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쌉싸름한 페퍼민트 향 | 기본 카테고리 2022-08-1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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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페퍼민트

백온유 저
창비 | 202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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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민트전염병을 소재로 하여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것과 그 상황에 대응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상처와 치유의 과정을 그린다. 언제 끝날지 모를 이 상황의 끝에서 우리는 무엇을 바라볼 수 있을까. 전반적으로 어두운 이미지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시안의 시점과 해원의 시점을 번갈아 가며 보여주고 멀어져야만 추억으로 유지될 수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담는다. 각자의 사정과 감정이 다르지만 서로의 그늘과 햇살을 바라보며 지금보다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 끝과 끝에서 만난 그들이 지금은 멀어지지만,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평범한 내일을 꿈꾼다는 것은 시안에 있어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의 행복은 물론이고 미래의 완전함 또한 사치다. 전염병이 가져다준 절망의 순간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의 연속이었다. 불안하고 껄끄러운 마음에 온전한 평범함을 누리지 못하는 시안은 자신과 달리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해원을 봤다. 해원은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었고 자신이 영위할 수 없는 평범함으로 사소한 고민을 늘어놓는 모습에 분노함과 동시에 기쁨을 느낀다. 한편 해원은 고통의 순간을 겪어야 했다. 자신의 평범한 일상이 무너졌고 가족의 신상이 인터넷에 올라왔으며 행복을 드러내지 못하며 살아야 했다. 불안을 동시에 지니고 있던 해원의 앞에 어릴 때부터 친했지만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시안을 만난다. 아무도 모르는 자신을 알고 있어서 편하지만 동시에 불편한 사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시안과 해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같은 상황에 놓였음에도 의도치 않게 전혀 다른 지점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통해 수많은 감정이 몰려오게끔 한다.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에서 시작된 일들이 누군가에겐 상처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한참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다. 우리가 겪고 있는 전염병의 초기에 슈퍼 전파자 혹은 확진자가 나오면 동선이 공개되며 맹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그때를 돌이켜보며 책을 곱씹어 보니 쌉쌀한 페퍼민트 향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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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않은 진리에 물음을 더하다. | 기본 카테고리 2022-08-0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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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김진명 저
이타북스 | 202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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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근원적 숙제를 푸는 생각을 이렇게 심도 있게 다루는 책이 또 있을까. 어떤 질문들은 답을 내기엔 쉽지 않아서 계속해서 뻔하게 다루어지지만 정해진 답으로 다른 괄호를 닫을 수는 없게 만든다. 그런 수많은 물음표에 다른 길을 제시하여 살아가는 의미에 힘을 더하는 책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을 보게 되었다. 내면에 품고 있는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은 어떤 것일까.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무언가는 책을 통해 두드러지게 드러나며 그 사람의 정신까지도 담아낸다는 것을 강조한다. 어느 순간 우리의 시선에서 벗어나 중요함을 잊고 있었던 인문학의 힘과 역사의 힘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처음 김진명 작가님을 만난 건 학창 시절이었다. 소심하고 뚜렷한 의견을 쉽사리 내지 못하던 나에게 거침없이 다가온 [싸드 THAAD]라는 책. 이 책을 통해 나는 자신감을 얻었고 또렷한 의견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어떤 정치적 의견이 담겨있을 수 있지만 현상을 바라보는 눈을 기르기에는 충분했다. 상대적으로 책을 많이 접할 수 있었던 시절이 아니었음에도 지금보다 훨씬 많은 책을 읽었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사유하기를 멈췄을까. 작가님의 에세이에서 느꼈던 사유가 이 책을 곱씹어 볼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번 에세이를 통해 작품들을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68 인간의 근원적 숙제를 푸는 열쇠는 바로 시간인 것이다.

p87 인간은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할 때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원초적 본능만 갖춘 바이러스와는 갈래를 달리하는 인간만의 힘이다.

p94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슬픔과 비극을 외면하고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 말하자면 슬픔과 비극을 가진 사람과 거리를 두려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것이며 상대가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안타까움이 무엇인지, 어떤 대화를 나누어야 할지에 대한 사려가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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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세트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듣는 노래. | 기본 카테고리 2022-08-0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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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럴 때 우린 이 노랠 듣지

조윤경 저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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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앱에서 2000년대의 k-pop을 재생하며 들으면 좋을 ‘그럴 때 우린 이 노랠 듣지’는 카세트테이프가 다 늘어질 때까지 들었던 그때의 틴에이저들이 공감할 만한 에세이다. 지금의 k-pop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 2000년대부터 수많은 가수가 꾸준히 쌓아 올린 카세트, CD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데뷔 20년 차 아이돌 전문 작사가 조윤경이 준비한 특급 메들리는 노래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서 책장이 금방금방 넘어가고 지금의 플레이 리스트에 추가할지도 모를 중독성을 전해줄지도 모른다. 아이돌의 역사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노래로 마음의 위안을 받았던 경험이 있는 터라 책을 보면서 많은 공감을 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초점을 맞추고 있는 때가 조금은 다르지만, 그 마음만큼은 같으니까 더욱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일명 ‘덕질’을 하게 되면 현생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은 누군가를 좋아함으로써 이루어낼 수 있는 긍정적인 힘을 가질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을 이어주기도 하는 연결 매체가 되어 서로를 끈끈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정말 이때의 노래가 다 들어있고 중간마다 삽입된 만화가 20세기에 과몰입하게 했다. 들어보지 못한 노래는 신곡처럼 듣고, 들어본 노래는 익숙하게 가사를 따라부르며 듣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읽었다. 시대를 반영하는 가사와 지금과는 또 다른 중독성을 가진 그때의 그 노래들은 사라지지 않고 노랫말처럼 다시 맴돌아 이 자리를 찾아왔다. 그때의 카세트테이프를 다시 경험할 수는 없겠지만 그때의 설렘과 지금의 설렘은 변하지 않았으니 계속해서 나아가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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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하지 않은 가치에 우연히 날아든 씨앗 | 기본 카테고리 2022-08-0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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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스키니 시티

임선경 저
고즈넉이엔티 | 202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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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세상, 파인 시티. 이 정도면 뷰티 시티라고 해도 수긍할 정도로 이곳에서의 인간의 가치는 외면의 아름다움을 기준으로만 이루어진다. 고기 등급을 확인하듯 '계측'을 통해 사람의 몸 구석구석을 측정하고 등급을 산정한 다음 일정 기준에 다다르지 못하면 레스큐가 캠프에 끌고 가지만 누구 하나 반문을 제기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한다. 끌려간 당사자를 비롯한 주변의 환경을 욕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면서 암묵적인 동의로 인한 혹독한 기준을 높여간다. 아름다운 사람만이 가치 있다는 생각이 사람들 깊숙이 파고들면서 사람에게 있는 진정한 내면의 가치를 잃어가게 했다. 등급에 따라 나눠지는 가치는 서로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 가두고 모든 신경과 시간, 돈을 ‘미’에 쏟아붓게 만드는 것이다.

영원하지 않은 가치에 우연히 날아든 씨앗은 중요한 가치를 되찾아줄 수 있을까. 끔찍한 상황 속에서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등급에 따라 나뉘는 가치 그대로 정해진 것에 맞춰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한계에 다다랐을지 모를 세계의 끝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고 중요한 가치를 깨달은 사람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하며 다른 세상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정체의 두려움은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 힘을 잃어버린다. 은연중에 묻어나는 현대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며 압박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진정한 가치를 이미 향유하고 있는 카타와 그를 바라보며 행복을 느끼는 아리하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자신의 온전한 행복을 위해서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할 때다.
 

결말 후의 결말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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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쳇바퀴에서 희망의 빛으로 나오는 순간. | 기본 카테고리 2022-07-30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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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하들리와 그레이스

수잔 레드펀 저/이진 역
밝은세상 | 202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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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환경, 변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지만, 절망의 쳇바퀴로 인해 견딜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보통의 사람이라면 주어진 환경을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발버둥 치고 현재의 삶을 유지한다. 그들이 용기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무작정 떠나기엔 삶은 차갑고 어둠으로 빠지기 쉬운 블랙홀로 둘러싸여 있다. 그럼에도 현재, 자신이 처한 불행의 악순환을 끊고 앞으로 나아간 두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 전혀 관련 없던 두 사람은 각자 가는 길에서 마주하게 된다. 성격, 가치관, 외모도 정반대인 그들은 우연과 우연이 합쳐진 동행을 하게 된다. 각자 가는 길에서 마주한 두 사람은 서로의 상황을 바라보며 사소한 충돌을 일으킨다. 하지만 동행을 계속하며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것들을 서로가 조금씩 채워주며 각자가 아닌 하나가 되어간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를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소설 <하들리와 그레이스>, 개인적으로 델마와 루이스를 감명 깊게 보았던 터라 소설도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로 영화를 떠올리며 책을 볼 수 있게 되었다. 페이지가 꽤 되는 편이라 첫 장을 펼치는 데 꽤 시간이 걸렸지만 막상 책을 펼치고 책을 읽는 순간 펼쳐지는 모험은 시간 가는지도 모르게 금방 읽었다. 재미있고 후련함이 가득한 만큼 소설 <하들리와 그레이스>는 해방과 자립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 이후, 31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변화가 일어났음에도 여전히 바뀌지 않는 것들은 억압의 고리를 만들어내어 그들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했지만 <하들리와 그레이스>를 찾아가는 모험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새기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p343 “내 안 깊숙한 곳에 정말 근사한 여자아이가 있어요. 그 여자애는 밖으로 나오고 싶어 하는데 이미 내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어서 나올 수 없나 봐요. 내가 가로막고 있어 더 나은 그 여자아이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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