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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 권남희 | 모여랏!리뷰 2020-04-0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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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권남희 저
상상출판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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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투명한 마디마디를 짚는 재밌는 문장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3학년 담임선생님 덕분일 수도 있다. 아직까지 성함을 기억하고 있는 어릴 적 은사님. 참 예쁜 분이 이셨다. 교실 뒤엔 선생님이 가져오신 책장과 책상 그리고 예쁜 카펫이 깔려있었고, 수업 시작 전이나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 자유롭게 책과 친해질 기회를 만들어주셨다. 책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지금을 만들 준 시작이 아마 그때부터인 것 같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게 책으로 둘러싸일 수 있는 도서관도 좋아했다. 그렇다고 많은 책을 읽고 책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건 또 아니다. 그저 책이 주는 안정감이 좋았고, 흥미로움으로 가득 찬 그 존재가 좋았다. (책 탑을 보고만 있어도 든든한 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감정이 아닐까 싶다) 책을 읽는 행위가 주는 그 시간과 공간, 분위기를 사랑했다. 책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하다 보니 취향이란 것도 생겼다. 그중 하나가 에세이다. 편하게 읽히는 것도 언제 어디서나 꺼내 읽어도 부담 없고, 그 안에서 찾는 나만의 위로와 공감이 좋았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다른 작가 옆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다양한 국가의 번역 서적을 읽어 볼 수 있는 폭이 넓다는 말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그중 일본 문학은 한국문학과 비슷할 정도로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만큼 잘 알려진 작가들도 많았다.

무라카미 하루키, 마스다 미리, 무라카미 류, 오가와 이토, 무레 요코 등 유명 일본 작가를 만나게 해준 권남희 번역가. 사실 번역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작품이 다가오는 느낌이나 책에 대한 인상이 확실히 달라진다. 때문에 한 권의 책을 다른 출판사, 다른 번역으로 비교하며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 또한 그 재미를 안 순간부터 누가 번역했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중 권남희 번역가는 믿고 읽는 번역가! 이번엔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소소한 일상과 삶, 그 안에 맴도는  문장들이 따뜻함을 잔뜩 머금고 있기도 하고, 이런 면이 있으시구나! 쿡쿡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시원시원한 문장들에 읽는 내내 유쾌, 상쾌, 통쾌 너무 매력 있는 재미있는 글들이었다. 내가 상상하는 작가님의 이미지와는 살짝 거리가 있었지만, 인간미가 물씬 느껴지는 작가님이 글 덕분에 다시 한번 반하는 계기가 됐다.

또, 책 속에 등장하는 낮엔 서점, 밤엔 칵테일 바로 변하는 그곳엔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코로나가 사라지고, 자유를 다시 찾는다면, 친한 사람들과 삼삼오오 모여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신나게 작가님의 수다를 듣다 보니 벌써 끝이네? 하는 아쉬움마저 드는 이 책을 시작으로 내가 작가에게 가지고 있던 나만의 거기를 좁히기에 충분했다. 단순히 번역된 문장을 읽으며 느껴지던 두리뭉실한 형체가 아닌 실체와 마주한 느낌! 작가님의 소탈, 자연스러운 매력과 재치 넘치는 입담에 취향 저격 당했다. 권남희 번역가의 글은 정말 재미있다는 정세랑 작가의 한 줄 평에 너무나 공감이 됐다. 그러니 다음 책도 써주실 거죠?

소중한 내 소소한 일상들이 코로나19라는 몸쓸 것에 위협을 받고 있는 요즘! 소소함에 대해, 행복에 대해 다시금 생각을 정리해본다. 일기장에 쓸 말이 있나? 고민할 정도로 사소했고, 소소한 일상이었는데, 지금은 그 일상들이 너무나 소중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에세이를 원래 좋아하지만 불안한 일상 덕분인지, 사회적 거리두기 덕분인지 이렇게라도 일상을 공유하고 싶은 건지 더 자주 손이 가는 에세이들. 난생처럼 귤잼 만들어보고, 몇 천 번 저어야 만들어지는 달고나 커피도 만들어 먹어보고, 책도 읽으며 나만의 방법으로 나만의 행복을 찾아본다. 귀찮더라도 내 행복은 내가 챙겨야지! 누가 챙겨주는 게 아니니깐. 


실제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오해 속에 살아가고 있을까. 끝내 풀리지 못한 채 묻혀 버린 세상의 오해들이 얼마나 많을까. 알고 나면 아무 일도 아닌 문제로 얼마나 많은 관계가 파투 났을까. 조병화 시인의 시 「남남」에 '오해로는 떠나지 마세. 오해를 남기고는 헤어지지 마세' 하는 구절이 있지만, 애초에 오해인 줄 알았으면 떠났겠습니까요. / 053-054

낮에는 서점을 하고 밤에는 칵테일 바를 하는 독특한 공간이다. 어두운 조명 속에 진열된 책이 인상적이다. / 072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좋은 관계 나쁜 관계가 있을 뿐이다. 흔히 관계가 파괴된 후 그런 사람인 줄 몰랐는데, 하고 상대방을 비난하지만, 관계가 나빠진 것이지 사람이 나빠진 건 아니다. / 166

어느 날, 외출한 길에 같이 백화점에 들렀다. 딸이 선심 쓰듯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몸매가 좋아서 싼 옷 입어도 되지만, 엄마는 비싼 옷 사 입어."

교묘히 돌려 까며 효도와 디스의 경계를 넘나드는 딸입니다. / 173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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