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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마메에게 | 감상 2009-10-10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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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1Q84 1

무라카미 하루키 저/양윤옥 역
문학동네 | 2009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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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마메-

 

죽기 전 한마디만 할 기회가 내게 주어진다면 무슨 말을 해야할까.

스티비 원더라는 가수 알지? 그 사람은 앞을 보지못했어. 그런데 그가 눈 수술을 결심하게 돼. 수술해도 볼 수 있는건 단 15분 정도 밖에 되질 않았는데 말이지. 이유가 뭔지 아니? 바로 자신의 딸을 보기 위해서였어.

그래, 죽음 앞이란 가정이 너무 극단적이라면 내가 벙어리라고 가정하자. 나에게 단 한 마디 만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말을 해야 가장 후회하지 않을까. 그건 이 생을 통틀어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를수 있는 어떤 말이어야할텐데. 수학문제 보다 더 어려운 질문이지. 어려워. 어려워-

 

책 속의 인물이 죽을 것이란 사실을 어느 순간 감지하게 되면 읽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져. 베르테르가 죽기 전 밤이 곧 나의 밤이 되지. 죽음이란 참 무거워. 단지 글자에 지나지 않을 뿐인데 함께 숙연해지고 잘 알고 지냈던 누군가를 떠나보내야할 마음의 준비를 하게 돼. 그리고 결국 죽음의 부분에선 한동안 책을 읽을 수 없어. 오랫동안- 그 죽음을 기억하기 위해 내 의식은 혼자 그곳에 머물러있어.

 

너의 죽음. 아오마메 너의 죽음은 말이지. 처음부터 예감하고 있었어. 네가 택시에서 내려 비상계단을 내려오는 대목부터 알 수 있었어. 하지만 모른척 하고 싶었던 것 같아. 이제껏 내가 만났던 어느 누구보다 네가 가장 나를 많이 투영하고 있었기 때문이지. 주말마다 널 괴롭혔던 문제라던가, 다마키란 친구, 그리고 덴고까지. 그래 우리의 삶이 많이 닮아있지만 결말이나 전개 과정이 똑같진 않지. 그런데 너의 죽음을 대할 때 내 가슴이 부글부글 끓더니 결국 타들어가는 것처럼 아프더라.

 

`결국은` 이란 말이 계속 맴돌아. 소설 속에 총이 등장하게 되면 그총은 반드시 쏘아져야한다고 했지. 결국은 쏘아졌고 너는 다른 세계로 이동해갔어. 의식 속에선 나도 결국은 총을 쏘겠지. 그것이 실제로도 행해질진 사실 아무도 몰라. 어쨌든 의식의 선상에선 몇 번이고 나를 죽여. 모든 건 자신이 이겨내야한다지만 우린 이미 다 알고 있어. 덮는 것. 덮어 두는 것에 불과해. 여러 번 말을 하면서 아픔들을 덮어. 어렸을 때부터 줄곧 해오던 일이야. 그리고 이제 그런 주문을 외는 일에 솔직히 지쳤어.

 

오늘은 2005년의 봄날을 떠올렸어. 4월의 어느 봄날이었어.  갑자기 나의 다마키가 이런 이야길 했어.`내가 내일 눈이 오게 기설제를 지낼거야.`

믿어지니? 4월달인데 정말 눈이 왔어. 그것도 아주 펑펑. 맨 뒷자리에 앉아 하염없이 바깥만 쳐다보고 있었어. 국어시간이었는데 우린 시를 배우고 있었지. 그런 순간이 있어. 봄과 시와 눈이 공존하는 순간. 그리고 우리만 아는 비밀도 함께. 나의 다마키가 지낸 기설제때문에 내린 눈이란 걸 지금도 전혀 의심하지 않아.  갑자기 그 생각이 나는데 왜 이렇게 내 눈에선 눈물이 날까.

 

삶이 때론 너무 버겁게 다가와.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내가 언제 죽을까 궁금해하고 있는 것 같아. 그럼 난 또 결국은- 이란 단어만 떠올라.

부정적이지? 아니야.  난 오히려 즐거워. 우리가 비슷한 삶을 걸어왔지만 나의 결론은 조금 다르게 지을꺼니까.  물론 결국은- 이란 표현이 빠지진 않겠지만, 너와 조금 다르게 끝을 맺을까 해. 버거운 삶이어도 추억할 것이 많은, 그래서 훗날 내 무릎에 사랑스런 아이들을 앉혀놓고 해줄 이야기가 많은 재밌는 할머니가 될 수 있어 기뻐.

 

 죽음앞에선 네가 덴고의 이름을 불렀듯, 나도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겠지.  그 이름 안에 내 모든 것이, 너의 모든 것이 담겨져있어. 그 애절함의 강도와 그리움이 묻어나는 톤. 한마디 말의 뜻보다 한마디를 내뱉기까지의 과정과 말을 둘러싼 모든 분위기들이 백마디의 말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

 

아오마메.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명확한 것은 이세상에 하나도 없지만.

적어도 내가 이세상에 왔었고, 떠났다는 건 확실한 사실이잖아?

너에게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그 말들은 이미 네안에 있다고 믿어. . 이번기회에 너희를 만나서 정말 기뻤어. 눈에서 눈물이 흘렀지만 웃었다니까. 그리고.... 난 아직 이 세계를 더 즐기고 싶으니까 그 세계에서 좀 더 기다려주지 않을래?

 

다음엔 덴고에게 편지를 써볼까 해.

두서 없는 편지였지만 여기서 줄일께.

 

안녕. 아오마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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