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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워1 - 이국종 | 2018-10-19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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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골든아워 1

이국종 저
흐름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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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가 이순신 장군에게 공감하는지 뼈저리게 느껴지는, 중증외상외과 전문의 이국종 교수의 고통스러운 기록글.



저자인 이국종 교수는 중증외상외과 전문의로서 아주대학교 외상외과 과장이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부상당한 석해균 선장을 치료해서 아덴만의 영웅으로 떠올랐으며 MBC의 의학드라마 [골든 타임]에서 이성민 배우가 연기한 최인혁이라는 의사의 모델로 알려졌다. 이후 여러 의학 다큐멘터리에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중증외상외과의 모습이 드러나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2017년 판문점 조선인민군 병사 귀순 총격 사건으로 다시 한 번 세상에 알려졌다. 최근에는 KT통신의 광고에 출연하여 화제를 낳았는데, 실제 상황이 섞인 영상이 많은 사람들에게 벅찬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KT에서 중증외상센터에 필요한 무전기를 지원해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출연료를 받지 않고 광고를 촬영하였다고 한다.
서평도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줄줄이 주절거릴 정도로 나는 이국종 교수님을 오랫동안 흠모하고 지지했다. 그 분이 나온 다큐멘터리를 섭렵하고 인터뷰 뉴스를 보았으며, 강연 영상을 시청했다. 정치권과 언론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필요할 때만 교수님을 활용했다가 등 돌리고 외면하는 장면도 지켜봤다. 해가 갈수록 수척해지고 웃음기가 없어지는 모습이 안타깝고 그렇게 시스템의 부재를 외치는데도 변화없는 세상에 분통이 터진다. 교수님이 세상은 만만하지 않다고, 이게 나라냐고 회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이번에 흐름출판에서 출간된 <골든아워 1, 2>에서 이국종 교수는 그가 중증외상 전문의로서 겪은 일에 대해 소상히 기술했다. 나는 1권을 읽었는데, 1권에는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이국종 교수가 아주대 의대에 들어가서 외상외과 전문의가 되는 과정과 중증외상 치료를 하며 겪은 일에 대해 나온다. 환자의 이름을 제외하고는 실명으로 거론했으며, 그에게 압박을 준 병원 관계자에 대해서는 '보직교수' 등의 직함을 사용했다.

기록과 생각이 섞여 있는 일지의 모습을 보여주며 일관되게 외상외과 전문의로서의 애환을 담고 있다. 이국종 교수의 어린 시절이나 해군 시절이 언급되는데, 그가 왜 의사가 되었는지, 그가 어째서 상이군인이나 해군, 어렵게 사는 사람들에게 자기 일처럼 공감하는지, 매번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알 수 있다.

이국종 교수는 시종일관 자기는 그저 버티고 있다고 말한다. 예전에도 영웅이라는 찬사에 불편한 기색을 비춘 적이 있는데, 그는 그저 병원에서 살아남기 위해 외상외과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미국과 영국에서 마주친 선진국의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은 그에게 충격을 주었고, 한국에 이런 전문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에 대한 갈증은 지금껏 이국종 교수를 가득 채우고 있다. 시스템이 제대로 되었다면 분명히 살릴 수 있었던 환자, 그들에 대한 미안함과 현 상황에 대한 분노,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이 이국종 교수를 회의적으로 만든다. 의료만 해도 바쁜 그가 왜 서류를 잔뜩 만들어 내며 정치계 인사를 만나야 하는지, 여러 기관에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지 알 수 없으며, 그나마도 아무도 그 서류들을 읽지도 않는다는 것이 그를 절망스럽게 한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이국종 교수는 앞으로도 큰 희망은 가지지 않는 것 같다.
 
<골든아워 1>을 읽다보면 말 그대로 홧병이 날것만 같다. 이국종 교수에게 필요한 건 '이 시대의 진정한 의사'나 '영웅'이라는 찬사가 아니라 제대로 된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알려준다. 그런데 그런 시스템이 확충되는 날은 오지 않을 것만 같다. 석해균 선장을 치료한 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오히려 경계와 압박은 더 심해졌다. 병원에서는 이국종 교수에게 그만두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필요한 인력도 자원도 지원하지 않는다. 언론과 정치권, 병원의 다른 의사들이 보내는, 언제 등에 칼 꽂을지 알 수 없는 비수 어린 시선을 항상 등 뒤에 두고 있다. 동료 의료진들이 아파도 말 못하고 자신에게 오히려 미안해하는 모습과 전염 가능한 심각한 질병에 아무런 보호없이 노출된 상황은 이국종 교수에게 지켜주지 못한다는 자괴감을 느끼게 한다. 소수의 동료들과 함께 중증외상과의 끝나지 않을 싸움을 계속하는 모습은 너무도 외롭고 고통스럽다.

이 고통스러운 기록을 읽다보면 왜 이국종 교수가 그토록 이순신 장군에게 공감했는지 알 수 있다.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었을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안전한 뒤편에 앉아 세치 혀만 나불거리는 이들의 모략 속에서도 적은 병력과 한정된 자원으로 왜군과 싸워야 했다. 서문에서 평소 김훈의 <칼의 노래>를 좋아한다며, 이순신 장군을 중간 관리자로 표현한 부분에서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전쟁통에서 백성을 구한 천하의 장군님인데, 그 상황에서는 그저 중간 관리자가 맞기는 하다. 웃음기 없는 백짓장 같은 얼굴로 이런 표현을 했을 교수님 얼굴이 떠올랐다.

1권은 총 438쪽으로 제법 분량이 되는 책이지만 책장은 순식간에 넘어갔다. 책을 읽은지는 꽤 되었는데, 답답한 가슴에 이제서야 글로 남긴다. 어서 2권을 읽고 싶다. 재미로 읽는 책은 아니다. 2권이라고 해서 행복한 결말 따위는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 나같은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현실을 알고, 선진국 수준이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이 확충되도록 지지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언제 큰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실려 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 이국종 교수가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을 사회 안전망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누구나 어떤 사고를 당하더라도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음에 안심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 말이다. 그리고 외상 외과 환자를 잘 치료해서 다시 사회로 복귀시켜 자기 몫을 해낼 수 있게 만든다면 그것이 더 발전된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이국종 교수님이 그토록 갈망하는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그 분이 웃으면서 이제는 안심하고 은퇴해도 되겠다고 말씀하시는 인터뷰를 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




덧1. golden hour 골든 아워 : 심장마비나 호흡 정지, 대량 출혈 등의 응급 상황에서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금쪽같은 시간을 말한다.(네이버 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4346427&cid=40942&categoryId=32750 ) 골든타임이라는 용어로 잘못 알려져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제목으로 쓰이기도 했다.

덧2. 여러 환자들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 전 남편 생명보험금을 가로챈 비정한 엄마 이야기가 너무 화가 나고 가슴 아팠다. 짐승보다 못하다는 말이 이런 때 쓰는 건가 보다.

덧3. 책의 헌정 문구가 인상적이다. 이국종 교수는 함께 중증외상 의료를 하고 있는 동료이자 후배인 정경원 교수에게 이 책을 바쳤다. 영상에서 이국종 교수팀으로 친숙했던 얼굴과 이름이었다. 스스로 어려운 길을 택해 묵묵히 함께 가주는 동료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더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꼈다. 책 곳곳에서 정경원 교수, 김지영 코디네이터, 그 외 의사, 간호사 등 동료들을 지켜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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