 지각, 맨틀, 핵으로 나누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구조적 과정을 언급할 때 지질학자들은 흔히 암석권, 암류권(연약권)이란 용어를 쓴다. 안타깝게도 맨틀 물질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특정 유형의 화산 폭발을 통해 나온 마그마와 포획암, 맨틀 유형의 암석이 드러난 일부 지역으로 한정되어 있다. 지질학적으로 지구에는 두 종류의 지각이 있다. 해저를 이루는 지각과 대륙 덩어리를 이루는 지각이다. 이들은 굉장히 다른 성분과 구조,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최근까지 해양 지각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

 

육지의 산맥이 지각의 압축과 단축의 결과물이라면 중앙 해령은 아래 있는 맨틀의 열 흐름이 증가해서 지각이 긴장되고 늘어나고 부분 용해되고 거기에 해령에서 솟구치는 마그마가 더해져서 생성된다. 어떤 곳에서는 개개의 산맥들이 해저에서 줄줄이 솟아올라 하와이 같은 화산섬을 만드는 반면 남아메리카 서해안과 일본, 캄차카 반도 동애안 같은 일부 육괴의 대륙 주변부 부근에서는 해저가 갑자기 뚝 떨어져 대단히 좁고 깊은 해구(海溝)를 이룬다. 화산암은 일반적으로 지구의 전체적인 자기장에 나란히 반응하는 자성 철 광물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암석이 식어서 단단해질 때 그들이 형성되었을 당시의 행성 자기장 기록을 보존하고 있다.

 

지각은 오랜 역사를 거치며 구성 물질들이 계속해서 화학적, 물리적 과정을 통해 변화하고 대기와 수권 및 아래 있는 맨틀 물질들과 상호작용하고 판 구조 과정으로 계속해서 모양이 바뀌었다. 그 결과 지각의 조성은 비교적 몇 안되는 처음의 광물과 암석에서 오늘날 놀랄만큼 다양한 종류로 발전했다. 전체적으로 지각은 크게 화성암, 퇴적암, 변성암이라는 세 종류의 암석으로 이루어진다. 화강암과 현무암 같은 화성암은 용해 암석 또는 마그마가 그대로 식어서 결정화된 것들이다.

 

사암, 석회암, 셰일 같은 퇴적암은 다른 암석에서 침식되고 깎여나간 물질들이 고체나 용액 형태로 물과 바람에 의해 층상 구조로 퇴적된 암석이다. 점판암에서 대리석, 편암, 편마암에 이르는 변성암은 원래 존재하는 암석들이 압력, 온도, 화학구조의 변화를 거쳐서 만들어진다. 다른 지질학적 과정들은 산화철, 납, 아연, 은의 황화물, 금과 다이아몬드의 퇴적층처럼 경제적으로 유용하고 귀중한 광석으로 광물을 변화시킨다. 대륙지각에서 가장 흔한 성분은 약 60%를 차지하는 석영의 형태를 한 이산화규소이고 그 다음은 산화 알루미늄 16%, 철과 산화칼슘이 각각 6%를 차지하며 산화 마그네슘이 4% 가량을 이룬다.

 

대륙 열개란 지구의 거대한 땅덩어리가 쪼개지고 그 사이에 해저분지가 생기는 과정을 의미한다. 열 개라는 개념은 판 구조론의 전신인 알프레드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의 중요한 부분이다. 최근 대서양 연안을 조사한 결과 열개 과정에 관한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대륙 열개는 새로운 해저 분지를 생성하고 석유, 가스 같은 탄화수소 저장고를 만든다. 산맥 형성이란 지질구조판 간의 충돌로 지구 지각이 단축되면서 산맥이 형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엘리 드 보통이 최초로 산맥은 암석의 압축을 통해 생성된다고 주장했다.

 

판구조론이 나오며 이 압축력이 어디서 오는지 해명 되었다. 지상의 산맥 형성은 지각의 단축과 비대화, 암석의 상승, 풍화 및 침식에 대한 노출 증가와 관련이 있다. 판들이 서로 충돌하며 판이 두꺼워지고 융기되고 지각이 어긋나고 화산 활동이 일어나면서 지각이 휘어지고 단층이 생겨 지표면에 긴 상처가 만들어진다. 판구조론이 발전한 덕분에 이제는 주요 산악지형의 형성과정을 암석권 판들이 충돌하면서 지각의 섭입과 단축, 두께의 팽창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섭입은 만나는 지판 중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밀도가 더 높을 때 생긴다. 해양판과 대륙판이 만나면 해양판이 침강하는 반면 두 개의 대양판이 만나는 경우에는 둘 중 더 오래되고 차갑고 밀도가 높은 쪽이 침강한다. 섭입되는 판은 25~ 45도 각도로 100 km 이상의 깊이로 아래로 미끄러져서 밀도가 더 가벼운 앞쪽 가장자리 아래 맨틀을 향해 들어간다. 그렇게 되면서 대량의 에너지가 지진 형태로 방출되는데 이 지진은 600 km 이상의 깊이에서 발생한다. 섭입된 판이 가라앉으면서 생긴 압력으로 그 암석에서 물이 빠져나와 뜨거워진 물이 분출해 위에 있는 암석의 녹는점이 낮아지면서 일부가 녹는다.

 

이런 용해 암석은 계속해서 위쪽으로 움직여서 결국 표면에서 화산으로 분출한다. 지질학자들은 오랫동안 티베트 고원이 1500만 년 전에 히말라야가 형성될때 단 한 번의 사건으로 융기되었을 거라고 생각해 왔지만 최근 미국과 중국 학자들이 고대인도 연해주에서 8개는 해양 화석의 연대측정을 토대로 8년 동안 연구한 끝에 각각의 지역이 각기 다른 시기에 융기되었음을 알아냈다. 고원 중심부 퇴적층을 지도화하고 분석해보니 이들이 융기된 환경에서 침식된 뒤 습곡이 되고 4000만년 용암에 덮였음이 밝혀졌다.

 

그러니까 융기는 4,000만 년 전보다 이전에 시작된게 분명하고 북쪽의 결합된 산맥 지역과 남쪽의 히말라야는 훨씬 나중에 솟아 오른 것이다. 산맥에서 발견된 조그만 해저 유기체들의 화석인 방산충(放散蟲)이 4천만년 전의 것으로 확인되었으니 히말라야는 그때까지 바다 속에 있었던 것이다. 빙하는 산을 깎아내는 능력으로 잘 알려져 있고 그로써 산맥이 특정 높이 이상으로 커지지 못한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연구로 최소한 어떤 경우에는 빙하가 정반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빙하 안에 있는 거대한 얼음덩어리는 대단한 침식력을 발휘하여 산의 측면과 골짜기를 깎아내서 U자형 골짜기와 대접 모양의 권곡(圈谷), 눈물 모양의 양배암(羊背巖), 깊은 골짜기 바닥에 물이 차서 만들어지는 핑거 레이크스와 피오르 등 독특한 고산 지역을 만든다. 적어도 고위도 지역에서는 거대한 빙하가 솟아오르는 산맥 지형을 침식으로부터 보호해서 빙하 원형톱 가설로 예측했던 최대 높이 이상으로 올라가게 만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산맥대의 높이와 너비는 산맥을 위로 위로 올리는 구조력과 그것을 깎아내는 기후와 관련된 표면에서의 작용 사이의 균형에 따라 결정된다.

 

두 개의 지질구조 판이 연간 8 cm의 속도로 서로 가까워진다는 건 굉장한 일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지질학적 시간에서 보면 10만년에 8km인 셈이다. 이런 엄청난 힘 앞에서는 결국 어느 한쪽 판이 다른 판에 굴복해야 하고 이런 종류의 충돌에서는 항상 해양판이 패배해서 다가오는 대륙판 아래로 가라앉는다. 이런 구조적 과정을 섭입이라고 한다. 암석층의 파단면 즉 단층은 지구의 활발하게 움직이는 내 부와 부서지기 쉬운 외부 지각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일어나는 광범위한 결과다.

 

암석이 부서지고 단층이 이동하면서 우리가 지진으로 경험하는 충격파가 발생한다. 단층 균열이라는 일반적인 지질학적 현상은 수 세기 전에 광부들이 지하에서 발견하여 처음으로 지도화하고 묘사했다. 광맥과 석탄층, 기타 귀중한 광상들이 한참 뻗어 나가다가 암석층에 눈에 띄게 어긋난 부분에서 갑자기 뚝 끊긴다. 광부들이 운이 좋으면 그들이 따라가던 단층이 약간 어긋나기만 할뿐 단층 반대편에서 이어질 수 있지만 단층면의 움직임이 아주 크면 목 표층이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

 

당연하게도 처음에 이런 균열의 방향과 정도를 알아내려 했던 것은 경제적인 이유에서였다. 단층의 생성과정은 곧 습곡, 산맥 형성 및 지구 지각의 대규모 수직이동 같은 지질학적 현상과 연결되었다. 여러 가지 유형의 단층은 암석을 잡아 당기는 장력, 양쪽에서 누르는 압축력, 반대편으로 떼어 놓는 수평력처럼 각기 다른 힘이 작용한 결과임이 밝혀졌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지진을 지도화 해보면 지진의 진앙지 대부분이 활동적인 단층대를 따라 놓여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볼 수 있다.

 

바로 지질구조 판 간의 경계면이라고 알려진 지역이다. 지진은 취성 암석이 압력으로 파열되고 균열된 표면이 움직이며 생기는 마찰력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지진을 촉발 하려면 암석이 무너지는 임계점 즉 내구력을 잃고 단층의 두 면이 서로 미끄러지는 지점에 도달해야 한다. 지질학자들은 여전히 이런 파쇄를 일으키는 지진의 본질에 관해서 합의를 못 하고 있지만 이것을 더 잘 이해하면 임박한 지진을 예측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화산 폭발로 노출된 뜨거운 기체, 재, 부석(浮石) 등이 한데 어우러져 흐르는 것을 화산쇄설류(火山碎屑流; pyroclastic flow)라 한다.

 

폭발로 인한 열에 녹은 화산 주위의 눈과 빙하가 화산 잔해와 섞여 흐르는 것을 화산이류(火山泥流; lahar)라 한다. 지질학자들은 이제 두 개의 해양판이 만나면 대개더 나이 많고 좀 더 밀도가 높은 판이 침강 한다는 사실을 안다. 이런 과정은 태평양 전역에서 특히 흔하고 호상열도는 지표면 전체 화산 중 약 60%를 차지한다. 최근 지질학자들은 이산화규소가 풍부한 분화 역시 현무암성 분화와 비슷한 규모로 일어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들의 분출량은 사실상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몇몇 지질학자들은 현무암성 용암보다 10배쯤 더 많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산화규소가 풍부한 분화는 맨틀에서 분출된 마그마의 대륙지각에서 녹아나온 광물이 더해져 화학적으로 조성이 변하는 대륙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첨가물 덕분에 용암은 덜 자유롭게 흐르고 더욱 폭발적으로 분출해서 화산쇄설성 분천(pyroclastic fountain)을 형성한다. 초기 생명체를 화석 형태로 찾기 어려운 주된 이유는 화석화 공정 그 자체 때문이다. 살아있거나 최근에 죽은 유기체의 시체가 암석에 보존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유기체가 뼈나 껍질, 목질 같은 물리적, 화학적으로 단단한 조직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부패, 매장 화학적 변성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강한 부분을 제외하면 전부 다 사라지게 마련이다.

 

선캄브리아기 생명체들은 전부 연조직이었기 때문에 이 조그만 유기체들이 보존 될 가능성이 낮은 것도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암석이 오래될수록 광범위한 변형이나 재구성을 거치지 않고 살아 남을 가능성은 더 작아진다. 1960년대 미국의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는 미토콘드리아가 원래 원핵생물 세균에서 발달하여 선조 진핵세포에 침입해 그 안에서 하나가 된 거라고 주장했다. 세포의 발전소라는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화학적 에너지 대부분을 생성하고 성장, 분화, 죽음 같은 세포의 핵심 기능에도 관여한다. 이들은 영양소를 산화해서 아데노신3인산이라는 분자를 생성하고 이를 통해 세포의 물질대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효율적인 일련의 화학 반응을 일으킨다.

 

지구 자기장이 특정한 고대 암석 안에 화석화될 수 있음을 발견한 것은 지구의 지질학적 역사를 재건하는 데 혁신을 일으켰다. 철이 풍부한 광물 알갱이들이 지배적인 자기장을 따라 배열된 후 암석이 응고되어 자북(磁北)을 기준으로 처음의 방향이 보존되며 심지어 극과의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 복각으로 위도까지 알 수 있다. 게다가 해저 암석에 남은 자성은 해양 지각이 지난 1억 8천만년 동안 발달하고 이동한 방식을 보여주는 상세한 증거가 된다. 그러나 이 고지자기 기술에도 결점이 있다.

 

고대 대륙 암석만으로는 그 위도에 대한 자기 데이터밖에 얻을 수 없다. 최근 수십년간 지질학자들은 지구가 오랜 과거에 여러 차례 적도까지 얼음으로 뒤덮였다는 많은 증거들을 찾아냈다. 눈덩이 지구라고 하는 이 가설은 여전히 격렬한 논쟁거리다. 왜 복잡한 생명체들은 7억년 전쯤 갑자기 다양하게 분화를 일으키기 시작했을까?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그때까지 간과되었던 기제, 바로 인(燐)의 순환이 중대한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 인은 식물과 동물에 필수적인 영양소이고, 세포 내의 에너지 저장에 도움을 주고 유전 정보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복잡한 핵산(DNA, RNA)의 제조에 핵심 역할을 하는 등 생물체 생산의 기반이 된다.

 

자연의 다른 핵심 화학 물질 몇 가지(물과 탄소)처럼 그 원소가 암석권에서 수권으로 이동했다가 생물권으로 가서 다시 육지와 바다에서 죽은 미생물들의 부패와 매장을 거쳐 암석권으로 돌아오는 명확한 인 순환 과정(phosphorus cycle)이 있다. 인의 수치는 지구의 처음 수십억년 동안 거의 일정하다가 약 7억년 전에 전례 없는 수치까지 솟구쳤다. 5억 5천만년 전 지구의 지질구조판이 천천히 이동해서 남반구를 거의 다 차지하는 곤드와나 초대륙을 만들었다. 이 거대한 대륙 덩어리는 4억년 동안 존재하면서 생명체의 진화와 분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선캄브리아기 후기에 에디아카라라고 하는 대형 연체 해양 생물이 번성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어떤 종류의 생명체일까? 해파리의 천적이자 오늘날의 벌레와 연체동물, 절지동물의 조상인 거대 원생동물일까? 아니면 멸종한 독특한 생명체일까? 최근 수십년간 캄브리아기에 처음 나타난 복잡한 생명체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크게 향상되었다. 고대 바다에 다양한 종류의 유기체들의 연조직을 일부 보존한 화석 지역을 찾아내 발굴한 덕분이었다. 1835년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 애덤 세지윅은 지구 역사에서 캄브리아기라는 지질 연대를 처음 제창했다.

 

찰스 다윈에게 지질학 현장 조사 및 지도 제작 기술을 가르쳤던 세지윅은 이 시기 암석들이 노출되어 있던 북부 웨일스의 로마어 명칭을 따서 이 시기를 캄브리아기라 명명했다. 화석 기록은 껍질이나 뼈, 목질 조직처럼 쉽게 보존 가능한 단단한 부분을 가진 유기체 위주로 굉장히 치우쳐 있다. 이런 보존적 편향 때문에 진화에 관한 우리의 시각도 왜곡되어 있을까? 모로코에서의 새로운 발견이 그럴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화석 수집가 사이에서 모로코는 거의 모든 암석 및 화석 상점에서 판매되는 삼엽충과 두족류 화석이 들어 있는 석회암이 풍부한 곳으로 대단히 유명하다.

 

오르도비스기에는 생명체들이 엄청나게 다양해졌다. 이 시기 말에 똑같이 엄청난 파멸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이 번성과 몰락의 원인은 완전히 명확하지는 않지만 우주에서 날아온 충돌과 빙하기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지구 역사에서 4억 8800만년전부터 4억 4300만년 전까지를 오르도비스기라 한다. 이 이름은 1879년에 영국 고생물학자 찰스 랩워스가 오르도비스라는 고대 웨일스의 고산족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원래 이 새로운 지질학적 시대는 더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던 캄브리아기와 실루리아기 암석들 사이의 갭을 메워주는 타협점으로 쓰려고 만든 것이었다.

 

실루리아기에 생명체 역사에서 중대한 발견이 일어났다. 최초의 육상 식물이 진화하면서 지구 환경이 녹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초기 식물과 더불어 최초의 무척추동물들 역시 육지로 올라왔다. 석탄은 대규모로 개발된 지구 최초의 화석 연료다. 이 연료를 사용함에 따라 18세기에 유럽과 그 외 국가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2억 9900만년 전부터 2억 5100만년 전 사이의 페름기는 지구 역사와 생명체 진화에서 특히 중요한 시기다. 사지동물이 다양해지고 수중 환경을 넘어서서 퍼져 있었으며 더 완전한 파충류 생태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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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의식, 우울증, 수면 장애, 최면, 호스피스의 위상에 대해 | 심리학 2023-01-28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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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도 모르는 내 마음의 심리법칙

야오야오 저/김진아 역
미디어숲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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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야오야오 (姚堯)는 응용심리학 박사이자 국가 2급 심리상담사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의 심리법칙’은 잠재의식, 우울증, 수면 장애, 최면, 호스피스의 위상에 대해 쓴 책이다. 책 도입부에 신박한 정의가 하나 나온다. ‘잠재의식이라 쓰고 실수라 읽는다‘는 것이다. 의식은 마주하고 싶지 않거나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잠재의식으로 모두 이양(移讓)하지만 이양에는 한계가 있다.

 

의식이 잠재의식에 이양하는 것들이 쌓이면 또는 한계를 넘으면 의식이 역공을 당한다고 할 수 있을까? 앓는 것이다. 의식이 어지른 방을 잠재의식이 깨끗이 청소한다. 잠재의식은 감각기관이 전달하는 데이터를 해석하고 보완한다. 우리가 보는 빛, 듣는 소리, 느끼는 온도 등은 모두 잠재의식이 처리해야 실제 모습 그대로 표현된다.

 

잠재의식이 사라지면 세상은 의미를 가진 3차원 입체 영상의 조합이 아니라 화소와 색이 엉망으로 뒤죽박죽된 상태로 보일 것이다. 물론 우리 대뇌 속에 의식과 잠재의식은 불가분의 관계, 보완 관계다. 잠재의식은 곧바로 해결하고 의식은 사후 다시 처리한다. 가령 가느다랗고 긴 물체를 뱀으로 보고 초보적 판단을 하는 것은 잠재의식이고 그것을 분석해 그저 나뭇가지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의식이다.

 

잠재의식은 순간적으로 주목하고 의식은 장기적으로 고려한다. 잠재의식은 자동으로 막고 의식은 수동으로 막는다. 암시는 잠재의식이 주는 히든카드다. 암시는 모두에게 작용하지 않는다. 자신이 또는 상대방이 암시의 내용을 실제로 믿느냐 믿지 않느냐에 따라 작용을 달리한다. 로젠탈 효과 또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생각해보라.

 

우울증은 하나의 원인(인슐린 부족)을 갖는 당뇨병과 달리 여러 요인에 의해 발병한다. 행동주의, 정신분석주의, 인본주의가 크게 삼국을 이루고 그 외에 인지주의, 기능주의, 형태주의 등의 작은 제후국들이 각각 유파를 형성하여 논쟁하고 있다. 저자는 흥미로운 말을 한다. 세상 만물에는 상생상극의 이치가 존재하기에 우울함에도 천적이 곧 출현할 것이라는 말이다.

 

아브라함 매슬로의 인본주의 이론을 불러들여 등 따뜻하고 배가 불러야 자아실현이 가능하다고 말한 저자는 잠을 달리기 하는 소년에 비유하며 반드시 자야 한다는 수면 강박이 무섭다고 결론 짓는다. 달리기 소년의 비유란 잠에도 단계가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잠재의식과 꿈(의 예지기능)을 말하며 단원의 종지(終止)를 찍은 저자는 최면을 이야기한다. 제목은 아홉 단계를 오르내리는 오묘한 궁전이다. 나인 듯 내가 아닌 나와 같은 나라는 소제목을 언급한 저자의 의도는 어디에 있을까?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의 심리법칙이란 전체의 제목과 상응하게 보이는 이 배치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아홉 단계란 영화 <인셉션>보다 더 황홀한 최면 속 지하 궁전이란 제목 하에 저자가 말하는 단계는 1단계(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졸음이 온다.), 2단계(눈을 뜨고 싶어도 결코 눈이 떠지지 않는다), 3단계(몸이 돌덩이처럼 굳기 시작한다), 4단계(최면술사의 행동을 기계적으로 따라 한다.), 5단계(몸을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다), 6단계(몽유 상태에 이르다.), 7단계(복잡한 동작의 몽유가 일어난다), 8단계(환각의 전 단계에 도달한다), 9단계(환각의 절정, 모든 것이 실제 같다) 등이다.

 

최면과 꿈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마지막 장은 죽음, 생을 찬양하는 최고의 순간 ? 호스피스다. 죽음을 노래하는 레퀴엠 5악장이란 제목이 인상적이다. 1악장은 자신에게 방어벽을 쌓다, 2악장은 하늘을 향해 욕설을 퍼붓다, 3악장은 떼를 쓰듯 철없이 요구하다, 4악장은 우울함을 연주하다, 5악장은 죽음을 받아들이다다.

 

저자는 죽음이야말로 가장 진실한 순간이라 말한다. 책 가장 마지막에 “우리가 받아들이는 정보와 지식은 모두 무의식을 거쳐 편집된 내용”이라는 이론 물리학 박사 레오나르도 믈로디노프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자연과학이나 수학과는 무관한 것이 아닐지? 흥미롭게 읽었다. 생각할 거리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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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폭포 의례 | 작은 기록 2023-01-23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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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재인폭포에 태고종 소속의 비구니께서 오셨지요. 첫 대면임에도 반가워 오랜 인연인 것처럼 이런저런 말을 나누었습니다. 두서 없게도 운수납자라는 말이 생각나 말씀드렸었지요. 雲水衲子인데 저는 납을 막연히 회색을 뜻하는 것으로 알았었어요. 찾아보니 구름처럼, 물처럼 떠도는 수행자를 뜻하는데 납자(衲子)란 기운(수선한) 옷을 입은 사람 즉 승려를 의미하네요.

 

수선한다는 의미의 한자가 두 가지 있지요. 선(繕)과 선(敾)입니다. 두 번째 선은 잘 아시듯 겸재 정선(鄭敾)의 선이기도 하지요. 요즘 세태와는 맞지 않지만 승려란 납의를 입은 사람이지요. 동료 이선생님은 비구니 스님과 헤어지며 포옹을 했어요. 언니 같이 느껴져서 그랬을까요? 아버지를 여읜 지 얼마 안 된 마음이 그런 의식(儀式)을 하도록 했을까요?

 

최신작인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가 생각났습니다. 동물의 의례와 인간의 의례는 다르지 않다며 저자(코끼리 연구가 케이틀린 오코넬)는 인사, 집단, 구애, 선물, 소리, 무언, 놀이, 애도, 회복, 여행 등 열가지 의례를 언급했어요. 동료 이선생님과 비구니 스님의 만남, 짧은 대화, 포옹, 헤어짐은 하나의 의례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다면 어떤 의례들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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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중심으로 동물들이 보이는 여러 의례의 의미를 풀어낸 책 | 미분류 2023-01-22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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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케이틀린 오코넬 저/이선주 역
현대지성 | 202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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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케이틀린 오코넬은 세계적인 코끼리 연구가다. 나미비아 잠비아 지역에서 코끼리 개체 수를 연구하는 일자리를 제안받은 저자는 ’코끼리도 장레식장에 간다‘에서 주된 연구 대상인 코끼리뿐 아니라 침팬지, 오랑우탄, 늑대, 개, 사자, 얼룩말, 고래, 홍학, 물고기, 곤충 등을 폭넓게 논했다. 이 동물들 가운데 코끼리, 돌고래, 침팬지는 장례를 치른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동물의 의례와 인간의 의례는 다르지 않고 다르지 않아야만 한다.“ 다르지 않다는 말은 본성이 그렇다는 것이다. 다르지 않아야만 한다는 말은 그럼에도 다르게 보거나 다르게 행하는 사회를 염두에 둔 표현이다. 파편화된 듯 보이는 인간을 여전히 사회적 동물로 보는 저자는 바나나와 인간의 유전자가 50% 일치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가 다른 동물들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고 기뻐할 수 없을까?라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넓은 의미로 의례는 종교, 숭배, 영적 관습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는다. 평범한 행동에 의미가 깃들면 의례가 된다. 의례는 참여자의 호르몬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인간과 동물에게 사회적 고립이란 죽음까지 이르게 하는 주된 위협 요인이기에 우리는 의례를 통해 하나의 공동체 속에서 건강을 유지한다. 저자는 의례를 더 원활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서로를 잘 보살핌으로써 공동체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열쇠로 본다. 물론 우리는 의례 기술을 잃은 지 오래다.

 

책은 열 가지 의례를 말한다. 인사 의례, 집단 의례, 구애 의례, 선물 의례, 소리 의례, 무언 의례, 놀이 의례, 애도 의례, 회복 의례, 여행 의례 등이다.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다른 문화의 인사 의례를 접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서로 다른 문화의 공존을 받아들여야 한다. 인사시 겸손을 표해야 한다. 인간의 의례는 다양하고 동물의 인사 의례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런데 저자에 의하면 인간의 인사 의례는 줄어들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코끼리의 예다. 그들의 인사는 정보를 수집하던 방식에서 진화했다. 서로 입에 코를 가져다 대어 다른 코끼리가 무엇을 먹었는지 알아내는 것으로 먹어도 되는 식물과 그렇지 않은 식물을 가려낼 수 없을 때 하는 행동이다. 주둥이를 핥는 늑대의 인사도 같은 차원에서 발전한 것이다.

 

18세기 미국의 퀘이커 교도들은 계층, 권위, 지위를 암묵적으로 드러내는 고개 숙이기, 허리나 무릎 구부리기 대신 악수로 인사를 대신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함을 강조하려는 차원이었다. 저자는 진심을 담아 인사할 것을 권한다. 영장류 동물학자들은 인간 사회의 집단 의례가 사냥을 위해 협력하는 과정에서 발전했다고 믿는다.

 

창으로만 잡을 수 없는 매머드나 마스토돈 같은 거대 동물을 사냥하려면 고도의 조직적 노력이 필요하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집단의례를 치러왔다. 그 증거는 동굴벽화와 고고학 유적지에 영구히 남아 있다. 지난 몇백만년 동안 인간의 뇌 크기는 세 배로 커졌다. 집단의 규모가 커졌고 생활에 혁신이 일어났고 사회적으로 학습했고 문화가 발달한 덕이다.

 

언어로 소통하기 시작하면서 인간 진화는 유인원과는 다른 길로 들어섰다. 이 부분에서 인간이 불을 사용해 고기 요리를 해먹음으로써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한 것은 어떻게 된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든다. 연구에 따르면 똑같은 동작을 취하면서 함께 움직이거나 노래를 부르면 유대감이 샘솟고 신뢰가 쌓인다. 신체 동작을 되풀이 하면 사랑과 행복을 일으키는 옥시토신 호르몬의 분비가 촉진된다.

 

코끼리는 반복된 울음소리를 통해 무리를 모으는 동시에 계획과 행동을 조절한다. 구애 의례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인간의 구애 의례 목적은 동물들과 다르지 않아서 그것을 통해 여성은 남성의 특성을 판단할 기회를 갖는다는 점이다. 선물 의례를 특별히 관심 있게 읽었다. 갈라파고스제도 이야기가 나와서다. 그곳의 에스파뇰라섬에는 멸종 위기종인 코끼리거북이가 산다.

 

이들의 절반 정도는 110세 코끼리거북인 디에고의 후손이다. 디에고는 구애할 때 야생 토마토를 선물로 준다. 초창기 인류가 수렵채집을 하던 사회에셔는 음식을 나누는 일이 특별한 의미를 가졌다. 식량 확보는 불안정한 상황을 대비하는 보험인 셈이었다. 수컷 코끼리는 실랑이를 한 뒤 화해를 청하기 위해 다른 코끼리의 입에 자신의 코를 가져다 댄다.

 

소리 의례편에서도 코끼리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의 전공 분야이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코끼리가 진흙 목욕을 좋아하지만 우르술라(암컷 코끼리)의 진흙 목욕 사랑은 특별하다. 가뭄 때문에 물웅덩이를 찾는 일이 중차대한 일이 된 상황에서 코끼리들은 평소와 달리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낸다. 저자는 말하기는 너무나 중요한 활동인데 진화론적으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침팬지는 왜 말을 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는지 궁금하지만 동물들은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뛰어난 소통 기능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코끼리는 저주파로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낸다. 코끼리가 으르렁거리는 것은 존재감을 드러내는 행동이다. 코끼리의 소리는 공기를 통해 몇 킬로미터까지 전파된다. 그래서 코끼리는 먹이를 찾는 동안 서로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음악은 소리의 한 영역이다. 저자는 인지과학자 데이비드 휴런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말한다. 즐거움을 찾는 행동 역시 진화론적인 적응 행동이라는 것이다.

 

휴런은 인간이 구석기시대부터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소리 의례와 대조적인 무언(無言) 의례가 다음으로 이어진다. 늑대들은 무언 의례로 자신의 낮은 서열을 증명하지만 어떤 동물은 무언으로 자신의 높은 서열을 내세운다. 동물 세계처럼 인간 세계도 무언 의례가 존재한다. 무언 의례에는 힘을 과시하고 짝을 찾기 위해 냄새를 풍기는 행동도 포함된다.

 

미소, 가만히 바라보기 등은 중요 무언 의례다. 코끼리는 절대 잊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코끼리는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지는 이동 경로를 기억한다. 건기가 끝날 때쯤 코끼리들은 신선한 음식과 물을 얻기 위해 비가 오는 길을 찾아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하는데 이때 그들이 걸어가는 길은 항상 똑같다. 매번 좋아하는 과일나무 앞을 똑같이 지나간다.

 

저자는 코끼리가 자신이 볼 수 없는 것에 대한 그림을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놀이 의례편에서 호모 에렉투스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낸다. 저자는 호모 에렉투스가 놀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없지만 더 많이 놀기를 즐겼다면 생존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환경이 사막으로 바뀌었을 때 호모 에렉투스는 적응하지 못했다. 그들이 도구를 발전시켰다는 증거는 하나도 없다.

 

연구자들은 그들이 게으르고 혁신 정신이 부족해서 멸종했다고 설명한다. 놀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생존 기술을 익히게 한다. 잘 놀지 못하면 새로운 경험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해지고 어려움이 닥칠 때 성공적으로 헤쳐 나가기 어려워진다. 호모 에렉투스가 멸종한 것은 환경 변화 때문이 아니라 위험을 감수할 생존 기술을 갖추는 데 필요한 놀이에 소홀한 탓으로 변화한 환경에 적응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임을 알게 하는 글이다.

 

놀이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린 시절에 충분히 놀지 못하면 신경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한다. 놀이를 하면 ADHD 증세가 약해진다. 저자에 의하면 우리의 생존은 얼마나 잘 노느냐에 달려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놀이는 새로운 것들을 말한다. 애도 의례편에서는 애도 행동에 육체적이고도 심리적인 커다란 대가가 따른다는 말이 눈길을 끈다.

 

B. J 킹은 ‘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에서 그것은 동물들이 애도 기간에 혼자 지내면서 충분히 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애도 의례편에 책의 제목이기도 한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란 챕터가 있다. 저자는 나미비아의 에토샤 국립공원의 동물 무리에 탄저병이 돌았을 때 죽은 친척을 보러 오는 코끼리들은 지켜보았다. 코끼리는 아프거나 다쳤을 때 물 가까이에서 지내므로 강이나 물 웅덩이 바로 옆에서 죽는 경우가 많다.

 

학자들은 코끼리들이 죽은 코끼리 앞에서 꽤 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면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누가 죽었는지 확인하는 행동은 아니라고 말한다. 암컷 코끼리의 측두샘에서는 스트레스를 느끼거나 헤어진 가족이나 친구를 다시 만날 때 액체가 분비되는데 죽은 코끼리를 발견했을 때도 동일한 액체를 분비했다. 코끼리의 생리적인 변화는 그가 강렬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코끼리들이 죽은 코끼리를 찾아가는 의식(儀式)은 인간이 장례식에 가는 것과 비슷하다. 야생 코끼리가 죽은 코끼리의 몸에 흙을 뿌리거나 나뭇가지를 덮어 매장한다는 보고서가 많다. 초기 인류도 매장을 중요시했다. 구석기 시대를 연구하는 인류학자들이 증거를 찾아낸 결과 40만년전부터 부장(副葬) 풍습이 있었고 30만년전부터 특별히 죽은 사람을 위해 땅을 마련했다.

 

자신의 가족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며 저자는 놀랍도록 회복력이 뛰어난 동물인 인간은 슬픔을 받아들이고 의례를 행하면서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회복 의례편에서 저자는 동물들도 예민한 감각으로 계절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시간의 흐름을 파악한다고 말한다. 고래나 새와 같은 동물들처럼 인간의 하루 리듬도 낮의 길이와 햇빛이 노출된 양에 영향을 받는다.

 

마지막 편은 여행 의례다. 여행은 사치로 여길 수도 있지만 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듯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을 준다. ‘불타는 숲은 동물을 이동하게 한다‘란 챕터에서 저자는 자연 발화로 인한 화재는 생태계에서 흔히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현대인이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배출하면서 기온이 상승한 탓에 많은 곳에서 큰 화재가 자주 일어난다. 화재가 나면 자연에서는 식물의 분포가 달라지므로 새의 이동 방식도 영향을 받는다.

 

화재는 이동하는 동물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고 긍정적인 유익을 제공하기도 한다. 자연과 직접 연결되는 느낌을 체험하는 방법으로는 자연 속에 오롯이 들어가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 말하는 저자는 자연보호주의자이기도 하다. 인간은 여행을 계획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행복해진다고 한다. 저자는 코끼리들의 재회를 지켜보는 일은 특권처럼 느꼈다고 말한다.

 

인간은 코끼리, 고래, 늑대 등 의식이 있는 모든 존재들과 연결되어 있다. 자연에 빠져드는 것도 여행이라는 저자의 책을 통해 여러 동물들에 대해 알았다. 무엇보다 코끼리에 대해 많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자연에 빠져드는 것, 거기에 지질(地質) 공부에 깊이 들어가는 것도 포함되리라 생각한다. ’깃털 달린 여행자‘도 읽어야겠고 읽다가 놓아둔 ’그랜드 캐니언, 오래된 지구의 기념비‘도 마저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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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에서 공부와 관련된 구절만을 뽑아 설명한 책 | 인문 2023-01-2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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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른이 되기 전에 꼭 한 번은 논어를 읽어라 1

판덩 저/하은지 역
미디어숲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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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논어 관련 책을 몇 권 읽었다. 지치고 힘들 때 위안을 얻으려는 차원에서였다. 보기에 공자는 불우한 사람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구절은 군자는 도를 지키지 못할까 걱정할뿐 가난을 근심하지 않는다(‘군자우도불우빈; 君子憂道不憂貧‘)는 말이다. 청소년을 위한 논어‘ 어른이 되기 전에 꼭 한 번은 논어를 읽어라’는 그런 문제의식을 이어가기 위해 읽을 책이다.

 

저자인 판덩은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를 통해 만난 인물이다. 물론 청소년을 위한 논어 해설서이지만 어른이 읽기에도 유용할 것이다. 이 책이 비록 청소년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공부에 대한 부분만을 다룬 책이지만 공부는 청소년만의 것은 아니다. 저자는 논어는 공부를 위한 책이라고 말한다. 사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란 논어의 첫 구절이 말해주는 바이리라.

 

공자는 한 걸음에 정상에 도달하려는 욕심을 버릴 것을 조언했다. 누구나 한 걸음에 정상에 도달할 수 없다. 그러니 아마도 공자는 한 걸음에 정상에 도달하려고 조급해 하는 마음을 경계한 것이리라. 평생 배워야 한다. 공자는 아는 것을 안다고 말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할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지혜라고 말했다. 그런 지혜는 쉽게 얻을 수 없다.

 

조금 다르게 보고 싶다. 진정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게 된다.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은 충분한 공부가 전제되어야 하는 바다. 공자는 자공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질문해서 지혜와 학식을 얻기를 바랐다. 군자모도불모식(君子謨道不謨食)이란 말이 있다. 군자는 도를 추구하지 먹을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매일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자신을 혹사하지 않아도 된다는 가르침이라고 말한다.

 

공자는 자신은 태어날 때부터 지식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공자는 사람을 몇 단계로 나누었다. 1) 태어날 때부터 아는 사람, 2) 배워서 아는 사람, 3) 곤경에 처해야 배우는 사람 등이다. 공자는 가슴에 궁금한 것이 가득 차서 답답해 하지 않으면 그를 계도해 주지 않고('불분불계; 不憤不啓') 표현하고 싶으나 잘 몰라서 더듬거리지 않는 한 그를 일깨우지 않으며('불비불발') 한 방면을 가르쳤을 때 세 방면을 스스로 생각해 내지 않으면 반복해서 그를 가르쳐주지 않는다('거일우불이삼우반; 擧一隅 不以三隅反')라고 말했다.

 

공자의 이런 말과 취지가 비슷한 것이 맹자의 인이불발이다. 사람을 가르치되 그 방법만 지시하고 스스로 진수(眞髓)를 터득하게 함을 이르는 말, 세력을 축적하여 시기를 기다림을 이르는 말이다. 인이불발은 引而不發이다. 공자의 이런 교육방식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 것이 주입식 교육이다. 저자는 교육이란 구멍 안으로 물을 한꺼번에 들이붓는 게 아니라 학생들의 마음속에 있는 작은 불씨가 활활 타오르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불비불발을 다르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친구 사이에서 또는 사람을 상대할 때 묻지 않으면 말하지 않는 것이다. 물으면 답하는 것이다. 아는 척 하지 않는 기본이다. 온고(溫故)란 과거의 것을 반복적으로 뜯어보고 씹어보고 탐구하는 것을 말한다. 그 결과는 셋이다. 1) 그렇게 했으나 얻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온고이부득(溫故而不得), 2) 속의 숨은 뜻을 깨닫는 것을 의미하는 온고이유소감(溫故而有所感), 3) 천천히 과거의 경험을 곱씹어보고 그 경험에 새것을 접목하여 새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것을 의미하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다.

 

온고이지신은 공부만이 아니라 삶에도 적용할 수 있다. 자공은 갱야 인개앙지(更也 人皆仰之)란 말을 했다. 군자가 만일 저지를 잘못을 뉘우치고 수정하면 사람들이 모두 그를 우러러보고 그러한 행동에 감탄하고 박수를 보낸다는 뜻이다. 공자의 말 가운데 묵이식지(默而識之)가 마음에 든다. 묵묵히 지식을 익힌다는 의미다. 기억력이 매우 좋았던 공자는 다양한 지식을 머릿속에 쌓고 묵묵히 그것을 익혔다.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도 공부를 많이 하면 두루 통하는 사고력을 통해 박람강기(博覽强記)할 수 있으리라. 두 번 세 번 곱씹은 뒤 질문하라는 말이 있다. 신중할 필요를 느끼는 나에게 가장 와닿는 말이다.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學而不思則罔,思而不學則殆)란 말이 있다. 배우기만 하고 스스로 사색하지 않으면 학문의 체계가 없고 사색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오류나 독단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말이다.

 

배운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이 잘못될 수 있음을 알고 고치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2천년전 공자가 만났던 문제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 잡기는 중요하다. 자로유문 미지능행 유공유문(子路有聞 未之能行 唯恐有聞)이란 말이 있다. 자로는 가르침을 듣고 그것을 실행하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가르침을 듣게 될까 걱정했다는 의미의 말이다. 새겨들을 말이다.

 

그런데 삶에는 실천과 관계 없는 지식을 배우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가르침을 미처 이해하지 못한 채 새 지식을 듣게 될까 걱정하는 것으로 바꾸면 어떨까? 저자는 섬세하게 상황을 살피는 매의 눈을 가지라고 말한다. 저자는 공자의 술이부작(述而不作)이란 말을 즉해 거인의 어깨 위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라는 말을 들려준다.

 

술이부작이란 공자가 전해져오는 것을 말하였지 새로운 것을 창작하지 않았다는 의미의 말이다. 저자는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포기하지 말라고 말한다. 스스로 한계를 긋지 말라는 공자의 말에 즉한 말이다. 전체 4장 가운데 4장의 마지막 세 챕터는 인상적이다. 배움의 끝판왕 락지자, 시간의 흐름이 멈추는 몰입의 경지, 목표 달성을 위한 두 가지; 초심으로, 한결같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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