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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라틴어 수업 #07 무엇을 봐도 별로 감흥이 없다면 | 살아가는 힘이 되는 책 2017-08-2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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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파시즘 국가를 탄생시킨 이탈리아의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그는 ‘위대한 이탈리아’외치며 대형 건설 공사를 시작합니다. 이를 통해 1938년 로마 주변의 많은 위성 도시가 탄생했습니다. 무솔리니 건축물의 특징은 파시즘을 상징할 수 있도록 웅장하고 위압적이라는 겁니다. 그는 건축가이자 도시 계획자인 마르첼로 피아젠티니와 함께 바티칸 광장에서부터 콜로세움에 이르는 거대한 도로 건설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이 됐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길을 내기 위해 1927, 지금의 토레 아르젠티나 광장에 위치한 건물들을 부수기 시작했는데, 그 아래 땅서 뭔가 발굴되기 시작한 것이죠. 학자들은 여기에서 발견된 유적지가 무엇인지 조사하기 시작했어요. 그곳은 바로 율리우스 캐사르(카이사르)가 기원전 44315, 독재정 타도를 외친 브루투스와 가티우스 등이 주도한 음모에 의해 암살당한 장소였던 겁니다.

 

 

캐사르가 암살된 장소가 발견되자 이탈리아 여론은 술렁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무솔리니의 바티칸 광장에서 콜로세움까지이르는 도로 건설 프로젝트도 무산됩니다.

이곳이 캐사르가 암살된 장소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법의학 수업 때였습니다. 캐사르가 브루투스 외의 여러 사람의 칼에 찔려서 자상으로 사망하려면 몇 사람이 동시에 어떤 자세로 찔러야 가능한가에 대한 수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귀에는 더 이상 수업 내용이 들리지 않았어요. 그 장소가 제가 늘 무심히 지나다니던 곳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살던 기숙사는 로마의 주요 관광지의 중심에 있었는데 정작 저는 관심이 없었어요. 그때를 돌아보면 정말 관심이 없었다기보다 마음의 여유가 너무 없었던 것 같아요. 해야 할 공부, 해야 할 일만 생각하기에도 벅찰 때였으니까요. 그러니 그 유적지 역시 무심코 지나다녔던 것이죠

 

 

Tantum videmus quantum scmus.
우리가 아는 만큼, 그만큼 본다.

 

 

 

이 말을 절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로마의 대부분은 그 유구한 역사만큼 역사적인 장소가 아닌 곳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죠. 하지만 알지 못하면 보이지 않습니다. 문득 궁금하더군요. 무솔리니 같은 독재자가 캐사르가 암살당한 이곳에 왔다면 어땠을까, 그는 이곳을 그냥 지나쳤을까, 이곳에 서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고요.

사실 알 수 없는 일이죠. 알고 왔다고 해도 아무 생각 없었을 수도 있고 아주 마음이 불편했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 나는 다르다라고 해석하고 돌아갔을 수도 있고요. 어쨌든 중요한 건 아는 사람은 그만큼 잘 보겠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성찰하는 사람은 깨달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가 그런 사람이었다면 이국에서 온 저와는 아주 다른 인생의 전환점맞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람마다 자기 삶을 흔드는 모멘텀있을 수 있습니다. 나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힘은 다양한 데서 오죠. 한 권의 책일 수도 있고 한 곡의 음악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만남일 수도 있고 잊지 못할 장소일 수도 있고요. 그 책을 보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만났기 때문에, 그곳을 가보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눈뜨게 되고 한 시기를 지나 새로운 삶으로 도약하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그런 모멘텀은 그냥 오지 않아요. 아는 만큼, 그만큼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말과도 같을 겁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깨어 있고 바깥을 향해서도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야 책 한 권을 읽어도 가벼이 읽게 되지 않고 음악 한 곡을 들어도 흘려듣지 않게 될 겁니다.

 

누군가와의 만남도 스쳐 지나가는 만남이 아니라 의미 있는 만남이 될 것이고요. 한순간 스치는 바람이나 어제와 오늘의 다른 꽃망울에도 우리는 인생을 뒤흔드는 순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영혼을 뒤흔든 무언가가 있나요?
그것은 무엇인가요?
그처럼 흔들리고 나아가 무엇을 깨달았습니까?

혹 아직 그와 같은 뭔가를 만나지 못했다면 천천히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내가 알고자 하는 마음조차 없었던 것은 아닌지, 깨어 있으려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라틴어 수업

한동일 저
흐름출판 | 2017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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