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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맹은 미성년을 의미하는가? | 책읽고생각함 2018-10-1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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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저/김재혁 역
시공사 | 201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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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생각이 많아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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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뭐에요?”

그녀는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뭐라고?”

이름이 뭐냐고요!”

그건 왜 알려고 그러니?”
그녀는 나를 의심하는 눈길로 쳐다보았다.(p.38)

 

독후감을 쓰려고 휘리릭 넘기는데 이 대목에서 멈췄다. 전에 발견하지 못한 부분이다. 일곱 번인가 여덟 번 몸을 섞었다면 이름을 묻는 게 뭐 그리 이상한가? 오히려 이제까지 이름을 묻지 않은 게 이상한 일이 아닌가? 그런데 한나는 이름을 묻는 미하엘에게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이전엔 한나가 누군가를 피해 도망치고 있다는 생각은 못했다. 그냥 문맹인게 발각되는 게 싫어서 였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 대목을 보니 혹시 그녀가 자신의 과거가 밝혀질까 봐 가능하면 이름을 숨기면서 최소한의 인간관계만 유지하고 살았던 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한나는 문맹이 밝혀질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전범으로서 체포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두 가지를 가지고 생활한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가족의 사랑은 없었던 듯 하고, 연락하고 지내는 지인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 한 명 없이 36년을 살아온 한나에게 자신을 집으로 초대한 어린 남자 아이가 진짜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을 것이다. 학교와 한나의 집만을 오가던 나에게 친구들이 생겨 점점 나는 한나에게 늦게 가고 한나는 화를 낸다. 한나는 미하엘에게서 떠나야겠다고 마음 먹었을 것이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가 끝나자 한나는 떠난다. 사랑했으므로 헤어지는 것이다.

 

9년 뒤 나치전범으로 재판장에서 선 한나를 만난다. 한나는 문맹인게 밝혀지는 게 두려워 보고서를 자신이 썼다고 시인하여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나는 그런 한나를 이해한다. 그 뒤 18년 동안 나는 한나에게 책을 읽어 녹음해 보내 준다. 그러다 한나에게 편지를 받는다. 한나가 읽고 쓰게 된 것이다.

 

나는 그동안 문맹자와 관련된 글들을 구할 수 있는 한 다 구해서 읽었다. 나는 그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겪는, 즉 길이나 주소를 찾을 때 또는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고를 때 겪는 당혹스러움에 대해서, 미리 주어진 생활의 틀과 낯익은 행로를 더듬더듬 따라가면서 여기서 벗어나면 어쩌나 하며 느끼는 불안감에 대해서, 글씨를 읽고 쓸 줄 모른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 소모하는 정력에 대해서 그리고 그로 인해 실제 삶에 있어서의 에너지 상실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문맹은 미성년 상태를 의미한다. 한나는 읽고 쓰기를 배우겠다는 용기를 발휘함으로써 미성년에서 성년으로 가는 첫걸음을, 깨우침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p.199)

 

우리 엄마는 문맹이었다. 한글학교에 다니신 지 5년이 된 지금도 문해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순 없다. 그냥 글씨를 구분하실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나는 여태 우리 엄마가 미성숙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가 어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엄마가 문맹이어서 불편했다는 기억이 없다. 서울로 일하러 간 언니들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 내 몫이었고, 이웃 아주머니의 아들에게 편지 쓰는 일도 내가 해줬다. 나는 여자 어른들이 문맹인게 이상하지 않았다. 그냥 학교를 못다니셨구나 그래서 이렇게 편지 쓸 때처럼 글을 써야 할 때는 불편하겠구나 싶을 정도였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한나처럼 사무직으로 직책을 옮길 수는 없겠지만 말을 못하는 것도 아닌데 길을 찾거나 음식을 주문하는 일이 뭐 그리 큰 장애겠나 싶다. 결정적으로 문맹이라고 성장이 멈추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많이 아는 사람보다 문맹자들이 더 사려깊고 지혜로울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문맹이 미성년 상태를 의미한다는 작가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타인의 시선과 상관없이 문맹자 자신이 겪는 어려움과 부끄러움이 절대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해방 직후 우리나라 문맹률은 87%였다고 한다. 우리 엄마가 특별한 경우가 아닌 것이다. 우리 엄마처럼 대개가 학교를 다니지 못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마을에서 평생 농사를 짓고 살아가셨으니 문자의 필요성이 크지 않고 별 어려움이 없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나의 나라 독일에선 1860년대 중반 모든 학령기 아이들의 97.5%가 학교에 들어갔다면 문맹을 드러내는 것은 자신의 커다란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이긴 하다. 그렇다고 해도 문맹이 미성년 상태라고 규정하는데 동의하기는 어렵다.

 

작가는 왜 나치 전범에게 문맹이라는 결핍을 추가했을까?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쓴 철학자 한나 아렌트와 같은 이름을 주인공 이름으로 삼았을까? 아이히만 보다 한나 슈미츠는 홀로코스트의 책임으로부터 한발 더 멀어져 있다. 한나가 글을 알게 된 후, 홀로코스트에 관한 책을 읽고 자신이 모은 재산 전부를 유대인을 위해 써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모범수로 석방되는 날 자살한다. 과연 한나의 자살은 문맹의 수치가 아니라 범죄의 수치를 더 크게 느꼈기 때문일까? 작가는 한나 아렌트에게 한나 슈미츠는 사유하지 않은 죄가 있는 것인가? 묻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재판장이 되어 한나 슈미츠의 질문에 답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상하게 책을 읽고 토론을 한 뒤 더 정리가 안되고 생각이 복잡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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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사는 최고, 현대사는 최악 | 책읽고생각함 2018-09-19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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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상에서 가장 짧은 세계사

존 허스트 저/김종원 역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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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초보라면 앞부분만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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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미끼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세계사가 아니라 유럽사니까. 출판사는 '이천년 유럽의 모든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이라는 부제를 표지에 달아 제목에 대한 민망함을 대신하고 있다. 원제도 유럽사였으나 독자들을 유인할 목적으로 과한 제목을 달았다. 그러니 앞으로 제목만 보고 혹 해서 사지 말고, 부제도 보고 목차도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산 것은 100% 이동진 때문이다. 나는 이동진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빨간책방'의 열혈청취자였다. 이동진이 선택한 책이라면 100% 믿고 있고, 빨간책방에서 다룬 책을 거의 대부분 읽었는데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특히 비문학 도서들은 정말 꼭 읽었어야 하는데 읽지 못했구나 이렇게 좋은 책을 소개해 줘서 고맙다는 마음이 절로 들 정도로 이동진 씨의 취향과 잘 맞았다. 그런데 이 책은 아니다. 하도 좋은 책이라고 소개해서 나중에 사서 볼 책으로 리스트에 올려두었다가 이번에 읽었는데 조금 실망스러웠다.

 

1부는 단숨에 정리하는 2,000년 세계사이다.

그리스의 인간중심 문화와 로마의 건축, 법률로 대표되는 실용적인 문화가 유럽 문명의 기본이 되었다는 사실은 학교 정규과정을 통해 나도 익히 알고 있는 부분이다. 그리스와 로마는 세계는 단순하고 논리적이며 수학적이라고 파악한다. 즉 세계는 인간의 지성으로 이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그리스 로마 문화의 바탕은 중세 시대에 억눌려진다. 서로마는 게르만족의 침략으로 무너지고, 동로마는 비잔틴 제국을 중심으로 천년동안 이어진다. 세상은 악이고 그리스도만이 구원할 수 있다는 중세가 천년 동안 계속되나 희한하게도 교회에서 그리스로마 문화는 필사를 통해 보존되었고 덕분에 15세기에  그리스로마 문화가 부활한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고 요약한다.

 

2부는 조금 더 꼼꼼히 들여다본 세계사이다.

게르만족의 침입으로 로마가 망하는 과정을 쬐끔 꼼꼼히 보여주고, 민주정치의 발달 과정을 그리스의 민주정, 로마가 왕정 공화정 제정을 거치는 모습, 중세 시대 힘없는 봉건 군주, 말처럼 절대적이지 않는 절대 군주를 거쳐 영국의 의회정치와 프랑스 혁명까지 현재 정치 형태의 발달과정을 알려준다. 다른 세계사 책이나 교과서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은 라틴어다. 로마 제국의 공식 언어인 라틴어는 로마가 망한 뒤에는 어떤 나라에서도 공식 언어로 쓰이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대학교에서 가르치는 언어이고 학문이나 귀족들의 고급문화에서 살아남아 있다.

 

3부는 세계를 뒤흔든 사건들이라는 제목이다.

영국과 프랑스의 요동치는 정치 체제를 보여주고, 뒤늦게 통일된 독일과 이탈리아, 러시아 혁명에 대해 간단하게 다루고 제1차, 2차 세계대전을 다룬다. 3부는 정말로 읽기 어려웠다. 실제로 역사학자들이 해야 할 일이 가장 최근에 일어난 역사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의 일일 것이다. 고대사나 중세사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보다 지금 현재를 있게 한 가까운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 일일 텐데 3부는 작가가 무엇을 알려주려고 하는 지 정말 모르겠다. 세계대전의 원인이 민족주의의 발현과 산업혁명이라는 그의 주장에 설득되질 않는다. 히틀러의 선동은 왜 독일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았는지, 유대인을 학살한 이유는 무엇인지가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또 하나 정말 이상하게 생각된 점은 식민지에 관한 사실이다. 이 책 어디에도 유럽 나라들이 식민지 쟁탈전을 벌였다던가 식민지를 통해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질 않는다. 우리는 중고등학교에서 이 부분에 대해 자세히 배우기 때문에 정말 놀랬다. 아무리 짧게 이야기하는 유럽사라 하더라도 식민지 수탈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안나온다. 유럽의 정규 역사 시간에 식민지 역사는 가르치지 않는 것일까? 작가 약력에서 원주민 문제나, 공교육 축소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졌다고 하는데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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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 신영복 | 책읽고생각함 2018-09-0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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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저
돌베개 | 199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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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의 좋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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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년만의 폭염이라는 여름이 끝났습니다. 태풍 솔락이 비바람은 가져오고 더위는 가져가리라 기대했는데 태풍은 초중고 휴업이라는 시끌벅적함만 남기고 끝났는데 뒤이어 생뚱맞게 많은 비가 쏟아져 피해가 만만치 않나 봅니다. 올해는 무더운데다 가물어 농사짓는 이들의 시름이 깊습니다. 오라는 여름엔 땡볕이더만, 닷새째 비가 내립니다. 옥녀봉에 밤 한 톨 떨어져 있을 것 같습니다. 부르기도 부드러운 구월이고 가을입니다.

 

책이란 자기가 변하면 내용도 변하는지 다른 느낌을 받는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선생님의 이 책을 읽은 지는 생각도 안날만큼 까마득한 옛 일입니다. 최근에 선생님의 강의담론을 부족한 실력으로 읽어내느라 힘들었던 일만 생각납니다. 다시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으니 예전의 저라면 느끼지 못했을, 그동안의 경험이 준 제 자신의 변화 탓인지 선생님 글이 한 줄, 한 줄 깊이있게 다가왔습니다.

 

스물일곱의 나이를 생각합니다. 제 나이 스물일곱이었던 과거를 생각하고, 아직 고등학생인 우리 딸들이 스물일곱이 되면 어떤 모습일까 미래를 꿈꿔봅니다. 제가 스물일곱이었던 때 저는 스스로를 먹여 살릴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시골에서 인문고 고등학교를 나와 낯설고 인적 자원이라곤 하나 없는 서울에서 겨우 자리를 잡아 적어도 내 한 몸은 내가 건사할 수 있겠구나 싶어 스스로 뿌듯했던 기억입니다. 우리 딸들도 스물일곱이면 세상에 나설 힘이 있을 거라 믿음을 가져보려 합니다.

 

선생님의 스물일곱을 생각합니다. 청구 초등학교에 다니는 소년들과 함께 놀고, 음식을 나누고, 사진을 보내주려 한 모습. 사진이 나오지 않아 미안해서 아이들과 만나는 모습에서 선생님을 봅니다. 아이들을 위해 드러나지 않게, 아이들 자존심에 상처 입히지 않으려고 세심하게 지지하고, 지원하고, 약속하는 선생님의 스물일곱을. 저는 그 나이 때 저 혼자 먹고 살 수 있겠다 싶어 뿌듯했는데 선생님은 이웃과 함께 하는 삶을 자연스럽게 사셨습니다. 출소하는 동료가 선생님께 취직 자리를 부탁하셨을 때 들어줄 여력이 없어 한탄하시며, 감옥에 갇힌 사람에게 살 길을 부탁할 수 밖에 없는 동료의 가난을 마음 아파 하셨습니다. 선생님이 스무해 동안 밖에 계셨더라면 선생님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세상은 살만 하구나, 참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구나 싶었을까요.

 

다산의 유배는 많은 책과 연구하고 쓸 수 있는 자유,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 벗들과 제자들이 있었습니다. 다산의 유배보다 못한 1970~80년대 대한민국의 감옥은 선생님께 책 다섯 권도 허락하지 않고 검열없이 편지 한 통 내보내지 않는 세계에서 가장 수준 낮은 장소였습니다. 지은 죄 없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청춘의 분노가 얼마나 클지 상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편지 어느 한 귀퉁이에도 분노와 절망, 원한이 담겨있지 않더군요. 선생님은 다만 각진 하늘, 높은 담에 가린 하늘이 아닌 온통의 하늘, 벼 베러 가다 본 코스모스가 핀 거리, 이감한 감옥에서 자주 듣다 보니 아는 사이가 된 꾀꼬리를 자세히 묘사할 뿐입니다.

 

자식은 오복에 들지 않는다는 어머님의 말씀에는 희미한 원망이 언뜻 비칩니다. 어여쁘고 자랑스러운 자식이 기약없이 갇혀 있는데 발 한번 편히 뻗지 못하셨을 겁니다. 선생님이 열해 째 되는 해 창문 너머 어머님이 갑자기 늙으셨다는 느낌을 받은 대목에선 저도 함께 울컥했습니다. 부모님들은 어느 순간 갑자기 늙으시더라구요. 두어달에 한 번은 가서 뵈어도 울엄마가 언제 이렇게 늙으셨나 할 때가 있는데 선생님 속은 오죽 아프셨을까요? 거동하기 힘들 정도로 아프신 어머니에게 얼마나 죄송스러웠을까요? 아버님에게 염려의 편지가 아닌 대화의 편지를 하자고 제안하고, 아버님이 연구를 지지하고 기대하고 비판하는 모습이 깊이 남습니다.

 

선생님은 책을 많이 읽을까 스스로 경계하셨습니다. 책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으려 스스로 애쓰십니다. 좋은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배우려 하고, 안타까워 하십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으며 함께 걸어가는 공감과 연대의 확인이라고 하십니다. 동정하지 않고 공감하려 애쓰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선생님을 삶을 보면서 제가 얼마나 이기적인가 생각합니다. 내 맘이 편하면 공감하고, 내 맘이 불편하면 조그만 일에도 짜증내는 저를 반성합니다. 실은 공감한게 아니라 공감한 척 하고 있었다는 치열한 반성을 합니다.

 

선생님이 가신 지도 벌써 두 해가 지났습니다. 선생님의 강의를 팟캐스트에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스무해를 감옥에서 보내신 분 같지 않게 따뜻하고 유쾌하신 목소리가 좋았습니다. 이제는 선생님의 글을, 소리를 슬픔 없이 읽고 들을 수 없겠지만 여전히 처음처럼 긴장과 설렘을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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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입문자를 위한 쉬운 철학책 | 책읽고생각함 2018-08-16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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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철학 콘서트 1

황광우 저
생각정원 | 2017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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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고 쉬운 철학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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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치는 그의 사상과 행동이 공동체의 선을 위하여 얼마나 기여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저자 황광우의 서문은 그가 인간을 어떻게 보고 있고,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 황광우가 선택한 현자 10인도 이런 기준에 의해 선정된 사람일 것이다. 동서양 현자 열 명의 사상가들의 생각이나 삶 중에서 청소년들이나 철학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을 말하듯이 설명해 주는 책이 바로 철학콘서트.

 

이 책은 소크라테스의 재판, 플라톤의 국가, 석가의 핵심사상, 공자의 삶, 예수의 죽음, 퇴계 이황의 학문하는 자세,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칼 맑스의 자본론, 노자의 도덕경까지 열 명의 현자들과 대표작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열 명의 현자 중 가장 익숙한 데도 새롭게 다가온 사람이 공자였다. 공자를 이야기하는 작가의 포인트가 이전에 보았던 공자나 논어 책에서 본 것과 달라서였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공자는 열다섯에 자기가 하고 싶은 바를 정했다. 바로 학문을 하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하며 살지 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도 많다. 이제야 나는 내가 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것 같은데 공자는 열다섯에 알았다. 적어도 열다섯살이 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기는 되어야 할 것 같다.

 

공자는 서른에 경제적 정신적 자립을 성취했다. 성인이 되는 스물이면 자립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스무살이면 정신적 자립보다 경제적 자립이 더 어렵다. 서른이면 딱 적당한 듯 하다. 서른살이면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한다. 그 옛날 서른에 이립이면 너무 늦된게 아닌가 싶고 지금이면 딱 맞는 나이인 듯 하다.

 

공자는 마흔에 불혹에 이르렀다고 한다. 공자에 관한 책을 서너권은 읽은 듯 한데 불혹에 대한 저자의 해석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마흔은 유혹당하기 쉬운 나이라는 것이다. 젊은 날의 굳센 패기, 높은 이상을 버리고 현실의 이익을 좇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뜻있는 사람들이 부와 권력의 유혹에 휘둘려 자신의 양심과 사상을 접는 시기가 바로 마흔이라고. 정말로 그런 것 같다. 마흔이면 가장 돈이 많이 드는 시기이기도 하니 신념 따위는 개 주고 싶은 유혹이 스스로에게도 많을 것이다. 반대로 마흔이면 어느 정도 성취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부를 이루고, 지위에 오른 사람들. 이런 사람들에게도 얼마나 많은 유혹이 있을 것인가. 마흔은 유혹이 많은 시기이니 불혹하기도 힘든 시기인 듯 하다.

 

공자는 나이 오십에 지천명 즉 천명을 깨쳤다고 한다. 그것은 치국평천하의 깨달음이자 결단이었다. 세상속으로 나선 공자. 남들 죽을 나이인 51세에 관직을 시작해서 53세에 법무부장관직까지 지낸다. 충언을 듣지 않은 왕에게 54세에 사직 후 제자들과 함께 자신의 뜻을 받아 함께 태평성대를 만들어 나갈 왕을 찾아 나선다. 14년 동안 초상집 개처럼 추레한 몰골을 보여가며 자신의 이상을 받아줄 군주를 찾아 떠도는 삶. 공자는 늙어도 늙지 않은 사람이다. 14년을 떠도는 공자의 의지가 감동스럽게 다가왔다.

 

2권에는 과학자들이 네 명이나 포진해 있어 {코스모스}를 읽는 기분이었다. 3권은 현재 읽는 중인데 어렵다는 칸트와 니체가 있다. 작가는 우리가 철학을 어려워하는 이유가 제대로 된 번역서가 없어서라고 말하고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얼마나 쉽게 설명해 줄지 기대된다. “철학콘서트” 3권 모두 교양으로서 읽을만 하다고 생각한다. 사길 잘했다. 소장가치도 충분하다. 우리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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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역사는 최태성 | 책읽고생각함 2018-08-0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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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최태성 한국사 수업

최태성 저/신동민 그림
메가북스 | 201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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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배우는 역사, 흐름을 알고 있다면 재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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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전에 아이들 교육을 위해 역사공부를 시작했다. EBS애청자인지라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에 도전하기로 마음 먹고 역사강의를 클릭하다 최태성 샘을 만났다. 다른 샘들이 ppt 화면을 창에 띄워두고 강의하시는 것과 달리 일일이 판서하면서 수업하셔서 인상적이었다.  판서하시는 샘을 보면서 같이 노트에 필기해 가면서 매일 세 강의씩 들었다. 판서의 힘, 필기의 힘을 느낀 시간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시험을 위한 공부를 했는데 즐겁고 흥미진진하게 공부했다. 배우는 기쁨이란 것이 이런 것이구나 아는 것이 힘이구나 이런 생각을 갖게 했다. 역사는 상식으로라도 꼭 알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역사의 중요성을 가르친다고 생각했다. 특히 이회영 선생님을 소개하는 최태성 샘의 목소리는 힘이 들어 있었다. 왜 내학창시절 역사 선생님들은 이회영 선생님을 안가르쳤을까? 생각했다. 독재정권 하에서는 이회영 선생님 같은 독립운동가였지만 무정부주의자이신 분이 교과서에 들어있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이회영 선생님을 알고 있었다면 알려주고 싶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이 책 "최태성 한국사 수업"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역사의 흐름을 쉽게 알게 해 주는 책이다.

주먹도끼, 빗살무늬 토기, 움집, 애니미즘, 고인돌이 선사시대를 설명하는 키워드이다. 역사를 잘 모르는 독자들이더라도 선사시대 정도는 껌이지 않는가. 똥작가 신동민의 일러스트가 있어 재미있다. 글자도 가운데 정열을 해서 읽기도 쉽다. 한 권 장만해 두고 그냥 쉬엄쉬엄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나중에 잘 모르는 분야가 있으면 키워드를 찾아 읽어도 좋을 책이다.

 

134쪽에 고려의 국립 교육 기관 국자감에 대한 키워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유학 교육 기관에 대한 것을 고구려 때부터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교양으로서가 아니라 본격 수험서로도 유용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고구려 소수림왕 때 태학, 통일 신라 신문왕 때 국학,

발해의 주자감, 그리고 고려 성종 때 국자감이라는 국립 대학을

서울(개경)에 세웁니다. 지방에는 향교를 세우고요.

국자감과 항교는 모두 관립이 되겠죠.

 사립도 있냐고요? 있죠.

고려 시대 유명한 사림 학교 12곳을 묶어 사학 12도라고 불렀습니다.

이 중에서 짱이 최충의 9재 학당이었답니다.

 

알수록 재미있는 잡학상식 코너는 재미만 있는게 아니라 의미도 있는 역사 상식을 알려준다.

조선 시대에는 재가한 여인의 자식은 과거시험 자체를 볼 수 없었다는 사실이나 방자한 여인 리스트인 '자녀안'이라는  품행이 부정하거나 세번 이상 개가한 양반집 여자의 이름과 소행을 적는 문서가 있었다고 한다. 1984년 갑오개혁 때 과부재가를 허용하라는 요구가 생긴 이유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키워드를 찾아보기 기능이 없다는 점이다. 주자감을 보고 그럼 조선의 성균관은 어떻게 설명해 놓았는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목차에서 조선전기 키워드를 하나하나 다 찾아봐야 했고 목차에도 쪽수가 적혀 있지 않아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책 한권만 사야한다면 바로 이 책이다. 중학생용 교과서 한 권과 이 책 한 권이면 풍부한 역사 상식을 자랑할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역사는 최태성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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