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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미스터리
재미난 엔터테인먼트 작품. | 서양 미스터리 2021-04-25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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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수어사이드 하우스

찰리 돈리 저/안은주 역
한스미디어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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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가 대세인 서양 장르물 시장에서 오랜만에 재미난 추리물을 만났다. 역시 추리물의 묘미는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기는 즐거움이다. 유서 깊은 명문 기숙 고등학교의 버려진 사택에서의 참혹한 살해 사건 그리고 그 뒤를 이어 관련 학생들의 연이은 의문의 자살. 과연 범인은 누구이고 학생들이 스스로 기차에 몸을 던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대로 내려오는 특권층 학생들의 비밀 동아리 모임, 그 모임에 선택받으려는 저학년 학생들의 갈망, 그리고 그들이 치르는 '맨인더미러'라는 기묘한 심령 의식...그리고 그 와중에 발생한 살인사건...

 

 

작가는 친절하고 공평하게 처음부터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양파껍질 벗기듯 하나둘씩 야금야금 주요 정보를 풀어놓는다. 이것이 약간은 독자와의 불공정 게임으로 보이기도 하지만...일종의 밀당을 즐긴다고나 할까... 이야기 초반, 다른 주요 등장인물들은 이름, 나이, 성별 등 신상을 공개하는데 유독 살해된 두 학생에 대해서는 신원 공개를 감춘다. 과연 그 두 학생은 누구인가.

 

 

그리고 책 도입부부터 형을 사고로 위장해 살해했다는 한 남자의 충격적인 고백이 나오는데 과연 이 인물은 누구인가. 아버지로부터 학대받고 그런 연유로 엄마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남성에 대한 극도의 증오감을 표출하는 열네 살의 남자아이. 과연 그는 누구이고 그의 상담을 받아주는 여자는 또 누구인가. 시종일관 긴장감과 호기심의 연속이다. 작가는 끊임없이 독자의 궁금증을 증폭시키며 교묘하고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참말로 능글맞은 이야기꾼이다.

 

 

명문 고등학교에서의 의문의 살인 사건과 자살 사건을 파헤치는 자극적인 팟캐스트, 그 중심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는 여기자, 사건을 독자적으로 수사하는 범죄심리학자와 그의 애인인 현직 형사, 여기에 퇴직한 전직 형사까지 가세하면서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주요 인물들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책을 읽는 동안 계속해서 추리하고 사고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이고 사건의 진상은 무엇인가?

 

 

마지막 장을 향해 갈수록 짧은 챕터 전환에 정신이 없다. 그리고 범인의 실체를 확인하고픈 생각에 마음만 바빠진다. 그리고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는... 중간중간 범인을 유추해가며 읽었지만 결국 내 추리가 틀렸다. 그 사람이 범인일 줄이야. 전혀 예상 밖의 인물이다. 그만큼 작가는 범인을 교묘히 숨기면서 미스디렉션으로 독자를 유인하고 멋지게 성공한다.

 

 

굳이 단점을 지적하라면 경찰의 허술한 수사 방식이다. 단순히 기차에 몸을 던졌다고 간단하게 자살로 처리한 점이나 자택에서 자필 살해 계획서가 발견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화학 교사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다. 자살자들의 소지품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납작한 동전의 존재만으로 충분히 의문을 가질 만하지 않은가. 이런 부분이 추리소설로서의 깊이가 조금은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아주 재밌게 읽었다.

 

 

추리소설로서의 범인 찾기의 재미와 스릴러적 긴장감도 고루 갖춘 재미난 엔터테인먼트 작품이다. 찰리 돈리라는 작가는 처음 접해보는데 그의 말마따나 머리를 놔주지 않는 책을 쓰는 데는 일가견이 있어 보인다. 간만에 머리 쓰는 재미난 추리소설 한 권을 읽어서 기분이 좋다. 그나저나 작가 후기에 이렇게 자기 책을 잔뜩 선전하는 작가는 처음 본다 ㅎㅎ.암튼 이 작가 기억해 두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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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는 누구인가 ??? | 서양 미스터리 2021-04-1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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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팔리 들판에서

리스 보엔 저/정서진 역
피니스아프리카에 |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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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연합군이 힘을 겨루는 제2차 세계대전이 기승을 부리고 독일의 영국 침공이 임박할 즈음, 영국 런던 교외의 켄트주 웨스터햄 백작의 팔리 영지에 낙하산 불시착으로 추락해 사망한 군인의 시체가 발견된다. 영국군 복장의 사체는 가짜 인식표와 모표로 인해 적의 첩자로 추정되고, 소지품이라고는 1461이라는 의문의 숫자가 적혀있는 풍경을 찍은 스냅 사진 한 장이 전부이다. 과연 사진과 숫자는 무엇을 의미하며 그가 현지에서 접선하려는 자는 누구인가? 평화롭던 팔리 영지에 잔잔한 파문이 인다.

 

 

오랜만에 읽는 스파이 소설이다. 그것도 리스 보엔이라는 여성 작가가 쓴.... 엄밀히 말해 『팔리 들판에서』는 전쟁 소설이자 역사 소설이요, 연애 소설이자 첩보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당시의 역사적 사실을 생생히 재연하며 그 전쟁통에 꽃피우는 젊은 남녀의 산뜻한 로맨스와 궁극적으로 모종의 음모를 꾸미는 스파이를 찾아내는 이야기이다.

 

 

이 책을 끌고 가는 주인공은 크게 네 명이다. 귀족의 아들이자 훈남으로 영국 공군의 에이스 조종사인 제러미(19세), 그런 그의 연인이자 웨스터햄 경의 셋째 딸로 영국 비밀 정부 부서에서 암호 해독가로 근무하는 패멀라(21세), 제러미와 패멀라의 오랜 동네 친구로 패멀라를 짝사랑하는, 목사의 아들이자 옥스퍼드대 출신의 MI5(영국 정보부)에 근무하는 벤(19세), 그리고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러 파리에 가서 연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바람에 전쟁통에 발이 묶인 웨스터햄 경의 둘째 딸 마고(23세).

 

 

전쟁은 일상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 마치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시대의 그것처럼... 귀족가의 어린 숙녀들은 사교계 진출이 막혀 미래의 남편감을 찾는 기회를 박탈당한 데에서 오는 상실감에 툴툴거리고, 반면에 젊은 남자들은 학업과 생업을 중단한 채 전쟁에 자원 또는 징집되어 생사의 갈림길을 오간다. 웨스터햄 경 딸들의 무료하지만 활기찬 일상생활과 벤과 패멀라의 런던 근무지 상황을 보여주며 차분하게 흘러가던 이야기는 독일 포로수용소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제러미가 고향으로 무사히 귀환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벤은 사망한 전령으로부터 접선하려는 현지인을 색출하라는 상부의 비밀 지시를 받고 고향으로 내려오고, 패멀라는 연인의 귀환으로 휴가차 팔리 영지를 찾으면서 세 주인공은 다시 한번 운명의 조우를 한다. 한편, 파리에 있던 마고는 레지스탕스의 대장인 연인이 독일군에게 체포되면서 게슈타포에게 끌려가 협조 명목으로 갖은 고초를 겪는다.

 

 

그렇게 전쟁은 모든 가족과 친지, 이웃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하고, 그들은 각자 자신들만의 사명과 애국심으로 험난한 전쟁통을 헤쳐나간다. 때론 안타깝고 때론 로맨틱하게 흐르던 이야기가 벤의 집요한 수사 끝에 스냅사진 속의 풍경의 장소와 숫자의 의미를 알아내면서 급물살을 탄다. 서행으로 주행하던 자동차가 서서히 속도를 올리더니 급기야 고속으로 질주하는 느낌이랄까... 과연 조국을 배신하고 적군과 내통하는, 아니 더 나아가 체제를 전복시킬 정도의 가공할 음모를 꾸미는 스파이는 누구인가? 모든 것이 밝혀지는 라스트씬은 그래서 더욱 짜릿하다. 마치 공유, 송강호 주연의 영화 <밀정>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나라를 팔아먹고 적과 내통하는 밀정을 색출해 처형하면서 "의열단의 이름으로 적의 밀정을 척살한다."라는 공유의 멋진 대사처럼...

 

 

작가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당시 사용되었던 블레츨리 파크를 현장 방문하는 등 역사적 고증에도 힘썼고, 배급제, 전시 행동 강령 7대 수칙 등을 통해 당시 전시 하의 영국 현지 분위기를 생생히 전달한다. 이 책은 스파이 소설이지만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건조하고 냉소적인 그런 분위기의 묵직한 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낭만적이고, 목가적이고, 그런 가운데 로맨스가 싹트는 부드러운 스파이 소설이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전쟁이 없었다면... 드넓은 팔리 영지를 맘껏 뛰놀며 테라스에서 한가롭게 티타임을 즐기는 웨스터햄 경 부부와 다섯 딸들의 행복한 수다... 그리고 그들 옆에서 즐겁게 어울리는 젊은 청년 제레미와 벤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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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형의 새로운 탐정 캐릭터의 탄생 | 서양 미스터리 2021-03-2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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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IQ

조 이데 저/박미영 역
황금가지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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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25세의 흑인 청년이 있다. 180이 조금 넘는 훤칠한 키에 마른 체형, 비상한 두뇌에 번뜩이는 추리... 각종 공구를 다루고, 차를 분해하는 등 다양한 손재주를 가진... 그가 바로 LA 뒷골목 소시민의 각종 사건을 저렴히 해결해 주는 '무허가 비밀 해결사 탐정' 아이제아 퀸타베이다. 책 제목 <IQ>는 주인공 이름의 약자이다.

 

 

책은 아이제아가 방황하는 10대 청소년 시절과 탐정 일에 매진하는 20대 청년 시절로 교차 서술된다. 각종 경시대회의 상을 휩쓸며 명문 대학 진학을 앞둔 17세의 총명한 고등학생 아이제아는 유일한 보호자인 친형의 죽음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의지할 곳이 없어진 아이제아는 공황 상태에 빠지고... 설상가상으로 보금자리인 형의 아파트를 유지해야 하는 금전적 압박에 시달린다. 결국 불량 동급생 도슨에게 방을 내어주고... 그와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알바의 푼돈을 넘어 범죄를 부추기는 도슨의 꾐에 넘어간 아이제아는 조그만 상점을 털어 그 장물을 이베이를 통해 되팔아 이익을 챙기는 도둑으로 변신한다. 착실한(?) 아이제아에 비해 씀씀이가 헤픈 도슨은 사사건건 의견 충돌이 심해지고... 생활비가 떨어진 도슨은 결국 마약 거래상을 습격하고, 이것이 지역 갱단 간의 전쟁으로 번져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다. 여기서 아이제아는 자신의 삶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정의의 길로 들어설 것을 맹세한다.

 

 

뒷골목 소시민의 사소한 사건을 해결해 주고 푼돈을 챙기는 25세 청년 아이제아에게 후원하는 아이에 대한 큰돈이 필요할 때 마침 악연의 도슨에게 연락이 오고... 결국 거액의 수임료를 보장받고 유명 래퍼 살인 미수 사건에 뛰어든다. 누군가 60킬로그램대의 무시무시한 맹견 핏불로 래퍼를 습격한 것. 아이제아는 세밀한 현장 분석과 날카로운 추리로 개의 주인,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 그것을 사주한 배후의 인물을 추적한다.

 

 

출판사가 '21세기형 셜록 홈즈의 재림'이라고 소개하는데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추리 요소가 적절히 가미된 범죄 액션 스릴러에 가깝다. 유일한 보호자인 형을 잃은 슬픔으로 한때 못된 친구의 꼬임에 빠져 범죄자의 길에 들어섰지만 자신으로 인해 평생 불구가 된 한 아이를 보고 대오 각성, 자신의 출중한 능력을 LA 뒷골목 소시민 약자에게 쓰기로 한 현대판 슈퍼히어로.

 

 

이 책의 재미를 탄탄히 받히는 것은 탐정 아이제아와 조수역 도슨의 불편한 듯 합심하는 달짝지근한 캐미이다. 절대 어울릴 수 없는, 종자가 완전히 다른 두 동급생이 룸메이트란 운명하에 한배를 탄다. 또 하나는 바로 리얼리티, 살아있는 생생한 현장감이다. LA에 거주하며 흑인 문화를 두루 접한 작가가 뒷골목에서 통용되는 그들만의 저속한 언어나 표현을 통해 갱단의 습성과 행동 방식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마치 내가 현장에 있는 듯 착각할 정도로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한다.

 

 

책을 다 읽으니 번뜩이는 추리와 호쾌한 액션이 어우러진 갱스터 영화 한 편을 감상한 느낌이다. 가진 것 별로 없이 오로지 정의감 하나만 가지고 영민한 두뇌와 싱싱한 몸으로 때우는 20대 흑인 청년이라는 탐정 캐릭터가 무척이나 신선하다. 특히, 보호의 책임이 있는 아이 앞에서, 그리고 멀리 하늘나라로 간 친형의 메시지를 가슴에 새기며 주인공이 자신의 삶의 목표와 가치관을 재정립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무법과 무질서, 갖은 음해와 폭력이 난무하는 대도시의 뒷골목 세계를 무대로 선한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을 돕는 주인공의 활약은 오늘도 계속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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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품격 SF 첩보 스릴러 | 서양 미스터리 2021-03-0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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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웨어하우스

롭 하트 저/전행선 역
북로드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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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가 탑승하지 않고 무선전파의 유도에 의해 비행과 조종이 가능한 무인기 '드론'은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드론은 애초에 군사용으로 탄생했지만 이제는 고공 영상 사진 촬영과 배달, 기상정보 수집과 농약 살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특히 물류 분야에서는 드론의 사용이 단순히 배송 확대가 아니라 기존 물류시장의 구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드론을 활용한 배송의 신속, 정확, 효율성은 기존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더 나아가 대형 마트의 매출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다.

 

 

'클라우드'는 그런 드론 택배의 정점에 서있는 세계적인 슈퍼 기업이다. 백 개가 넘는 마더클라우드 지점은 전 세계에 방사선처럼 뻗어있고 고용된 종사자는 수천만 명이 넘는다. 클라우드는 높은 급여 외에도 직원 아파트,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완벽한 복지를 제공한다. 일과 휴식 공간 등 완벽한 삶이 안전하게 보장되는 꿈의 기업 클라우드.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 속에서 인간은 궁극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그런 초울트라 슈퍼 기업 클라우드에서의 삶을 심오하고 철학적으로 접근한 SF 첩보 스릴러이다.

 

 

책은 세 명의 시선으로 교차 서술된다. 먼저 클라우드 회사의 창시자이자 췌장암으로 살날이 얼마 안 남은 CEO 깁슨 웰스가 블로그 형식으로 기업 클라우드에 대해 설명한다. 창업 배경과 급여 체계, 사회에 끼친 공헌도 등 인구 감소와 먹거리 부족으로 인간의 삶이 황폐화되는 불안전한 외부 세계로부터 중추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클라우드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경영 철학을 피력한다.

 

 

그러고는 남녀 주인공이 등장한다. 한때는 잘나가는 회사 대표였지만 클라우드의 저가 공세에 밀려 파산한 전직 교도관 출신 팩스턴. 그는 자신을 나락으로 빠트린 클라우드에 입사해, 제2의 삶을 꿈꾼다. 그곳에서 전직 여교사 출신의 지니아라는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이는 지니아의 교묘한 술책. 지니아는 노련한 기업 스파이이다. 그녀의 임무는 정부로부터 거액의 세금을 감면받는 클라우드의 녹색 에너지 정책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 그녀는 시설 출입이 자유로운 보안요원 팩스턴의 신분을 십분 이용한다.

 

 

빨간색 셔츠의 피커로 선택된 지니아의 하루 일과를 좇다 보면 '현대판' 조지 오웰의 <1984>가 따로 없다. 손목에 차는 클라우드 시계는 현대판 족쇄이자 감시용 cctv이다. 출입 코드와 크레딧은 기본이고 등급 상태 등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이 시계에 의해 명령되고 감시된다. 화장실 가는 시간 15분, 식사 시간 30분도 허투루 쓸 수 없다. 물품을 찾아 지정된 컨테이너에 올려놓는 시간이 조금만 지체돼도 클라우드 시계의 등급은 녹색에서 노란색으로 바뀌며 경고등이 켜진다. 단 1초도 마음대로 쉴 수 없는 지옥 같은 업무의 연속이다.

 

 

팩스턴은 전직 교도관 출신이라는 경력으로 인해 파란색 셔츠의 보안요원이 된다. 오블리비언이라는 금지 약물 밀반입에 대한 전담반으로 투입되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자 동료와 상사로부터 신임은 두터워지고... 깁슨에게 항의하며 자신의 삶을 되찾고자 하는 최초 목표에서 조금씩 현실에 안주하는 타협점을 찾게 된다.

 

 

에너지 처리 시설로 잠입해 가는 지니아의 작전과 동선을 기준으로, 그 과정에서 밝혀지는 임무를 부여한 고객의 정체, 클라우드 기업의 사회적, 윤리적으로 비난받을 어두운 비밀들, 무한한 청정에너지 개발로 세계의 중심에 서려는 야심찬 계획, 깁슨을 암살하려는 음모와 금지 약물 밀반입 루트의 실체 등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줄을 잇는다.

 

 

보안요원으로서 승승장구하며 클라우드의 삶에 만족하며 현실에 안주하는 팩스턴, 그런 팩스턴을 교묘히 이용하는 기업 스파이 지니아,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통제하는 클라우드의 정책에 반기를 들고 체제 전복을 노리는 저항군, 그 중심에서 자신의 경영 철학에 무한한 자부심을 가지고 굳건히 존재감을 과시하는 창업자 깁슨 웰스. 과연 그가 창조한 클라우드는 미래의 장밋빛 유토피아인가, 아니면 암울한 디스토피아인가. 황무지에서 자유로운 삶을 선택할 것인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제공되는 공간에서의 통제된 삶을 살 것인가.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장에서의 팩스턴의 결의에 찬 행동은 묘한 울림을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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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시한 범죄 액션 | 서양 미스터리 2021-01-25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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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살인마에게 바치는 청소지침서

쿤룬 저/진실희 역
한스미디어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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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를 사냥하는 살인마, 스녠. 그는 20살을 갓 넘은 젊은 미소년이다. 그의 목표는 단 한 가지. 영국의 전설적인 연쇄살인범 잭 더 리퍼를 숭배해서 만든 'JACK'이라는 살인 집단의 조직원을 찾아내서 제거하는 것. 그에게는 보통 사람과는 달리 살인마를 특정해내는 예리한 감각이 있다. 여기에 다비도프라는 정보 수집상이 그에게 살인마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스녠은 잭의 조직원을 찾아내 살인을 하고, 죽어가는 피살자에게 청소 팁을 알려주면서 살해 현장을 티끌 하나 없이 완벽하게 청소한다. 그야말로 결벽증의 남자이다.

 

 

책의 초반부는 그런 스녠이 다비도프의 측면 지원을 받아 잭의 조직원을 찾아내고 한 명씩 죽이면서 임무를 완성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무엇이 스녠을 살인마로 만들었을까. 왜 스녠은 평생의 목표로 잭의 조직원을 일망타진하려 하는가. 책의 중반부는 자신의 정체성에 깊은 혼돈의 세계에 빠져있는 스녠의 어두웠던 과거로 돌아간다. 어릴 적 감옥 같은 보육원에서의 지옥 같은 감금 생활...탈출한 어린 스녠을 극진히 돌봐준 누나의 충격적인 죽음과 그런 누나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얼핏얼핏 되살아나는 악몽 같은 기억의 편린이 스녠의 호흡을 가쁘게 회고 정신세계를 교란한다.

 

 

여기에 두 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우연히 사건에 휘말렸다가 스녠을 이해하고 그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는 회사원 샤오쥔과 다비도프의 측근인 심리상담사 닥터 야오. 샤오쥔이 스녠의 친구로서 안정감을 준다면, 닥터 야오야말로 배후의 요주의 인물이다. 닥터 야오와 주인공 스녠과의 운명적인 연결 고리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이다. 과연 스녠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과연 그는 무사히 임무를 완성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번외 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은 타이완의 유명 플랫폼에 인기리에 연재됐던 소설을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신세대 감각에 상당히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다. 스타일리시한 액션에 잔혹한 범죄 묘사까지...마치 영화 <킬빌>을 보는 것 같다. 범죄 스릴러에 미스터리 요소를 살짝 가미한 무척이나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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