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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일기 같은 단편소설들 | 감상 2019-06-03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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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멧도요새 이야기

기 드 모파상 저/백선희 역
새움 | 2018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허투루 타인의 이야기를 흘러 듣지 않고 기록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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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을 한 편이라도 읽는 날은 이상하게 죄책감이 덜 느껴졌던 것 같다.

한 때 책을 읽는 것이 의무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노느라 책을 못 읽는 날은 '아 도무지 나란 인간은 왜 이리 게으른 것일까.' 라고 생각하며 괴로웠었다.

그래서 안톤체홉이라던가 에드가 앨런 포 등의 작가들이 쓴 단편 소설을 하나라도 읽고 자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런 부담감과 죄책감은 오히려 활자에 대한 피로감을 더욱 느끼게 했고 그 때 읽은 이야기들은 지금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금은 의무감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책을 여유있게 읽을 수 있는 날이 생기기를 바라는 쪽이 되었다.

책을 읽을 시간들이 많았을 땐 놀다가 못 읽고, 이제는 읽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 못 읽는 것이다.

모파상의 '멧도요새 이야기'를 산 것은 일전의 죄책감을 덜기 위한 것이 아닌, 아무리 짧은 이야기라도 읽는다는 행위 그 자체가 마치 내가 24시간 중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었다.

 

각설하고 책이 온 이후로 자기 전 하나씩, 하나씩 짧은 이야기들을 읽었다.

읽으면서 모파상은 참 재밌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그의 머릿 속 상상이든, 주변인들로부터 모티브를 얻어 창작했든 말이다. 마치 토크쇼에 끊임없이 에피소드를 늘어놓는 연예인처럼 느껴졌다고나 할까.

어떤 이야기는 이것이 과연 단편소설이라 할 수 있을까, 그냥 관찰 일기 아닌가 할 정도로 짧은 동시에 너무나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야기같은 느낌도 주었다. 돈 때문에 개를 내다버렸다가 죄책감을 느껴도 돈 때문에 데려오지 않는 지나치도록 현실적인 이야기도 있었고, 가족을 잃은 슬픔에 미쳐버린 여인을 내다버린 후 그녀의 행방을 궁금해하는 주인공 등 무궁무진한 에피소드들은 사실 마음만 먹으면 앉은 자리에서 한 시간이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독자를 매료시킨다.

 

 

 

일상적 표현과 묘사들이 이야기를 구성하는 가운데 그 중 가장 인상에 깊었던 구절이 있었다.

 

"욕구와 행동 사이에는 존중을 위한 자리가 있지요."

저 돼지같은 모랭,에서 여인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여인을 덮치려 한 모랭을 변호하고자 찾아간 주인공에게 여인이 한 말이다. 욕구를 느끼고 행동으로 바로 이어지기 전 존중을 위한 자리가 있다는 기막힌 표현은 돼지같은 모랭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시대에도 매우 유의미하게 적용할 수 있다. 좋은 글이란, 좋은 이야기란 어느 세대에만 한정되지 않고 언제 어디에서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것 같다.

 

모파상은 사람에 대한 관찰과 어쩌면 가장 많이 들여다보며 고민했을 자기 내면의 양면성 등을 기반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짧은 이야기지만 결코 짧게 생각하고 넘어갈 수는 없도록 만드는 힘이 있는 작가다. 가장 유명한 '목걸이'라는 단편소설은 가짜 목걸이를 갚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주인공이 '오 그것은 가짜였어'라는 말을 듣게 되는 매우 짧은 이야기다. 그렇지만 그 이야기 안에는 인간의 허영심, 물질 만능주의가 가지는 허무함 등에 감정이 담겨 있다. 길고 두꺼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어떻게 이야기를 핵심적으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독자의 주체적 사고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나는 멧도요새 이야기를 읽기 전 책의 활자나 편집이 시원시원하게 느껴져 금방 읽겠네,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겪어보니 한줄 한줄 상상과 더불어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며 반문하고, 대답하고, 나의 추억을 떠올리며 읽다보니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완독하게 되었다.

 

만일 생각하고 싶지만, 습관이 되어있지 않을 때, 책을 읽으며 사고하고 싶으나 인문학이나 두꺼운 책은 머리가 아픈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멧도요새 이야기, 모파상의 단편집을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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