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블로그 | 랜덤블로그 쪽지
살아가는 힘이되는 책
http://blog.yes24.com/nextwave7
리스트 | RSS
태그 & 테마링 | 방명록
nextwave7
흐름출판 공식 블로그
프로필 쪽지 친구추가
댓글알리미 비글 : 사용안함
전체보기
살아가는 힘이 되는 책
흐름출판 이벤트
태그
중증외상센터 라틴어수업 템푸스 베아티투도 한동일 라틴어명언 아덴만 이또한지나가리라 외과의사 석해균
2021 / 12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월별보기
나의 친구
최근 댓글
wkf qhrh rkqslek 
감사합니다. 이 교수님을 포함한 모든.. 
'때려부은 혈액'이 보험청구시 그대로.. 
아자아자입니다, 담당자 님. 보내주.. 
골든아워2 인가요. 기억에 없는 글.. 
새로운 글
오늘 12 | 전체 14906
2010-12-08 개설

전체보기
[연재] 라틴어 수업 #04 로마의 공동묘지 입구에 새겨진 ‘이것’ | 살아가는 힘이 되는 책 2017-07-31 10:01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9778741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어머니가 아프셔서 중환자실에 입원하셨을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다시 한 번 힘을 내서 버티셔야 해요라고 말씀드렸지만 어머니의 눈빛이 흔들렸습니다. 어머니의 상태는 더 나빠졌고 의식을 잃고 인공호흡기로 숨을 연명하셨어요. 그리고 며칠 후, 어머니는 제 앞에서 마지막 숨을 고요히 몰아쉬시고는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간호사들이 어머니 시신을 수습하는 동안 저는 중환자실 밖에서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어머니 시신을 수습해 장례식장으로 옮긴 뒤 빈 영안실을 홀로 지키면서 덩그러니 앉아 어머니의 영정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속에서 제 얼굴이 보이더군요. 언젠가는 저 자리에 제 영정이 놓이겠구나 싶었습니다. 그 순간 내 몫의 죽음이라는 단어가 실체가 되어 다가왔습니다.

 

"Hodie mihi, Cras tibi"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로마의 공동묘지 입구에 새겨진 문장입니다. 오늘은 내가 관이 되어 들어왔고, 내일은 네가 관이 되어 들어올 것이니 타인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라는 의미의 문구입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영원으로부터 와서 유한을 살다 다시 영원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숨이 한 번 끊어지면 그만인데도 인간은 영원을 사는 것처럼 오늘을 삽니다. 저는 그날 또렷이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저의 죽음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마지막 순간까지 어머니를 보살펴주셨던 청원의 은혜의 집을 찾아갔을 때, 원장 수녀님께서 어머니의 유품을 건네주셨습니다. 거기에는 얼마 안 되는 연금의 일부를 수년간 적금으로 부어 마련한, 당신 장례비를 위한 통장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리고 로마 유학 중에 어머니께 보냈던 손편지와 몇 장의 사진이 있었고요. 어머니는 그 편지를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으셨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그 유품을 통해 죽은 육신이 아니라 향기로운 기억으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그때 문득 인간은 죽어서 그 육신으로 향기를 내지 못하는 대신 타인에 간직된 기억으로 향기를 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기억이 좋으면 좋은 향기로, 그 기억이 나쁘면 나쁜 향기로 말입니다.

   

 

 

사춘기 시절, 저는 그리 온순한 아이가 아니었고 제가 처한 현실에 대한 불만과 원망을 부모님께 쏟아내던, 참 못된 아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은 패악에 가까운 제 언행을 묵묵히 인내하고 저를 믿어주셨습니다. 훗날 그 인내와 믿음이 사랑이었음을 깨닫고 나서야 비로소 철이 들었습니다.
인간은 타인을 통해 기억되는 존재입니다. 어머니는 관이 되어 제게 기억으로 남았고 제 죽음을 바라보게 하셨습니다. 내일은 저 역시 관이 되어 누군가에게 기억으로 남을 것이고, 또 그 자신의 죽음을 마주하게 할 겁니다. 인간은 그렇게 오늘은 내가, 내일은 네가 죽음으로써 타인에게 기억이라는 것을 물려주는 존재입니다.

  

이게 거기에서 하나를 더 생각해봅니다. 부모님이 남긴 향기는 제 안에 여전히 살아 있지만 그다음을 만들어가는 것은 제 몫이라는 사실입니다. 그 기억을 밑거름 삼아 내 삶의 향기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끔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신은 저를 통해 어떤 일을 하고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그렇게 해서 제 삶은 어떤 기억으로, 어떤 향기로 남게 될까, 하고요. 아마도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묻고 또 물어야 하는 질문이겠지요. 그런 맥락에서 다음의 말 한마디를 함께 떠올려봅니다.

 

"Si vis vitam, para mortem."
삶을 원하거든, 죽음을 준비하라.
 

 

 


 

라틴어 수업

한동일 저
흐름출판 | 2017년 06월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포스트를 | 추천 5        
진행중인 이벤트
나의 북마크
이벤트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