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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알고 있었어? 일부러 전구의 수명을 짧게 만드는 거? | 책을 읽다 2022-08-0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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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상을 바꾼 10개의 딜

자크 페레티 저/김현정 역
문학동네 |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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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l)’이라고 했으니 적어도 상대방이 있거나 집단이 있다. 이를테면 전구의 수명을 제한하자는, ‘설계된 불만족에 관한 딜에는 제너럴 일렉트릭, 필립스, 오스람 등의 전구 제조업체들이 참여하여 합의했다. 피터 힐과 일론 머스크, 맥스 레브친이 페이팔을 매각하는 것도 피에르 오미디아라는 상대방이 있어야 가능했다. 맥킨지의 톰 피터스와 로버트 워터먼이 만든 7S 모델은 지멘스나 펩시코와 같은 기업들이 채택했을 때 그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신체 지수인 BMI에 관해서도 이를 설정한 루이스 더블린 같은 이와 함께 이를 받아들인 의사와 약사, 나아가 일반인들이 있었고, 처방약의 특허가 만료될 위기에 처한 머크의 CEO 헨리 개즈든이 대응할 방안을 제안했을 때 이에 적극 호응한 제약업체가 있었다. 이처럼 자크 페레티는 오늘날의 세상, 적어도 비즈니스 세상을 만들어낸 중차대한 딜에 관해서 쓰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결국은 혁신적 아이디어에 관한 얘기다. 다시 설계된 불만족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누구든 완벽한 것을 개발해서 그것에 대해 평가를 받고자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었지만, 지속적인 소비를 위해 전구의 수명을 제한하고, 휴대폰의 성능을 어느 정도까지만 억제시킴으로써 이미 업그레이드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 자체가 혁신적 아이디어였다. 비록 2008년 거의 파국에 이르기는 했지만 리스크를 자산화함으로써 엄청난 돈잔치를 벌인 월스트리트도 OPEC라는 산유국이 행한 석유 수출 금지 조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그런 일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페이팔은 또 어떤가? 눈에 보이는 화폐 역시 역사적인 아이디어였지만, 그것이 없이도 거래를 할 수 있으며, 아니 그것이 없으면 거래를 할 수 없게 만든 것을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버라는 서비스도 그렇다.

 

이런 것들은 이미 많은 이들이 혁신적 아이디어라고 일컫는 것들이다. 그런데 자크 페레티는 또 다른 아이디어, 내지는 딜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미국을 포함한 68개국과 체결한 일대일로협정 같은 것이다. 수천 년을 앞서나가다 약 200년 간 주도권을 내주었던 아시아, 특히 중국이 다시 세계의 규칙을 쓰겠다는 아이디어가 바로 일대일로(一帶一路)’인 셈이다. 그리고 조세회피라는 부자들과 기업들을 위한 합법적(?) 부정 도구를 만들어낸 케이맨제도 역시 한 장을 두고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 케이맨제도에 대한 얘기에서 단순히 조세회피라는 게 그른 것이냐, 아니면 그래도 용납해야 하는 것이냐 하는 논쟁을 하지 않는다. 왜 그런 상황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또 어떤 아이디어가 그런 제도를 만들어낼 수 있었는지를 이야기한다. 사실 이 이야기는 바로 그다음 장의 빈부 격차와도 연결이 된다. 여기서도 빈부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기본적인 사실로 하면서도 그에 대해서 비분강개하지 않는다(물론 엥겔스의 저작가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인용하지만). 대신 그런 빈부 격차와 같은 불평등을 이용해 돈을 벌 방법을 찾아낸 이들의 아이디어를 더 많이 이야기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이 책은 도덕적 판단은 완전히 무시하고, 돈이 되기만 하면 뭐든 찬양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나는 그렇게 무엇이든 돈으로 만들어내는 혁신적 아이디어가 어떤 역사와 어떤 논리 구조를 가진 것인지를 명확히 파악해야만 이에 대한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얘기에 더 가깝다고 본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서 오늘날의 세상을 만들어 낸 이러한 이면의 이야기들이 얼마나 우리의 삶을 바꾸어 놓았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이는 흥미롭기도 하지만, 때로 감동적이기도 하고, 또 현대를 바라보는 새롭고 유용한 시각을 제공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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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경이로운 진화 | 책을 읽다 2022-08-0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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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자연은 어떻게 발명하는가

닐 슈빈 저/김명주 역
부키 | 202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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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슈빈은 고고생물학자로 2004년 북극에서 물고기 화석 틱타알릭(Tiktaaalik)’을 발굴하여 일약 세계적 스타(?)로 떠오른 과학자다. 틱타알릭은 목, 팔꿈치, 손목을 가진 물고기 화석으로 동물이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오는 중간 단계로 해석되었고, 진화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그리고 그는 틱타알릭 발견의 과정을 동물의 진화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내 안의 물고기에 담았다. 내 안의 물고기는 과학자가 자신의 발견을 얼마나 흥미롭게 서술할 수 있는지, 그것을 또 얼마나 더 넓은 과학과 연결시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었다.

 


 

 

그 닐 슈빈이 쓴 자연은 어떻게 발명하는가는 진화에 관한 또 하나의 흥미롭고, 매우 훌륭한 책이다. 그는 진화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를 교과서적인 고리타분한 언어가 아니라 자신의 연구에서 과학자들의 영웅적(!) 활약 등을 토대로 고생물학과 분자유전학을 접목시키며 매우 경쾌하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닐 슈빈이 이야기하는 진화란 매우 역동적인 것이지만, 그렇다고 과거에 아예 없던 무언가를 새로이 만들어내서 갑자기 어떤 기능이 생겨나는 황당한 과정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던 것을 이용해서 새로운 기능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흔한 그런 땜빵식 과정이다. 그것을 표절과 도용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자연에 존재하는 것을 표절하고 도용하는 것은 전혀 처벌받지 않을 일일뿐더러, 자연이, 진화가 보여주는 기상천외한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가 숨을 쉬는 데 이용하는 폐는 이미 물고기들이 물속에서 살기 위해서 사용하던 부레가 변형된 것이다. 틱타알릭과 같은 물고기들이 육지로 올라오기 전부터 이미 폐로 호흡하고 있었던 것이며, 그것이 있었기 때문에(그것만 필요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육지로 발(?)을 디딜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예들로 닐 슈빈은 새들의 날개에서도 찾고 있다. 새들의 비행에 쓰이는 것들, 즉 깃털, 속이 빈 뼈, 빠른 성장 속도, 높은 대사율, 날개 돋힌 팔, 경첩 같은 관절이 있는 손목 모두 공룡의 한 무리가 땅에서 뛰어다니며 먹이를 잡기 위해서 사용하던 것들이다. 비행이라는 놀라운 기능은 새로운 기관을 만들어내서 가능했던 것이 아니라, 오래된 형질을 새로운 용도로 전용함으로써 가능했던 것이다.

 

이 밖에도 닐 슈빈은 발생학과 유전학의 발달 과정을 되짚으며 그런 오래된 형질의 새로운 기능으로의 전용의 예를 아주 많이 끄집어낸다. 그 과정에는 인정받지 못한 과학자들의 이야기도 있으며, 혹은 그 발견으로 노벨상을 받은 환호의 역사도 있다. 그런 생물학의 역사는 크리스퍼까지 이어지는데, 고고학자인 닐 슈빈이 바로 이 법까지 이용하여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진화는 의도가 없이 이뤄지는 것이다(나는 이 지점이 진화론이 창조과학과 가장 멀리 떨어진 지점이라 생각한다).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도 없이, 본인이 어떻게 되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생물들을 보면 유연관계가 아주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비슷한 모양,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뱀처럼 생긴 몸, 즉 땅을 기어다니는 몸이 뱀뿐 아니라 도마뱀, 지렁이도마뱀류, 무족영원 등 다양한 동물에서 똑같이 나타나며, 도룡뇽이 혀를 총알처럼 발사해서 먹이를 잡아채는 능력(나는 이 부분을 가장 흥미롭게 읽었다)도 여러 계통에서 독립적으로 진화시켰다. 다발적 진화’(혹은 수렴 진화’)는 자연에서 매우 흔한 현상이다. 진화의 결과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세계들 중 최선이라는 말을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래서 자연의 발명은 우연이 아니며, 불확실한 도박도 아니다.

 

자연선택의 메커니즘으로 진화를 설명한 다윈 이래로 진화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설명이 많았지만 진화는 캐도캐도 끝이 없을 만한 경이로운 세계다. 이 책은 진화에 관한 아주 새로운 견해는 아니지만, 진화에 관한, 혹은 진화에 관한 연구를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국은 진화에 관한 연구가 된 많은 연구를 종합해서 진화에 관한 커다랗고 종합적인 지식을 전해준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이렇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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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감상적 고고학 | 책을 읽다 2022-08-01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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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닐 올리버 저/이진옥 역
윌북(willbook) | 202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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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우리말)만 보았을 때는 죽음에 관한 사유를 쓴 책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책은 역사에 관한 사유, 고대에서 중세에 이르는 시기의 유물에 관한 생각을 담은 책이다.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모두 죽었으므로, 그리고 유물이 죽음 자체에 관한 것이 적지 않으니, 이 책이 죽음과 전혀 무관할 수는 없진 않다. 하지만 적어도 죽음 자체가 이 책의 주제는 아니다. 오히려 따지자면 죽음보다는 살아 있는 우리들에 대한 얘기다.

 


 

 

스코틀랜드 태생이고, 지금도 스코틀랜드의 지방 도시에 살고 있는 저자는 역사의 유물을 설명하지 않는다. 그 유물을 남긴 사람들을 상상한다. 어떻게 살았던 사람이었을까? 무슨 마음을 가지고 살아갔을까? 왜 이런 유물을 남겼을까? 객관적으로 유물을 바라보려 애쓰고, 기록하려 애쓰는 게 아니라 대신 아주 감상적인 마음으로 주관적인 느낌으로 유물들을 바라보고 대화를 나눈다. 물론 유물들에 관한 과학적 분석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그것만이 역사를, 고고학을 하는 자세는 아니란 걸 저자는 보여주고 있다.

 

수백 만 년 전 올두바이에서 발견된 발자국 화석, 조지아 드마니시에서 발견된 수십 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의 화석에서부터 자신이 살고 있는 스코틀랜드 스털링에 있는 중세시대의 성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리고 인공적인 거석이나 건물만이 아니라 인간이 거쳐갔을 자연까지. 저자는 자신의 눈길이 닿았던 곳들을 회상하고, 인류의 삶을 재구성하고 있다. 그렇게 재구성된 인류의 삶은 그대로 현대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진다. 역사, 그것도 인류가 존재했던 역사에 비해서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현대라는 역사는 얼마나 짧은가? 그리고 또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지 않은가? 그러면서도 우리는 얼마나 뻐기면서 살아가고 있는가? 어쩌면 뻔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장엄한 역사의 흔적들을 앞에 두고 하는 얘기는 그만큼 차분하고, 설득력이 있다.

 

물론 저자의 발길은 무척 편향되어 있다. 유럽, 그것도 영국, 더 좁히면 스코틀랜드에 집중되어 있고, 좀 더 넓혀보면 호주, 남아메리카 정도로 넓혀진다. 아프리카나 중동이야 인류의 탄생, 인류 문명의 탄생과 관련되어 있으니 무시할 수 없을 터이니 한두 군데, 아시아는 인도 정도밖에 그의 발길과 눈길이 닿지 않는다. 아쉽지만, 잘 읽어보면 그는 책의 독자로 스코틀랜드, 좀 더 넓혀봤자 영국의 대중 정도만을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그는 게일어의 소멸을 안타까워 하는데, 만약 내가 쓴다면 제주말의 소멸을 안타까워 해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는 기억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렇게 쓰고 있다.

우리가 알기로, 우주 전체를 통틀어 기억에 몰두하는 존재는 인간뿐이다. 이를 당연한 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무엇을 남기거나, 혹은 남기지 않던 그것이 목적하는 것은 결국 후대에 무엇을 전할 것인가, 즉 기억에 남길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무언가를 기억하고자 하는 욕망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결국 역사는 기억에 관한 것인데, 그것을 문자로 남겼을 때는 물론 그렇지 않았을 때는 인류는 그 기억을 붙잡기 위해 수많은 일을 해온 것이다. 그게 지금 우연히 발견되며 우리에게 그 기억의 목적을 되새기게 하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기억을 공유하는 것 그게 인간성의 가장 중요한 면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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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과 냄새에 관하여 | 책을 읽다 2022-07-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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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땀의 과학

사라 에버츠 저/김성훈 역
한국경제신문사(한경비피) | 202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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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라도 아무런 장비(?) 없이 길거리라도 나서서 몇 발자국을 걷더라도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시기에 땀의 과학이라... 이보다 더 시의적절한 책이 있을까 싶다. 땀에 대해서 책 한 권을 오롯이 채울 만한 일이 있을가 의심하지 말자. 무엇이든 깊게 파고들면 책 한 권은 충분히 나온다. 땀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생명 유지에 중요한 기능들은 많다. 그중에는 체온의 상승을 막는 것도 포함된다. 더운 여름날이라든가, 특수한 상황에서 체온이 어느 정도 오른다면 생명이 위험해진다. 그렇게 체온 상승을 막기 위해 인간에게 진화가 해준 일이 바로 탐 흘리기. 땀은 귀찮은 일 같고, 또 어떤 이는 더럽다고 여기기도 하지만, 몸을 식히기 위해 소변을 보고, 구토를 하고, 똥을 싸서 그것을 몸에 묻히는 다른 동물들의 행동을 보면 땀이야말로 가장 정교하면서도 깨끗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땀샘이 없이 태어난 사람의 경우 더운 날씨에 살아남는(!) 방법은 젖은 티셔쳐를 입고 몸에 계속 물을 뿌려대는 방법밖에 없다고 하니 땀의 효능에 우리는 감사해야 한다.

 

그런데 땀에 대해 우리가 오해하는 것들도 있다. 그중 하나는 땀을 통해서 우리 몸의 노폐물이 제거된다는 생각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바탕 땀을 흘리면 해독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그 많은 사람에는 우리나라 사람이 아주 많이 포함되어 있을 듯하다). 그러나 저자는 여러 과학자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땀의 해독 효과는 땀을 흘리면 지방을 녹일 수 있다는 개념만큼이나 황당한 얘기라는 것이다. 다만 땀을 통해서 몸 속의 화학물질이 빠져나올 수 있는 만큼, 그 화학물질이 독소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 정도만 인정할 수 있다.

 

또한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이온 음료에 관한 것이다. 1960년대 플로리다대학교 미식축구팀의 게이터스(Gators)를 위해 신장병 전문의가 개발한 음료인 게토레이(Gatorade)를 시작으로 많은 이온 음료가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효과가 좋다고 선전하고, 또 많이들 믿는다. 하지만 그런 효과를 입증할 만한 연구 결과가 거의 없다는 것이 더 놀랄 일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땀으로 손실된 전해질을 스포츠음료로 완전히 보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손실되는 만큼의 염분을 음료 자체로 보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갈증의 신호가 오면 무엇이든 마셔도 된다고 한다. 물은 물론이고, 주스도 좋고, 무알콜 맥주, 우유 등. 물론 스포츠 이온 음료도 포함해서.

 

이 책은 물론 땀에 관해서 얘기하지만, 땀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 냄새에 관해서도 참 많이 다루고 있다. 냄새에 대해서 여러 에피소드와 문학 작품들, 체험들을 이야기하지만, ‘과학적으로가장 의미 있는 것은 아마도 겨드랑이의 불쾌한 냄새가 세균과 관계가 있다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말하자면 체취 역시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의 영역이라는 얘기인데, 겨드랑이의 냄새가 강하고 불쾌할수록 코리네박테리움(Corynebacterium)의 비율이 높다고 한다. 대신 포도상구균(Staphylococcus)의 비율이 높아지면 냄새가 그다지 역겹지 않다고 한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이 있을 수 있지만.

 

끝으로 희한한 질병 하나를 소개한다. 바로 땀 전염병인데, 15세기에 시작되었다고 알려진 이 전염병은 땀이 나기 시작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목숨을 앗아갔다고 한다. 한 번 걸렸다고 하더라도 다시 걸릴 수가 있었고, 위험성도 줄어들지 않았다. 1485년 헨리 7세가 장미 전쟁에 승리하고 영국 왕위에 오르게 되는데 많은 귀족들이 승리를 축하하러 모였다가 다음 날 땀병을 얻어 쓰려졌다고 한다. 이 전염병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직도 모호하다고 하는데(당시에야, 그리고 오랫동안 나쁜 공기, 혜성, 화산 폭발, 하느님의 분노 등을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아마도 미생물이 원인이었을 거란 공감대는 있다. 그중에서도 한타바이러스(Hantavirus)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다고 한다. 다한증과는 상관 없는 얘기다.

 

역시 땀에 관해서 한 권이 거뜬하다. 무슨 소재든 깊게 파고들면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관련되어 있고, 이야깃거리가 된다는 것을 땀에 대한 이 책 역시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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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로 읽는 세계사의 이면 | 책을 읽다 2022-07-2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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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편함 속 세계사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 저/최안나 역
시공사 |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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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공적인 편지도 있고, 공개를 목적으로 한 편지도 있지만, 편지는 기본적으로 둘 사이의 개인적이고 은밀한 메시지를 주고받기 위한 수단이다. 순전히 한 개인의 마음을 쓰는 일기와는 달리, 편지는 상대를 의식하면서 쓸 수 밖에 없으며 감정과 상황을 공유한다. 그래서 상황과 관계에 대해 더 맥락적이다. 지금은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가 거의 대체하고 있지만, 그대로 시간을 두고(물론 급하게 쓴 경우도 있지만) 종이에 써 내려간 편지는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가 담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이야기한다.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가 129통의 편지를 소개하고 있는 것은, 그것으로 세계사를 모두 설명하자는 게 아니다. 편지들로 역사를 연속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다만 세계사의 한 장면의 이면을 담을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하찮은 게 아니다. 어떤 결정을 할 때의 그 사람의 속내를 알 수 있고,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건의 전개에 그 사람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도 알 수 있다. 그렇게 바라본 역사의 이면은 즐겁기도 하고, 역겹기도 하고, 혹은 씁쓸하기도 하다.

 

편지만으로는 앞뒤 맥락을 몰라 그저 글자로만 보일 수 있는 것을,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가 그 편지에 얽힌 상황을 간단하면서도 잘 전해주고 있다. 어떤 이는 자신의 편지가 오래 남을 것을 알았겠지만, 많은 이가 이렇게 자신의 편지가 남아 자신의 내면을 이렇게 드러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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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것들의 생태학: 일상의 모든 것들이 자연이다 | 책을 읽다 2022-07-27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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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토록 일상적인 것들의 생태학

마크 에버라드 저/김은주 역
착한책가게 | 202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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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된 것이면서 놀라운 내용부터.

오늘날 야생 포유류가 전 세계 포유류의 단지 4%만 차지하고, 인간이 36%, 그리고 가축이 60%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전 세계 조류 가운데 70% 가까이를 가축으로 키우는 가금류(, 오리, 거위 등)가 차지한다.” (182)

 

그러니까 모든 포유류의 96%가 사람 아니면 가축이라는 얘기이고, 우리가 새라면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는 동물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우리의 먹이가 되기 위해 길러지는 것들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자연은 그렇게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고, 또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매우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저자는 생태학자다. 그래서 이 책은 생태학에 관한 책이다. 그런데 생태학이라면 먼저 숲으로 가거나 해야 할 것 같은데, 그가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놀랍게도 티셔츠다. 티셔츠, (), , 밥 한 그릇, 목욕, 소리 등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한다. “집 안에서 느끼는 생태학이라는 이름으로. 제목대로 저자는 일상의 생태학을 이야기하고 싶은 거다. 그런데 그냥 일상의 것들에 대해 전후좌우를 살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그런 일상의 것들에서 자연을 찾아낸다. 티셔츠의 재료가 되는 면이 지구의 산물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며, 우리가 차를 마시는 행위 자체가 자연을 마시는 것이라고 한다. 책 역시 마찬가지며, 내 밥상에 올라온 쌀 역시 자연의 산물이다. 심지어 현대 공학의 산물인 컴퓨터도 마찬가지 자연이다. 트랜지스터, 유리, 전선, 플라스틱 모두 그 구성요소가 자연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저자가 일상의 생태학을 이야기하는 것은 특별한 게 아니라, 그저 자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란 얘기다. 보통 생태학이라고 하면 이야기하는 것들이 아닌 집 안에서 볼 수 있는, 느낄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부터 이야기한 이유는 바로 자연이라는 게 아주 드물게 탈출하여 찾아가는 저기 멀리동떨어져 있는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인식은 이어지는 이야기들, 즉 자연의 생태학과 보잘 것 없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우리가 현대의 문명을 얻기 위해서 잃어가야 했던 것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신선한 공기, 햇빛, , , 물고기를 잃어가고 있으며, 민달팽이, 말벌, 쥐며느리, 기생충, 지렁이, 쐐기풀의 소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곤충에 대해서 한 면만 보면서 그것들이 이 세상을 돌아가게 한다는 진실을 잊고 살아간다. 흙이 어떻게 생기는 건지, 얼마나 오랜 세월 바위와 바람, , 그리고 생물의 작용이 있어야 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쉽게 깎아내 버린다.

 

이렇게 쓰고 있고, 저자의 생각을 다 이해하고, 또 옳다고 여기지만, 나 역시 자신이 없다. 일상의 생태학을 이해한 만큼 생태학적 삶을 살아가는지 말이다. 지구를 지킨다는 커다란 명분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걸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자신이 없다. 그래도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괜찮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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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에 의해 이어진 생명의 역사 | 옛 리뷰 2022-07-26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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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패자의 생명사

이나가키 히데히로 저/박유미 역/장수철 감수
더숲 |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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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옛말이 있다. 그러면 생명의 역사는 어떨까. 생명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결국 진화를 이룬 자는 쫓겨나 박해받은 약자들이었다. 새로운 시대는 항상 패자에 의해 만들어졌다.” (108)

 

캄브리아기에 생물종의 폭발적인 증가가 일어난 시기에 단단한 껍질과 날카로운 가시로 무장한 생물에 비해 자신을 지킬 방법이 없어 도망 다닐 수 밖에 없던 생물이 빨리 도망가기 위해 몸속에 척삭을 발달시켰고, 결국은 이 생물들이 어류의 조상이 됨으로써 살아남았다.

 

척삭을 발달시킨 어류 중에서도 어떤 어류는 셌다. 약한 어류는 기수역으로 쫓겨났다. 기수역이란 강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지역으로 어류들이 쉽게 적응하지 못했던 곳이다. 더 약한 물고기들을 강의 상류까지 쫓겨났는데, 그렇게 쫓겨난 어류가 작은 강과 웅덩이에서 뭍으로 나오면서 양서류의 조상이 되었다.

 

포유류도 마찬가지다. 공룡의 시대에 작은 포유류들은 공룡을 피하기 위해 작아졌고, 작은 공룡으로부터도 피하기 위해 밤이 되어서야 활동하는 야행성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공룡의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청각과 후각 등의 감각 기관을 발달시켜야 했고, 그런 감각 기관을 운영하기 위해서 뇌를 발달시켰다.

 

약한 포유류들은 다른 포유류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나무로 올라갔다. 그렇게 나무로 달아난 포유류가 원숭이의 조상이 되었고, 그중에서 또 약했던 원숭이 종류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두 발로 서야만 했고, 몸을 보호하기 위해 도구를 쓰게 되었고, 불을 이용하게 되었다.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패자의 생명사는 굳이 패자들의 역사, 혹은 성공사라고 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공생을 통한 진핵생물의 탄생에서부터 단세포 생물이 다세포 생물로, 식물 세포의 전략, 산소가 대기에 뿜어져 나왔을 때의 세균의 대응, 자손을 남기기 위해 죽음과 성을 발명한 것 등등에서 호모 사피엔스에 이르기까지 장대한 생명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반드시 그들이 패자라고 할 수 없는 게, 결국은 성공한 자들이 살아남았거나, 혹은 살아남아 성공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급변한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남은 것은 이전의 환경에서 도망다녀야만 했던 생물들인데, 사실은 그중에서도 일부만 성공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기 때문에, 패자가 성공했다기보다는, 패자 중에서 성공한 생물이 나왔다라고 해야 옳은 말이기도 하다. 또한 과거의 성공이 너무도 적절해서 지금까지도 이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생물들도 있다는 사실은(이를테면 상어라든가, 바퀴벌레, 흰개미, 투구게, 앵무조개 같은 것들) ‘패자의 궁극적인 승리라는 일반화를 머쓱하게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이 그렇게 쓴 이유는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생명의 역사를 탐구할 때 늘 성공적인 것이 여전히 살아남아 다음 시대에 새로운 모습의, 새로운 기능의 생물로 진화한다는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다. 생명의 진화는 매우 불확실한 것이며,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지난한 과정을 통해서 바로 내가, 우리가 있는 것이다. 생명의 미래도 마찬가지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 우리가 생명에 대해 좀 겸손해질 필요가 있는 이유다.

 

저자가 식물학이 전공이었던 만큼, 식물의 진화에 대해서 좀더 자세히 다루고 있고, 내가 식물학을 잘 모르는 만큼 다른 부분보다 배운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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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에서 태평양 전쟁까지 격동의 동아시아사 | 책을 읽다 2022-07-2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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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올컬러 특별판)

김시덕 저
메디치미디어 |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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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임진왜란에서부터 20세기 태평양전쟁까지 500년 동안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국가의 각축과 조선의 대응을 한, , 일이라는 3국의 관점에서 시야를 넓혀 대륙과 해양 세력이 맞붙은 역사로 바라보고 있다.

 


 

 

우선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라는 지역을 종종 유라시아 동해안으로 지칭하고 있는 게 눈에 띤다. 근대 이후 세계사에서 변방으로 밀려난 동아시아를 의미하는 듯도 하고, 세계사적 차원에서 동아시아를 바라보는 관점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분명하게 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처음 접하는 개념이라 눈에 띠었다.

 

젊은 학자답게 도발적인 질문으로 글의 포문을 열고 있다. 한반도가 과연 전략적 요충지인가? 라는 질문이다. 모든 교과서에서 의문의 여지없이 강조해온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한반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는 얘기로 들린다. 한반도가 전략적 요충지라면 그건 시대에 따라 변함이 없는, 고정된 진실인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떤 조건 때문에 그렇게 되었는가를 면밀히 보자는 얘기다. 저자는 16세기 이전까지는 한반도 자체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본다(그래서 한민족의 중국도, 몽골도 직접 지배 대신 간접적 지배, 혹은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택했다고 본다). 그러다 일본이라는 플레이어’(이런 표현도 역사책에서 처음 본다)가 등장하면서 대륙과 해양이 맞붙는 지역이 되었고, 비로소 전략적 요충지가 되었다는 것이다. 일본이 등장했다는 것은 바로 임진왜란을 의미하는데, 임진왜란은 일본이 대륙을 향한 세 번째 시도로서 그제서야 한반도는 대륙을 향하는 길목으로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고 보고 있다. 그 이후로 한반도는 20세기까지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의 완충 지대로서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인상 깊은 것은, 다른 책이라면 이 시기에서 19세기로 몇 가지 지점만 짚고 바로 넘어가는 것이 보통인데 이 책은 그 사이의 동아시아의 역사를 요모조모 다 짚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일본에서의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집권에 이르는 과정을 다루고 있으며, 임진왜란이 불러온 연쇄 효과로서 누르하치의 부상과 청 제국의 건설을 아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누르하치와 청 제국의 부상에 대해서는 임용한의 병자호란: 그냥 지는 전쟁은 없다에서 자세히 읽은 바가 있지만). 청에 의한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으로 한반도 문제가 일단 종결되었다는 시각 역시 상당히 도전적이다. 말하자면 그 동안 격동의 역사였던 데 비해 청에 대한 조선의 굴복으로 동아시아가 상당한 기간 동안 안정적인 형국을 띠게 되었다는 얘기인데, 이건 결과론적인 얘기가 아닌가 싶다.

 

한 가지 인상 깊은 부분을 지목하지면, 조선과 일본에서의 가톨릭에 대한 내용이다. 2개의 장에 걸쳐서 쓰고 있는데, 읽으면서는 저자가 분명히 가톨릭 신자라고 여길 정도였다(스스로 밝히길 어떤 종교의 신자도 아니라고 한다). 새로운 질서로서 가톨릭이라는 종교가 조선과 일본에서 받아들여졌는데, 둘 다 탄압을 받았지만(가톨릭 신앙은 종교로서 인식된 게 아니라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정권 측에서는 어쩔 수 없었으리라), 정착한 것은 한반도였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선교사 없이 자발적으로 신자가 생겨난 한반도 말이다.

 

제국주의가 유라시아 동해안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결국은 조선이 멸망하는 과정을 다루는 부분의 역사 내용 자체는 크게 특이하지 않다(역사는 그렇게 있었던 것이니). 하지만 세력의 충돌이라는 면에서 더 강조를 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각국이 가졌던 아이러니한 면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이러니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별로 생각하지 못했던 점이기도 하다) 조선의 독립 유지를 가장 원했던 국가가 바로 러시아였다는 점이다. 물론 러시아가 선()한 의도를 가져서 그랬던 것은 아니고, 자신들의 이해관계에서 그 편이 가장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면서 한반도는 일본의 수중에 떨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이 전쟁에서도 역시 아이러니한 면이 있는데, 러일전쟁에서 일본의 승리가 인도나, 베트남 등의 입장에서는 매우 고무적인 것이었다는 점이다. 아시아 국가가 유럽 국가를 상대를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말이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어찌 생각해야 할지 정말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이다. 그런 생각은 결국 일본의 대동아공영권이라는 논리로 이어지기도 했으니 결코 긍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일본의 어떤 학자의 탄식처럼 서양도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는데, 평화롭게 있을 때는 야만인 취급하더니, 전쟁을 일으키고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나니 오히려 문명국 대우를 하더라는 아이러니도 있다.

 

저자는 동아시아 500년사가 바로 삼국지가 아니라 열국지였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현대에도 한, , . 혹은 한, , 일 등 몇 국가만을 우리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국가로 상정하고 그에 대해서만 신경 쓰는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또한 자뻑과 자해 모두 경계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만 역사를 해석하고, 다른 나라를 바라보려는 자세를 질타하고 있다. 반발심이 튀어나오다가도 그게 틀린 얘기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는 욱여넣고는 했다. 역사는 이미 결판이 난 바둑을 복기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특히 이 역사는 처절하게 진 게임이다. 다시 들여다보는 것은 편치 못한 일이지만, 그래도 복기는 필요하다. 똑같은 게임이 벌어지지 않지만, 제대로 한 복기는 다음 게임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터이니.

 

저자가 분명 일관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책은 가끔씩 다른 데를 갔다 오고 있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걸 자랑하는 느낌도 좀 들고.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저자가 많은 것을 깊게 연구해왔다는 걸 알 수 있고, 더 좋은 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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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개인이 만나... 우리와 너무 비슷했던 대만 | 책을 읽다 2022-07-2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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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히가시야마 아키라 저/민경욱 역
해피북스투유 |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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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흐를 류()’라는 게 의미심장하다. 내용을 미리 자세히 전해 듣지 않았어도 삶과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이야기하는 게 아닐까 짐작케 한다. 작가도 아마 그걸 생각하고 제목을 그리 정했으리라. 끝까지 읽기도 전에 내 짐작이 옳을 것이라 확신하게 된다.

 

대만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물론 다른 이야기도 드물게 읽었다. 그것도 1970년대에서 1980년대의 대만은 더더욱 그렇다. 현재의 중국을 중공이라 부르던 시절엔 지금의 대만은 중화민국이라고 하여 우리의 맹방이었다. 이후 중공이 중국이 된 이후 대만의 역사는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대한민국은 맹방이라고 하던 나라에 대해 어느 날 갑자기 외교를 단절했다. 어느 해 그 막강했던 국민당이 선거에서 패하고 대만 출신 중심의 민진당이 정권을 잡았단 소리가 들려 상당한 이목을 끌었지만, 그 이후 정권의 교체에 대해선 관심이 시들해졌다. 한류의 열풍이 불고, 대만 여행 붐이 인 것은 이 소설이 다루는 시대보다 한 세대는 뒤의 일이다. 소설에서 읽는 대만의 1970년대, 1980년대는 활력이 있었으나 어떤 면에선 매우 혼란스러웠다. 중국 본토와 비교되면 자유를 강조했지만, 강압적이었다. 우리나라와도 비슷했다.

 

197545일 장제스가 사망했다. 대만에선 우리나라의 박정희의 사망과 비슷하게 받아졌을 것이다(서울의 봄을 겪고, 광주를 겪으면서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대만은 조용히 그 아들인 장징궈가 총통이 되었다.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줘야 할 지...). 장제스 사망 다음 날 열일곱 살 고등학생 예치우성의 할아버지가 살해됐다. 예치우성이 할아버지의 시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10년간 그 죽음을 잊지 못하고 살인범을 찾는다. 할아버지를 살해한 이를 찾는다는 설정, 그리고 그 결말이 반전이라는 점에서 이 소설은 분명 미스터리이지만, 사실 미스터리물로서 긴박감은 전혀 들지 않는다. 10년의 세월을 다루면서 몇 장면만을 추린 응축감 없이 도도히 서술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할아버지의 살해범을 찾는 과정보다는 오히려 예치우성의 성장 과정에 대한 얘기가 더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소설은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대만의 70년대와 80년에 겹치는 예치우성의 10대와 20대는 파란만장하다. 그의 학교 생활 자체가 굴곡이 심했다: 일류 고등학교에서 완전 삼류 고등학교로의 전학, 대입 실패, 군사 학교 입학과 퇴학, 그리고 군대 입대 등. 친구들과의 관계도, 사랑도 그랬다. 깡패 친구를 둔 운명이랄? 사랑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다. 아니, 그럴 수도 있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된다. 군대에서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나라와 대만이 아니라면 담지 못하는 장면이란 생각도 든다. 그래서 친근하기도 하고, 또 역겹기도 하다. 그런 파란만장한 개인의 역사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중국 본토에서의 국민당과 공산당의 전쟁에 대한 얘기와 맞물린다. 결국 이 이야기는 그 시대의 비극이 연장된 결과이며, 또한 현대사가 풀어야 할 이야기인 셈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역사 소설이기도 하다.

 

긴장감을 가까스로 이어나가는 미스터리물, 좌충우돌하는 청춘의 고뇌를 다룬 성장 소설, 중국의 현대사가 반영된 역사 소설로서 이 소설에서 가장 큰 장점으로 여겨지는 것은 문장이다. 이 소설에서는 다양한 장면을 정교하게 묘사하고 있다. 타이페이 골목 시장의 모습, 교외의 구부러진 길, 식물원에서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 일부러 공들여 자세하게 묘사한다는 느낌이 드는 게 아니라 자연스레 고개를 돌리면서 보이는 모습, 느껴지는 장면들이 고스란히 문장에 담긴 느낌이다. 이런 문장이어서 장면들이 선명하고, 등장인물들이 살아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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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의 역사, 과연 잊어도 되는 것인가? | 책을 읽다 2022-07-24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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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친일과 망각

김용진,박중석,심인보 공저
다람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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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그럴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것과 실제 그렇다는 것을 보고, 읽는 것은 다르다. 친일파가 청산되지 못하고, 오히려 해방 이후, 독재 시대를 거쳐 민주화 시대에 이르기까지 그 후손들이 계속 부와 명예, 권력을 누리고 있다는 것 말이다. <뉴스타파>6년 전에 시리즈로 보도했던 친일과 망각이라는 프로그램의 내용을 책으로 읽으면서 청산되지 못한 친일의 역사가 뼈아프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반민특위의 실패에서 비롯되어 계속해서 이어진 친일 청산 실패의 역사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친일파의 후손들은 선대의 친일 행적으로 혜택을 받고 지금의 위치에 오르는 데 도움을 받은 것이 분명함에도 대부분 그런 친일 행적을 부인하거나 궤변을 늘어놓는다. 친일이 아니었다거나, 혹은 친일이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거나, 그 당시 누구나 그랬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런 인식은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에 대한 폄훼로 이어지기도 한다(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대충 살아서 가난하다는 한 만화가에 대한 뉴스가 나올 때 정말 자괴감이 들었었다. 그걸 처벌할 수 없다는 뉴스는 허탈하기도 했다). 물론 조상의 행적에 대해서 후손을 대신 처벌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인식은 하고, 사과를 하는 것이 국가 공동체에 대해 그토록 큰 해를 입힌 이들의 후손으로서 마땅한 도리가 아닌가 싶다.

 

해방된 지 80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이렇게 친일 청산 얘기를 하는 걸 오래 지난 일이라고, 아직도냐고, 혹은 국민 통합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한 지난 수십 년의 역사를 반성부터 해야 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책에서 말하듯 외세가 상수인 우리나라에서 이런 정리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언제고 다시 그렇게 외세 편에서 서서 조국과 민족을 배반하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질지도 모른다. 친일의 역사, 그냥 쉽게 잊어버려도 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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