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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서구의 것만이 아니다 | 책을 읽다 2023-03-2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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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과학의 반쪽사

제임스 포스켓 저/김아림 역
블랙피쉬 | 202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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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과학사 책은 대개 비슷한 순서를 따른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나 고대 그리스, 이집트 등에서 시작해서 중세를 잠깐 거치면서, 중세 유럽의 과학에 대한 평가가 어찌 되었든 이슬람의 과학을 얘기한다. 하지만 이슬람 과학을 거론하는 이유는 그것이 르네상스 시기를 거쳐 유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이고, 그 다음부터는 거의 전적으로 유럽의 과학혁명에 대해서 소개한다.

 

여기에 아시아의 과학은 명나라 시기의 정화의 원정쯤이 들어가면서 잠깐 소개하지만, 의도는 왜 중국의 과학이 몰락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고, 1800년대 말부터는 일본의 과학(주로는 물리학 쪽)이 들어가거나 그렇지 않거나 한다. 그런 과학사 책에 중남미나 아프리카의 과학이 들어설 여지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과학사에 유럽을 제외한 지역은 잠깐 잠깐의 예외적인 시기가 아닌 이상 별로 기여한 바가 없어 보인다.

 

정말 그럴까? 그러나 그렇지 않다.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제임스 포스켓의 과학의 반쪽사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하나의 예만 들어보자.

1543년에 나온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는 유럽의 과학혁명을 촉발시킨 혁명적인 저작이다. 그러나 코페르니쿠스가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고, 무엇을 기반으로 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하지 않는다(무엇에 반대했는지에 대해서는 많이 얘기하지만). 제임스 포스켓은 코페르니쿠스가 오래된 이슬람 전통을 기반으로 연구를 했다고 밝히고 있다. 11세기에 프톨레마이오스의 우주 모델의 모순을 지적한 이집트의 이븐 알하이삼, 15세기 사마르칸트에서 활약한 알리 쿠시지는 이미 지구가 행성 궤도의 중심에 있지 않다는 것을 가정하고 모형화한 바가 있다. 코페르니쿠스는 이들의 연구를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는 단독으로 과학혁명을 촉발시킨 외로운 천재가 아니었다. 대신 그는 세계적 규모의 문화 교류에 힘입은 업적을 남겼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뉴턴도 마찬가지였으며, 린네도 마찬가지로 단독으로 혁명적인 업적을 남긴 것이 아니라 유럽과 유럽을 넘어서 타 지역의 연구 성과들을 받아들여 그런 성과를 남긴 것이었다.

 


 

 

제임스 포스켓의 과학의 반쪽사은 두 가지 측면에서 과학사를 독특하게 쓰고 있다. 한 가지는 과학사의 감추어진 부분을 들춰내고 있는 것인데, 앞서 얘기한 대로 과학의 활동이 그렇게 편협하게 한 지역만을 중심으로 펼쳐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즉 과학사를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럽 전통의 과학만이 아니라 중남미(잉카와 아즈텍 등), 아시아(인도와 중국, 일본 등), 중동(이슬람 문화권), 아프리카의 과학을 모두 포괄해야 한다. 이는 해당 지역에서 과거 한때 놀라운 수준에 올랐었다는, 이른바 황금시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의 성과가 유럽의 과학과 교류하면서 과학적 성과를 이루는데 이바지했으며, 그런 과학의 전통이 한때의 전성시대를 거치고 사그라든 게 아니라 면면히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시각이다.

 

두 번째는 과학의 역사를 세계사의 중요한 순간과 함께 살피고 있는 것이다. 책의 구성 자체가 그러한 시각을 보여주고 있는데, 제임스 포스켓은 15세기 아메리카 대륙의 식민지화, 16, 17세기 아시아, 아프리카 대륙에서 일어난 무역과 종교 네트워크, 18세기 유럽의 제국주의화와 더불어 대서양을 중심으로 한 노예무역의 시대, 19세기 자본주의의 발달과 더불어 민족주의의 발흥과 산업 전쟁의 시기, 그리고 20세기의 이데올로기 갈등과 반식민지 민족주의, 공산주의 혁명 등 네 차례의 세계사적 변화가 과학과 과학자들의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과학과 과학자들은 세계사적 흐름과 무관하기 고고하게 과학의 진리를 탐구한 것이 아니었다. 세계가 연결되면 될수록 세계사적 흐름에 강렬하게 반응하면서 과학 활동을 했다. 그런 경향성은 유럽의 과학자도 그랬지만, 다른 대륙의 과학자들은 더욱더 절실했다.

 

   
 

 

제임스 포스켓은 현대의 과학을, 과학사를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구의 과학사만을 따라가서는 곤란하다고 쓰고 있다. 그리고 그런 과학사는 어느 한 지역에만 국한되어 꽃을 피운 과학이 아니라 전세계적 네트워크를 통해 교류하면서, 혹은 반목하면서 발달할 과학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과학의 전개에 대해서 폭넓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한번 읽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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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를 | 추천 10        
뉴턴은 고립된 천재가 아니었다 | 책을 읽으며 2023-03-2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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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뉴턴이 수줍음 많고, 과묵한 연구자라는 인상을 갖고 있을지 모르겠다. 조폐국의 책임자로 오래 일하면서 위폐 단속에 열을 올렸다는 것만 보더라도 그런 인상은 조금 가실지 모르겠다. 그런데 과학자로서 뉴턴은 어떻게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떨어지는 사과라는 전설 같은 이야기 말고, ’거인의 어깨와 같은 감동적이지만(물론 실상을 알고 보면 그런 감동도 사라지긴 하지만) 당연한 이야기 말고.

 

서양 유럽 위주의 과학사를 탈피하여 잊힌 과학의 반쪽 역사를 복원한 제임스 포스켓의 과학의 반쪽사에서는 뉴턴의 과학 활동이 네트워크적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그런 과학적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 증거로 여러 가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다음은 요약이다.

 

“1687년 출간된 아이작 뉴턴의 프린키피아는 흔히 계몽주의의 시작점으로 알려져 있다. 이 내러티브에서 뉴턴은 보통 이성적인 원리를 적용해 과학 활동을 벌이는 고립된 천재로 묘사된다. 하지만 프린키피아를 읽다 보면 명백히 알 수 있듯 이런 묘사는 부정확하다. ... 뉴턴이 계몽주의를 대표하는 것... 그 이유는 그가 고립되어서가 아니라 외부와 무척 잘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뉴턴은 제국과 노예제, 전쟁을 포함한 더 넓은 외부 세계와 연결되었기 때문에 주요 과학적 돌파구를 만들 수 있었다. 만유인력 이론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뉴턴은 노예선을 타고 탐사하는 프랑스 천문학자들과 중국에서 동인도회사 간부들이 수집한 데이터에 의존했다.” (177)

 

 

과학의 반쪽사

제임스 포스켓 저/김아림 역
블랙피쉬 | 202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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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문명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 책을 읽다 2023-03-24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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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바츨라프 스밀 저/강주헌 역
김영사 | 202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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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에서도 그랬는데, 바츨라프 스밀의 책은 현란하단 생각이 든다. 단지 그가 언급하는 숫자들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사고의 엄밀성이 뻗어 나오고, 뻗어가는, 그 가지들은 저절로 그의 생각에 빠져들게 한다. 물론 숫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의 모든 사고의 근거는 숫자에서 나오니까 말이다. 그의 숫자는 통계 속에 등장하는 그 숫자 그대로이기도 하지만, 엄밀하게 계산된 숫자이기도 하고, 엄정하게 추론에 의해 추산된 숫자이기도 하다. 사실은 그의 숫자 역시 선택된 숫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고(가능성이 아니라 실제로 그럴 것이다), 그런 숫자에서 계산되어 나오고, 다시 추산된 숫자들은 그의 생각을 뒷받침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철저히, 적절히 작동하고 있을 것이다. 그걸 우리는 객관적이라 부를 수도 있고, 주관적이라 부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게 객관적인 것인지, 주관적인 것인지가 아니다. 주관적이라면 편협한 것이라 여기고, 객관적이란 것이라면 그의 생각이 아니라고 비아냥거릴 수 있는 게 아니다. 그의 과거에 대한 인식과 그에 근거한 현재에 대한 판단,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그 객관성과 주관성이 아슬아슬하게 엮여 있거나, 객관성과 주관성의 경계에 놓여 있거나, 혹은 그 둘을 넘어선 지점에 있다. 우리는 어쩌면 그런 현란함에 현혹되는지 모르지만, 그의 근거에 설득되는 경향이 있다.

 


 

 

바츨라프 스밀이 이 책을 쓰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우선 에너지가 무엇인지에 대해 쓰고 있다. 이는 (그의 개념이 거의 그렇듯) 물리학적인 의미이기도 하고, 산업적인 의미이기도 하며, 또한 식품영양학적이기도 하다. 그 다양한 분야에서의 의미를 하나로 통합하고, 앞으로 그 개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다음으로는 과거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생존과 삶에 대해 쓰고 있다. 무엇을 먹어 왔는지, 그 먹을 것을 어떻게 마련해왔는지, 그것을 에너지의 측면에서 쓴다. 그리고 현대 문명의 네 기둥에 대해 쓴다. 어쩔 수 없이 이 부분이 나중에 기억하고 인용하기 좋은 부분이기도 한데, 그 현대 문명을 뒷받침하는, 아니 결정적으로 유지시키는 4개의 물질은 바로 콘크리트, 강철, 플라스틱, 암모니아. 콘크리트, 강철, 플라스틱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암모니아에서는 고개를 가웃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나도 그랬으니까). 그러나 다시 기억해보자. 앞에서 무엇에 대해 이야기했는지. 그는 식량 생산에 대해 이야기했다. 현대의 80억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그 능력이 기저에는 수소와 질소가 1:3으로 결합되어 있는 암모니아가 있다. 물론 지금도 기아 선상에서 허덕이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공기 중의 질소를 식물이 이용 가능한 형태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에 발명해내지 못했다면 지금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밀은 명확하게 이야기한다.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 전자 문서‘? 물론 대단한 것이지만 우리의 현대는 이런 것에 기본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라고. 그리고 이야기한다. 앞의 현대 문명의 네 기둥을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게 바로 화석 연료이며, 이것은 앞으로도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는 좀 딴 이야기 같은 이야기를 한다. 세계화에 관해서. 세계화가 네 단계로 이루어졌다고, 마치 세계사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짐작할 수 있다시피 그것은 다음의 이야기로 넘어가기 위한 밑밥 같은 것이다. 세계화가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고, 앞으로도 어떨 것인지는 알 수 없는 것이라는 결론은 그의 불가지론이라는 지론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는, 그리고 위험에 대해, 환경에 대해, 그리고 미래에 대해 쓴다. 이것들은 모두 하나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뻔한디 뻔했던 코로나-19 팬데믹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허둥댄 강대국과 강대국의 지도자들의 행태를 비아냥 거리고 있으면서, 그런 상황이 환경, 즉 지구온난화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지적한다. 비관주의자와 기술만능주의자 모두를 배격하고 있다. 비관주의자들이 이야기하듯이 지구가 금방 말하지는 않을 것이며, 기술만능주의자들이 이야기하듯 인간이 가진 기술로 금세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해결해 내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각국의 정상들이 모여서 논의를 하고 선언을 하더라도 무엇이 달라졌느냐고, 그것 하러 모이면서 쓴 이산화탄소가 더 문제라며 역시 조롱한다. 그런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단 얘기. 그럼 무엇인가? 라는 의문이 들고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데, 스밀은 앞에서부터 종종 해오던 이야기를 다시 한다. 바로 지금 수준으로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것. 소비 수준을 줄이고, 지금의 기술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나가는 것. 말은 쉽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읽을 때는 그의 현란함에 빠져 모두 동의하는 것 같았지만, 정신 차리고 생각해보면 그의 진단과 해결책에 모두 동의할 수는 없다. 그는 지구 온난화의 문제를 진짜 절체절명의 지구 위기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 듯하며, 어떤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는 것 같은 느낌도 들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그는 적어도 숫자 하나 제대로 내놓지 못하면서 비관적인 전망을 잔뜩 늘어놓으며 협박하거나, 근거 없이 무책임하게 희망 사항만 읊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최소한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한다. 그런 사람들끼리야 대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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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 한줄평 2023-03-24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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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모습은 우리가 정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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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로 창의력 기르기 | 책을 읽다 2023-03-22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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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은유란 무엇인가

김용규,김유림 공저
천년의상상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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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에 대해 김용규, 김유림은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은유 없이는 우리의 사고도, 언어도 없다. 그뿐 아니라 제반 학문도, 예술도 없다. 우리의 모든 정신 활동이 은유로부터시작하고, ‘은유와 함께 이뤄진다. 다시 말해 은유는 우리의 모든 생각과 언어와 행동을 지배한다.”

 

은유란 것을 별스런 것이라 생각하는 이도 있긴 하겠지만, 사실은 우리의 모든 생각과 말이, 그리고 거기서 파생되는 모든 것이 은유로 점철되어 있다. 이를테면,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라는 표현을 쓸 때, ’시간이라는 개념을 빠른속성을 지닌 다른 것에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은유를 천재들의 표상이라고 하면서 은유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사실은 은유는 천재들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다. 다만 그것을 얼마나 유효적절하게 쓰는가, 그 연결이 얼마나 참신하냐 등이 관건일 뿐이다.

 


 

 

김용규, 김유림은 은유에 관한 3부작의 첫째 권에서 은유의 그런 보편적인 속성과 함께, 놀라운 능력을 이야기한다(이어서 출간되는 2, 3부에서는 그 은유를 사용하는 실습 편이라고 한다). 앞서도 얘기했듯이 은유란 우리 사고와 말, 행동을 지배하는 보편적인 방법이지만, 그것을 잘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천재만이 그럴 수 있거나, 시인만이 그런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은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그것을 훈련함으로써 창의적인 사고를 하고, 설득력 있는 글과 말을 사용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일 뿐이다.

 

2, 3권에서 실제 실습을 한다고는 했지만, 이 첫 번째 책에서도 은유를 배우고 활용하는 데 대한 학습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 학습은 최근의 뇌과학 등의 성과에 기초를 둔 교육신경과학이라는 분야에 바탕을 둔 것인데, 사실은 누구나 아는 것이기도 하다. , ’따라-하기‘, ’분석-하기‘, ’실습-하기가 핵심이다. 많은 반복 학습, 단순한 반복이 아닌 이해에 기초를 둔 학습, 그리고 부단한 연습, 실습은 은유에 관한 학습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학습에 적용되는 내용일 것이다.

 

그러면서 은유를 만드는 묘책도 소개한다. 그것은 지금 당장 따라해 볼 수도 있는 것이란 점에서 꿀팁인 셈인데(사실 그래도 실제 따라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공부 방법에 대한 책을 읽는다고 모두 공부를 잘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는 보조관념을 떠올리는 법에 관한 것이다. , 사물은 의인화하고, 비사물은 비인의화를 하라는 것이다. 이미지를 중심으로 보조관념을 떠올리고, 도식과 도표를 활용하라는 조언도 한다. 두 번째는 관찰력을 기르는 법을 이야기한다. 여기서는 특히 셜록 홈스의 방법과 함께 에이미 허먼의 방법을 강조한다. 허먼의 방법은 그림을 오래 동안 관찰하는 것이다. 미술관에서 관람객이 미술품 하나를 관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7초라는데, 관찰력을 기르기 위해 3시간 동안 관찰하거나, 혹은 관찰한 것을 기억한 후 그려보고, 다시 원래 그림과 비교하여 채워넣고, 하는 작업을 해보라는 것이다. 마지막은 부대주머니 훈련법이다. 이것은 신문에서 낱말들을 조각조각 낸 것들을 주머니에 넣고 무작위로 꺼내 그것들을 연결시키는 작업을 말한다. 우리나라 예능프로그램에서도 그 비슷한 것을 하던 걸 보았는데, 역시 지금이라도 당장 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다시 얘기하지만 은유는 우리 사고의 모든 것이다. 그러므로 그런 은유를 잘 만들어내고, 잘 활용하는 것은 우리 사고를 넓히고 깊게 하는 것이다. 2, 3권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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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은유란 무엇인가 | 한줄평 2023-03-22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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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가 우리 사고의 모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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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 되고, 독이 약이 되는... | 책을 읽다 2023-03-2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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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독의 발견

후나야마 신지 저/공영태,나성은 저
북스힐 | 202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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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와, 클레오파트라.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둘 다 독으로 죽었다는 점이다. 소크라테스는 젊은이들에게 나쁜 생각을 주입시킨다는 죄목으로 아슬아슬하게 유죄판결을 받은 후 헴록 진액을 마시고 죽었다. 클레오파트라의 죽음에는 여러 설이 있지만, 가장 흥미로운 얘기는 코브라 종류의 독사에게 팔(혹은 가슴)을 물리도록 해서 죽었다는 플루타르코스의 이야기다.

 

()과 독() 관한 얘기는 언제 읽어도 흥미롭다. 약과 독 자체가 인간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과 관련이 되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고, 그래서 더욱 흥미로운 것인지 모르겠다. 약과 독은 사용량이나 사용 방법에 따라 서로 왔다갔다는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으로 먼저 알려졌던 게 독으로 악용되기도 하고, 독으로 알려졌던 것이 약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대표적인 경우가 세균이 만들어내는 맹독인 보툴리눔 독소가 보톡스로 사용된다).

 


 

 

약학자이자 독성학자인 일본의 후아냐마 신지의 독의 발견은 별로 두껍지 않은 책인데도 독에 관해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을 잘 담은 책이다. 독에 관한 기본 지식에서 출발해서, 독의 분류, 종류 등을 소개하고, 독이 역사의 어떤 장면에 등장하는지, 독이 일으킨 사고들(일본 얘기가 많다), 범죄들(역시 일본의 얘기가 대부분이다), 마지막으로 마약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역시 역사 속의 독의 사용, 독에 의한 사고, 범죄 얘기들이다. 어쩔 수 없이 이야기라야 관심이 더 가는 법이다. 그런데 많은 이야기들을 잘 읽어보면 공통적인 것을 발견하게 된다. 범죄든, 사고든, 그리고 마약류까지 포함해서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것은 의도적인 것일 수도 있고(이런 경우 범죄다), 무지에 의한 것일 수도 있지만(사고로 분류한다), 모두 약으로도 쓸 수 있는 물질이 사람의 목숨을 해하는 물질로 이용된 경우들이다. 이를테면 탈리도마이드 같은 경우, 분명 임산부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개발되었고, 처방되었지만, 제대로 된 임상 연구 없이 처방된 이 약은 수많은 기형아들을 세상에 내놓는 결과를 낳았다.

 

대체로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지만, 그런 이야기들을 통해서 독이 무엇인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약도 잘 써야 한다는 것 등등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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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과 사회를 지배하는 우연 | 책을 읽다 2023-03-20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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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

슈테판 클라인 저/유영미 역
포레스트북스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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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운명인가, 하고 생각할 때가 없지는 않지만, 대체로는 운명이라는 게 있다는 걸 잘 믿지는 않는다. 혼동하지 않아야 할 것은 여기서 운명을 믿지 않는다는 게 본성(nature)’이라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란 점이다. 나는 일단 모든 게 정해져 있다는 식의 사고를 배격한다.

 


 

 

슈테판 클라인의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은 바로 그런 운명이란 게 존재해서 우리의 삶과 사회를 조직하고 있다는 생각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누군가를 운명처럼 만났다든가, 어떤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것을 운명으로 생각하는 것은 우리 인간이, 우리의 뇌가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연관을 짓고, 인과 관계를 만들었을 때의 진화상의 잇점이 있기 때문에 운명이라는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연에 의미를 만들고, 그것을 운명이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그 운명의 바탕에는 우연이라는 과학이 있다.

 

세상은 우연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가 운명이라고 부르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우연이다. 우연은 포괄적인 시각에서 보았을 때, 즉 통계적인 시각에서 파악했을 때 그것들의 법칙성이 드러날 뿐이다. 그것 자체로는 예측할 수 없다. 가장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면, 지금 책상 앞에 이리저리 쓸리고 있는 100원 짜리 동전 하나를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올지, 뒷면이 나올지 나는 정확히예측할 수 없다. 다만 확률이 1/2이라는 것만 대충알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그것을 위로 던졌을 아래로 떨어진다는 것을 거의 100%의 확률로 예측할 수 있는데, 그것은 물리의 법칙이지만, 그것이 어디에 정확히 떨어질 지는 수많은 우연이 가담해서 결정될 뿐이다. 우리는 수많은 우연 속에서 살아간다.

 

우연은 불확실함을 의미한다. 사실 그래서 우리는 우연을 제거하고, 어떤 규칙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슈테판 클라인은 우연을 통해서만 세상에 새로운 것이 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새로운 것이 세상에 등장해서 우세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역시 행운이 따라야 하며, 또 어떤 계획이 필요하지만, 거기에도 우연적 요소가 없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삶은 우연에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 즉 우연으로 가득찬 삶, 사회를 이해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슈테판 클라인은 우연의 존재를 잘 파악하고, 잘 이해하며, 잘 이용해야만 불확실한 세상을 조금 더 잘 살아갈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안전에 대한 확신보다는 우연히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안전 시설을 확충하고, 더 신경쓰며, 안전에 대해 생각하고 조심할 수 있다. 선택 상황에 있을 때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모든 것을 다 고려해서 선택한다는 것은 운명론적 사고다. 불확실한 우연의 세계에서는 단순한 레시피에 따라 빠르고 확실하게 결정하는 것이 나을 때가 많다. 모든 것을 생각해서 결정하다가는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생각하고, 결정하라는 것은 단지 그냥 빨리 결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기준을 정한 후에 그것이 의미 있다고 판단한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결정했을 때 더 나은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나는 다 읽고도 이 책이 신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인터넷 서점의 책 안내를 보니 17년 만에 재출간되었다고 한다. 내가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은, 이 책에서 하는 얘기가 17년이라는 시간과는 그다지 상관없다는 의미다. 운명이라는 생각과 우연의 세계에 대한 태도는 그때나 지금이나 의미가 있다. 세상에 대한 불안과 허무를 벗어날 방법이 있다면,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올 것을 기대했다 뒷면이 나오면 실망하는 운명적 태도가 아니라, 앞면이 나올 가능성과 뒷면이 나올 가능성은 같지만, 그중 어느 것이 나올 지는 늘 우연적으로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태도에서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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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 | 한줄평 2023-03-19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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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에 열린 마음 갖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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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과학자의 10년 독서의 결과 | 책을 읽다 2023-03-18 17:30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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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호기심 많은 로맨틱 과학자의 독서 기행

이원식 저
미들하우스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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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여러 가지를 의식하고 궁금증이 든다. 우선은 과학자’. 이 양반은 과학자라는 얘기인데, 무엇을 전공했을까? 그런데 로맨틱의 의미는 무얼까? 그러니까 로맨틱 과학자는 도대체 어떤 과학자일까? 과학자니까 호기심이 많다는 것은 당연히 인정할 만한데(실상을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 ‘독서 기행이라니. 이 양반의 독서의 범위는 어떻게 될까? 과학자이니 과학에 대한 독서일까? 그런 너무 뻔하니 인문학 분야의 독서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 내지는 의문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다.

우선 저자 이원식 씨는 삼성전자가 별 볼 일 없는(?) 회사일 때 입사해서 세계적 기업이 되는 과정을 함께 하고 부사장으로 퇴임하였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연구하는, 그런 과학자와는 조금 결이 다른 셈이다. 따지자면 공학자이고, 기업가라고 해야 더 어울릴 듯하지만, 과학자라는 게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과학자라는 호칭을 그렇게 좁게만 볼 이유도 없으니 크게 잘못된 것도 아니다. ‘로맨틱 과학자(Romantic Scientist)’라는 건 SNS 계정에서의 별명이다. 하지만 그는 romantic낭만적이라는 번역된 말의 뜻으로 쓴 건 아니고 본래 유럽에서 쓰였던 대로 인본주의적이라는 뜻으로 썼다. 하지만 낭만적 과학자라는 해석도 싫어하지는 않는단다. 그렇다면 그의 독서도 대략은 해결이 된다. 물론 과학에 대한 책도 있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퇴직 후 10년 동안의 독서와 독서에 따르는 과학과 사회에 대한 생각을 글로 남겼다.

 


 

 

그의 독서는 말 그대로 광범위하다. 어쩌면 책 한 권에 다 담는 것이 좀 무리란 생각도 든다. 책은 우주와 지구, 생명에 대한 글, 인류 문명의 역사에 대한 글, 그리고 인생 경험과 독서, 사유에 바탕을 둔 과거와 미래에 대한 저자의 생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어쩌면 조금은 통일성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해가 되는 것은 저자가 이 책이 자신의 마지막 책이란 생각으로 썼다고 고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이 읽고 공부한 것을 정리하고 있고, 소중한 경험을 고백하고 있고, 또 자신이 가진 생각을 드러내고 있기도 한 것이다. 말하자면 이 지면을 무척이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사실 과학 쪽의 설명에는 그다지 특색이 없어 보인다. 충실하게, 그것도 주로는 (영어로 된) 서적을 통해 각 분야의 기본적인 내용을 공부했고, 그것들의 의미를 파악했다. 보편적인 과학 교양서에서 보는 내용이고, 다만 그의 개인적인 소회가 조금 눈에 띨 뿐이다. 하지만 그의 역사와 사회, 미래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는 부분이 오히려 재밌다(?).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실례되는 표현일 지도 모르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다고 할 수 밖에 없는데, 그건 그냥 지당한얘기만 하고 있지 않아서 그렇다. 어떤 부분의 진보 쪽의 시각인 듯 하지만, 또 다른 쪽으로 보면 그렇지 않고. 그렇다고 딱히 꼴보수는 아닌 인식이고, 제안도 아니다. 저자의 날 것 같은 생각과 오랫동안 벼려온 생각이 섞여 있는 듯한 느낌인데, 그의 (교육 제도, 경제 체제, 통치 체제, 남북통일, 전쟁에 관한) 제안들은 의미 있게 생각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그 생각들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얼마나 우리 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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