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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본 미스터리
죄의 여백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21-04-3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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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죄의 여백

아시자와 요 저/김은모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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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가 학교 4층 교실 베란다에서 추락사한다. 이것은 자살인가 아니면 불의의 사고인가. 일견 자살로 보이는 이 어린 여학생의 죽음 이면에는 친구를 극한으로 내몬 타인의 악의가 도사린다. 8년 전, 병으로 사랑하는 아내를 보내고 유일한 희망인 딸까지 잃은 대학 조교수 안도는 식음을 전폐하며 실의에 빠진다. 여자 동료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던 안도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열어본 딸의 노트북 속 일기장에서 왕따의 흔적을 발견한다. 딸은 자살당한 것이다.

 

 

학교가 하나의 사회라면 반에서도 계층이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모르겠지만, 일본 그것도 여자 학교에서는 '스쿨 카스트'라 부르는 신분과 계층이 존재한다. 이쁜 애, 공부 잘하는 애, 운동 잘하는 애, 부잣집 애 등 소위 잘나가는 애들은 상류층이고 그렇지 못한 애들은 하류층으로 분류된다. 그런 그룹 간의 교우 관계는 자라나는 청소년의 자아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상류층 그룹에 속한 아이들은 밀려나지 않도록 전전긍긍하고, 하류층에 속한 아이들은 신분 상승을 꿈꾼다.

 

 

갓 고등학교에 입학한 안도 가나에게는 연예인을 꿈꿀 정도로 미모가 빼어난 사키 그리고 부잣집 딸 마호가 절친이다. 특히 리더 격인 사키를 중심으로 그녀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렇게 오묘한 그룹 내의 삼각관계가 형성되고... 하지만 학기가 지나갈수록 사키의 독선적인 태도와 행동, 마호의 시기 어린 질투심 등에 의해 가나는 그들로부터 조금씩 따돌림을 당한다.

 

 

미팅에서 제외되거나, 핸드폰을 뺏기고, 심지어는 애지중지하는 어머니의 유품인 지갑도 강탈당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가나는 친구를 잃고 그룹에서 내쳐지는 왕따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에 떤다. 그런 심리적 압박감이 그녀의 일기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지만 그들의 눈밖에 벗어나지 않게 부단히도 애쓴 그녀의 "이제 지쳤다."라는 마지막 글귀...

 

 

딸의 자살 배경을 알게 된 안도는 오열한다. 그리고 다짐한다. 내가 이 둘을 죽여버리겠다고... 분위기를 살피러 다른 급우로 위장해 안도의 집을 방문한 사키는 안도와 함께 가나의 일기를 보고 분노에 찬 가나 아빠의 피의 맹세를 듣는 순간 경악한다. 그녀는 머릿속을 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안도와 사키 간의 치열한 수 싸움이 전개된다. 후반부는 그야말로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의 연속이다. 그들에게 반성의 기회와 정의의 철퇴를 내리려는 안도, 교묘한 계략으로 반격의 술수를 계획하는 사키, 그런 사키의 지시에 허수아비처럼 동참하는 마호... 과연 어떤 결말로 치달을까...

 

 

<죄의 여백>은 오늘날 커다란 문제가 되는 학교 내의 왕따 또는 집단 따돌림 현상의 사회적 부작용과 폐해를 여실히 보여준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정서적으로 커다란 타격이요, 심한 경우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린다. 작가는 그러한 민감한 소재를 계층이 존재하는 학교를 배경으로 절친인 세 여자 급우 간의 힘의 균형에 의한 미묘한 심리와 신경전, 그리고 딸을 잃은 아빠의 통렬한 복수를 통해 절절하고 의미심장하게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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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전문 탐정이 탄생하다.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21-04-0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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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교통사고 전문 삼비 탐정

윤자영 저
북오션 | 202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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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자영 작가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들에선 이과 냄새가 난다. 강원도 폐교에서 거액의 상금을 놓고 벌이는 추리게임과 그 흑막을 그린 <교동회관 밀실 살인사건>, 여섯 개의 기발한 물리적 트릭이 등장하는 <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 학폭과 탐욕을 소재로 복수와 추락을 다룬 <파멸 일기>...담백한 문장에 흥미로운 이야기 그리고 과학적 지식을 트릭에 적극 대입한 특유의 이과 냄새....나는 그 냄새가 좋다.

이번 신작 역시 그 특유의 이과 향기가 물씬 드러나는 작품이다. 그런데 주인공인 탐정이 예사롭지 않다. 추리소설을 오랫동안 읽어왔지만 듣도 보도 못한 교통사고 전문 탐정이라니...아마 국내 또는 세계 최초의 특화된 탐정의 출현이 아닐까...엄밀히 말해 탐정은 아니고 조사관 수준이지만...국가 자격시험이 있는 도로교통사고 감정사란 직업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전직 고교 물리교사 출신의 교통사고 전문 조사관 박병배, 일명 삼비 탐정은 옛 인연으로 알게 된 최가로 여성 국선변호사 사무실에서 더부살이를 한다. 일종의 동업자이자 부하(?) 같은 오묘한 관계. 그러면서 삼비 탐정은 최 변호사와 합심해서 다양한 형태의 의문스러운 교통사고건을 해결해 나간다.

1부는 야심한 심야 시간, 한적한 시골 마을 교량에서 떨어져 자살로 처리된 한 젊은 여성의 의문의 추락사를 다룬다. 삼비 탐정은 계곡에 떨어진 시체의 위치와 자세에서 타살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1부의 재미는 특유의 플롯에 있다. 삼비 탐정의 수사 시점과 범인의 범행 시점으로 교차 진행된다. 그래서인지 삼비 탐정의 흥미진진한 추리적 재미와 범인이 범행을 모의, 실행하는 스릴러적 긴장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런 구성으로 인하여 예상치 못한 제3의 인물이 등장하는, 독자를 깜짝 놀래킬 수 있는 장면이 자연스러운 서술로 인하여 반전의 극대화를 놓치는 부분이다. 이 장면이 조금은 아쉽다.

2부는 한 편의 복수 스릴러이다. 과거로 돌아가 박병배가 최변호사를 만나는 계기와 탐정에 입문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교통사고로 한순간에 가족을 잃고 실의에 빠진 박병배가 반성과 사과는커녕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권세를 앞세워 큰소리치는 가해자 검사에게 핏빛 복수를 맹세한다. 그 실행 과정은 물론 스릴 만점이다.

3부는 외국인 아내 보험 살인이 의심되는 빗길 교통 사망사고를 다룬다.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하려는 남편, 그런 남편의 무죄 석방을 걸고 모종의 거래를 하는 삼비 탐정, 그런 탐정을 측면 지원하는 대머리 해결사, 아무것도 모르고 손주의 해외 입양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최변호사....이 단편은 물리적 트릭이나 추리적 재미보다는 등장인물의 가치관과 이해득실에서 파생되는 정의감과 권선징악식 결말에 포커스를 맞춘다.

마지막 4부는 장애인 노인에게 중고차 사기를 치고 그것도 모자라 노인을 변호하는 최변호사에게까지 해코지를 한 불량 딜러들을 혼내주는 삼비 탐정의 통렬한 활극이 펼쳐진다. 되로 받고 말로 주는 식의 삼비 탐정의 분노한 액션과 그 같은 불법적 응징을 극구 만류하는 최변호사와의 애틋한 로맨스가 볼만하다.

책을 읽기 전에는 작가가 현직 고등학교 과학 교사인지라 자신의 주특기를 십분 살린, 너무 고난도의 물리적 지식과 트릭이 등장하는 게 아닌가 살짝 우려도 했는데 그것의 기우였고, 오히려 너무 난도를 초등 수준으로 낮추는 바람에 조금은 심심했다고나 할까... 개인적으로는 물리적 지식의 난도를 조금 높이는 게 어땠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이 교통사고를 다루고 그것을 풀어내는 수단으로 다양한 물리학적 지식들이 등장하지만 그것은 단지 보조 수단일 뿐 어차피 이야기를 끌고 가는 핵심 주체는 사건에 둘러싸여 갈등을 일으키고 또 그것을 해결하는 인간들이다.

미사여구가 철저히 배제된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초보 수준의 물리학적 지식, 교통사고를 놓고 벌이는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진실 공방, 그 뒤편에 도사리는 범죄의 냄새... 그 중간에 서서 정밀한 분석과 예리한 추리로 사건의 진상을 꿰뚫는 삼비 탐정... 그리고 최변호사와의 알콩달콩한 달달한 캐미까지...문장도 쉽고 내용도 흥미로워서 이틀 만에 후딱 읽었다. 나당탐정 2탄을 기다렸는데 삼비 탐정이라니...다음엔 또 누굴까 궁금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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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서양 추리물보다 이 책이 낫다.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21-04-0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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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2007~2020 특별판

황세연,김유철,박하익,송시우,조동신,홍성호,공민철,한이,정가일 저
나비클럽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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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계간 미스터리', '미스테리아'등을 통해 송시우 작가의 <아이의 뼈>와 공민철 작가의 <유일한 범인>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아서 '역시 황금펜 수상작은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면서 '수상작들만 따로 모아서 나오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특별판으로 만나볼 수 있어서 더없이 반갑다.

 

 

황금펜상은 매년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한국추리문학상 최우수 단편 부문에 시상하는 상으로, 이 특별판에는 수상작이 없었던 2,3회를 제외하고, 상이 제정된 2007년부터 2020년까지 수상한 열두 편의 수상작이 수록되어 있다.

 

 

가장 최근 수상작(2020년)인 황세연 작가의 <흉가>는 이사한 폐가같이 낡은 집에서의 의도치 않는 살인을 통해 드러나는 어두운 과거와 숨겨진 비밀을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 형식으로 재미나게 그려낸다.

 

 

제1회 황금펜상 수상작(2007년)인 김유철 작가의 <국선 변호사 - 그해 여름>은 모텔 살인사건의 진범을 추적하는 인간미 넘치는 국선 변호사의 활약상을 그린 단편이다. 몰카, 불법 동영상 등 지금 시점으로 다소 고루한 점은 있으나 수사 과정은 제법 짜임새가 있다. 근데, 범행 현장인 모텔 3011호와 현장 수사하는 407호(4007호가 아니고?)의 연관성을 몇 번을 다시 읽어도 모르겠다.

 

 

박하익 작가의 <무는 남자>는 여고생의 가냘픈 팔뚝을 노리는, 마치 바바리맨 같은 '무는 남자'라는 변태남을 추적하는 선암여고 여학생 5인방의 활약상을 그린 학원 미스터리물이다...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사학 비리라는 더 큰 그림이 뒷배경에 숨어 있다. 작가를 다시 보게 되는 작품이다.

 

 

황세연 작가의 <스탠리 밀그램의 법칙>은 '인류는 하나로 긴밀이 연결된다'라는 저명한 사회학자 '스탠리 밀그램의 6단계 분리 법칙'을 재치있는 구성과 흥미로운 전개로 풀어낸다. 그 재미난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대충 결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송시우 작가의 <아이의 뼈>는 흉악범에게 사랑하는 어린 딸을 잃은 엄마의 애달픈 사연이 펼쳐진다. 체념과 상실 그리고 복수. 이번이 세 번째 읽는 것인데 몰입감 하나만은 정말 최고다.

 

 

조동신 작가의 <보화도>는 임진왜란 시대를 배경으로 한 본격 추리물이다. 왜군의 해양 진출을 감시하기 위해 보화도에 진을 친 수군통제사 이순신은 벗집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장만호 군관에게 범인 색출을 명한다. 탄탄한 배경지식에 사건을 해결해가는 본격 추리물로서의 완성도가 뛰어나다.

 

 

홍성호 작가의 <각인>은 한 소녀의 유괴 사건을 통해 각인된 과거의 악연이 쉽사리 끊어지지 않음을 보여주는 경찰 소설이자 사회파 추리물이다. 절제된 문장 속에 아름다운 마무리가 인상적이다.

 

 

공민철 작가의 <낯선 아들>은 오늘날 사회적 문제가 되는 독거노인의 세태를 범죄 문학으로 날카롭게 풀어낸 단편이다. 혼자 외롭게 사는 치매 걸린 노인의 돈을 노리고 접근해 아들 행세를 하는 남성은 낯선 침입자인가 반가운 손님인가.

 

 

마찬가지로 공민철 작가의 <유일한 범인>은 독거노인의 의문의 고독사를 본격 추리 기법으로 승화시켜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워주는 수작이다. 이번이 삼독(三讀)인데도 그 재미와 울림은 여전하다.

 

 

한이 작가의 <귀양다리>는 유배객 살인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제주목사의 활약상을 그린 본격 추리물이다. 추리하는 재미도 괜찮고, 아전과의 캐미를 통한 해학적인 요소나 개그적인 감각이 진중한 분위기에 감초 역할을 하는 등 능수능란한 작가의 원숙한 테크닉이 돋보이는 단편이다.

 

 

정가일 작가의 <소나기>는 한 권세가가 몰락하는 과정을 소녀와의 아련한 키스의 추억으로 담백하게 그려낸다. 마지막에 반전이 등장하지만 전체적으로 미스터리 색채가 약하다.

 

 

조동신 작가의 <일각수의 뿔>은 한 기업가의 독살 사건을 추적하는 소년 탐정의 활약상을 그린 본격 추리소설이다. 머더 구스 노래를 시작으로 케이크를 이용한 독살 트릭 등 재미난 본격 추리 요소가 많다. 다양한 이야깃거리에 배경지식도 풍부하고 추리적 완성도도 뛰어나서 아주 재밌게 읽었다.

 

 

정말 수상작이란 타이틀 때문인지 단편 하나하나 부푼 기대감을 갖고 초집중해서 읽었다. 본격 추리, 사회파 추리, 심리 스릴러, 서스펜스, 학원 미스터리, 역사 미스터리 등 분포도 다양한데, 역시 황금펜상 수상작들답게 유려한 문체와 깊이 있는 스토리, 탄탄한 재미와 빼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수작들이 많다. 그래서 대단히 만족하며 덕분에 책을 읽는 요 며칠간이 무척이나 행복했다.

 

 

내가 선호하는 본격 추리물도 몇 작품 보이는데 비현실적 배경에 단순히 트릭과 반전으로 승부를 보기보다는 캐릭터와 스토리에 중점을 두고 시대상, 사회성을 반영하는 사회파 추리를 적절히 접목시키는 느낌이다. 이번 특별판을 읽어보니 이제는 한국 추리문학의 수준이 서양의 그것에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진일보해서 뿌듯하다. 솔직히, 그저 그런 서양 미스터리 열 권 읽는 것보다 이 책 한 권 읽는 게 낫다. 그만큼 이 특별판의 가치는 특출나다. 바쁜 현대인의 생활 속에 시작부터 결말까지 단시간에 독서를 즐기기에 단편만큼 좋은 게 없다. 그런 의미에서 최우수 단편 부문에 시상하는 황금펜상이 꾸준히 지속돼서 추리적 재미와 소설적 완성도를 모두 잡는 우수한 단편이 꾸준히 나오길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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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강렬한 단편 미스터리의 정수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21-03-2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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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범인 없는 살인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저/윤성원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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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없는 살인의 밤>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가 1985년부터 1988년까지 3년간, 문예지에 발표한 미스터리 단편들을 모아서 펴낸 초기 소설집이다. 2009년에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고, 2017년에 개정판이 나왔으니 이번이 세 번째로, 재개정판인 셈이다. 이 책에는 표제작인 <범인 없는 살인의 밤> 포함, 짧지만 강렬한 일곱 개의 미스터리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간단히 살펴보면...

 

 

한 고등학생의 석연치 않은 옥상 추락사의 이면에 감춰진 은밀한 악의를 파헤치는 <작은 고의>

생후 3개월 된 영아 살해 사건의 충격적인 배경과 비밀을 막장 드라마 형식으로 그려낸 <어둠 속의 두 사람>

중학생 남자아이의 선의의 행동이 엉뚱한 연쇄 작용을 일으켜 리듬 체조를 사랑한 소녀에게 비극을 초래하는 <춤추는 아이>

한 도시를 마주하는 시각차가 극명히 엇갈린 부부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끝없는 밤>

흡연의 폐해를 한 사이코패스의 광기 어린 연쇄살인으로 섬뜩하게 그려낸 <하얀 흉기>

여자 양궁 선수의 자살 미스터리와 거듭되는 반전이 인상적인 <굿바이, 코치>

살인 사건을 은폐하려는 한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충격적인 반전 드라마 <범인 없는 살인의 밤>

 

 

짧지만 강렬하다. 그리고 재미있다. 수록된 모든 단편들이 처지는 작품 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고른 재미와 완성도를 자랑한다. 특히, 기발한 트릭에 반전을 거듭하는 <굿바이, 코치>와 다시 한번 읽을 수밖에 없는, 휘몰아치는 반전에 정신이 얼얼한 <범인 없는 살인의 밤>이 이 단편집의 백미이다. 30년도 넘게 쓰인 작품이지만 지금 읽어도 전혀 낡은 느낌이 없다. 인간의 뒤틀린 욕망이나 숨겨진 악의 그로 인해 파생되는 살인을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와 속도감 있는 전개, 그리고 허를 찌르는 결말로 실감 나게 그려냈다.

 

 

책을 펼치자마자 단숨에 다 읽었다. 그만큼 몰입감, 가독성이 뛰어나다. 오늘날같이 바쁜 현대인들에게 이렇게 읽기 쉽고 분량도 단편이라 짧아서 이야기에 쉽게 빠져드는, 그러면서 강렬한 여운과 확실한 재미를 보장해 주는 작품이 어디 있을까.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깔끔, 담백한 수작 미스터리 단편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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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1 봄호 | 한국/일본 미스터리 2021-03-2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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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계간 미스터리 (계간) : 봄호 [2021]

계간 미스터리 편집부 저
나비클럽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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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접하는 <계간 미스터리> 그것도 따끈따끈한 <2021 봄호>이다. 그래서인지 출판사도 바뀌고, 표지 디자인도 확 달라졌다. 속을 들여다보니 레이아웃도 정갈하니 깔끔하고 글자도 시원시원하다.

<추리소설가 20인에게 듣는다>는 기획도 참신하고 내용도 흥미진진했다. 덕분에 추리소설가의 세계를 단편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법원 양형조사관으로 재직하는 홍성호 작가가 "자신의 직업이 글 소재에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말이 다소 의외였고, 홍선주 작가의 "독자가 작의를 다르게 이해할 때 씁쓸하다."라는 말에 공감한다.

"한국 추리소설이 외국 추리소설보다 못하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독자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봐달라."라는 주문에는 다소간의 반론을 제시한다. 왜냐하면 동일선상에서의 비교는 힘들기 때문이다. 아주 예전에 "왜 방화는 외화보다 재미가 없을까요?"라고 리포터가 물으니, 유명 촬영감독이 "외화는 해외에서 흥행이 검증된 작품을 선별해 수입하는 것이고, 방화는 흥행 여부에 관계없이 극장에 걸리는 것이고...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라고 답했다, 지극히 옳은 논리이고 정확한 지적이다.

우리는 일본과 서양 미스터리를 작가의 인지도 및 흥행 성공과 권위있는 상 수상 여부 등 재미와 완성도에서 검증된 작품을 선별해서 국내에 들여온다. 반면, 한국 미스터리 책은 그런 과정 없이 일단 출간한다. 흥행 여부는 차후의 문제이다. 선별된 외국 작품과 국내 소설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이다.

류삼 작가의 <추리소설가의 하루>는 특별한 내용도 없는데 은근히 빨려 들어간다. 일상 에세이의 담백한 위력인가. 그러면서 마지막에 혹시나 반전을 기대하는 요상한 심리... 누가 미스터리 팬이 아니랄까봐...ㅎㅎ 비슷한 느낌의 에세이 <작가의 방>도 흥미롭게 읽었다. 예술가, 작가, 창업자의 용도로 쓰이는 세 개의 책상들... 나 같으면 두 개는 처분, 하나로 통일하고 남는 공간을 활용하지 않을까 싶다.

마라톤이 올림픽의 꽃이라면, 수록된 단편 소설들은 미스터리 잡지의 꽃이다. 다른 기획 기사들보다 소설이 재밌어야 한다. 읽어보니, 앞의 네 편은 보통, 뒤의 두 편은 괜찮았다. 대부분 작품들이 꼼꼼한 자료 조사나 전문적 지식 없이 머릿속 구상만으로 가볍게 쓸 수 있는, 소설로서의 깊이가 부족한 느낌이다.

연쇄살묘범을 추적하는 소년탐정단의 활약을 그린 <코난을 찾아라>는 경쾌하게 흘러가다 뜬금없는 반전으로 마무리되고, 제법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푸른 수염의 방>은 결말을 위해서는 중간에 복선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의붓아버지를 살해한 소녀의 진상을 추적하는 <엄마와 딸>은 본격과 사회파 이도 저도 아닌 진부한 느낌이고, 치매 걸린 노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그린 <긴 하루>는 미스터리물로서의 작가의 정확한 의도를 읽지 못하겠다.

역사 추리물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의문의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목마장 주인 김만일의 기지와 추리가 빛나는 <목호 마조단>은 재미와 짜임새가 좋다. 특별초청작인 서미애 작가의 <숟가락 두 개>는 살인사건의 진위를 놓고 벌이는 딸과 수양아버지의 공방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잔잔한 여운의 사회파 추리물이다.

여담으로, 앞의 20인 인터뷰를 보니 추리 작가분들이 리뷰에 민감하고 나쁜 평가에 씁쓸한 감정을 느낀다고 했는데 독자도 마찬가지이다. 돈과 시간, 정성을 들여 소설을 읽었는데 건진(= 마음에 드는) 작품이 없다면 그 허탈감과 실망감은 어디서 보상받을 것인가. 생산자(작가)는 좋은 상품(소설)을 시장에 내놓을 의무가 있고, 소비자(독자)는 그중에서 맘에 드는 상품(소설)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한새마님이 소개한 <고바야시 월드로의 초대장>를 보니 꽤나 많은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었다. 그만큼 국내 독자에게 인기가 있다는 증거. 하지만 나에게는 호불호가 존재하는 작가이다. 본격물인 <밀실, 살인>과 단편집 <커다란 숲의~> 그리고 SF 스릴러 <인외 서커스>는 합격점인 반면, 죽이기 시리즈와 <기억 파단자>는 한마디로... 유치했다. 특히 죽이기 시리즈는 고전 동화를 차용한 유아틱한 전개가 내 취향과 체질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본격물 <밀실,살인>을 정말 문제작이다. 당시에 리뷰들을 찾아보니 많은 이들이 작가의 회심의 트릭을 눈치 못 챈 듯... 이 자리를 빌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디저트 격인 황세연 작가의 <예지몽 살인>은 재밌다. 그런 생각지도 못한 정답이 숨어있다니... 역시 추리작가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짧은 단편이라도 어디에 어떤 트릭이 숨어있는지 모르니 문장 하나하나 초집중해서 읽게 된다. 그게 본격 추리물만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이 외에, 대한민국 제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박사님과의 인터뷰, 작법의 기초이자 뼈대가 되는 플롯의 구성 방식과 패턴 등을 다양한 예시를 들어 설명하는 기사도 유익하게 읽었다. 보통 미스터리 커뮤니티가 작가는 작가대로, 독자는 독자대로 따로 노는 경향이 있는데 네이버 밴드 '추사사'를 보니 작가와 독자 간의 양방향 소통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이상적인 모임이라 보기 좋았다.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와 존 르 카레 관련 기사는 시간 날 때 천천히 읽어볼 예정이다.

오랜만에 접하는 계간 미스터리... 최근 몇 년 새에 신인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단하는 신인 작가분이 많이 보여 반갑다. 늦었지만 축하드리고 부디 정진하셔서 재미난 추리소설을 많이 발표하셨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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